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2010년 사목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구의 모든 본당과 가정에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한 해 동안 “신앙의 터전인 가정”을 사목목표로 설정하여 ‘가정 같은 교회’, ‘교회 같은 가정’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교구민이 다함께 노력하였으며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사목적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교회는 언제나 세상과 유리될 수 없고 세상 안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마태 5,13-16). 따라서 올해 2010년의 사목목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로 정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물질중심의 삶이 팽배하여 다른 모든 가치관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또한 물질 우선의 극단적인 가치관은 가난과 부의 양극화 현상의 심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나만, 우리만 괜찮으면 된다는 이기심과 배타적인 자세는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우리가 자기만족만을 위해 살려고 한다면 사회는 점점 더 분열되고 갈등은 깊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우선적인 과제는 상호불신과 반목, 분쟁의 원인이 되는 다양한 계층간의 갈등을 통합하고 마음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정한 통합과 일치는 모든 이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평화로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서 내가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고 양보하며 포용할 때에만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의 어려움에 직면할수록 교회는 일치와 화해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세상에 참된 가치와 평화를 심어 주고 증거해야 합니다. “내가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 13,34)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교회는 사랑의 신비를 살고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시대는 신앙인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교회가 2010년도에 가야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 교회는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교회의 존재 목적인 선교 역시 초대교회가 그랬듯이(사도 2,42-47) 그리스도인의 삶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삶의 실천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신앙인들은 각자 생활의 증거와 말씀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특히 신앙인들은 청소년과 어린이 교육 및 노인문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더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우리 교회는 스스로가 끊임없이 변화와 쇄신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쇄신과 변화는 하느님의 뜻이며 동시에 현대 사회 안에서 교회가 찾아가야할 길입니다. 더불어 본당 사제들은 2009년 6월 19일부터 시작된 ‘사제의 해’를 맞이하면서 사제들의 주보성인이신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을 본받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목적 노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또한 신앙인들은 문화 복음화에 힘써 세속 문화를 복음화의 가치로 변화시키도록 노력합시다. 사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시대의 요구를 잘 알아듣고 이를 사목에 반영할 때, 교회를 통하여 세상은 변화하고 쇄신될 것입니다. 셋째, 우리 신앙인들은 각자 자신의 삶의 자리인 가정과 직장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고 우리 사회의 물질중심?쾌락?소비주의?반생명 문화를 그리스도의 가치관으로 변화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하느님이 부여하신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죄스럽게 하는 세상의 제도나 조건이 있다면 정의의 규범에 일치하도록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더불어 교구가 시행하고 있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실천합시다.
모든 신앙인은 세속을 향하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생명의 증인이어야 하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표지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바로 여기서 다함께 또는 각자의 몫을 따라 영신적 열매를 맺어야 할 것입니다(갈라 5,22). 아울러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의 권리를 되찾아 그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돌보고 보살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회의 사명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이 세상에 건설해야 할 하느님 나라는 진리와 생명의 나라,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입니다. 모든 신앙인들은 그리스도의 은총을 받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우리 사회에 구원의 빛으로 더 밝게 빛을 비추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은총이 충만하기를 빕니다.
2009년 10월 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
대전교구
“말씀을 증거하는 삶으로 친교의 교회 건설”
2010년 대전교구 사목교서 “말씀을 증거하는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
우리 대전교구는 은혜로운 교구설정 60주년을 보낸 후 지난해에는 “말씀을 증거하는 삶으로 친교의 교회 건설”이라는 장기적인 사목 방향을 설정하고, 지난해에는 “소공동체가 활발한 친교의 본당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하여 소공동체 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이제 소공동체 봉사자들은 사목교서에 맞추어 순교 영성교육, 선교교육 등의 단계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말씀을 증거하는 삶으로 친교의 교회를 건설하는 주역이 될 것입니다. 저는 70주년을 향한 전반기 5년(2009-2013)의 사목교서를 확장하고 보완하여 다음과 같이 발표합니다.
2009년 : 소공동체가 활발한 친교의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 2010년 : 말씀을 증거하는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 2011년 : 말씀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 2012년 : 청소년에게 활력을 주는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 2013년 : 노인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
저는 근래 몇 년 동안 형제자매들이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필사하면서 말씀에 따른 신앙생활을 하도록 강조하였습니다. 성경(구약과 신약)과 성 바오로의 해를 맞아 필사한 바오로의 서간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신자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매우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특별히 말씀을 중심으로 하는 소공동체 교육이 확산되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소공동체 교육을 마쳤거나 실시되는 본당이 43개 본당이고, 7주간의 교육을 수료한 형제자매들은 5,000명을 넘을 것입니다. 2010년에도 소공동체 봉사자 교육이 계속되어 10,000명이 넘는 기초 봉사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년에도 소공동체 봉사자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활동을 기대합니다. 저는 소공동체 봉사자들과 교구민들이 복음의 진리를 위하여 몸 바치는 일꾼으로서 거듭나는 본당 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말씀을 증거하는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라는 사목교서를 발표합니다.
소공동체 교육을 통하여 굳건한 신앙을 소공동체 교육을 수료한 형제자매들의 삶이 변하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교구 사제연수의 주제는 “소공동체”였습니다. 사제연수를 통해 소공동체 사목에 주력했던 본당 신부님들의 사례발표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소공동체는 말씀을 중심으로, 특별히 말씀을 사는 삶을 통하여 주님의 크신 사랑을 체험하는 기초교회입니다. 바로 말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초교회인 소공동체는 본당 공동체 안에서 엮어진 실질적이고 역동적인 친교의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소공동체 교육을 통해 훈련된 봉사자들은 스스로를 복음으로 무장하고 은혜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참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이들은 복음에 따른 삶을 바탕으로 주님을 만나고, 신앙생활의 활력을 얻도록 복음 나누기를 진행할 것입니다. 복음 나누기는 하느님께서 각자 안에서 행하신 “하느님 사랑의 역사”를 체험하게 하고, 소공동체 형제자매들 사이에 사랑과 친교가 자라도록 촉매 역할을 수행하리라 믿습니다. 소공동체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1990년에 반포하신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 (51항 참조)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또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교서 ?새 천년기?(43항 참조)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든지 신자들의 모임인 소공동체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기쁜소식을 이웃들에게 선포합니다. 소공동체 활동을 통하여 신자들 사이에 더 큰 사랑과 친교가 자라나고, 이웃과 더불어 하느님께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웃과 더불어 하느님께 나아가는 삶은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말씀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최고 원칙 그리스도인은 복음을 사는 말씀의 증거자입니다. 말씀을 증거하는 복음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경 안에서 말씀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생활에 옮겨야 합니다. 말씀 안에서 주님을 만나지 못하면, 말씀은 죽은 말씀이 됩니다. 그러나 말씀을 받아들이고 말씀대로 살면 새로운 힘을 받게 됩니다. 말씀에서 나오는 힘으로 그리스도인은 말씀을 증거하게 됩니다. 말씀을 중심으로 모여, 말씀을 나누는 소공동체 안에서의 만남을 통하여 새로운 힘을 받게 됩니다. 이런 말씀 중심의 만남 안에서 성령께서는 항상 함께하시면서 참석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드시고, 공동체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도록 변화시켜 주십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고자 친교와 나눔의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사도 2,42-27 참조). 우리의 장한 선조들 역시 하느님을 아버지로 영접하고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만나는 모든 이들이 형제자매로 변화되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서로간의 사랑과 구체적인 나눔을 통하여 하느님께 찬미를 드림은 물론이고,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본당 공동체를 원하시고, 현대의 사람들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본당 공동체를 이룰 때에 사람들은 교회를 신뢰하게 되고, 교회가 세상의 빛과 누룩과 소금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이웃과 함께하는 복음적인 공동체 신자들의 삶은 순교할 수 있는 용기와 힘도 줍니다.
교우촌은 소공동체의 삶 한국 교회사 안에서 우리 교구의 내포교회는 복음 말씀대로 살아간 신앙의 못자리가 되었고, 그 못자리로부터 놀라운 증거의 삶을 바탕으로 곳곳에 교우촌이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일구었습니다. 교우촌은 새 하늘과 새 땅을 열망하여 세상의 박해를 피하고, 세상의 조류를 거슬러 비굴하게 현실과 타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선택하여 모인 교우공동체입니다. 달레 교회 사가는 교우촌 공동체에 대하여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가 그 가난한 가운데서도 아무 것도 없는 형제들에게 무슨 도움을 베풀어줄 줄 알았고, 과부와 고아들을 거두어 주니, 이 불행한 시절보다 우애가 더 깊었던 일은 일찍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일을 목격한 노인들은 그 때에는 모든 재산이 정말 공동으로 사용되었다고 말한다.”(한국천주교회사, 중, 16쪽) 또한 선교사들은 교우촌을 이루며 초대교회의 신자들처럼 살고 있는 신자들의 모습에 감격하여 이렇게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주교님, 공소 교우들의 협동심은 감탄스럽습니다. 공소에서 뛰어난 미덕은 그들 서로가 사랑과 정성을 베푸는 일입니다. 현세의 재물이 궁핍하지만 사람이나 신분의 차별이 없이 조금밖에 안되는 재물을 가지고도 서로 나누며 살아갑니다. 이 공소를 돌아보노라면 마치 제가 초대 그리스도교회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사도행전에 보면, 그 때 신도들은 자기의 전재산을 사도들에게 바치고 예수 그리스도의 청빈과 형제적인 애찬을 함께 나누는 것 외에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예비자들도 선배 형제들의 표양을 본받고 있습니다.”(뮈뗄 주교님에게 보낸 보두네 신부의 서한, 1889. 4. 22) 신자들은 교우촌에서 이웃과 함께 기도하고 사랑을 나누는 삶을 통하여 새로운 세계에 대한 확신으로 목숨까지 바치는 증거의 삶을 살았습니다. 소공동체로 이루어진 본당 공동체는 선조들의 신앙과 사랑을 본받는 순교영성을 통해 영원한 미래를 바라보며, 보다 깊고 넓은 사랑과 형제애를 증거하는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입니다.
선조들의 삶을 본받는 순교 영성교육 교구에서는 말씀을 증거하는 삶을 위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순교 영성교육을 실시합니다. 순교 영성교육은 성지나 본당에서 본당별로 이루어지며, 내포교회사 연구소와 본당 주임신부가 함께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성지순례나 특강을 통해서 들었던 순교자들에 관한 단편적인 것보다 우리의 장한 선조들의 삶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본받으며, 교회사 전체의 맥락을 깊게 받아들이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한국 천주교회사와 순교 영성에 대한 영화와 강의,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기 위한 도보성지순례 등 5주간의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봉사자 양성과정에 참여하는 형제자매들은 모든 순교 영성교육에 참석할 것입니다. 또한 많은 교구 신자들이 가능한대로 순교 영성교육에 참여하도록 노력하여, 우리교구 하느님 백성의 많은 이들이 순교영성을 배워 익힘으로써 말씀을 증거하는 삶이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도약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말씀을 살아가며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우리교구 공동체를 위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시기를 매 미사 때마다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말씀을 증거하다 목숨까지 바친 순교신앙의 길로 우리를 이끄시어 복음의 진리를 위해 몸 바치는 일꾼이 되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드립니다. 교구민 모두가 소공동체 모임에 참여하여 하느님의 크신 사랑 속에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고, 순교영성을 통하여 교구 하느님 백성전체가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아 은혜로운 신앙생활을 하면서 “말씀을 증거하는 본당 공동체를 건설”하기를 기원합니다. “성경을 모르면 그리스도를 모른다.”고 성 예로니모는 말씀하셨고, 예수님께서는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마태 7,2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말씀을 알아듣고 실행하면서, 늘 예수님과 함께 사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천주강생 2009년 11월 29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
인천교구
2010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2011년 교구 설정 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는 50주년을 준비하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해 각각 ‘쇄신’, ‘성장’, ‘감사’를 주제로 하여 3개년 계획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쇄신의 해’였던 작년, 우리 교구는 ‘신자 재복음화 강화’를 역점 목표로 선포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한 해 재복음화 및 새복음화에 매진해 주신 모든 분들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올해 2010년은 ‘성장의 해’입니다. 이 한 해 동안 우리는 지난해의 쇄신을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이제 말 그대로 질적?양적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저는 세 가지 역점 목표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영적 성장을 위해 노력합시다.
교구의 성장은 신자 각자의 영적 성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각자 한 해 동안 신앙의 기본 실천 및 신앙 공부를 통해 영적 성장을 꾀해야 하겠습니다. 먼저 신앙의 기본인 매일 기도에 더욱 힘씁시다. 우리는 교회의 모든 계획과 노력이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이 믿음을 구체적으로 고백하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그러므로 올 한 해 우리는 개인적으로, 가정에서, 그리고 본당 차원에서 15분씩 더 기도할 것을 제안합니다. 특히 본당 차원에서도 교구 설정 50주년을 기해 인천교구가 질적 성장을 이루도록 주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특별기도를 매일미사를 전후하여 봉헌합시다. 또한 성사 생활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성체 성사는 교회 생활의 중심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 점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점이며 정점이다”(계시헌장, 인류의 빛, 11항). 그러기에 우리는 자주 영성체를 함으로써 그리스도 및 교우들과 일치를 이룰 뿐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고해성사는 은혜로운 성체성사를 위한 전제입니다. 고해성사는 하느님과 우리, 공동체와 각 개인의 관계를 회복시켜 줄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사명을 일신시켜 줍니다. 고해성사의 은총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앙 공부를 통해 자신의 성화 및 은사계발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매일 성경 읽기, 특강 및 교육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등 보다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둘째, 5050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합시다.
인천교구는 50주년을 맞이하는 2011년까지 50만 신자 달성을 목표로 세운 바 있습니다. 이 목표가 단순히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따라서 올 한 해 우리는 가까운 이부터 착실히 복음화 시키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외짝 신자들은 배우자를 교회로 인도합시다. 종교 다원화가 심한 우리 사회에서는 신자와 비신자가 혼인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또는 비신자 가정에서 한 사람만 교회에 나와 세례를 받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신자가 된 가족 구성원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생활 안에서 실천함으로써 다른 가족들로 하여금 교회에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젊은 부모는 자녀들에게 유아세례를 줍시다. 현대의 젊은 부모 중에는 자녀의 종교적 자유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유아 세례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는 부모부터가 가톨릭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유아세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1인 1명 선교에 힘씁시다. 각자가 한 사람씩만 선교해도 우리 교회에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선교는 신자의 첫째가는 사명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만 구원받는 것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보다 많은 사람을 구원하시고자 하십니다. 그러므로 나 하나쯤이야 하고 소극적으로 머물 것이 아니라, 각자 주인의식을 가지고 각자에게 부여된 소중한 선교 사도직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교구 영성교육 피정센터 건립에 힘을 모읍시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는 교구 영성교육 피정센터건립은 교구민 모두와 제단체들의 교육 및 활동 본거지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교구의 모든 사제들과 신자들, 특히 교구 평협, 레지오 마리애, 꾸르실료, ME, 성령쇄신회 등 교구단위 단체들은 센터 건립에 주체적으로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인천교구는 세계로 비상하는 나라의 관문에 위치한 교구로서,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목적 기반 구축이 시급합니다.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영성교육 피정센터 건립을 성사시키기 위해 은총의 시기인 50주년은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교구 사제들과 교구민 모두가 영적?물적 역량을 결집하여 우리 목전에 주어진 이 과제를 훌륭히 수행해 주실 것을 다시금 호소하는 바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는 5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충실히 행하여 다가오는 교구 설정의 희년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천주교 인천교구 교구장 최기산 보니파시오 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의 2010 - 2012년을 위한 교구장 사목교서 - 교회와 청소년 -
친애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제 1차 시노두스 이후, 수원교구는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며 시노두스의 실현 과제인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실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또한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새로운 사목체제인 대리구제를 시행하면서 새 복음화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본 주교는 역대 교구장 주교님들이 마련한 사목적이고 영적인 유산을 계승하고 전통을 보전하면서도, 수원교구가 이 시대에 더욱 역동적이면서 생명력을 갖고 지상교회에 맡겨진 주님의 사명을 다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본 주교는 수원교구 제 4대 교구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교구 복음화 실현을 위하여 실행할 ‘교구장 중점 사목 방향’을 제시하고, 그 가운데서도 2010년부터 3년간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야 할 사목 지침들을 담아 ‘사목교서’를 공표합니다.
