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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부산남구신문>기사
화제의 인물 - 인형옷 만드는 대연1동 이순금 할머니
“누구에게든지 보탬이 되고 싶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손수 인형옷을 만드는 할머니가 있다. 대연1동의 이순금(76세) 할머니는 약 2년 전부터 인형옷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기모노와 세일러복 등 수십 벌을 완성했다. 주로 일본 인형의 옷을 주문받다 보니 일본판 양재 책을 보고 작업을 하게 되는데, 해석이 잘 되지 않을 때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제작할 의상이 결정되면 인형의 체형에 맞게 치수를 재고서 옷본을 만들고 원단을 자른 후 박음질을 하여 마무리한다. 재봉틀 앞에 앉아 시접을 꺾는 이 할머니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품이 작은 인형옷에도 공을 들이지만 가방이나 리본 등 소품을 만들 때는 잔 손길로 더욱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 일은 주문이 있을 때마다 하게 되어 규칙적이지는 않으나 시작하면 하루에 기모노 한 벌은 거뜬히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인형옷을 만들게 된 과정은 주변의 한 여대생이 핸드메이드 의상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학비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라고 했다. 수입을 묻는 기자의 말에 적은 수공비지만 개의치 않는다며 “스스로 노력하는 학생의 건전한 정신 상태에 감동하여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라는 답변이다. 또한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누구든지 나의 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일이든 기꺼이 돕겠다.”고 덧붙인다. 이 할머니의 환한 미소에 50여 년 전 시집올 때 직접 수놓았다는 방석의 모란꽃 봉오리가 연거푸 잎을 터트릴 것만 같다. 황해도 평산 출생인 이 할머니는 한의사였던 선친을 따라 6·25때 월남하여 이곳에서 2남 1녀를 두었다. 당시 이 할머니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양재와 영문타자를 배우고 일어 공부를 하였으며, 요즈음도 남구주민자치센터에서 실시하는 서예, 일어회화, 한국무용을 수강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서 젊은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
김정화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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