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네번째 시집 [고마나루 연가] 발간
“혼돈의 자아, 공생의 길, 건강한 정서”
이석구 시집 [고마나루 연가] 값13,000원
도서출판 이든북|ISBN 979-11-6701-302-6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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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충남문화관광재단의 2024년 충남문학예술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아 발간하였습니다.
이석구 시인
고등학교 1학년, 7월이었던가. 비 억수같이 퍼붓던 날 우산도 내던지고 교복 입고 책가방 들고, 흠뻑 젖은 채 한참 동안 공주 시내를 활보했던 적이 있다. 뭔가 이글대는 가슴속 뜨거운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땅과 하늘과 그 사이 온통 메운 굵은 비 되었던 때. 왜였을까.
연서중학교에 첫 발령 받아 교사의 길을 걸으면서도 가끔은 울컥 솟던 그 감성. 각박한 삶 속에서 꽁꽁 갇혔다가 이제야 활화산으로 폭발하는 듯하다. 시에 빠져, 갓 입문한 색소폰에 빠져, 그리고 태명 몽글이와 은총이에 빠져, 점차 나르시스의 샘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20년 첫 시집 『초승달에 걸터앉아』를 출간한 이후,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흐뭇한 삶』에 이어 이번 『고마나루 연가』는 네 번째 분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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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석구 시인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공주문인협회 일을 하다가 만난 분인데 중등학교 교직에서 오래 머물다가 퇴임을 한 분으로 시라는 문학 형식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탐구하고 시를 창작하는 분이다.
나는 프랑스 사람 뷔퐁이 말했다는 ‘글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믿는 사람이고 또 시 자체가 ‘자서전’이라는 것을 스스로 믿는 사람이다. 그만큼 시는 그 시를 쓴 사람의 인생과 체험 안에 있다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같은 이는 ‘시는 체험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은 같은 의미의 말이다.
이석구 시인의 시 역시 이석구 시인의 삶과 인생을 그대로 담고 있어 보인다. 우선은 세상을 바르게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리고 선하게 보고자 하는 눈길이 또한 숨어 있다. 바르고 선하게, 그것은 교직자 이석구 시인의 지상 과제였을 것이다.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이석구 시인이 자기의 시에 담을 것이 더 있다. 그것은 조금은 덜 분명한 세계, 흐릿한 세계, 아스므라하지만 아름다울 것 같은 세계에 대한 탐구와 성취다. 말하자면 확실한 세계에서 불분명한 가정의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다.
후기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이석구 시인의 하루하루 성취를 축하하며 좋은 시집의 출간을 축하드린다. 분명히 이석구 시인은 자기에게 주어진 문학의 길을 걸어 끝내 영광의 날을 성취할 것으로 믿는다.
나태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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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구 시인의 시는 상당 부분 그의 삶과 동조되어 있다. 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그림처럼 펼쳐진 요즘 이석구 시인의 삶을 만날 수 있다. 가족과 이웃을 향한 따듯한 시선, 고통 받고 있는 존재들에 대한 절절한 연민, 고향과 유년의 생기 어린 기억 환기, 생태와 환경에 대한 예리한 성찰과 고뇌, 그리고 공주의 유적과 특별한 장소에 대한 웅숭깊은 애정 등 진솔하고 겸허한 이석구 시인의 모습들이 마치 신록 위에 환하게 내리는 햇살처럼 밝게 빛난다.
예전의 시는 소통의 도구일 뿐 아니라 인격 수양의 한 방편이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으나 이런 시의 본질적 기능은 어떤 경우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석구의 시에는 이런 점이 아주 잘 구현되어 있다. 그에겐 시를 쓰는 일이 곧 수행의 수단처럼 보인다. 나아가 그건 구도의 과정이기도 할 게다. 시가 바로 삶이고 삶이 곧 시 자체인 이 시집 속의 시들이 이를 입증한다. 이석구 시인의 시를 읽는 독자들 또한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믿는다.
조 동 길(소설가/공주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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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구의 이번 시집이 다루는 세계는 넓고 크다. 그러니만큼 그것을 일관성 있게 단숨에 요약하기는 힘들다. 이는 무엇보다 시인 이석구의 자아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저런 복잡계의 상상력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그의 시에 드러나 있는 자아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이는 또한 그의 시의 화자가 개별적인 특성과 사회적인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사적이고 개별적인 주체로 등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사회적인 주체로 등장하는 것이 그의 시의 화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그의 시의 화자가 역사·사회적 주체를 시의 전면에 등장시키는 것만은 여러모로 삼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이러한 얘기를 하는 것은 역사·사회적인 현실이 시의 대상으로 선택되면 그의 시의 화자가 다소간 불투명한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시의 화자가 역사·사회적 현실과 관련하여 혼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 평화와 안정에의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평화와 안정에의 의지라고는 했지만 이는 나날의 사람살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일 수도 있다.
이은봉(시인, 광주대 명예교수, 전 대전문학관 관장)
저기
시 감상-----------------------------------------------
빈집에 홀로 남아
능소화 곱게 피었는 걸
계묘년 장맛비는 무참히도 내리고
미호강 틈새 비집어 오송을 삼켰네
신혼의 꿈 채 익기도 전에
한숨에 말아 오른 회색빛 저 구름아
짧은, 어느 한을 품은 그리움이더냐
울부진들
펑펑 울부진들
천천의 허공에 어푸러져 목을 놓아 울부진들
아, 그게 다 무슨 소용이더냐
가까운 초량의 참사도 잊었는 걸
삼풍도 세월도 다 잊었는걸
버얼써 잊었는걸
또, 언젠가
유월의 피비에도 삼팔선은 다시 갈려
한으로 한으로만 시퍼렇게 장식하던
그 커드만 한 상흔마저 까마득히 잊었는 걸
아, 그리고
그리고 또 내일
무엇이 달라질까
깊숙이 비탄 감춘 채
빈집에 곱게 피어날 능소화
날 벼르는 그 절망도 우리는 다시, 잊었는 걸
매일매일 모든 걸 잊었는걸
머언 먼 그때에도 우리는, 그렇게 잊었는 걸
―「잊었는 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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