I. 교구장 중점 사목 방향
새 복음화(Neo Evangelizatio)
1. ‘새 복음화’는 과거사를 새롭게 해석하고, 현실을 새롭게 분석하며, 세상 안에서 끊임없이 지속되는 하느님의 구원경륜을 이해하여, 우리 시대에 수용할 수 있는 복음적 언어로 전해야 하는 사명을 말합니다. ‘새 복음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가 “우리 시대의 뜻”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을 간파하고, 그분께서 맡겨주신 세상의 복음화를 새로운 열정, 방법, 표현으로 구현해 나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그동안 수원교구가 역점을 두고 시행해 온 모든 복음화의 노력들이 ‘새 복음화’의 요소에 포함될 것이며, 교구는 시대적 소명에 따라 이를 새롭게 해석하여 이 시대에 적응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수원교구의 ‘새 복음화’는 특별히 수원교구 제 1차 시노두스의 양대 실현과제인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시행해 온 <대리구제의 정착>과 <가정의 성화>가 중심축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내적 복음화(Ad Intra Evangelizatio)
2. ‘내적 복음화’는 그리스도인들이 ‘새 복음화’를 실현하고 세상의 복음화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참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오늘날 수원교구민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영적?내적 자세는 ‘참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수원교구는 ‘순교자들의 땅’이며 그 순교의 피가 젖은 땅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보편적인 가톨릭 교회도 초대 교회 순교자들의 기초 위에서 만개(滿開)하였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따라서 수원교구민은 한국 순교자들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수원교구 내 많은 성지의 다양한 지향을 바탕으로 전교구적 일치를 이루면서 순교자의 정신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내적인 순교정신을 바탕으로 이 시대에 복음적 삶을 실천하고 증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구에서도 신자들을 위한 다양한 영적 체험과 내적인 복음화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외적 복음화(Ad Extra Evangelizatio)
3. ‘외적 복음화’는 ‘내적 복음화’의 다양한 표현으로, 세상 안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를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그 책임과 사명을 수행하는 삶을 말합니다. 세상을 향한 교회의 선교적 노력은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으로, 교회의 설립부터 ‘마지막 날’까지 지향해야 하는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또한 하느님의 백성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실천하셨던 위업을 교회와 세상의 현실적 삶에 투영시켜, 가난하고, 소외당하고,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하며, 사회정의, 환경 등 다양한 교회의 대사회적 사업들을 전개해야 할 소명을 갖습니다. 이를 위해 수원교구는 지역선교, 해외선교, 사회복음화와 사회의 정의와 평화 실현, 장애인, 노인, 교도소 수인, 이주민을 포함하는 사회복지 등에 더욱 관심을 갖고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생동감 넘치는 활동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II. 2010년 - 2012년 사목 지침: ‘교회와 청소년’
수원교구 제 1차 시노두스 최종문헌 실현에 따른 성찰과 점검
4. 수원교구 제 1차 시노두스는 그 실현 과제의 하나로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채택하여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오늘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교회로 하여금 청소년 사목에 대하여 더욱 숙고하고 정진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청소년들은 교회의 재정적인 투자와 관심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며, 신앙과 교회를 멀리하고 관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 결과 청소년들의 신앙생활을 위한 오늘날 교회의 사목적 노력들은 점점 더 한계점을 드러내었으며, 이렇게 교회의 정체된 청소년 사목 구조는 결국 청소년들이 교회에 머물고자 하는 마음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원교구는 청소년 사목의 현 상황을 심각히 반성하면서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에 교구에서는 청소년국을 중심으로 각 국이 협력하여 청소년 사목의 극대화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위원들을 선발하여 위촉하고, 청소년 사목의 효율적 전환을 위한 다각적인 검토와 연구를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의식의 전환: 청소년은 사회와 교회의 중요한 주체자요 동반자
5. 오늘날 급속한 사회 문화적 변화와 경제제일주의적 환경은 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건전하게 성장하는 데에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경쟁 사회의 구조적 결함과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은 청소년들의 과도한 경쟁을 유도할 뿐 아니라, 불안한 심리적 상태를 자극하고 윤리적·정서적 성장을 저해함으로써, 그들의 인격적 성숙에 적지 않은 장애를 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방황하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기형적 청소년 상황과 문화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문제는 청소년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교회의 문제입니다. 그동안 사회는 우리 자녀인 청소년들을 교육을 받아야 하고, 양육되어야 하고, 보호받아야 할 사회의 ‘객체자’로 인식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사회와 교회에 반드시 필요하고 소중한 구성원이요, 중요한 ‘주체자’이며 ‘동반자’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청소년 사목의 주체는 청소년
6. 교회의 미래를 열어 갈 주인공은 우리 청소년들입니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교회를 책임질 소중한 주역들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항상 청소년들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교회는 청소년들을 사목의 대상으로 인식하여 마치 사회적 교육구조에 따른 교육의 객체처럼 인식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은 청소년의 위치를 교회 안에서조차 ‘교실에 갇힌 수동적인 수혜자’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3년 전 전임 교구장께서 사목교서를 통해 표명하신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사목(Pastoral of, by, for youth)’을 다시 되새겨 봐야 합니다. 이는 이미 수원교구 제 1차 시노두스 최종문헌에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제 교회는 청소년 사목에 있어서 청소년들을 사목의 주체요 주역으로 보고, 청소년들 안에 새로운 ‘가톨릭 청소년 문화’가 꽃피고 정착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청소년들이야말로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첫째 사도요, 자신들이 사는 사회 환경에서 자기 자신들 가운데서 자기 자신들을 통하여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교회의 모든 계층이 역량을 다하여 청소년 사목의 새로운 기틀과 장을 마련하기 위해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가정은 청소년들의 1차적 신앙공동체
7. 종교 교육에 있어 가정의 역할과 영역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종교 교육은 가정이 ‘가정교회’로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청소년들의 요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청소년들이 교회에 무관심한 이유는 사회·문화적 상황을 비롯한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1차적 신앙공동체인 가정의 역할 부재에서도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한 실례를 들면, 부모들이 입시 위주의 자녀 교육에는 혼신을 다하면서도 정작 신앙의 유산을 그들에게 물려주는 데는 소극적인 면을 보이는 것 등입니다. 부모는 자녀들이 다양하고 복잡한 그들의 문화 안에서 참된 가치관을 발견하고 성숙하고 올바른 신앙인으로서 미래를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그리스도교적 모범과 증거를 자녀들에게 증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시노두스 최종문헌에서 언급한 ‘자녀들의 신앙 교육을 위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사목 현장에서의 실천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교구는 대리구와 본당 공동체와 함께 부모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부모들이 자녀들의 신앙 교육에 적극적인 자세와 태도를 갖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교구의 복음화국과 청소년국은 가정 사목과 청소년 사목을 연계하여 이를 뒷받침할 것입니다.
소공동체와 청소년 사목
8. 시노두스의 결과로서 또 다른 축인 <소공동체 활성화>는 청소년들의 신앙생활을 위해서 교회가 공동 협조 체제를 갖추기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소공동체는 가정들의 연대 안에서 살아 숨쉬는 작은 교회의 모습을 더욱 드러내며, 본당 공동체와의 깊은 결속으로 교회의 청소년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전수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이러한 공동체적 책임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가도록 요청합니다. 청소년들의 신앙 교육은 그들의 가정과 본당의 교리교사들에게만 맡겨진 것이 아니므로, 가정과 반?구역의 모든 교우들이 함께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한 영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교리교사와 전문 인력의 양성
9.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 청소년 문화의 쇄신과 미래를 위해 교회에서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사목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들 안에서 봉사할 교리교사와 여러 부류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할 것입니다. 청소년 사목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그들 문화 속에서 함께 하며, 그들을 참 그리스도인으로 양성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지 못한다면, 청소년 사목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청소년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고유한 직무를 수행할 교리교사와 전문인력을 양성함에 있어서, 과거의 양성 프로그램을 재점검하고 효과적인 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새 복음화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청소년 사목을 전개해야 하겠습니다.
본당 공동체의 관심과 배려
10. 본당은 청소년 활동의 중심이며 청소년 사목의 원천입니다. 본당에서 청소년들이 살아 움직여야 역동적인 공동체가 됩니다. 본당에서 청소년 사목의 제 1 주관자요 관리자는 신앙의 교육자인 본당 주임 신부입니다. 본당 주임 신부는 보좌 신부와 수도자 그리고 교리교사의 특별한 관계 속에서 본당의 청소년 사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본당의 모든 교우들은 청소년 사목의 공동 책임자임을 의식하여 청소년들을 위한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고, 재정적인 뒷받침은 물론 실제로 그들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본당 공동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청소년들을 미래의 참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청소년 사목의 핵심적 내용은 하느님의 말씀이고, 그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본당 공동체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신앙 기초교육과 사회에서 보충하지 못하는 전인교육을 병행하여야 하며, 특별히 본당 청소년을 위한 전례는 하느님의 말씀을 느끼고 그리스도를 체험할 수 있는 최고 훌륭한 장인만큼 청소년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전례를 거행해야 합니다.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청소년을 위한 교리교사나 봉사자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본당에서는 이웃 본당이나 지구와 연계해서라도 청소년들로 하여금 신앙교육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대리구나 교구 차원에서 마련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이나 봉사자 양성 교육에도 적극 참여하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관심 가져야 할 청소년
11. 교회는 약자와 가난한 이들,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정서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그들의 생활 환경과 문화, 그리고 또래와의 관계 안에서 많은 영향을 받으며 가치관을 형성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사회는 부정적인 가치관을 형성하게 만드는 많은 요소들로 청소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도 청소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청소년 사목에서 교회는, 빈곤과 결손 가정의 청소년, 장애를 가진 청소년,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 또래 안에서 소외된 청소년, 학교 부적응 청소년, 교정대상이 되는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고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청소년 사목은 교회의 미래를 설계하고 완성시키는 무엇보다 중요한 복음화의 과제입니다. 이 복음화의 주역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입니다. 교회의 복음화 활동 안에서 성령께서는 복음의 힘으로 교회를 젊어지게 하시며 끊임없이 새롭게 하시어, 온 교회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로 모인 백성’으로 이끄실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09년 10월 27일 천주교 수원교구 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원주교구
2010년 교구장 사목교서 말씀을 선포하는 교회 - 성경과 함께하는 해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습니다."(요한1,14)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교구설정 40주년을 지낸 우리교구는, 2006년 ‘생명을 지키는 가정의 해’, 2007년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해’, 2008년 ‘아름다운 환경과 우리’의 해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9년에는 ‘봉사하는 교회’라는 사목목표를 가지고 섬기는 교회의 본모습을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고 실천해 왔습니다. 우리 각자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각 가정에서, 본당에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안에서 섬김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되짚어 봅니다. 봉사하는 삶, 섬기는 삶은 한 해의 삶의 자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그리스도인이 평생을 간직해야 할 삶의 지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대림절과 함께 새로운 한 해 2010년을 시작하며, 올해의 사목목표를 ‘말씀을 선포하는 교회’로 설정합니다.
성경은 너무나 놀랍고도 은혜로운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습니다.”(요한 1,14)
흔히 ‘하느님께서는 저 높은 곳, 그야말로 특별한 곳에 머무르시며, 구경하며 비난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벌을 내리며 심판하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하느님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오시어, 세상이 외면하던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과도 함께 웃고, 함께 우셨고, 심지어 당신을 외면하며 돌 던지던 사람들 가운데에도 함께 하시며, 그야말로 ‘우리 가운데’에서 ‘더불어’ 사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더불어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참으로 별난 하느님’으로 오해하는 것은 우리가 성경과 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의 제일 근거가 성경임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책장의 한 구석에 잘 모셔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성경이 우리 책상의 가운데에 펼쳐져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머무르시는 말씀을 우리의 삶의 가운데로 모시어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합니다. 말씀과 함께 하는 우리의 삶이 이루어질 때에야 비로소 말씀은 선포될 수 있는 법입니다. 말씀을 선포해야 하는 교회의 근본 사명은 말씀과 더불어 함께 하는 삶으로 이루어집니다.
저는 교구장으로서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성경을 자주 읽으십시오. 읽고 또 읽어서 말씀이 여러분의 뇌리에 새겨지도록 하십시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히브 4,12) 그 누구보다도 말씀과 더불어 살았던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말씀이 살아서 우리의 힘”’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읽은 말씀을 자주 묵상하십시오. 묵상은 머리에 새긴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살아있도록 해 줍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창세기에서부터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성경의 이야기들 속에서 나를 발견해야 합니다. 성경묵상은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가, 카인의 이야기가,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바로 나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해 줍니다. 성경 묵상은 치유 받은 수많은 병자의 모습 안에서, 죄 많은 여인의 모습 안에서, 세리와 바리사이와 율법학자의 모습 안에서 나를 발견하도록 합니다.
묵상한 성경의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십시오. 성당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모임들은 늘 하느님의 말씀과 더불어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떠한 작은 모임에서도 말씀과 더불어 이루어진 우리의 삶이 나누어져야 합니다. 그러한 나눔 가운데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가운데 사셨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성경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배움의 기회를 자주 가지십시오. 배움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배움은 말씀과 더불어 사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보람 있게 하는 힘입니다. 모든 교우들은 자신의 주위에 펼쳐지는 배움의 기회들에 적극 참여하십시오. 더불어 사목자들에게 강조합니다. 교구와 지구, 그리고 각 본당에서 배움의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그레고리오 성인은 성경을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피조물에게 써 보낸 한 장의 편지”라고 하셨습니다. 성인의 말씀대로 성경이라는 편지를 쓰신 분은 하느님이고, 그 편지의 수신인은 바로 ‘나’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써 보낸 사랑의 편지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 편지에 답장을 해야 합니다. 우리 각자의 삶으로 사랑 가득한 답장을 써 보내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우리들의 삶이 그렇게 되어갈 때 교회는 말씀을 선포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서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여러분, 교구설정 40주년을 지낸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50주년을 향해 절반의 걸음을 옮겨가고 있습니다. 교구설정 50주년을 맞이하게 되는 2015년이 교구의 참다운 축제의 해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우리의 발걸음을 추스려야 합니다. 이제까지 교구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신앙 안에서 일치하여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또 삶으로 그 기쁨을 드러내왔던 것처럼 수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올 한 해, 말씀 안에서 더욱 힘을 받아 함께 나아가도록 합시다.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큰 축복과 은총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2009년 11월 29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원주교구 교구장 김지석 야고보 주교
의정부교구
2010년 의정부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2코린 5,14).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교형자매 여러분!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바랍니다”(1코린 1,3). 교황 성하께서는 지난 3월 16일 2009년 6월 19일부터 2010년 6월 11일 까지를 “사제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또한 지난 6월 29일에는 바오로 성년을 은총 안에 성료한 바 있습니다. 내년 8월 12일부터 15일까지는 우리 교구에서 한국청년대회(KYD)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 각 행사는 독립적이면서도 ‘사랑’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세 사건에 스며있는 ‘사랑’의 주제에 초점을 두면서 올 한해를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에 불타 이웃 사랑을 널리 실천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착좌 후 첫 번째 회칙으로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반포하셨습니다. 성하께서는 이 회칙에서 “하느님이 사랑”이시며, 이 사랑이 “하느님에게서 나오고 우리를 하느님과 일치시켜 주기 때문에, 사랑이 ‘하느님’이 되는 것”(18항)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후에 반포하신 회칙을 통해서도 교황 성하께서는 사랑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임을 계속 강조하셨습니다. 성하께서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으므로(1요한 4,10참조), 사랑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계명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사랑의 은총에 대한 응답”(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이라고 가르치심으로써 저희가 기꺼이 사랑의 응답을 하도록 요청하셨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라는 말씀을 사목교서의 주제로 삼은 것은 교황 성하께서 이 시대에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촉구하시는 사랑의 의무를 따르자는 요청인 동시에, 바오로 성년에서부터 시작되어, 올해 선포된 사제 성년, 그리고 내년에 있을 한국 청년대회에 이르기까지 관통하는 주제가 그 깊은 의미에서 사랑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성년은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으로 일생을 복음선포에 바치셨던 사도 바오로의 모범을 따르는 해였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으로 온 생애를 스스로 사랑이 되어 사셨습니다. 그분의 선교, 교우, 교회에 대한 열정은 모두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 불타는 사랑이 사도를 세상으로 재촉한 것입니다. 사제 성년 역시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이 씨줄과 날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사제의 해를 위해 ‘그리스도의 충실성, 사제의 충실성’이라는 주제를 선택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주제 역시 “우리가 사랑하는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1요한 4,19)라는 구절에서 보듯 하느님 은총의 절대 우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주제는 시간 안에서 사랑의 이름이 바로 ‘충실성’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가운데 사랑하는 자유를 반드시 지키는 진정한 충성도 보여주고 있습니다”(사제의 해 선포에 관한 교황청 성직자성 공문). 교황 성하께서는 이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사도적 명령이 직무 사제직의 본질”이라고 가르치십니다. 따라서 ‘영적 완덕을 향한 사제들의 노력’이 지향하는 바도 이 사랑에 있다 하겠습니다. 한국 청년대회는 “우리는 하느님께 희망을 둡니다”를 주제로 젊은이들의 사도적 소명과 내적 쇄신을 일깨우는 것을 목적으로 개최됩니다. 이 대회를 통해 교회 안팎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은 오로지 하느님께로 부터만 오며, 그 분께 희망을 걸 때만 꿈도 미래도 열린다는 것을 일깨워주게 될 것입니다. 젊은이들도 사랑이신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는 이들이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초대하고, 그들을 사랑해야 합니다. 청년대회는 이러한 사랑이 만나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 세 방향으로 주님께서 저희에게 재촉하시는 사랑을 다음과 같이 실천하도록 권고합니다. 먼저, 사제의 해를 맞아 사제들에게 권고합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사제의 해를 선포하시면서 “사람들이 사제 안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유일한 보화가 하느님”이라는 점을 강조하시고, 모든 친교의 원천인 “하느님과 맺는 친교의 전문가”가 되어 겸손과 신뢰를 가지고 자기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주님과 만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요청하셨습니다. 아울러 선교의식이 언제나 교회선교의 핵심이기에 “신앙에 대한 분별력이나 개인의 생활습관이나 덕성으로, 사랑의 실천과 문화 속에서 사제로서 현존하고 확인되고 인정받도록” 노력을 촉구하셨습니다(교황성하 연설). 이에 사제들은 이 해를 “내적 쇄신을 통하여 고유한 신원과 사제단의 형제애, 자기 주교와 이루는 성사적 관계를 기쁜 마음으로 재발견하는 기회‘(교황청 성직자성 공문)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신자와 수도자들은 이 해에 사제들이 성덕에 이르는 은총을 풍성히 받고, 직무 사제직에 대한 소명을 더욱 깊이 깨달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고 묵상하며, 사제들이 거행하는 전례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바오로 성년을 계기로 교우 여러분이 전 교구적으로 시작했던 성경 읽기, 성경 필사, 그리고 선교에 대한 관심과 노력도 계속해야 하겠습니다. 선교에 대한 관심은 교황 성하께서 사제의 해에도 계속 강조하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선교는 사도 바오로처럼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으로 불타야 가능합니다. 그 사랑을 전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하느님 사랑에 불타야 누구 앞에서나 담대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랑에 불타기 위해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의 시간을 자주 갖으시기를 바랍니다. 교구에서는 여러분들이 선교에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교자료를 제작하여 보급할 것입니다. 이를 활용하여 교구 내에서 아직 하느님을 모르는 분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울러 앞에서 권고하였듯이 사제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일 ‘사제들을 위한 기도’나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의 사랑의 기도를 바쳐주시길 바랍니다.
