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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는 단지 미래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과거와 훨씬 가까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 하나 둘 꼽기 위해선 쏜살같이 지나온 수많은 날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잊고 있던 자신을 만나게 된다. 최성환 |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
지난해 4월 문을 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의 초대 소장으로, 각종 강연이나 방송 무대를 종횡무진 하고 있는 최성환(58) 소장은 ‘흥’이 많은 사람이다. 그의 인생 목표는 ‘마돈나’, 즉 마지막에 돈 내는 사람. “나이 들면 학사, 석사, 박사보다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밥사, 술사, 감사, 봉사다.” 그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묻어나는 명쾌한 인생관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최 소장의 버킷리스트, 첫 번째는 다름 아닌 가족 여행이다. ‘여행은 가슴 떨릴 때 하는 일이지 다리 떨릴 때 하는 일이 아니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는 최 소장은 더 늦기 전에 아내, 딸과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고. 바쁜 생활 탓에 그간 제대로 된 가족 여행 한번 못해봤다는 그다. “나이 들어 혼자 하는 여행도 좋지만, 내게 그런 여행은 크게 의미 없을 것 같다. 나는 본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는 타입이다. 가족뿐 아니라 친구, 동료와의 인적 네트워크를 소중히 여긴다.”
두 번째는 가족과 취미 공유하기. “우리 가족은 영화는 물론이고 뮤지컬, 오페라 등을 즐기는 편이다. 외국에서 근무할 때는 박물관을 섭렵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짬을 내어 가족과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다닌다는 그는 앞으로 더욱 노력할 작정. “가족과 취미를 공유하다 보면 그만큼 나눌 얘기가 많아진다. 대화가 쉽다.” 요즘 그는 여행과 취미생활을 겸한 가족과의 역사 기행이나 맛 기행을 궁리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역사, 그중에서 특히 실학(實學) 공부. 경제학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부터 실학에 관심이 많았다는 최 소장이 근래 주목하는 부분은 ‘실학자들이 조선시대의 경제를 어떻게 봤는가’하는 것이다. 실학자들이 본 부(富)와 돈에 대해 관심이 많다.
“정약용이 쓴 글에는 ‘굶어죽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란 구절이 있다. 이는 은퇴업계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이 연장선상에서 버킷리스트 네 번째는 한자책이나 영어책 번역. 실학자들이 생각하는 부나 돈처럼 관심 있는 영역을 원서(原書)로 보고픈 마음에서다. “부분부분 내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번역해보고 싶다. 그러다 기회가 된다면 번역서를 낼 수도 있겠지만, 지금 같아선 별로 내키지 않는다. 머리 아플 것 같아서(웃음).”
마지막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지내기. “은퇴 후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고 싶다. 가령, 집 청소 같은 건 절대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아내에게 가지고 있는 제일 큰 불만이 바로 이 것, 청소를 시키는 일이다(웃음).” 나이가 들수록 그 자신도, 아내도 최대한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그다.
은퇴연구소의 수장답게 최 소장은 자신의 확고한 ‘은퇴 철학’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은퇴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은퇴(retire)’란, 말 그대로 새로 타이어(tire)를 갈아끼우는 것일 뿐이다. 끝이 아니다. 9회 말을 지나 잠시 장갑을 벗었지만 다음 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정식 리그가 아니라 동네 야구일 수도 있지만 포기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므로 은퇴 준비에서 ‘너무 늦었다’는 생각은 있을 수 없다며 은퇴 준비가 필요하다는 니즈를 환기시키는 것이 자신과 은퇴연구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은퇴 설계의 핵심 키워드는 5F다. 돈(finance), 취미(field), 재미(fun), 친구(friend), 건강(fitness). 재무와 관련된 건 한 가지고, 나머지는 모두 비재무적인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1F에서 점점 4F로 나아간다. 우리나라도 점차 그런 흐름으로 가고 있다. 1F를 제대로 준비했다면 쓰자, 놀자, 베풀자. 젊을 때처럼 무조건 모으고 불리기만 해선 곤란하다. 이 세 가지를 잘 해야 우리 은퇴자들도 존경받을 수 있지 않겠나.”
