*** 크로커스
지난 3월 8일 상일여중 홈페이지 [교장방]에 실린 <대화방> 속에서 18편의 글을 뽑아(?) 여기 카페 [제자와의 대화]에 옮겨 실었습니다.
그리고 [교장방]은 홈페이지에서 소멸되었습니다. 여중과의 인연은 그렇게 마지막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2003년 10월 1일 여중에 부임하여 2007년 3월 1일 자로 여고로 발령 받았으니, 3년 하고도 5개월 동안 여중에서 근무한 경력을 남겼습니다.
줄곧 고등학교에서만 근무하다 중학교로 옮겨 온 그 때 '말만한(?) '^^^ 여고생을 대하다가 14 15 16세 어린 여중생들을 보니 정말 사랑스럽고 귀엽기 짝이 없었습니다.
비록 3년 터울이지만 여고생들이 쓴 시에는 '외롭다' '쓸쓸하다' '그립다' 등등 감상적인 시어들이 많은데, 여중생들은 대조적으로 '아름답다' '정답다' '반갑다' 등등 밝은 쪽 시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천진한 웃음이 돋보이는 세대들인 것입니다.
'공부 열심히 하는 학교'는 물론이지만, 인사도 잘 하고, 청소도 잘 하고, 규칙도 잘 지키는 "즐거운 학교"를 만들려고 애썼다고 자평합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꽃밭" 만들기에 힘써 ,앞 화단은 물론 뒤쪽 공터를 야생화 화단으로 만들어 여름이면 하얀 안깨꽃처럼 피어나는 바위취와, 서양난같이 넓은 잎 사이로 치솟아 오른 꽃대 위에 피는 원추리꽃과 , 노란 별처럼 솟아오른 돌나물꽃을 어린 제자들과 함께 보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가슴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어린 제자들이 쓴 글에도 자주 화단에서 꽃을 가꾸는 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고백(?)하는 것을 볼 때마다 꽃을 사랑하는 제자들의 심성이 아름다와 많이 기뻤습니다.
그리고 여중 선생님들과의 좋은 인연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뒷모습만 보아도 누구인지를 안다."는 선생님들의 말씀처럼, 딸처럼 조카처럼 제자들의 신상명세서를 손바닥에 적어 놓고 있는 ^^^ 제자 사랑은 한 가족같은 학교 분위기를 이루는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급식 지도를 한 후 교실에서 제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선생님들이 많은 것도 '한 식구'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중학교를 떠난다고 해도 말뿐이지 화단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여고가 있으니 떠났다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1학년 식당에 가면 여기저기서 여중 졸업생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손까지 흔드는 모습을 보면 나는 여중 여고를 떠나 "영원한 상일인"의 운명을 타고 났나 봅니다.
벌써 화단에는 봄이면 제일 먼저 꽃을 내미는 크로커스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별의 안녕'보다 봄소식을 전하는 나의 모습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나는 상일여중을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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