세 번째로, 우리 교구에서 열리는 청년대회를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회적인 여러 여건들로 인하여 희망을 상실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주님 안에서 희망을 볼 수 있도록, 그래서 주님 안에서 미래의 꿈과 이상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전국에서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주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저희 교구로 찾아올 것입니다. 그들이 편히 지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이 행사를 계기로 주님께 희망을 두는 가치관으로 새로워지고, 교회의 미래주역으로 뿐 아니라, 이 사회의 중추적인 일꾼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기도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청년대회를 위하여 교구가 각 본당과 신자 여러분들에게 청하는 일이 있을 때 기꺼이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경제위기, 금융위기로 인하여 많은 이웃들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의무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입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교회를 통하여 즉, 사랑을 실천하는 여러분을 통하여 우리의 이웃들이 희망을 발견하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새해에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으로 불타 온 누리가 하느님으로 기뻐 용약할 수 있도록 서로 아껴주고, 존경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할 것을 굳게 다짐합시다.
“좋으신 당신 이름에 희망을 둡니다” (시편 52, 11).
천주강생 2009년 11월 29일 대림첫주일에 천주교 의정부교구 교구장 이한택 요셉 주교
대구대교구
[2010년 교구장 직무대행 사목교서] "2011년 교구 설정 100주년, 다시 새롭게" "2010년, 도약의 해"
+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10년 경인년 새해에 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들께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게 내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교구발전을 염원하시다가 우리 곁을 떠나신 최영수 요한 대주교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대주교님의 선종은 교구민 모두에게 큰 슬픔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슬픔보다는 최대주교님께서 남겨주신 교구발전과 지역사회의 평화를 위한 유지를 충실히 계승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100주년을 앞둔 우리 교구를 잘 이끌어 나갈 교구장께서 하루빨리 선임될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최대주교님을 위해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현재 우리 교구는 교구설정 100주년이라는 은총의 시기를 맞이함과 동시에 교구장좌 공석이라는 시련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다’는 신앙의 신비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저는 교구민 여러분들과 함께 교구의 당면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교구 사정이 다소 어렵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은다면 교구설정 100주년은 우리 교구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는 지난 2008년부터 3년의 기간을 정해 교구설정 100주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두 번째 해인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비전의 해’를 보내면서 현재와 미래의 교회를 전망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논의와 의견수렴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러한 논의와 의견수렴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0년 올해는 100주년 준비 마지막 해로 ‘도약의 해’입니다. 우리 교구가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교구민들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교구의 계획과 노력에 교구민 모두가 적극 참여하여 교구설정 100주년 기념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첫째, 제2차 교구시노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합시다. 교구시노드가 교구에 대한 교구민 모두의 사랑과 관심을 모으는 구심점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제2차 교구시노드는 “새시대, 새복음화”라는 지표 아래 ‘새복음화의 비전’과 ‘성숙한 교회공동체실현’이라는 두 개의 의제를 도출하고 이를 다섯 개의 세부주제로 나누어 활발히 논의하고 있습니다. 준비위원들뿐만 아니라 모든 교구민이 시노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여야 할 것이며 제2차 교구시노드가 우리 교구가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나가는 귀중한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둘째, 100주년 기념 대성당 건립에 우리의 온 마음과 정성을 모으도록 합시다. 지난 2년 동안 우리 교구는 100주년 기념 대성당 건립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다듬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올해는 대성당 건립과 그에 필요한 건축비 모금 안을 확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겠습니다. 나아가 100주년이 되는 2011년에는 건축의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100주년 대성당을 건축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큰 은총입니다. 비록 제반 경제여건이 어렵지만 우리가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힘과 정성을 모아 추진해 나간다면 100주년 대성당은 우리 신앙의 살아있는 표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100년사 편찬을 마무리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 교구는 100년사 편찬준비위원들을 중심으로 교구의 100년 역사를 꾸준히 정리해왔습니다. 100년 역사는 우리 교구의 삶의 총체이기에 과거 역사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미래의 지침으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100년사 편찬에도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100주년 기념사업이 잘 추진되고 100주년이 우리 교구가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기도와 영성이 그 토대가 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제자들은 교회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시편을 떠올리면서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킬 것”(요한 2,17)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교구설정 100주년을 목전에 두고 저는 우리 교구에 대한 열정이 우리 모두를 집어삼킬 수 있도록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시기를 소망합니다. 특히 교구의 모든 사제들이 선두에 서서 교구를 위한 기도와 영성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교구 전체로 번져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미 우리 교구의 사제들은 ‘사제의 해’를 지내면서 ‘거룩한 사제, 사랑 충만한 사제, 행복한 사제’라는 소주제와 실천사항(천대교 2009-123 참조)을 정하고 삶으로써 모범을 보이기로 다짐하였습니다. 교구민 모두도 교구를 위한 기도와 영성운동에 기꺼이 동참하고, 그리하여 교구민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100주년의 의미를 깊이 새기며 새로운 100년을 향해 힘차게 도약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교구의 주보이신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우리 교구를 보호해주시기를 청하며 교구민 모든 분들께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가득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로마 12,1)
2009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 교구장 직무대행 조환길 타대오 주교
부산교구
2007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반세기 바탕 위에 복음화의 새 출발"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07년은 우리 부산교구 설정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 교구는 주보이신 ‘묵주기도의 성모님’께 의탁하며 복음화를 향한 50년의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교구는 신앙공동체로서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도 끊임없이 내 ·외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함께 해주신 모든 교구민과 은인들께 감사드립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은 모든 이를 구원의 길로 초대하시고 부르시는 하느님께 나아가는 희년이며 은총의 해입니다. 이 희년의 정신으로 항상 쇄신하는 신앙공동체가 되어 더 큰 성장으로 부르시는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는 기쁨의 해, 은총의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반세기의 여정을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하느님께 대한 오롯한 믿음, 사랑 그리고 희망 안에서 복음화를 향해 새롭게 출발합시다.
희년 정신을 되새기며 우리는 가톨릭교회가 희년의 의미와 기쁨을 한껏 누렸던 지난 2000년 대희년을 기억합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이하여 이 희년의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며 “너희는 이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한 해로 선언하고,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 이 해는 너희의 희년이다”(레위 25, 10)라는 말씀이 우리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해방의 해”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눈 먼 이들은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 보내는 주님 은총과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온 세상에 전하는 시기입니다. (루카 4, 18-19 참조)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주시는 기쁜 소식에 다시금 귀 기울이며, 하느님 안에서 자신과 이웃을 용서하고, 하느님과 일치하는 교회 공동체를 건설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나부터 복음을 받아들여 기쁨과 찬미의 삶으로 변화되어 세상에 평화와 사랑을 증거하고 선포해야 합니다. 특히 하느님이시면서 비천한 인간의 모습을 취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을 증거하는 주님 은총의 해가 되도록 합시다.
반세기를 성찰하면서 이런 희년의 의미 안에서 교구 설정 반세기를 돌아보면, 모든 분들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많은 성찰과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 감사하는 마음 1890년 경상도 지역의 복음 전파와 사목을 위해 부산진성당(현 범일성당)이 설립된 이후로 우리 교구는 복음 선포의 복된 여정이었습니다. 1957년 부산교구 설정 당시 경상남도 전체 지역의 인구 3,770,209명 중 신자 수 40,995명(인구대비 신자 비율이 1.1%), 성직자 27명, 본당 27개로 출발하여 교구 설정 10여 년 만에 마산교구를 분리할 정도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성장의 밑바탕에는 당시 96.7%나 되는 수계신자의 신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7년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교구는 현재 교구관할지역 인구 550여만 명 중 총 신자 수가 40여만 명에 이르며 인구대비 신자 비율이 7.2%, 성직자 302명, 본당 105개로 성장하였습니다. 반세기 동안 우리 교구는 지역 복음화의 기초를 다지며 사제 양성을 위한 교구 신학교와 그리스도의 정신을 가르치는 교육사업으로 4개의 고등학교와 1개의 대학교를 운영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역민들에게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는 부산평화방송개국 및 메리놀병원, 부산성모병원을 개원하여 운영해왔습니다. 또한 2000년에 들어서면서 시작한 소공동체 사목은 작지만 알찬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말씀 안에서 생활하는 공동체는 신앙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우리 교구는 히로시마교구(일본)와 인판타교구(필리핀)와 자매결연을 맺어 아시아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함께 노력을 하고 있으며, 히로시마교구에는 선교 사제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의 바탕에는 그동안 주님께 대한 한결같은 믿음으로 어려운 고비를 지혜롭게 잘 헤쳐 온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모두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이하면서 특별히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2. 성찰과 반성 현재 부산교구의 인구 대비 총 신자 비율은 전국 평균 9.5%에 못 미치는 7.2%에 불과하고, 비 수계신자 비율(냉담자, 거주 미상자)도 49%나 됩니다. 예비신자 입교의 비율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주일미사 참석률은 20%로 대단히 저조한 상태입니다. 더구나 이런 감소추세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교구의 미래를 대단히 염려스럽게 만드는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일학교 학생 수도 저출산과 타지방 전출, 고령화되는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매우 저조한 실정입니다. 초등부의 경우 재적율이 42.6%이고, 중등부는 18.8%이며, 고등부는 10.4%로 매우 낮은 상태입니다. 또한 20대의 청년들도 대부분 교회를 멀리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교회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신앙생활은 매우 심각합니다. 청소년들이 미래 교구의 잠재력이라는 인식에 비해서 교구의 현실적인 상황은 교육 내용과 방법, 투자와 관심, 전문성 등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노인에 대한 문제 등 사회의 구체적 현실에 대한 사목적 현안들은 오늘날 우리 교구에 내적인 변화와 새로운 길을 요청하는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현상들에 대하여 교구는 현 시대를 읽는 눈이 제대로 열려있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주님께서 맡겨주신 당신의 사명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뉘우칩니다. 이제 50년이 지난 지금 교구 공동체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출발 2007년을 출발로 우리 교구는 앞으로 다음과 같은 비전을 가지고 복음화의 길을 가도록 하겠습니다.
1. 내적 변화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길 1) 복음으로 거듭나는 본당 2) 지속적인 소공동체 사목 3) 기다리는 선교에서 찾아가는 선교 4) 섬기는 사목자상 구현
2. 사회 안에서 교회의 예언자적 활동 1)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 2) 사회 정의와 평화의 지속적 운동
3. 청소년 사목 - 가르치는 사목에서 돌보는 사목으로
위의 세 가지 비전을 중심으로 2007년 사목 계획을 수립하시되 아래 사항은 중점적으로 다루시기 바랍니다.
2007년 사목 계획 수립에 포함시킬 중요 세부 사항
1. 소공동체 정신이 살아 숨쉬는 교회 1) 월 2회 이상 소공동체 모임하기 2) 소공동체가 함께 하는 4복음서 필사 3) 구역 내 쉬는 교우 월 1회 방문하기 4) 한 소공동체 한 독거노인 돌보기 5) 우리 동네 깨끗이 가꾸기
2. 청소년 사목 - 주변 사목에서 중심 사목으로 1) 교사회 - 성경 교육을 통한 교사 재교육 실시 2) 청년회 - 주1회 성경 중심의 모임 정착 3) 초등부 - 성경 읽기, 쓰기, 외우기 교육에 중점 4) 중고등부 - 지구 단위의 교육 및 또래 문화 활성
2006년 12월 3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부산교구 교구장 정명조 주교
+++
2010년 사목 지침
좋은 본당 가꾸기 2 (냉담교우 초대의 해) “하느님 우리 아버지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콜로1, 2)
우리는 2007년 부산교구 50주년을 지내면서 ‘반세기 바탕 위에 복음화의 새 출발’을 기치로 내세워, 그 세 번째 해인 2009년에는 ‘좋은 본당 가꾸기’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올해는 그 연속선에서 ‘좋은 본당 가꾸기’를 심화시키는 둘째 해로 삼고자 합니다.
좋은 본당이 되기 위해서는 본당 공동체 구성원의 활기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냉담교우가 증가하고 주일미사 참례자가 감소하는 공동체가 좋은 본당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좋은 본당 가꾸기 두 번째 해의 사목 방향으로 냉담교우 감소를 위해서, 냉담교우들을 공동체에 초대하기 위해서 모든 사목적 노력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사목 계획을 총동원하시기 바랍니다.(부산교구 작년 말 기준 냉담률 : 전체 신자의 52.4%)
그리고 올해 각 본당에서는 애써 영세시킨 신영세자들이 냉담하지 않도록 세례 후 신앙적응 교육을 사목 계획에 포함시키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신자들이 기쁘게 찾아오는 좋은 본당이 되도록 사목자와 신자 상호간에 협력의 관계를 돈독히 하셔서, 신자 공동체가 감동하는 사목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실천 사항 - 냉담교우의 공동체 초대를 위한 연중 활동 계획 (보조 자료집: '냉담교우 초대 계획서' 참조) - 신영세자에 대한 체계적인 후속교육 실시 (보조 자료집: '신영세자 신앙 적응 교육 자료집' 참조)
2009년 11월 29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부산교구 교구장 황철수 바오로 주교
청주교구
주님과 함께 ‘이웃으로, 세계로’ 둘째 해 말씀 실천으로 복음화 토대를 놓읍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지난해를 돌아보며 먼저 교구에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새해에도 교구 공동체가 복음화에 헌신하도록 이끌어 주시리라 믿으며, 저는 희망찬 2010년을 말씀 실천으로 ‘복음화 토대를 놓는 해’로 정합니다. 교구는 2020년 20만 교구 공동체를 이루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세웠고, “나 자신과 가정에서부터 말씀과 성체 중심의 삶을 살며 가장 작은 이를 섬기고 이웃과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공동체”를 이루는 사명을 함께 다짐했습니다. 이러한 비전과 목표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말씀 실천으로 기초를 튼튼하게 다져야 합니다(마태 7,24-27 참조).
“말씀에 젖어 사는 사제” 2. 사제는 복음화의 토대입니다. 사제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고, 사제직은 복음 자체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하기 때문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548-1553항 참조).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1786-1859) ‘선종’ 150주년을 맞이해서 ‘사제의 해’(2009.6.19-2010.6.11)를 선포한 그 첫 번째 이유는 “사제들이 현대 세계에서 더욱 힘차고 분명한 복음 증거를 위하여 내적 쇄신의 노력을 강화하자는”(교황 베네딕토 16세, 2009.6.16) 데에 있습니다. 비안네 성인은 “하느님의 마음을 따르는 착한 목자는 좋으신 주님께서 한 본당에 주실 수 있는 최고의 보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사제들이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고 하느님의 고귀한 은총의 도구가 되려면 다음 두 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첫째, “우리는 정말 하느님의 말씀에 젖어 사는가? 그 말씀이 참으로 빵이나 이 세상 것들보다 더 우리를 살찌워주는 우리 삶의 양식인가?”(베네딕토 16세, 성유 축성 미사 강론, 2009.4.9). 둘째, “우리는 양 떼를 잘 알고 사랑하고 있는가?” 주님께서는 당신 양 떼를 보살피는 것이 당신께 대한 사랑의 증거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요한 21,15-17 참조). 그러니 우리 모든 사제는 주님 사랑과 교우 사랑에 충실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예수님을 삶의 중심으로 삼고 목자적인 사랑으로 방방곡곡 양떼를 찾아 나선 최양업 신부님을 귀감으로 삼아, 그분의 신앙과 삶, 그리고 선교 열정을 본받도록 늘 힘써야 하겠습니다.