박광회 | (주)르호봇비즈니스인큐베이터 대표
국내 최대의 비즈니스센터 프랜차이즈 기업 (주)르호봇비즈니스인큐베이터는 공간 임대를 기반으로 비즈니스에 필요한 정보, 네트워크, 자금, 전문가 멘토링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다. 지난 15년간 1만2000개의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업체가 (주)르호봇비즈니스인큐베이터를 거쳐갔다. 현재 (사)한국소호진흥협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광회(55) 대표는 ‘창업과 관련한 리소스를 묶어주는 일’이 주요 관심사다. 일을 하든 여가를 즐기든 그의 ‘뇌구조’의 상당 부분은 ‘창업’이 차지하고 있다. 시니어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많아 민간 싱크탱크 시‘ 니어창조포럼’ 준비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박 대표가 꼽은 버킷리스트, 그 첫 번째는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다. “내가 축적한 리소스를 바탕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업가들이 자립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고 싶다.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컨설팅 말이다.” 박 대표가 개도국을 주목하는 것은 그곳이 시니어들의 경륜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 때문. 그는 “시니어들이 평생 동안 일하고 익힌 제조업은 국내에선 사양산업이지만 개도국에선 각광받을 만한 것”이라며 시니어들에게 국내에 머물기보다 해외에서 보다 폭넓은 가능성을 모색하길 당부한다.
두 번째는 영어 공부. “과거 15년 이상 무역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강의나 발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를 구사하면 좋겠다.” 이 또한 앞으로 개도국에서의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일까. 박 대표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 회화 실력을 늘리는 등 벌써부터 계획을 착실히 세워둔 상태다.
세 번째 리스트는 백두대간 종주. 40대로 들어서면서 30년지기 친구 셋과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는 박 대표. 한 번에 긴 시간을 할애하기 힘든 탓에 휴일이나 주말에 짬을 내어 걸었으나 사업이 바빠지고 컨디션이 나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중단하게 됐다. “친구들은 완주했는데 나는 절반 정도밖에 못했다. 예순이 되기 전에 꼭 완주하고 싶다.” 일주일에 세 번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할 때면 ‘체력을 키워 반드시 백두대간을 종주 하리라’고 다짐하는 그다.
네 번째는 여행. 무역업에 종사하며 많은 나라를 다닌 그지만 출장과 여행은 엄연히 다른 법. “비즈니스로 떠난 여행은 시간 여유도 없거니와 잠깐이라도 짬이 나면 시장조사를 하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다(웃음). 지금 여행을 간다면 여유롭고 넉넉한 눈으로 현지의 일상을 깊이 들여다볼 것이다.” 그가 꼭 한 번 가고픈 곳은 스페인과 지중해 연안.
마지막 다섯 번째는 자연과 친해지기. “나는 아무래도 늦은 나이까지 일을 할 것 같다. 적어도 70대까지는. 그래서 좋은 사무실을 하나 갖고 싶다. 한적한 자연 속에 위치한 사무실이면 좋겠다.” 책상이나 탁자, 소파가 정렬된 딱딱한 공간이 아니라 친구들이 언제든 들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작업실. 삭막한 도시에서 너무 오래 일했다는 그는 그 특별한 공간에서 자연과 보다 가까워지길 바란다.
이 일환으로 산악 마라톤도 계획하고 있다. “마라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산악 마라톤이라면 한번 해보고 싶다. 어떤 목표치를 정해놓고 하기보다는 그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일흔이 될 때까지는 비즈니스 형태로, 그 이후에는 봉사 형태로 지금의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박 대표. 그는 인생의 화두로 ‘나눔’을 꼽는다. “내가 하는 일이 비즈니스든 아니든 결국은 ‘나누는 일’인 것 같다. 고객과 회사가 가치를 나누는 일. 나눔으로써 줄어드는 게 아니라 화수분처럼 더욱 샘솟는 일. 다 같이 발전해가는 일. 이런 일을 할 때 나는 보람을 느낀다.”