신자 모두가 선교사 3.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마태 28,19) 주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명하신 복음 선포는 교회의 일차적인 사명이요 이웃 사랑의 우선적 의무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선교사명에 소극적인 신자가 적지 않으며(신자설문결과보고서 2006), 냉담교우 또한 적지 않습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교구 공동체는 “선교의식을 어떻게 고취시킬 수 있는가?”를 숙고해보아야 합니다. 또한 “어떻게 냉담한 교우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를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이 문제의 근원은 결국 신자 개개인의 깊은 믿음과 신앙체험 결여, 그리고 교회 공동체 친교 결여에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앙을 체험한 신자는 당연히 선교하게 마련이고, 신앙체험은 말씀 실천과 공동체 친교 안에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당은 예비자 교육에서부터 말씀과 체험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고, 성경사도직 활성화(시노드 최종문헌, 선교, 13항)와 신자평생교육(선교, 9항)을 통하여 선교열정을 일깨우며, 정기적인 가정방문과 실질적인 신자파악을 통하여 냉담교우 재복음화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교구는 소공동체와 공소활성화, 선교학교 개설(선교, 12항), 평생교육모델 개발에 힘써 지역사회선교와 해외선교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선교, 11-12항, 16-18항. 23항. 26항 참조 ).
청소년 복음화의 주체인 청소년 4.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루카 18,16)고 말씀하십니다. 시노드 의견수렴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교회에서 멀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청소년 신앙교육의 첫 교사인 부모의 무관심이었습니다(시노드 열린마당 2006). 또한 청소년이 교회에서 멀어지는 데는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은 물론 ‘교리교사의 부족’, ‘청소년을 위한 공간과 재정 지원 부족’ 등 사회와 교회의 책임도 큽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부모들의 신앙교육의 중요성 재인식뿐만 아니라, 청소년 자신과 교회 공동체의 의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시노드 최종문헌에서 언급하였듯이, 우선적으로 청소년들을 “사목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중요한 동반자로 삼아야”(청소년, 8항) 합니다. 즉, 청소년은 사목의 우선적인 대상일 뿐 아니라 복음화의 적극적 주체이고 주역입니다. 청소년이 복음화의 주체가 되려면, 청소년 스스로 먼저 말씀을 가까이 하여야 합니다. 본당은 청소년에 대한 본당차원의 관심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이 복음의 사도가 되도록 ‘성경공부’와 ‘또래 사도’ 활성화를 통해 청소년 사도직 강화에 힘쓰고, 교구는 지구중심의 청소년 사목 모색과 교구 청소년센터 건립(청소년, 19항) 등으로 청소년 사목의 기초를 놓고자 합니다.
말씀을 맛 들이는 가정 5. 예수님께서는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루카 3,51) 지내셨습니다. 가정은 교회와 사회의 기본 세포이고, 미래의 교회는 가정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인 가정이 여러모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위기에 처한 가정을 바로 세울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가정이 가정제도의 창시자이신 하느님께로 돌아가게 할 수 있겠습니까? 가정이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려면, 가정은 가정복음화의 주체로서 하느님의 말씀을 맛들이고 함께 기도하고(사제직), 친척과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며(예언자직), ‘이웃으로, 세계로’ 시야를 넓혀 나눔으로써(왕직) 가정사도직을 실천하여야 하겠습니다(시노드 최종문헌, 가정, 7-14항 참조). 본당은 각 가정이 함께 기도하고 봉사하며 복음을 선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이 함께하는 소공동체 모임을 ‘효과적’이며 ‘점진적’으로 시행하도록 힘쓰고, 노인사목의 토대를 마련해야 하겠습니다(가정, 12항. 14항 참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교구는 통합적인 가정사목을 지향하고, 각종 자료와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며, 교구 현실에 맞는 ‘가정사목 지침서’(가정, 17항) 발간에 힘쓸 것입니다.
매괴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며 6. 끝으로 저는 우리의 도움이신 매괴 성모님께 교구 공동체가 2020년 20만 공동체를 이루며 ‘이웃으로, 세계로’ 도약하기 위하여 말씀을 매일의 양식으로 삼아(마태 4,4 참조) 선교?청소년?가정 사목의 기틀을 잘 놓을 수 있도록 전구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특히 교구 공동체가 선교 열정을 회복하고,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며, 가정사도직을 재인식할 수 있도록 전구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교구 공동체, 그리고 지역사회에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이 가득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
주님과 함께 ‘이웃으로, 세계로’ 둘째 해(2010년) 말씀 실천으로 복음화 토대 놓는 교구 공동체
실천지표
2050 실천운동 복음화 토대 놓기
1. 2050 실천운동 - 비전 2050 실현(예비자와 미사참례자 50%증가와 냉담교우 50% 감소로 2020년 20만 교구 공동체 구현) - 중·장기 교구·본당 사목계획 수립 - 새 양, 잃은 양 찾기 ‘11운동 ’(신자 1인 새 양 · 잃은 양 1인 찾기) 1단계(2010): 예비자 카드 · 선교희망카드 봉헌과 냉담교우 실태 파악하기(Wake-up 11) <냉담교우(주소확인, 행불자), 첫영성체 미필자, 혼인장애교우(조당교우) 파악>
2. 복음화 토대 놓기 1) 가정 - 가정기도의 날 제정과 가정사도직(이웃사랑실천하기) - 말씀 실천(창세기, 루카복음)과 선교의 요람인 가정(가족, 친척과 이웃을 성당에 초대하기) - 우선적인 자녀 신앙교육(성경 읽기, 저녁기도 같이 하기 등)
2) 본당 - 성경사도직 활성화 - 또래사도 프로그램 참여를 통한 청소년지도자 양성 - 가정이 함께하는 소공동체(성모의 밤, 예수성심의 밤, 구역성지순례 등) 모색
3) 지구 - 지구 사제 영성 모임(월 1회) - 도농 협력 체계 모색(도시본당과 시골본당 결연) - 지구 차원의 청소년 사목 모색
4) 교구 - 교구 청소년 센터 건립 - 교구 가정사목지침서 발간 - 교구 신자평생교육모델 개발
2009년 11월 29일 천주교 청주교구 교구장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
마산교구
2010년 교구장 사목 교서 순교 영성으로 세상의 복음화를!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은총과 평화를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1코린 1,3) 그동안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교구 설정 40주년을 전후로 하여 성경 읽기와 쓰기, 개인과 가정의 성화, 생명 사랑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을 살기 위해 모두 함께 마음을 모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신원을 새롭게 자각하고, 모두가 그분의 살아계신 말씀 안에 스며들고자 애를 써왔습니다. 아울러 우리 안에 가득해진 하느님 말씀의 힘과 은총은 우리로 하여금 개인의 차원을 넘어 각 가정과 본당 공동체를 중심으로,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봉사와 증거의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에 세상의 구원과 복음화를 위해 굳은 신앙심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교구 내 모든 분들께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경의를 표하고 목자적인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순교 영성의 근원 - 순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앞으로 3년 동안 교구 사목의 정신과 방향의 지표를 ‘순교 영성으로 세상의 복음화를!’이라 정하고자 합니다. 순교영성은 한국 천주교회의 대표적인 영성입니다. 순교영성은 일차적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고 순종입니다. 그것은 승복이고 의탁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하느님께 제물로 봉헌하는 순교는 행복을 위한 최상의 선택이자 결단입니다. 이 선택 이외에 또 다른 선택으로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신앙 고백입니다. 그래서 순교의 피가 흐르면 그 피는 또 다른 그리스도인들을 탄생시키기 때문에 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인의 씨앗(떼르툴리아노)입니다. 그러므로 순교는 하느님을 믿기 때문에 선택하는 가장 숭고하고 자유로운 증거 행위입니다. 순교 영성의 근원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강생, 철저한 순종, 십자가의 죽음, 이 모든 것이 순교 영성의 핵심입니다. 수난 전날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뜻에 전적으로 자신을 내어 맡기셨습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3-8) 예수님의 철저한 자기 비움은 이기심으로 가득한 세상을 향한 사랑의 증거요, 우리로 하여금 순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겸손과 봉사의 삶을 살게 하는 영성으로 작용합니다. 순교 영성의 정점인 예수님의 삶은 철저한 이타적인 사랑의 삶입니다. 나를 위한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전적으로 너를 위한 사랑과 희생의 삶으로 옮아감으로써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요한 12,24) 빠스카적인 삶입니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그리고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라고 말씀하시고 직접 그대로 사셨던 그리스도의 모습에서 우리는 순교 영성의 원형을 배웁니다.
순교 영성과 ‘예수 살이’
모든 교구민, 수도자 그리고 형제 사제 여러분 모두는 순교자들의 후예입니다. 항상 주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모이고 주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갑니다. 이는 우리가 어떠한 영성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방향과 과제를 동시에 안겨줍니다. 그동안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봉사와 증거의 삶을 살고자 노력한 우리들입니다. 이제 더 한층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어 바치는 순교자적인 사랑과 영성을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아야 합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에 직면합니다. 고통 그 자체는 우리를 힘들게 하고 우리의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십자가에 참여하는 좋은 기회로 삼는다면 고통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주님께서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고 말씀하십니다(마태 11,28-30). 하느님과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통의 의미를 신앙으로 승화시켜 나간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직접 체험하는 기쁨을 맛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예수 살이’ 입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수많은 유혹이 존재합니다. 유혹은 하느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세상의 혼란스러운 가치관들입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 39b) 하고 기도하시면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마태 26,41)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순교영성에 바탕한 ‘예수 살이’의 모습은 생각과 말과 행동의 가치관을 세상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두는 것(콜로 3,2)을 의미합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요한 14,6) 예수님을 따라 진실하게 살아가는 삶, 바로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예수 살이의 모습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예전처럼 피 흘려 생명을 바쳐가면서까지 하느님을 증거하고 진리를 증거하는 시대를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극도로 세속화된 세상 안에서 신앙의 참 진리를 수호하고 지켜야 한다는 소명과 책임은 막중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취미’가 아니며, ‘사상’도 아니며 ‘이데올로기’도 아닙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그리스도가 사시는 것이다”(갈라 2,20)라는 고백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다운 행동과 말은 하느님의 눈으로 이 세상과 사물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는 데에서 순교 영성과 연결 됩니다. 하느님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고 인간을 바라본다는 것은 이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를 거슬러 살아감을 의미합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과 세상의 시류에 맞는 흐름을 거슬러 하느님의 법에 따라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일상생활에서 증거하고 드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순교 영성과 세상의 복음화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교구 설정 40주년을 전후하여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그분의 말씀을 중심으로 봉사와 증거의 삶을 살아온 우리들이, 앞으로 3년 동안 ‘순교 영성으로 세상의 복음화를!’이라는 교구의 사목 지표에 따라 살아가기를 결심하고 다짐합니다. 올해 우리는 1984년 세계 보편 교회의 성인 성녀로 선포된 한국 순교 성인 103위의 시성 25돌을 기념하고, 아울러 현재 한국 천주교회는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순교자들의 후예들인 우리로서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사목 지표라 생각합니다. 우리 마산교구 역시 다섯 분의 시복 시성 대상 순교자(구한선 타대오, 신석복 마르코, 정찬문 안토니오, 박대식 빅토리노, 윤봉문 요셉)를 모시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교구민 모두가 하느님을 보다 더 깊이 증거하는 순교의 영성으로 충만해야 한다는 사실을 암시해 줍니다.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에 맞갖은 삶으로 응답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순교 영성의 실천은 바로 생활 속에 내 자신을 끊임없이 내어 바치는 희생과 헌신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할 때 세상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 복음의 빛으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교구민 모두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순교 영성을 다시금 새롭게 일깨우고, 끝까지 하느님의 말씀을 증거했던 순교자의 삶을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교구 내에 순교 영성의 향기가 가득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세상과 인간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치는 깊은 사랑으로 순교의 전형을 보여주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총이 널리 확산되어,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의 복음화에 헌신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 결과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하신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온전하게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을 키웁니다.
<실천사항>
순교 영성을 통해 세상의 복음화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1. 순교하는 마음으로 성경 쓰기와 읽기에 모두가 동참합니다. 2. 순교 영성의 고취를 위한 교육과 피정에 적극 동참합니다. 3. 교구 내의 다섯 순교자 묘소를 자주 방문하고, 가능하다면 도보로 순례합니다. 4. 순교자 현양 사업을 위한 후원회의 조직과 활성화에 뜨겁게 동참합니다.
2009년 11월 29일 대림절을 시작하면서 천주교 마산교구 교구장 안명옥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
안동교구
2010년 교구장 사목교서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사는 기쁨을! - 서로 나누고 섬기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교회 -
1.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2009년 9월 20일에 전 교구민이 함께 모여 교구 설정 40주년 감사미사를 드렸습니다. “기쁘고 떳떳하게!”를 힘차게 외치며 교구사명선언문의 내용을 노래말에 담아 한 마음 한 목소리로 불렀던 우리의 합창은 아직도 우리 귓가를 맴돌아 그때의 감동을 되살아나게 합니다. 전 교구민이 함께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는 다짐을 온 천하에 공표하였고 이는 또한 안동교구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삶이 되어야 한다고 확인하였습니다. 우리는 교구 40주년을 준비하면서 2007년부터 교구사명선언문의 내용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우리 삶의 현장에서 실현하려고 함께 노력해왔으며, 2010년 올해는 이를 마무리하는 해입니다.
사목 방향
2. “우리는 이 터에서 …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이것이 올해 안동교구가 목표로 삼는 삶의 방향입니다. 그리하여 ‘서로 나누고 섬기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교회’의 모습을 우리 삶의 현장 곳곳에서 함께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교구사명선언문의 내용에 따라 2007년부터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를 지향하며 우리가 단계적으로 함께 살아온 구체적인 삶들이 2010년도에는 ‘서로 나누고 섬기는 삶’ 안에서 더욱 활짝 꽃피고 열매 맺게 될 것입니다.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는 열린 교회(2007년), 성숙한 신앙인으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2008년), 작은 것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회(2009년)의 토양 위에 올해는 서로 나누고 섬기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교회(2010년)를 세울 것입니다. 그리하여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사는 기쁨’으로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지금 여기서부터 함께 일구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방향 안에서 교구 40주년의 여정을 마무리할 것이고 그 다음부터는 사명 선언문의 삶을 더욱 심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나눔과 섬김의 원천
3. “나눔과 섬김”의 원천은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무엇보다도 생명이신 하느님의 사랑이 모든 피조물에게 미치는 방법이 나눔과 섬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세상과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셨고 당신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이러한 당신의 뜻을 실현하셨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예수님 강생의 신비에서부터 십자가의 죽음을 통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파스카 신비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온 생애는 “나눔과 섬김”의 삶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하느님의 사랑이 어떻게 베풀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삶을 한 마디로 요약해서 말한다면 “나눔과 섬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우리가 복음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나눔과 섬김”이 있는 삶의 자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세상과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분명하게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구원의 자리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마태 14,13-21)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 이야기’(요한 13,1-20)는 대표적으로 이러한 “나눔과 섬김”의 상징적인 의미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는 예수님의 말씀과 실천 안에서 우리는 실제로 이러한 “나눔과 섬김”의 절정을 봅니다. 5. 우리는 예수님의 “나눔과 섬김”을 오늘도 교회의 성찬례 안에서 성사적인 방법으로 끊임없이 기억하고 재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서 빵으로 쪼개지고 나누어져 우리의 생명이 되시고 그 생명으로 우리를 살게 하십니다. 더 나아가 우리로 하여금 “나눔과 섬김”으로 성찬례의 삶을 살도록 초대하십니다. 그래서 이 성찬례의 삶은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사는 기쁨’으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부터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살고 일구는 계기가 됩니다.
나눔과 섬김의 관계
6. “나눔과 섬김”은 실제 삶에 있어서는 하나로서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이 말은 진정으로 나누지 않는 사람은 진정으로 섬길 수 없으며, 진정으로 섬기지 않는 사람은 진정으로 나눌 수 없다는 뜻입니다. “나눔과 섬김”의 원천이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이라 했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이란 다른 말로 조건 없이 나누고 조건 없이 섬기는 순수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이해타산도 전후도 없습니다. 이러한 사랑에서는 나누고 섬기는 것이 조건 없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자연스럽게 하나가 됩니다. 그래서 필요할 때는 가진 것을 모두 줄 수 있고 자기 생명까지 내놓을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나눔과 섬김”의 삶은 하나이신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삶으로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지향합니다. 7. “나눔과 섬김”의 삶은 모든 생명을 살립니다. 그래서 “나눔과 섬김”은 세상과 인간, 곧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를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과의 관계 안으로 끌어들이며, 모든 피조물이 ‘죽지 않으시고 생명 그 자체이시며 사랑 자체이신 그분과 관계를 맺고 그분의 생명 안에서 살아가도록’ 이끌어 줍니다.(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27 참조) 특별히 “나눔과 섬김”은 가난하고, 약하고, 상처받은 생명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살리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 생명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연 생명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나눔과 섬김”이 생명과 맺는 이러한 관계는 그 뿌리가 생명이신 하느님에게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나눔과 섬김의 실천
8. “나눔과 섬김”은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해서 이 세상을 구원하신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나눔과 섬김” 그 자체가 우리에게는 구원의 기쁜 소식, 곧 복음(福音)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선교 방법 또한 ‘나눔과 섬김의 실천’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선교의 첫째가는 아주 중요한 형태는 그리스도교 생활의 증거”(교회 선교 사명, 42)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이 말씀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예수님 증거의 으뜸 방법인 ‘나눔과 섬김의 실천’ 생활에 적용시켜서 알아듣고 싶습니다. 9. “나눔과 섬김”을 다른 말로 ‘친교’(親交)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친교’란 말의 의미는 단순히 친목을 나누는 정도의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모든 면에 있어서 함께 책임을 지고 함께 삶을 나누는 공동운명체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성서적인 의미를 덧붙이자면 ‘친교’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모든 지체가 함께 역할을 하고 함께 사는 것입니다.(1코린 12,12-31 참조) 저는 올해 우리 교구의 사목 방향인 ‘나눔과 섬김의 실천’ 생활을 이러한 ‘친교’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교회 내외적인 차원에서 모든 계층 간에 서로 나눔과 섬김으로 ‘친교’를 이루고 실현해나갔으면 합니다. 교회 내적으로는 사제와 사제, 사제와 평신도, 남녀 교우관계, 단체와 단체, 본당과 본당, 지구와 지구와의 친교 그리고 가정 교회로서 가족 구성원간의 깊은 친교를 이루어 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교회 외적으로는 노사 간의 관계, 농촌과 도시, 지역과 지역, 인간과 자연 생명 등 사회의 각종 양극화 현상 극복을 위해 상호간의 적극적인 ‘친교 문화’를 조성해나갔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앞장서 주셨으면 합니다. 10.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작은 교구라는 우리 안동 교구의 조건은 초대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보다 더 쉽게 실현할 수 있는 적합한 현장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살아갈 수 있는 아주 좋은 조건과 환경을 주셨습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항상 조금 모자라는 조건과 환경에서 그 빈 공간을 하느님으로 채우며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살게 배려하셨습니다.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 정신은 교구의 전통 속에서 이미 우리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우 여러분들과 함께 올해 교구 40주년을 마무리하면서, “나눔과 섬김”을 우리 안동교구의 오늘과 내일을 특징짓는 삶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감히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가까운 곳에서부터, 작은 것부터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함께 노력해나가면 하느님께서 분명히 도와주시고 이끌어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랑하는 안동교구 교우 여러분, 나누고 섬기며 사는 이러한 기쁨이 여러분과 여러분이 함께하는 모든 곳에 충만하기를 기도하며 특별히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의 축복이 지금 여기서부터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빕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필립2,5)
2009년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 천주교 안동교구 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광주대교구
2008-2010년 교구장 사목교서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교구 설정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빛을 향한 여정(빛을 찾아서, 빛을 따라서, 빛 속에서)을 걸어오면서, ‘빛에서 빛을 받아 빛을 비추는 광주光州 공동체’를 희망하며 끊임없는 반성과 쇄신을 다짐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3년의 여정에서 거둬들인 과제와 전망들을 70주년 준비위원회의 <제안서>라는 그릇에 담아, 교구 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제단에 바쳤습니다. 이제는 이러저러한 논의를 반복하기보다, 확고한 신념과 의지로 과제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단계에 왔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는 결코 현세적 야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교회는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추구한다. 곧 성령의 인도로 바로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려는 것이다.”(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3항)라고 선언한 것처럼, 우리는 그리스도의 빛 속에서, 빛의 갑옷을 입고(로마 13,12), 빛의 자녀답게(에페 5,6-20)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의 일을 계속함으로써 광주, 전남지역의 모든 이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알아 모시고 찬양하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마태 5,16) 1.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성 요한 복음사가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고 하느님 강생의 신비와 목적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강생의 신비는 하느님께서 인류 역사 안으로 들어오시어 구원을 펼치시는 탁월한 신비입니다.(히브 1,1-3)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데 모으는”(에페 1,9-10; 갈라 4,4-5) 하느님의 계획인 것입니다. 이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친교 안에서 무르익는 계획으로서, 드높은 곳에서 세상에 내려 주신 선물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요한 3,16; 1요한 4,9-11) 하신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강생의 신비는 다른 종교에는 유례가 없는 신앙으로 그리스도교를 새롭고 보편적 종교로 만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하는 예언자가 아니라,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창조적 말씀으로 만드시고 지탱하시는 분이시며(에페 1,3-8. 4,3-7; 히브 1,1-4), 세상의 빛(요한 8,12)이시요 구원자이십니다.
2. 우리와 함께 계시는 말씀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사랑하시어 거룩하게 하시려고 당신 자신을 내어 주셨으며(에페 5,25-27), 교회를 당신과 결합시켜 당신 몸이 되게 하시고, 성령의 선물로 가득 채워 주셨습니다. 그리고 세상 끝날 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 하셨습니다.(마태 28,20)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1테살 4,3) 우리는 하느님의 계획과 은총에 따라 ‘거룩한 교회’로 부름 받고, 교회의 거룩함을 드러내야 할 사명을 받았습니다. 또한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손으로 일하시고, 인간의 정신으로 생각하시고, 인간의 의지로 행동하시고, 인간의 마음으로 사랑하셨습니다. 동정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시어 참으로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되셨으며, 죄 말고는 모든 것에서 우리와 같아지신 분이십니다.(히브 4,15. 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22항)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거룩하게 살며, 이미 받은 성덕을 보존하고 완성해 나가야 합니다. 어떠한 신분이나 계층이든 모든 그리스도인은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며, 그분의 모습을 닮아 모든 일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하느님의 영광과 이웃에 대한 봉사에 온 마음으로 헌신하여야 합니다.(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39-40항) 3. 쇄신과 발전을 위한 우리의 과제 우리가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고(마태 5,14-16), 그 강생의 신비를 드러내야 할 광주, 전남지역은 지금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항해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인 우리는 지역사회의 항해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체험합니다.(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1항) 광주는 건국 이래 최대의 문화 프로젝트라는 신개념의 문화도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꿈꾸고 있고, 전남은 녹색의 땅을 기반으로 계획 신도시와 동북아 물류, 교역 및 해양관광 중심지역을 꿈꾸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전망 안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 사회와 연대하여, 우리 교구공동체도 개인의 성찰과 쇄신, 공동체의 의지가 수반된 신중하고도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세워 교구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단계별로 성실히 실천함으로써 꿈을 가진 교구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새로운 각오로 교구장의 자문기구인 ‘교구 사목평의회’는 70주년 준비위원회가 제안한 내용을 토대로 2010년까지의 교구 발전 추진방향을 제시하고, 특별기구인 ‘교구 사목기획 추진 위원회’는 교구 발전 추진방향에 따른 <교구 발전 3개년 추진계획>을 세워 단계별로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하여,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쇄신과 발전을 위한 여정에 임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가 2010년까지 <교구 발전 3개년 추진계획>을 함께 점진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지역 복음화를 위한 교구 공동체의 면모를 새롭게 합시다. 4. 2010년을 향한 우리의 노력 우리 각자와 공동체의 쇄신과 발전은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며 성화聖化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고 하신 구세주 예수님은 소금이 싱거우면 무엇에 쓰겠느냐고 하셨습니다.(마태 5,13) <교구 발전 3개년 추진계획>도 우리 자신의 성화를 지향하며, 아울러 “선교와 복음화”를 우선과제로 삼아 이 지역사회 안에서 하느님 강생의 신비를 드러내어야 할 것입니다. 1) 2008년 첫 해는 <영성 심화深化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교구민 모두가 각자의 고유한 은사와 직무에 따라 복음의 권고를 실천하며, 그리스도인 생활의 완성과 사랑의 완덕을 이루기 위한 영성을 되새기는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사제생활의 쇄신과 영성의 심화’를 우선적으로 희망합니다. 이는 교구 공동체의 쇄신과 발전을 위한 교구민의 노력에 빛나는 모범이 되고 튼실한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 2009년 둘째 해는 <사도직 활성화活性化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제들은 영원한 대사제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라 자신의 직무를 거룩하고 기쁘게, 겸손하고 용기있게 수행하며(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41항) 사도직의 표양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수도 가족들은 수도회의 고유한 성소에 충실하며 특수한 생활 형태로 교회에 대한 의무를 다하며 다양한 사도직 활동의 모범이 되어 소금과 누룩의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신도들은 교회와 세상과의 관계 안에서 첫째가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만큼 저마다 나름대로 성령의 열매(갈라 5,22-23)를 맺고, 영혼이 육신 안에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안에서 그 혼이 되어야 하겠습니다.(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38항) 곧 세상의 관심사를 복음의 정신으로 식별하는 사도직을 수행하며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의 빛을 세상에 비추어야 할 것입니다. 3) 2010년 셋째 해는 <새로운 복음화福音化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개개인의 영성 심화와 공동체의 사도직 활성화에 이어 지역 복음화를 위한 선교 공동체의 기반을 조성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역 복음화를 위한 기획과 추진을 통해 급변하는 지역 환경에 적응하며, 사회와 연대하여 보다 적절한 복음화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여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의 빛을 광주, 전남지역에 비추어 풍성한 열매를 맺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는 2010년 한 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각오로 시작하는 의미이며,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4) 기획과 추진, 이 기간 동안에 우리의 사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그 성과를 거두기 위한 기구개편과 시설들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 신비체인 교회 공동체의 친교와 일치를 이루어주십니다. 성령 안에서 지체들 상호간의 유기적인 관계는 일치의 가시적 요소(1코린 12-14장; 로마 12장)이며, 교계제도는 이를 뒷받침하는 친교의 유대입니다. 우리는 공동체 일치와 친교의 토대인 교계제도의 효율적인 봉사를 위해 현재의 교구청 기구를 시대의 요청에 보다 적절히 봉사하는 기구로 개편해야 할 것입니다. 또 교구민 모두의 신앙 쇄신과 발전을 도모하는 평생교육을 위한 장(피정의 집, 교육관, 사제들의 연수관 등)을 기존의 시설 보완 및 새로운 시설 건립을 통해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늘어나는 사제들의 복지관련 시설(노후, 휴양 등)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사람의 마음속에 많은 계획이 들어 있어도 이루어지는 것은 주님의 뜻뿐이다.”(잠언 19,21)라는 현인의 말처럼 역사의 주재자이신 하느님께 우리 자신과 공동체를 내어 맡기며, 쇄신과 발전을 위한 우리의 계획이 주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지혜와 계시의 영(에페 1,17)을 겸손하게 간청합시다. 거룩하신 성삼께서 저희의 기획과 노력에 축복해 주시고, 구세주의 어머니시며 영원한 동정이신 교회의 어머니 성모님, 저희를 보살펴 주시며 저희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저희가 당신께 바라는 그대로 저희 위에 당신의 자애를 베푸소서.”(시편 33,22)
+++
[교구장 사목교서에 따른 2010년 실행지침] “새로운 복음화의 해”
올해는 2010년을 향한 <교구 발전 3개년 추진 계획>의 마지막 해인 ‘새로운 복음화의 해’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영성 심화와 사도직 활성화’를 통해 이 지역 사회 안에서 하느님 강생의 신비를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해 왔으며, 이제 그 결실인 “새로운 복음화”를 통해 이 ‘지역의 복음화’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며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복음화”란 단순히 보다 넓은 지역에서 혹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교하는 것만이 아니고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배반되는 인간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 사상의 원천, 생활 방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바로 잡는데 있다고 하겠습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18-19항 참조). 그리고 “새로운 복음화”란 기존의 ‘선교’ 혹은 ‘복음화’의 개념을 바탕으로 교회의 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교회 내적인 진정한 복음화,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인 개인과 공동체의 회개와 쇄신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세상을 복음화 하려면 무엇보다도 끊임없는 회개와 쇄신으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 스스로가 먼저 복음화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현대 복음 선교 15항 참조). 특히, 지난해부터 베네딕토 16세 현 교황님께서 아르스의 본당신부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1925년 시성)의 선종 150주년을 기념하고자 ‘그리스도의 충실성, 사제들의 충실성’을 주제로 ‘사제의 해’를 선포하셨고, 사제들의 영적 완덕을 향한 노력을 북돋우고 사제들 개인의 영성이 쇄신되는 해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우리들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고 회개하여 먼저 쇄신되는 것입니다. 성직자로서 수도자로서 그리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들 스스로가 얼마나 복음화 되어있는지를 성찰하며 그 바탕으로 ‘교구 발전 3개년 추진 계획’의 결실인 ‘지역의 복음화’에 등불이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1. 나와 가정의 복음화(회개와 성찰)
말씀을 공부하고 묵상함으로써 사고방식, 생황양식, 판단기준, 가치척도를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1)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의 <선교 교령> 및 ‘현대 복음 선교(교황 바오로 6세의 권고, 1975)’의 신앙생활 적용 2) 가정과 본당 공동체 안에서 성경 묵상(렉시오디비나) 기도 모임 권장 및 활성화 3) ‘말씀의 생활화’ - 성경 읽기와 이어쓰기(가정, 본당) 운동 전개 4) 세례는 받았지만 쉬고 있는 신자들을 환대하기 위한 노력 2. 이웃의 복음화(생활의 증거)
하느님의 사랑이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생활에서 투명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추상성을 면치 못하며, 그 말씀은 생명력을 잃을 것입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시다’ 40-42항 참조). 1) 직장이나 공동체에서 복음적 증거의 생활 2) 장기 기증 및 헌혈 운동 3) 호스피스 교육을 통한 임종 봉사 4) 가정이나 본당 공동체가 이웃 사랑 실천을 위한 활동 - 나눔과 봉사 3. 사회의 복음화(교회의 친교)
사도직은 한 개인의 사사로운 일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교회에 맡기신 사명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기 은사와 책임은 다르지만, 교회의 친교는 자기 소명에 따라 의식적으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에페 4,7; ‘하느님은 사랑이시다’와 ‘진리 안의 사랑’ 참조). 1)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돌봄은 사랑의 지평에서 - 다문화 가정,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 돌보기 2) 5?18 30주기 기념 및 민주화 운동의 영성화 3) 생명윤리(생명31운동)와 환경윤리(생태 영성, 지구의 온난화)의 홍보와 교육을 통한 환경 보호 운동의 내실화 및 지역 사회와의 연대 4) 농촌 현실의 심각성을 알리고,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 확산 5) 반모임(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 6) 본당 및 지구 단위 도보 성지 순례 실시 - 순교자 현양 및 선교 7) 노인 사목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배려
4. 성사의 생활화
말씀과 생활의 증거로 신앙생활을 한다면, 성사를 통해 초자연적인 생명으로 인도되어야 하고 이 생명이 더욱 풍부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복음을 해설하는 말씀의 선포를 ‘복음화’의 출발점이라고 한다면 성사생활은 내적 변화라는 새 생활의 도착점이라 하겠습니다. 1) 성체성사의 생활화 - 평일 미사 참여 적극적 권장 2) 성사의 갱신식(세례 서약 갱신, 혼인 서약 갱신)을 통한 의미 재발견 3) 첫 첨례 5, 6, 7(매월 첫 목요일은 성시간을, 첫 금요일은 예수 성심에 보답하는 희생과 기도를, 첫 토요일에는 성모님께 기도)의 활성화와 적극적인 참여 4) 가족 전체가 한 달에 한번 이상 함께 미사에 참여하기 5. 사제의 해(2009년 6월 19일 ~ 2010년 6월 11일)
1) 평신도 - 사제들을 위한 미사나 기도에 참여하기 - 교구 사제단과 평신도가 함께 하는 행사 추진 : 교구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 2) 사제단 - 해외 선교 사제 후원회 결성 - 사제단의 유언장 및 장기 기증서 쓰기 - 교구 사제단 체육대회 개최 및 공동 참여 6. ‘2010 복음화 운동’의 지속적인 실천
1) 매일 20분 성경 말씀 읽고(하루를 말씀으로 시작), 10분 새기는 시간 갖기(말씀으로 마무리) 2) 미사시간 10분 전에 성당에 도착하고, 미사 후 20분간 성당에 머물며 성체 조배 및 교우들과 친교 나누기 3) 본당 주일 미사 참석률을 현재보다 20% 올리고, 쉬는 교우의 비율을 10% 내리기 7. ‘나부터 새롭게’ 되어 구세주의 마음과 일치하고 ‘참된 가정을 이루어’ 사회의 기초를 튼튼히 하며, ‘좋은 이웃이 되어주어’ 이웃사촌이라는 전통을 실감하며, 사회의 정의와 공동선이 이룩되도록 모두가 함께하는 ‘새로운 복음화’의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2000년 대희년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담화문 참조).