박연옥 | 저집 대표
국내 최초의 젓가락 갤러리 저집. 지난 8월 오픈한 저집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의 옻칠 젓가락 100여 종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갤러리 오픈 전에는 너무 불안해 몇 날 며칠 악몽에 시달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이렇게 반응이 폭발적일 수가 없다. 많이 행복하다”는 박연옥(50) 대표. 한국 고유의 문양을 살린 책갈피 전문 업체 (주)굿윌솔루션즈의 수장이기도 한 박 대표는 소녀적 감수성과 사업가적 카리스마가 묘하게 어우러진 ‘매력녀’다. “어려서부터 집을 가꾸는 데 관심이 많았다. 친구들은 용돈이 생기면 옷을 사곤 했는데 나는 옷보다 인테리어 소품을 샀다”고 말하는가 하면 “중학 시절부터 늘 ‘사업을 해야지’ 생각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박 대표가 반드시 하고자 하는 첫 번째는 딸과의 여행이다. “30대 초반에 사업을 시작한 후 가족을 제대로 챙길 여유가 없었다. 자연히 딸아이는 엄마에 대한 갈증이 크다. 늘 자기는 뒷전이라는 데 불만이 많았다. 몇 년 전 딸이 재수할 무렵부터 조금씩 갈등을 해소해가고 있다. 딸이 결혼하기 전 함께 한두 달 강원도 오지의 절에 들어가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만사를 제치고 온전히 딸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박 대표. 딸과 함께 농사도 짓고, 꽃도 가꾸고…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고.
두 번째는 예술가 되기. 사업을 하며 자신이 지녔던 예술적 감수성이 모조리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는 박 대표. 하지만 여전히 예술가의 창의성을 흠모한다는 그는 건축이나 인테리어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특정 공간이나 제품을 예술적으로 재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내 생활을 보다 예술적으로 덧입히고 싶다. 삶이 곧 예술이라는 점에서 그 역시 예술가가 되는 또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현재 ‘테이블11’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내년 9월 11일 ‘숟가락 젓가락 데이’ 1주년을 기념해 건축가들이 만든 젓가락 100여 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세 번째, 수도원 생활.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박 대표는 수도원 생활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어쩌다 보니 그 같은 계획은 좌초됐지만 죽기 전에 한 번은 수도사처럼 지내보고 싶다고. “더 늦기 전에 한 번은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1년 정도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삶의 궤적을 짚어보고 싶다.” 그것은 곧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 혹자는 이 여행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라 했다. 박 대표는 그 같은 시간을 통해서만 ‘마음속으로 치고 나오는 내공’을 기를 수 있음을 안다.
네 번째는 젓가락의 위상 드높이기. 3년 전 저집을 구상할 때 박 대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젓가락을 떠올렸다. 일본과 중국이 서로 젓가락 종주국이라 다투는 상황에서 다시 그 진짜 종주국이 한국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해보면 스테인리스 젓가락은 우리 음식과도, 도자기로 만든 식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옻칠이나 나전 기법을 적용한 나무젓가락이라면 다르다. 이로써 전 세계를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저집은 박 대표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이다. 40대 중반, 사업이 안정되자 극심한 공허함을 느꼈다는 그가 마음을 추스르며 구상한 것이 바로 저집이다. 그는 저집과 젓가락 사업이 ‘자신을 힐링시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밖에 박 대표는 편견 없이 사람이나 사물 바라보기, 신뢰를 주는 목소리의 성우 되기, 좋은 상대를 만나 연애하기 등으로 버킷리스트의 남은 부분을 채웠다. “버킷리스트를 준비하며 나 자신에 대해 많이생각하게 됐다. 그랬더니 너무 한심하더라. 별다른 취미도 없이 일밖에 모르고 살았더라. 나뿐 아니라 우리 세대는 모두 자신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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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bucket list ] 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리스트, 즉 목록이다.
한참 일하는 사람들이 무슨 버킷리스트라고 헛소리를 하시나. 배부른 돼지 꿈속을 헤매는 일이다. 진짜 은퇴하고 집구석에 일주일만 있어봐라. 공자,맹자 좋아하고 선비 노릇하면 똥배만 나온 달마대사 폼 나온다.
진짜 버킷리스트는 서울대 김원곤박사가 "소녀와 여행" 을 꼽았다. 빙고^^
뒤질 때까지 일할 생각들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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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