2007년 12월 2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최창무 안드레아 대주교
전주교구
2010년 사목교서 대희년 10주년을 맞이하며
교형자매 여러분! 2천년 대희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대희년 특별사목교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채택한 주요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었는데 구체적으로는, 성서, 전례의 활성화, 선교, 환경, 생명, 사회복지, 북한돕기, 외국인, 장묘문화 개선 등을 활동목표로 설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해마다 사목교서에서 이 가운데 특정 과제나 분야를 강조하면서도 대희년 특별사목교서에서 이미 밝힌 정신대로 다른 과제들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해 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특별 사목교서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그것은 좁게는 우리 교구가, 넓게는 전 세계 가톨릭 교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채택한 정책과 방향을 어떻게 실천해 왔는지를 돌아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적절한 방향을 찾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구로 좁혀 생각하자면, 2천년 특별 사목교서에서 제시한 방향 및 정책을 두고, 먼저 그것을 그 동안 어떻게 실천해 왔는지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1.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가. 새 교구청 새 교구청 신축사업이 이 기간 동안에 이루어져서, 그 동안 공간적 제약 때문에 미루어두었던 여러 가지 교구의 일들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구민 전체의 힘으로 이루어진 이 큰 일은 우리 교구의 역사에서 길이 남을 것입니다. 우리 교구민에게 마음의 고향과 같은 치명자산 자락에 널찍한 터를 잡고 세워진 새 교구청은 단순히 교구 행정의 중심으로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 일을 추진하면서 지녔던 꿈처럼, 우리 교구 영성의 샘으로서 세월이 갈수록 그 모습이 뚜렷해 질 것입니다. 이렇게 마련된 새 교구청을 중심으로 우리는 이제 주님께서 맡겨 주신 사명을 더 활발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을 모든 교구민과 함께 기뻐하며 감사드립니다.
나. 성서 사도직 먼저, "하느님의 말씀은 교회에게는 버팀과 활력이 되고, 교회의 자녀들에게는 신앙의 힘, 영혼의 양식 그리고 영성생활의 순수하고도 영구적인 원천이 되는 힘과 능력이 있다"(계시 헌장, 21항)고 선언하고, "성서를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라고 단언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가 그 동안에 기울여 온 노력은 어떤 결실을 맺었는가? 그 동안 사목자들과 신앙인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이 분야에서 이룬 변화는 참으로 놀랄만 한 것이었습니다. 몸은 지치고 마음은 각종 걱정과 근심에 짓눌려 절망 상태에서 오랜 세월을 살던 이들이 그 어두움의 터널을 뚫고 하느님 말씀에서 새로운 빛과 힘을 얻었습니다. 겉으로는 별 문제 없는 듯하지만, 실상 내면에서는 삶의 방향과 의미를 잃고 그럭저럭 살아가던 이들이, 하느님 말씀 안에서 분명한 방향과 빛을 찾아내어 새 삶을 얻었습니다. 저 자신을 포함해서 많은 사목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들 속에서 이루어내는 이 놀라운 변화를 보며,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로운"(히브 4,12) 그 능력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영혼들을 어떻게 돌보아야 할지, 그들에게 무엇이 참으로 필요한지를 알게 되어, 사목자로서의 소명과 감각을 다시 찾아내고 큰 보람과 기쁨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런 바탕 위에, 바오로 해를 지내면서 그 동안 성서에 기울여 온 정성과 열정을 더욱 키우고 확장하였습니다. 그리고 2009년 6월 29일 바오로 해 폐막 미사는 그 모든 일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우리가 함께 노력해온 그 동안의 과정을 일단 정리하여,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보고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그 날 함께 봉헌한 미사의 말씀과 성찬을 통해서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말씀과 빵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계심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 일어난 일이 우리에게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이 분야에서 우리가 노력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본 주교로서는 2008년 10월 로마에서 하느님 말씀을 주제로 열렸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참석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계시헌장 반포 이후 성서 관련 최대 사건이었던 이 기회에 또 한 번의 큰 자극과 은총을 받았습니다. 지난 공의회 이후 전 세계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열기와 사랑에 관해 현지 주교님들에게서 직접 들으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관해서도 새로운 빛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회의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오늘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성서에 바탕을 둔 사제들의 강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주교님들이 특별히 강조하셨습니다.
다. 전례의 활성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헌장 10항)이라고 선언하고, 따라서 하느님 백성의 "완전하고 능동적인 참여를 위하여 최대한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전례헌장 14항)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성서 봉독자, 성가대, 미사해설자, 복사, 회중 등 미사를 함께 봉헌하기 위해서 각자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전례 연수회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 결과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서 봉독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먼저 적절한 사람을 선정하여 굳은 믿음을 가지고 천천히 또박 또박 소리 높여 선포하게 함으로써, 생명 없는 글자가 성령을 통해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변화되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사해설자가 필요할 때 최소로만 개입함으로써 전례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게 하고, 목소리도 약간 높여 전례 전체의 분위기를 기쁨에 찬 것이 되게 하는 일에도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성가대도 전례헌장의 정신에 따라 노래를 통해 드리는 회중의 기도를 활기차고 생생하게 만드는 일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미사의 분위기가 부활하신 주님을 기리고 맞이하는 생명의 잔치로 많이 바꾸어지고 있습니다. 또 사제들의 강론도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성서의 흐름을 따라 가며 그날 봉독한 대목에 충실한 말씀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제들은 이른 바 정치, 경제, 사회 등 빵 혹은 물질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이 아무리 심각하고 급박해 보여도, 그 방향으로 온 관심을 몰아가려는 사탄의 유혹에 대항하여,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는 성서 말씀으로 그것을 이겨내신 주님의 모범을 따라, 사람들의 깊은 갈증에 응답하기 위해 더욱 분명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3) 하시는 말씀대로, 사람들의 제일 큰 관심사들을 두고 중요성의 순서를 혼동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초대교회 공동체처럼,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생활에까지 그 결과가 자연스럽게 따르게 된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라. 선교운동 우리 신앙생활의 중심이며 대표적 표현이기도 한 미사가 참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기리고 그 생명이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는 모습으로 봉헌된다면, 한 번 성당에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이면, 그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신앙에 초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일은 이미 시작되었고 여러 곳에서 큰 결실을 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믿지 않는 분들을 초대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그분들에게 새로운 신앙의 세계에 눈을 뜨도록 돕는 일, 전통적인 표현을 따르자면, 예비신자 교리도 교우들 자신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교구가 공식적으로 채택한 예비자 교리서가 <함께하는 여정>입니다. 이 교재의 특성이자 장점은 내용보다 그 방법에 있습니다. 예비자 모집 때부터 전과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예비자들이 그 과정을 끝낼 때까지 "함께 해 줄" 기성 신앙인 자신이 예비자들을 모집해 오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최소 3명이나 4-5명이 한 반이 되면, 그 동반자가 그들과 함께 앉아서 교재에 나와 있는 순서대로 진행해 나가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가르치는 사람이 따로 있고 배우는 사람이 또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교재의 순서를 따라 가기만 하면, 배워야 할 내용을 습득하게 되고, 무엇보다도 예비자 자신이 첫 시간부터 입을 열어 기도도 하고, 그날의 주제에 따라 자기의 생각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성서 대목을 함께 읽고 묵상하며 나누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 교재의 정신과 방법을 제대로 따르기만 하면, 예비 신자는 사람에게서뿐 아니라 성령에게서도 적절한 인도를 받아 참된 신앙인으로 성장해 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되어 가는 과정을 함께 걸어온 동료들과 그들을 도와 같은 여정을 밟아 온 기성 신자가 다 같이 따뜻한 유대로 묶여져 참된 형제자매가 됩니다. 이 유대는 앞으로도 계속 그들을 묶어 서로에게 격려와 도움을 주게 됩니다. 이 일에는 최소한의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특히 교구 교리신학원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이들은 여기에서 더욱 확실하고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 곧 우리 신앙인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을 사람들에게 전하여, 그들이 참으로 기쁘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선교가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라고 천명하였습니다.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이미 교회가 아니라는 말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형편은 어떻습니까? 최근에 사목방문차 들렀던 한 본당의 예를 들어봅니다. 그 본당 관내에 개신교 110, 불교 12, 원불교 8, 기타 다른 종교 2 군데가 있었습니다. 모두 합치면 성당과 같은 역할을 하는 데가 125 곳이었다는 말이 됩니다. 보통 교구 하나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거기에 우리 성당은 딱 한 군데만 있는 것입니다. 그 곳의 천주교 신자 비율은 5.6%여서 전국 평균의 약 반에 불과하였습니다. 도시 지역의 몇 본당을 제외하면 다른 본당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런 통계를 보면 새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그 동안 말씀과 전례로 무장한 우리가 새로운 각오로 이 선교 대열에 뛰어들면 우리는 놀라운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하느님 말씀으로 무장하고, 성령 체험으로 불타오르게 된 정예부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양성하여 복음의 사도로 활동하게 해야 하겠습니다.
마. 사회생활 이렇게 해서 교회가 참으로 하느님 말씀으로 무장하고 성령의 빛과 힘으로 충만히 채워진 공동체가 되면,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자신을 위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비추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있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만일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만들겠느냐? 그런 소금은 아무데도 쓸 데 없어 밖에 내버려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있는 마을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등불을 켜서 됫박으로 덮어 두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등경 위에 얹어 둔다. 그래야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밝게 비출 수 있지 않겠느냐? 너희도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마태 5,13-16). 지난 대희년 특별사목교서에서 대사회 활동 목표 혹은 분야로 설정한 환경, 생명, 사회복지, 북한 돕기, 외국인, 장묘문화 개선 등의 과제 가운데 몇 가지 분야에서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묘문화를 예로 들자면, 시신을 화장하여 모시는 방법이 채택되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치명자산에 있는 교구성직자묘지도 새로 꾸며서, 거기 모셔져 있던 분들을 화장하여 합장묘 형태로 다시 모심으로써, 그 자리를 앞으로 오랫동안 더 쓸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사회에서 장묘문화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선도하는 데에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여러 곳에 새로운 시설을 설립했거나 지자체로부터 위임받아 운영하고 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후원회원의 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에 관해서는 그 사이 가장 극적인 변화가 있어서, 우리가 다른 나라에 가지 않아도 우리 지역을 찾아오는 외국인이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서 교구에서 이주민 사목부를 신설하고 신부님 두 분을 전담사제로 임명하였습니다. 그리고 후원회와 의료봉사단 등 이 일을 돕기 위한 지원체제도 더 갖추어지고 있습니다. 또 주거환경이 극히 열악한 분들을 돕기 위해 <사랑 짓는 요십이>가 설립되어 여러 곳을 대폭 수리하거나 신축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교우들이 생명, 환경 분야 등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기울여온 이 여러 가지 노력과 이루어 낸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이제부터 특별히 우리의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분야를 생각해 봅니다.
2. 앞으로의 과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우리 신앙생활에 도입한 변화 중에서도, 밖에서 볼 때에나 그 깊은 의미로 볼 때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것은, 성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성체성사 곧 미사 전례에 나타난 변화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일생동안 이루신 일이 다름 아니라 바로 이 두 가지, 아니, 한 가지 실체의 두 가지 측면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루가복음 24장은 그것을 잘 보여줍니다. 정치-사회적 이득 혹은 현세적 구원을 기대하며 예수님을 따라나섰다가 그분이 십자가 위에서 힘없이 죽어가시는 모습을 보고 실망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던 제자들에게 뜻밖에도 주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몸으로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들의 눈을 단계적으로 열어 주십니다. 먼저, "유다인들에게는 비위에 거슬리고 이방인들에게는 어리석게 보이는"(1고린 1,23) 당신의 십자가상 죽음을 새롭고 깊은 눈으로 보게 해 주십니다. 이를 위해 주님께서는 "모세의 율법서와 모든 예언서를 비롯하여 성서 전체에서 당신에 관한 기사를 들어 설명해 주십니다"(27절). 그 때 제자들의 마음속에 일어난 감동은 어느 시대에나 성서를 제대로 해설하고 설명하는 사제들의 강론이 청중의 마음속에 불러일으키는 반응의 표본입니다. "길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서를 설명해 주실 때에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 감동을 느꼈던가!"(32절). 성서의 깊은 뜻을 해설해 주심으로써 제자들의 마음속에 그처럼 뜨거운 감동을 일으키신 뒤에, 주님께서는 두 번째 단계로,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 주셨습니다"(30절). 이 때 제자들에게 일어난 일을 성서는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제서야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보았다"(31절).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멀었다가 그리스도를 만나 눈이 뜨인 사람(요한 9,1-7), 그리스도인을 붙들러 나섰다가 도리어 그리스도에게 "붙들려"(필립 3,12 참조) 성령을 받고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다시 보게 된"(사도 9,18) 바오로도 같은 체험을 하였습니다.
3.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
이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나 그리스도교 신앙생활의 표본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이 구조와 순서를 그대로 따라서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11항)이요 "교회 신비의 핵심"(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교회는 신비로 산다, 1항)인 성체성사 곧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미사에서 신앙인들은 먼저 성서 말씀을 듣고 사제의 강론을 통해서 그 깊은 뜻을 깨달아 성령의 힘으로 마음속에 감동을 받습니다. 그런 다음, 성찬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된 빵을 나누어 먹음으로써 부활하신 주님을 깊이 받아 모시고 그분과 하나가 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말씀과 빵의 모습으로 오시는 주님을 받아먹고 주님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필생의 과업이자 꿈으로 간직하고 그렇게 될 날을 향해 당신의 온 삶을 바쳐 준비하고 걸어가셨던 이상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자신 안에 살아 움직이며 "성령 받은 이"라는 뜻의 그리스도 곧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다할 수 있게 해 주는 그 힘, "위에서 오는 능력"(루가 24,49)을 제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주심으로써, 그들도 역시 "성령 받은 이" 곧 그리스도인이 되게 해주는 것을 당신 삶 전체의 마지막 목표로 삼으셨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밥에서만 얻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이라는 또 다른 밥이야말로 사람으로서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게 해 주시는 힘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온 몸으로 체험하게 해 주실 것이었습니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기 때문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늘에서 내려 온 빵이다. 이 빵은 너희의 조상들이 먹고도 결국 죽어 간 그런 빵이 아니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 6,53-58)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힘으로 사시듯이, 우리도 그분을 먹으면 예수님의 힘으로 살게 됩니다. 예나 이제나 이 표현은 너무나 투박하고 거칠어서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새 번역 성경) 하며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그런 반응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씀하십니다. "내 말이 귀에 거슬리느냐? 사람의 아들이 전에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육적인 것은 아무 쓸모가 없지만 영적인 것은 생명을 준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적인 것이며 생명이다."(요한 6,61-63) 당신 자신 아버지 하느님의 힘으로 사시는 것과 같이 제자들도 당신의 힘으로 살게 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큰 오해와 반발이 있어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한 삶을 온전히 바치신 그분의 사명은 바로 이 한 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부터 오는 힘", 능력은 본래 성령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에프렘 성인의 말씀을 인용하여 "성령의 힘으로" 그리스도의 몸이 된 이 빵을 받아먹음은 바로 그 성령을 먹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영성체로써 그리스도께서는 또한 우리에게 당신 성령을 보내 주십니다." 에프렘 성인은 이렇게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빵을 당신의 살아 있는 몸이라 부르셨고, 그 빵을 당신 자신과 당신 성령으로 가득 차게 하셨습니다. … 믿음으로 그 빵을 먹는 사람은 불과 성령을 먹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이 빵을 받아먹으십시오. 그 빵으로 성령을 먹으십시오. 이것은 진실로 내 몸이며, 내 몸을 먹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에프렘, 성주간 강론에서).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기억하기 위해서 한 가지만은 꼭 하라고 당부하셨는데, 그것이 다름 아니라 제자들이 당신을 먹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전해 준 것은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손에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시고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식후에 잔을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니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1고린 11,23-26) 미사. 성체성사.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 어떤 말, 어떤 표현을 쓰든지 뜻은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을 놓치지 않으려면, 그분의 힘으로 살려면,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이것입니다. 거기서 말씀과 빵의 모양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먹고 내 생명 깊숙이 받아 모셔야만 나는 비로소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이것이 빠지면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 해도 그것은 인간적인 일, 하느님 보시기에는 헛수고일 뿐입니다. 이것이 들어가면, 아무리 사소한 행위라 해도 영원의 의미를 띠게 됩니다. 영원하신 분께서 하신 일에 끼어들어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4. <세계 위에서 드리는 미사>의 저자이신 떼이야르 샤르댕 신부님의 말씀에 따르면, 인간의 삶은 적극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것(行爲)과 수동적으로 당하는 것(受苦)으로 이루어집니다. 밭에 나가 농사를 짓든,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든, 사무실에서 사무를 보든, 연구실에서 탐구를 하든, 사람은 무엇인가를 하며 살게 마련입니다. 어떤 일, 행위를 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삶에는 각자가 흔히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당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면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하는 일과 소극적으로 당하는 일은 마치 들이쉬고 내쉬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우리의 호흡처럼, 혹은 빛과 그림자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려면 반드시 수고가 따릅니다. 어떤 일을 할 때에는 몸이 피로하고, 시간이 소진되고, 다른 일을 희생시켜야 하는 등, 수고가 부산물처럼 따릅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열매를 맺을 때가 있는가 하면, 열매는 떨어지고 노쇠하고 죽어야 하는 때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주님께서 사제의 입을 빌어 농부가 생산해 낸 빵 한 조각을 손에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이것은 내 몸이다" 하고 말씀하실 때, 그 말씀은 단순히 그 빵 조각만 그분의 몸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로는 물질세계에 살면서 적극적 행위를 통해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는 인간들의 활동, 나아가 창조계 자체를 최종 목표인 창조주 하느님과의 합일을 향해 이끌어가는 우주적 움직임 전체도 그분의 몸으로 변화시키어 아버지께 드리는 제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같은 이치로, 포도주 축성 때에는, 무슨 행위를 하든 필연적으로 따르는 수고를 포도주와 함께 예수님의 피로 변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사실을 믿고, 그것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성체성사에 참여하면, 우리는 예수님의 몸과 피와 함께 우리의 삶 전체를 제물로 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는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세계 위에서 드리는 미사,<봉헌> 참조). 요한 바오로 2세는 1995년 당신의 사제서품 50주년을 맞아 "선물과 신비"라는 책을 내셨는데, 거기에서 현대의 이 대교황님은 떼이야르 신부님의 "세계 위에서 드리는 미사"가 자신의 사제직 수행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밝히시며 이렇게 쓰셨습니다. "성체성사는 '떼이야르 신부님의 아름다운 표현대로, 세계 곧 땅덩어리를 제단 삼아 드림으로써 온 세상의 노동과 고통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치는 것이다"(73쪽). 교황님께서는 2003년에 반포하신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에서도 떼이야르로부터 받은 영향을 분명히 나타내셨습니다. "성체성사를 생각할 때, 또 사제와 주교로서, 그리고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지낸 삶을 되돌아 볼 때, 저는 자연스레 제가 성찬례를 거행할 수 있었던 여러 기회와 장소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제가 처음으로 본당 사목을 맡은 니에고비치의 성당, 크라쿠프의 성 플로리아노 대성당, 베벨 주교좌 성당, 성 베드로 대성전을 비롯한 로마와 세계 곳곳의 여러 대성전과 성당들이 기억납니다. 산길, 호숫가, 바닷가 등에 지어진 경당에서 거룩한 미사를 거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운동장과 도시의 광장에 세운 제대에서도 미사를 거행하였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장소에서 거행한 성찬례를 통하여 저는 성세성사의 보편적인 특성, 다시 말해 우주적인 특성을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우주적입니다! 성찬례는 시골 성당의 초라한 제대에서 거행될 때에도 어떤 면에서는 늘 세계 (곧 땅덩이)라는 제대에서 거행되기 때문입니다"(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8항). 베네딕도 16세께서도 추기경 시절에 전례에 관해 쓰신 책에서 전례를 통한 예배와 창조의 관계에 관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예배의 목적과 창조계의 목적이 전체로서 하나이며 같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 둘이 모두 신화(神化) 곧 자유와 사랑의 세계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역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우주 속에 나타난다는 뜻이다. 우주는 폐쇄된 구조물이거나, 정체되어 있는 그릇이 아니고, 따라서 역사는 그 안에서 우연적으로만 발생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우주는 한 점에서 시작하여 또 하나의 점인 끝을 향해 움직여가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창조물 자체도 역사이다." 그리고 특히 떼이야르의 <세계 위에서 드리는 미사>를 높게 평가하시며 이 신부님의 생각을 이렇게 요약하셨습니다. "떼이야르는 계속해서 그리스도교 경신행위에 새로운 의미를 제공한다. 주님의 몸으로 변화된 제병(밀떡)은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때에 당신 안에 온 만물을 받아들여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신화(神化)시키실 일을 앞두고, 그것을 어느 정도 미리 실현한다. 이런 뜻에서, 성체성사는 우주가 움직여 나아가는 데 있어서 그 방향을 부여한다. 그 움직임에 최종 목적지를 넌지시 지시해 주고, 동시에 그 쪽으로 움직여 가도록 부추긴다"(라찡어, 전례의 정신). 그리고 교황이 되신 다음 베네딕도 16세께서는 성체성사에 관한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권고 <사랑의 성사>에서 떼이야르의 같은 생각을 계속 천명하십니다. 예를 들면 이 문헌 47항에서 이렇게 선언하십니다. "우리가 제대에 바치는 빵과 포도주 안에서 구원자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받아들이시어 변화시키시고 하느님께 바치십니다. … 인간의 활동은 성찬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구원하시는 희생제와 일치를 이루게 됩니다." 이 문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몸담아 살고 있는 현실과 역사 그리고 사회 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일에 있어서도 이 성찬 영성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성찬례 자체가 인류 역사와 우주 전체에 강렬한 빛을 비추어 줍니다. 이러한 성사적 전망에서, 우리는 교회의 모든 사건이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알려 주시고 우리를 일깨우시는 일종의 표징이라는 사실을 날마다 깨닫습니다. 따라서 삶의 성찬적 모습은 역사와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참다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례 자체가 우리에게 이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예물 준비 기도에서, 사제가 하느님께 빵과 포도주 위에 축복과 청원 기도를 바치며 '땅을 일구어 얻은 이 빵', '포도를 가꾸어 얻은 이 술' 이라고 말할 때에 그러합니다. 이 말씀으로 그 예식은 인간의 모든 노고와 활동을 하느님께 바칠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도록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임을 알게 해 줍니다"(사랑의 성사,92항). 여기서 우리는 베네딕도 16세께서 "삶의 성찬적 모습은 역사와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참다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 과학은 우주가 약 130여 억 년 전에 바늘 끝 같이 작은 한 점에서 시작된 대폭발에서 출발해서 긴 세월에 걸쳐 지금의 이 거대 우주가 만들어졌고 이 창조의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가르쳐 줍니다. 오늘날 흔히 빅뱅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이론을 맨 처음에 주창한 사람은 교황청 과학학술원 회원이었던 러 메트르 신부였습니다. 그리고 이 이론은 현대의 많은 과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물리학이 발견해 낸 여러 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이런 이론을 생각해 낸 것은 러 메트르가 하느님의 창조설을 믿는 신앙인이라는 사실이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과연 성서는 이 우주가 하느님께서 만들어내신 작품이라고 가르쳐주고, 성서의 마지막 권인 요한 묵시록은 하느님께서 우주 만물의 시작이요 끝, 그것을 만드신 분이시며 완성하실 분이라는 뜻에서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묵시 1,8) 하시는 그분의 말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주의 시작이며 끝 곧 우주가 가고 있는 마지막 목표라면, 사람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로마 8,19)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우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의 이어지는 말씀도 쉽게 이해가 됩니다. "곧 피조물에게도 멸망의 사슬에서 풀려나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스러운 자유에 참여할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오늘날까지 다 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하느님의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날과 우리의 몸이 해방될 날을 고대하면서 속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로마 8, 21-24). 하느님의 자녀, 곧 그분의 외아들이 이 세상에 오셔서 이 우주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주 진행의 끝에 살지 않으면서도 지금부터 이미 그 끝을 알고 거기를 향해 달려갈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우주가 아주 단순한 구조에서 출발하여 단순한 것들이 <서로 하나가 되는 과정>을 거쳐 이렇게 복잡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고 과학은 가르쳐줍니다. 이렇게 우주는 점점 더 깊고 넓은 의미의 <하나가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데, 그 <하나 됨>은 다름 아닌 <사랑> 이라고 떼이야르는 말합니다. 그리고 이 우주 공간에서 가장 고급의 <사랑화>에 도달한 인간이야말로 그런 의미에서도 만물의 영장이며, 주님께서 몸소 보여주시고 인간들에게 새 계명으로 주신 사랑은 바로 이 우주 진화의 방향을 가리켜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 이분 곁에서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았던 요한은 예수님과 함께 했던 삶을 돌아보며 크게 깨달은 것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당신의 목숨을 내놓으셨습니다. 이것으로 우리가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형제들을 위해서 우리의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1요한 3,16). 이 "예수의 사랑을 받던 제자"(요한 13,23; 21,7; 21,20)는 이렇게 단언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있으며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 안에 계십니다"(1요한 4,16).
5.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말씀하시고, 십자가 죽음을 통해 보여주신 바로 그런 사랑을 기억하고 우리 온 존재 안에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도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미사는 성당 밖에서 드리는 부분과 성당 안에서 드리는 부분,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성당 밖에서 드리는 부분은 성당 안에서 드리는 부분을 중심으로 그 전과 후로 또 나눌 수 있는데, 그 전에는 미사 때 드릴 봉헌물을 준비하는 시간이고, 그 후는 미사의 열매를 사방에 나가 씨앗처럼 뿌리고 실천하는 시간입니다. 성당 안에서 드리는 부분에서도 "이것은 내 몸이다." "이것은 내 피다." 하는 사제의 말로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는 부분은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신앙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때 주님의 몸으로 변화되는 것은 제단 위에 올려진 빵과 포도주에만 국한되지 않고, 노동과 수고로 이루어지는 우리의 삶 전체도 그 변화 영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예물 준비 기도>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그 때에 사제와 함께 온 회중은 이런 기도를 바칩니다. 먼저 사제가 이렇게 기도합니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주님의 너그러우신 은혜로 저희가 땅을 일구어 얻은 이 빵을 주님께 바치오니, 생명의 양식이 되게 하소서." 그러면 회중은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하고 응답함으로써, 사제가 방금 바친 기도에 마음으로부터의 동의를 표현하며, 자신의 노동과 수고를 빵과 포도주에 섞어 하느님께 제물로 드리는 것입니다.
이 기도의 깊은 의미를 새겨봅시다. 여기서 사제는 빵을 손에 받쳐 들고 하느님을 온 누리, 우주 만물의 주인으로, 창조자로 고백하며 그분께 찬미를 드립니다. 지금 사제의 손에 들려 있는 빵은 창조주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의 눈으로 볼 때 대단히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선 온 우주가 동원되어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아주 간단한 것들만 우선 생각해도 그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태양은 빛을 주고, 대기는 바다에 있던 수분을 실어다 비로 뿌려주었으며, 바람은 수분작용을 도와주었고, 공기는 숨을 쉬게 해 주었으며, 흙은 영양분을 제공했습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이 지구가 태양에서 조금만 멀리 떨어졌거나 조금만 가까웠어도 생명이 여기서 나타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또 달이 조금만 더 컸거나 작았어도 바다의 조수 간만의 차이를 적절히 만들어내지 못해서 생물이 살아가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계속 뻗치면, 여기 빵 한 덩어리가 제단에 올려지기 위해서는 수 만 가지 조건이 아슬아슬하게 맞아떨어져서 밀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을 깨닫게 되며, 따라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빵 한 덩어리, 그것을 내기 위해서 땅에서 자란 밀 한 포기가 거의 무한한 공간 속에서 그야말로 우주적 기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만큼 고급 정신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이 스스로를 보며 느끼는 신비감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러니 빵을 받쳐 들고 온 누리의 하느님께 먼저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님의 너그러우신 은혜"가 있었기에 거기 빵이 제단에 올려지게 되었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삶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주, 대자연이 혼자서 빵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인간의 몫도 거기 끼어들어 빵을 만들었습니다. "땅을 일군" 것은 "저희"인 것입니다. 우주를 섭리하신 하느님과 우리의 합동작업이 이루어 낸 산물이 지금 빵으로 제단에 올려져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여기서 빵은 우리가 하루 종일 하는 모든 노동, 적극적인 행위 전체를 대표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밭에서 일하는 농부뿐 아니라, 사무실, 상점, 교실, 연구실, 관청 등, 일터가 어디이든지 간에, 우리의 모든 활동이 이 빵 안에 수렴되어 <예물 준비 기도> 때에 제단 위에 올려지는 것입니다. 이어서, 사제는 포도주 잔을 들고 기도합니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주님의 너그러우신 은혜로 저희가 포도를 가꾸어 얻은 이 술을 주님께 바치오니, 구원의 음료가 되게 하소서." 그리고 회중은 조금 전과 같이 "주 하느님, 길이 찬미 받으소서." 하고 응답합니다. 여기서도 역시, 기본 뜻은 같습니다. 다만, 주님의 피로 변화될 포도주를 들고서는 적극적 행위나 노력 대신, 소극적 당함이나 수고를 제물 삼아 그리스도의 피와 함께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입니다.
6. 교회 안에서 성찬례가 이처럼 결정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교회 구성원 전체가 여기에 얼마나 큰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지는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특히 바로 이 성찬례에 그 이름과 실체의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사제>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목숨처럼 중요한 것인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성찬례가 교회 생활의 중심이며 정점이라면, 그것은 또한 사제 직무의 중심이며 정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충만한 감사의 마음으로, 저는 성찬례가 '성체성사 제정 때에 유효하게 생겨난 성품성사의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존재 이유'라고 되풀이하여 말합니다. 사제들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목 활동에 참여합니다. 현대 세계의 사회 문화적 상황들을 고려할 때, 우리는 사제들이 그처럼 많고 다양한 임무 속에서 중심을 잃어버릴 지극히 현실적인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목자다운 사랑에서, 사제의 생활과 활동을 통합시켜 주는 끈을 보았습니다. 이 목자다운 사랑은 '주로 성찬의 희생 제사에서 흘러나오며, 따라서 성찬례는 모든 사제 생활의 중심이며 근원'(사제생활교령, 14항) 이라고 공의회는 덧붙입니다."
그렇습니다. 여기 인용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 가운데에서도 마지막 부분은 오늘날 우리 사제들의 고충과 빠져들 수 있는 위험을 날카롭게 지적해 줍니다. 과연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상황의 복잡한 환경과 변화에 따라, 일의 중요성과 우선순위에 대한 감각을 잃고 문제의 바다에 빠져 표류할 수가 있습니다. "그처럼 많고 다양한 임무 속에서 중심을 잃어버릴 지극히 현실적인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입니다. 이 위험에 빠지지 않고 주어진 사명을 제대로 실천하는 길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표현한 대로 목자다운 사랑입니다. 그리고 이 목자다운 사랑은 "주로 성찬의 희생 제사에서 흘러나오며, 따라서 성찬례는 모든 사제 생활의 중심이며 근원'(사제생활교령, 14항)" 이라고 공의회는 덧붙입니다.
7. 구체적 제안
이 모든 점을 생각하며,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채택하고, 우리 교구가 2000년 특별 사목교서에서 밝힌 바 있으며, 지금까지의 숙고에서 생각해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여 제시합니다.
가. 하느님 말씀 그 동안 성서 읽기, 쓰기, 외우기, 공부하기, 나누기 등 온갖 방법을 다해 하느님 말씀에 대한 우리의 정성을 다했습니다. 우리 교구가 공식 방법으로 채택한 <성서백주간> 등 많은 방법들이 읽기, 공부, 묵상, 기도, 나눔 등의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어서 하느님 말씀을 삶에 깊이 받아들이고 그 힘으로 생활에 큰 활력과 변화를 경험하는 이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그런데 성서 공부를 정식으로 시작하지 못한 이들이 아직도 상당히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읽기, 쓰기, 외우기, 공부하기까지는 잘하고 있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기까지는 아직 가지 못한 이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성서 공부와 묵상은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데에까지 가야만 성령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납니다. "내가 다시 말한다.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무슨 일이든 다 들어 주실 것이다.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19-20). 이 말씀은 특히 하느님 말씀을 함께 묵상하는 자리에 잘 어울리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을 대하는 자세에서 우리 모든 믿는 이들의 모범이신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가슴에 모시고 그분의 뒤를 따라야 하겠습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루가 2,19).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서는 방을 찾을 수가 없어, 짐승 우리에서 첫 아들을 낳아 짐승의 밥 그릇에 아기를 뉘어놓았을 때 일어난 모든 일들을 대하는 그분의 자세를 성서는 이렇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귀로 듣는 말씀으로, 눈으로 읽은 글로, 혹은 삶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으로 우리에게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을 대하는 마리아의 태도를 성서는 간단하면서 뜻 깊은 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마리아께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신 것은 예수님을 몸으로 낳아주셨기 때문이라기보다 말이나 사건으로 건네지는 하느님의 말씀을 온 몸에 받아들여 거기에서 그것이 자라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에서 우리는 그 점을 분명히 알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고 계실 때 군중 속에서 어떤 여자가 목소리를 높여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하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가 11,27-28)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았다. 하루 하루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나지만 그 사람은 그것이 어떻게 자라는지 모른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싹이 돋고 그 다음에는 이삭이 패고 마침내 이삭에 알찬 낟알이 맺힌다.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추수 때가 된 줄을 알고 곧 낫을 댄다"(마르 4,26-29). 식물은 땅에 씨를 뿌리고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몸에 씨를 뿌립니다. 씨를 뿌린 다음에는 새들이 와서 쪼아 먹지 못하게 지켜주고, 땡볕에 타죽지 않도록 흙이나 가림막으로 덮어주며 잡초에 숨막히지 않게 김을 매 줍니다. 그렇게 해서 잘 지켜주기만 하면 씨앗은 싹이 터서 자라나 열매를 거두는 데까지 땅의 힘만 빌어 스스로 성장합니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씨가 자라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인이 사람의 씨앗을 받은 다음에는 그것이 손상되지 않게 몸 조심을 하고 영양분을 고루 섭취하며 잘 지켜주기만 하면, 뱃속에서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나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이 아기를 임신하여 여러 달 동안 잘 지켜서 마침내 세상에 태어난 다음에는 젖을 먹여 기른 경험을 바탕으로 예수님을 낳아주신 어머니를 부러워하는 말을 듣고, 정말로 부러워할 사람이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가르쳐 주십니다. 사람의 씨앗을 받아 오랫동안 뱃속에 간직했다가 아기가 세상에 태어난 다음에는 젖을 먹였다는 의미에서 당신의 어머님이 행복하다기보다는, 당신의 어머니를 포함하여 이 세상의 누구라도, 당신의 말씀이라는 씨앗을 받아들여 오랫동안 잘 지켜주면, 다시 말해서 그 씨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해 주면, 그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을 것이고, 그런 사람이야말로 행복하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마리아께서 행복한 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의미가 넌지시 드러나는 말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에서도 확인한 바와 같이, 마리아는 당신의 마음을 하느님 말씀의 도서관으로 만드셨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하느님 말씀이라는 씨앗이 뿌리를 내려 잘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토양으로 만드셨던 것입니다. 우리도 모두 같은 의미에서 자신의 온 존재를 하느님 말씀을 받아 잘 자라게 하는 좋은 토양으로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나. 전례 전례헌장의 가르침대로, 모여온 하느님 백성이 하나도 구경꾼으로 머물지 않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함께 이루는 전례가 되게 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본당별로, 공동체 별로 많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미사 분위기를 한층 더 활발하고 생기 넘치는 것이 되게 합시다. 그렇게 하자면, 성서 봉독자, 성가대 책임자, 미사 해설자 등 전례 안에서 특별한 책임을 맡은 이들이 필요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다. 이 두 분야에서 이룬 성과 특히 대희년 이후 오늘날까지 말씀과 전례를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아 오신 사목자들의 노력으로, 우리 교구의 많은 본당들이 하느님 말씀에 대한 새로운 열정을 바탕으로 전례가 대단히 활성화하고 신자들의 생활에 큰 변화가 도입된 것은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한층 더 기도하고 성령의 빛 속에서 함께 찾아감으로써, 하느님 말씀이 더욱 더 모든 신앙인들의 삶 속 깊숙이 침투해 빛을 주고, 성찬례를 통해서 부활하신 주님의 힘이 그 안에서 한결 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라. 사회생활 이렇게 해서 얻은 힘이 신앙인들을 통해서 이웃과 주변 사회에서 꽃피고 열매를 맺게 되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환경, 생명, 사회복지, 국내 외국인에 대한 형제적 배려 등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일들을 한 결 더한 열정으로 계속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마. 선교 그렇게 해서 우리의 모든 역량을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선교에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8. 맺으며
<아버지>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죽었다가 부활하시어 지금은 특히 말씀과 빵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살아 계십니다. 그리고 살아계신 주님께서 이 말씀과 빵 속으로 들어오시어 거기 계시게 해 주시는 분은 <생명을 주는 힘이신 성령>이십니다. 약속하신 성령을 받았을 때, 제자들은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날이 오면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과 너희가 내 안에 있고 내가 너희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요한 14,20). 성령이 오실 날을 약속하시면서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 예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이미 <그날>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거기에 견진성사까지 받으면 우리는 세례를 완성하여 우리 안에서 성령의 불길이 활발하게 타오르게 됩니다. 이 일이 언제 어디에서나 계속되게 하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세워주시며 "나를 기억하기 위하여 이 예를 행하라"고 당부하신 것이 성체성사 곧 미사입니다. 이 미사를 구성하는 말씀과 성찬에 온 정성을 기울이면 우리는 성령의 빛과 힘을 가득히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사는 우리 각자가 사는 세상에서 드리는 부분과 성당에서 드리는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세상에서 드리는 부분은 우리가 직장에서, 가정에서, 그 밖에 다른 일터에서 하는 모든 노동과 그 과정에서 겪는 수고로 이루어지고, 그것이 성당에서 드리는 미사 때에 빵과 포도주에 합해져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어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세상에 살면서도 "이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게"(요한 17,16) 되면, 우리는 이제 세상에 나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제, 수도자, 교우 등 하느님 백성 전체는 무엇보다 먼저 말씀과 성찬으로 이루어지는 성체성사를 삶의 중심에 놓고, 성당에서 드리는 미사를 제대로 봉헌하는 일에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거기서 빛과 힘을 가득히 받은 다음, 성당 밖, 우리가 사는 세상에 나가 주님의 도우심과 각자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복음을 전하며, 세상을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몸을 바쳐야 하겠습니다.
2009년 대림 제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 교구장 이병호 빈첸시오 주교
제주교구
2010년도 사목교서 ‘가장이 솔선수범하는 소공동체!’
우리는 지난해에 ‘어린이와 함께 하는 소공동체’를 지내며 소공동체의 싹으로 자라날 어린이들을 신앙인으로 키워내기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온전한 신앙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돕고 촉진할 수 있는 데에는 가장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새해에는 가정에서 ‘아버지’들의 자리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합니다.
교회의 본질은 하느님 자녀들의 친교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인류가 한 아버지를 모시는 여러 자녀로서 서로 형제자매로 지내고 인격적인 사귐과 삶의 나눔을 통하여 하나의 가족 공동체를 이루도록 초대하셨습니다. 교회가 이런 본질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교회의 최소 단위인 본당도 그러한 친교를 구현해나가야 합니다. 본당이 이러한 친교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가정입니다. 가정이야말로 혈연으로 가장 튼튼하게 엮어진 명실상부한 형제적 공동체입니다. 가족들이 신앙 안에 일치하여 함께 본당의 신앙 공동체에 동참할 때, 그 본당 전체가 따뜻하고 힘있는 공동체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안티오키아의 교회도, 코린토의 교회도, 로마의 교회도 모두 그곳 교우들의 가정이 교회의 못자리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정에는 신앙을 받아들이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가장을 중심으로 가족 모두가 함께 신앙생활을 수용하고 나누었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정 공동체는 신뢰와 사랑으로 맺어진 새로운 영신적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튼튼한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 가정의 가장들은 신앙을 전수하고 살아가는 공동체의 핵이었습니다. 가장이 그리스도 신앙 안에 굳건히 서 있을 때 가족 모두가 함께 같은 신앙을 나누어 받았습니다. 이 땅에 신앙이 처음 뿌리 내린 조선 시대의 초대 그리스도 공동체에도 여러 가장들이 먼저 신앙을 받아들이고,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따라갔습니다.
오늘날 현대의 한국 사회에서 가장은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에 집중함으로써 가정과 가족들과는 차츰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가정은 자녀들과 아내에게 맡기고 가장은 바깥일에 전념하면 된다는 사고는 잘못 형성된 가정관입니다. 오늘의 우리 사회에는 가장은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잘못된 의식이 지배하여 왔습니다. 가장은 가족들을 먹여 살릴 경제적인 책임만이 아니라 아내와 함께 가족들의 정신적인 성장과 유대를 이끌어갈 책임도 갖고 있습니다.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은 어머니만의 역할이 아니라 아버지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과제입니다. 더구나 자녀들의 정신적인 교육과 신앙적인 양성에는 아버지의 적극적인 관심과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유다인들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서 자기 나라 없이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도 유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각 가정에서 가장들이 이어온 정신교육과 신앙교육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유다인들은 오늘날도 안식일 전날 저녁에 모여 가장을 중심으로 가정 기도 예절을 갖습니다. 이 시간이야말로 가족 간의 강한 유대와 친교뿐 아니라 자녀들의 정신교육과 신앙교육의 현장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가장들은 안식일 전날 저녁이면 가족 곁으로 돌아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의 전승을 자녀들에게 전합니다. 이것은 아버지로서 자녀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요, 은혜입니다.
오늘 우리도 가정에서 가장의 자리, 아버지의 자리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것은 외적인 권위, 돈이나 재물로 가족을 복종시키는 구시대의 가부장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와 신앙의 유산을 자녀들에게 전수해주는 참된 아버지, 자녀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삶의 표양을 몸소 살며 보여주는 존경받는 아버지입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아버지 중에 가장 완전한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이십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빵으로만 우리를 먹이시는 분이 아니라 당신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우리를 기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요한 3, 16).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말씀이신 성자를 우리에게 송두리째 내어주셨습니다. 말씀이신 성자께서는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가 빵만 먹지 말고 당신 말씀과 당신의 살과 피를 받아먹고 마시기를 원하셨습니다.
모든 가장들은 가족들이 함께 이 생명의 말씀과 살과 피를 받아모실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독려하고 앞장서야 합니다. 가장은 가족들이 함께 하느님 말씀을 양식으로 삼아 섭취하도록 가정 기도 모임을 주례하고, 미사에도 가족이 함께 참여하며 성자의 살과 피를 통하여 참된 생명을 나누어 받도록 미사 참례에 가족 모두를 인도하여야 합니다. 가정 구성원들이 매일 세 끼 양식을 챙겨먹듯이 말씀에 맛들이고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을 먹게 될 때, 소공동체와 본당도 모두 살아있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외아드님의 영광에 여러분 가정도 모두 한 몫을 얻게 되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2009년 11월 30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제주교구 교구장 강우일 베드로 주교
군종교구
2010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군종교구
“기도와 봉사의 삶을 사는 해” “각자가 받은 은총의 선물이 무엇이든지, 그것을 가지고 서로 남을 위해 봉사하십시오.” (베드로1서 4,10)
주님 안에 사랑하는 군종교구 형제 · 자매 여러분,
지난해 우리는 군종교구 설정 20주년을 지냈습니다. 20주년으로 어엿한 성년이 된 우리 교구는 이제 성숙해진 모습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20주년을 맞이한 우리에게 육군 훈련소 새 성당이라는 눈에 보이는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공군과 해병의 훈련소인 공군 교육사 성당과 해병대 교육훈련단 성당도 지난해 하느님께 더불어 봉헌하였습니다. 이 선물들은 성년이 된 군종교구가 한국교회를 위해 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군 복음화 25%”라는 목표를 세우고 우리 스스로의 내적 성장을 다져가며 선교의 결실을 맺기 위해 매진하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군 복음화 25%를 향해 나아가는 5년”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지내온 마지막 해가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지난해 교구설정 20주년을 지내며 우리가 한 일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는 크게 세 가지를 하였습니다. 첫째는 기도 봉헌이었고 두 번째는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생명을 나누는 장기 기증에 참여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육군 훈련소 김대건 성당을 비롯한 각 군의 훈련소 성전 봉헌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는 기도와 봉사와 선교의 의미가 담겨있음은 물론이요, 군종교구의 새로운 길이며 새로운 지표입니다. 따라서 선교의 결실을 지향하며 “기도하고 봉사하자”가 금년도 우리 교구가 살아가야 할 사목 목표입니다.
선교와 봉사의 원동력인 기도 생활
지난해 교구설정 20주년을 뜻 깊게 보내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가 함께 한 일은 기도 생활이었습니다.
전 교구민이 가정과 본당 공동체를 연결하며 30만 단이 넘는 묵주기도를 드린 것은 성령과 함께 한 시간이었습니다.
기도하며 우리는 가정의 평화를 느꼈고 본당 공동체의 일치를 느꼈습니다. 오래 냉담하였던 형제?자매들이 교회로 돌아왔으며 기도를 모르던 많은 장병들도 기도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전후방 각지에서 때로는 성당이 없는 철책과 해안에서 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함정에서 생활하는 장병들에게 규칙적으로 기도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장병들은 집을 떠나 때로는 외로운 격오지에서 힘든 생활을 해나가고 있고 때로는 생명을 바쳐야 하는 순간도 있기 때문에 기도 생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성경 곳곳에서 기도의 소중함을 알려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생애의 중요한 때가 되었을 때는 기도하며 준비하셨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구하셨습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실 때 광야에서 40일간 기도하셨고(마태 4,1-12), 제자들을 부르실 때도 그러하였습니다(루카 6,12). 그뿐 아니라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수난을 받아들이고 아버지 손에 당신을 맡길 수 있었던 것도 기도를 통해서였습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또한 예수님은 다른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루카 22,3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셨고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생명을 보호하고 평화를 위해 일하도록 부르심 받은 우리 군인들도 자신을 위한 기도에서 이웃을 위한 기도로 그리고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로 이어지는 기도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생애는 끊임없는 기도의 연속이었으며 기도는 그분의 힘이며 삶이었습니다. 우리도 지난해 묵주기도를 바치며 성령의 충만함을 느꼈고 마리아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 기도의 꽃다발 30만 단을 육군 훈련소 김대건 성당 축성식에 더불어 봉헌하면서 우리는 이 큰 성전이 의미하는 군선교에 우리가 기도로 함께 하였으며 우리 자신이 기도로 선교의 대열에 참여한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평생 봉쇄수도원에서 기도를 드리며 산 소화 데레사 성녀가 전 세계 선교의 주보성인이라는 사실은 기도 없이는 선교가 이루어질 수 없음을 말해줍니다.
기도의 결실로 이어지는 봉사 생활
기도가 우리를 이끌어 주님께로 향하게 하듯 기도는 또한 우리를 주님의 백성에게로 향하게 합니다. 기도의 열매는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낳게 하며 그 사랑은 봉사를 낳게 합니다. 봉사는 기도의 열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군인은 그 신분 자체가 봉사하는 신분임을 말합니다. “군생활로 조국에 대한 봉사에 헌신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안전과 자유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이 임무를 올바로 수행한다면 그들은 참으로 국가의 공동선과 평화 유지에 기여하는 것이다”(가톨릭교리서 2311항 : 사목 헌장 79항).
교리서와 헌장에서 표현되었듯 군인들은 봉사자입니다. 군복무를 통한 국방의 의무뿐만 아니라 그밖에 종종 일어나는 자연재해 때도 군인들은 훌륭한 봉사자로 살아갑니다. 홍수로 집이 떠내려가고 길이 끊어지는 때에 땀을 흘리며 복구하는 모습 속에서 그리고 화재로 온 산을 태우고 집을 삼키는 때에도 군인들은 국민들을 위한 훌륭한 봉사자들입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님의 뜻을 받들어 펼친 장기기증 운동은 계속되어야 할 생명의 나눔이며 드높은 생명 나눔의 봉사라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병들이 부대 주변 이웃에 사는 독거노인을 돌보고 소년소녀가장을 돌보는 선행들과 불우 복지시설에서 봉사를 하고 있음을 보게 되는데 이는 봉사자로서의 살아있는 모습이며 미래 이 사회의 주역이 될 병사들에게는 훌륭한 체험들입니다. 그 뿐 아니라 주일에 성당에 나와 기도하고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병사들을 돌보고 위로해주고 가르치며 신앙을 키워주는 크고 작은 일들 역시 훌륭한 봉사이며 소중한 일들입니다.
고귀한 생명과 평화를 위해 일하는 군인은 삶 자체가 이미 기도와 봉사가 조화된 성인으로 부르심을 받은 길입니다. 이러한 삶을 산다는 것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하느님을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거룩한 뜻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평화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 기도하고 봉사하는 일처럼 어울리고 자랑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주님 안에 사랑하는 형제 · 자매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체험한 사도들은 “각자가 받은 은총의 선물이 무엇이든지 그것을 가지고 서로 남을 위해 봉사”(베드로1서 4,10)하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가정과 본당 공동체에서, 또 부대에서 끊임없는 기도 생활과 구체적인 봉사에 참여하는 삶을 살아갑시다. 기도와 봉사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선교의 꽃을 피우는 군종교구가 되도록 힘차게 나아갑시다.
+++
사목교서에 따른 세부지침 - 기도의 결실로 이어지는 봉사의 생활화 -
1. 가족들과 함께 매일 기도하는 시간을 꼭 갖도록 합시다. 2. 모든 일을 하기에 앞서 간단한 성호 긋기부터 자유기도를 생활화합시다. 3. ‘한국 천주교 청년 교리서’를 신자 장병들 모임에서 적극 활용합시다. 4. 성당 주위의 복지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도록 합시다. 5. 병사들은 매달 정해진 주일에 부대나 생활관에서 봉사할 수 있는 내용을 적어 봉헌 때 봉헌합시다. 6. ‘하루 100원 모으기’ 운동에 적극 참여합시다. 우리의 작은 나눔으로 이루어지는 ‘하루 100원 모으기’ 운동을 통해 조성되는 기금을 우리 주변에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서 사용합시다. 7. 헌혈 및 사후 장기기증 운동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하여 특별히 생각하고, 생명을 살리는 생명나눔운동(사후 장기기증, 각막기증, 골수기증, 헌혈 등)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합시다.
2009년 대림 제1주일에 천주교 군종교구 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