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전문 기자들이 프로야구 현직 코치들과 하일성 허구연 해설위원 등 전문가 의견을 모아 마무리 4대천왕으로는 권영호(삼성 은퇴), 김용수(LG 은퇴), 임창용(FA), 진필중(LG)이 올랐습니다. 물론 선동열 구대성 이상훈 등 마무리투수로 걸출한 활약을 한 스타들은 더 있지만 이들의 경우 마무리보다는 선발투수로도 장기간 뛰었기 때문에 제외했습니다.
▶원조 마무리-권영호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 한국 야구에선 선발, 중간, 마무리의 보직 구분이 없었다. 원년부터 삼성에서 뛴 왼손투수 권영호(현 영남대 감독)가 명실공히 대한민국 1호 마무리 전문 투수였다.
송곳 제구력과 두뇌 피칭이 트레이드마크인 권영호는 프로 통산 100세이브를 올렸다. 현역 시절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현대 김시진 투수코치는 "당시 대부분의 투수들이 던질줄 몰랐던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아 효과적인 피칭을 했다. 특히 제구력이 빼어나 스코어링포지션에서도 흔들림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마운드에 올라가면 무조건 승리를 지켜낸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영구결번-김용수 마무리 투수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면도날'이라는 별명처럼 뛰어난 제구력과 포크볼을 주무기로 삼았고, 강한 승부욕으로 86~88년 구원왕, 90년과 94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16년 현역 기간 동안 126승 227세이브, 방어율 2.98의 성적을 남겼다. 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군림한 그의 등번호 '41번'은 영구결번됐다. 롯데 윤학길 투수코치는 "공 10개를 던지면 10개 모두 낮게 들어오는 최고의 컨트롤을 가지고 있었다"고 평했다.
▶창용 불패-임창용 공의 위력만을 놓고 봤을때는 최고 마무리로 평가받는다. 사이드암으로 뿌리는 직구 스피드가 시속 150㎞대에 이르고 뱀처럼 휘는 커브는 시속 100㎞대로 떨어져 타자들을 현혹한다. 10년 통산 93승168세이브를 올리는 동안 51패만을 기록할 정도로 마운드에 올라가면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제구력이 들쭉날쭉하고, 큰 경기에서 보여준게 적다는게 약점이다. 지난해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팔꿈치 부상으로 제몫을 하지 못했다. 하일성 해설위원은 구질면에선 임창용을 최고의 마무리로 꼽았지만 "동료들에게 믿음을 주는 카리스마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42세이브-진필중 지난 2000년 진필중은 한시즌 최다인 42세이브를 낚으며 특급 소방수로 떠올랐고, 99년에 이어 2년 연속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는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진필중은 이후 몸쪽 승부를 과감히 못하는 고질을 노출했고, 주자가 나가면 구위가 급격히 떨어지는 등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하위원은 "더 이상 구질 개발을 하지 않아 타자들에게 수를 읽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고는 김용수 제구력, 직구 위력, 경기 운영 능력, 승부욕 등으로 평가한 마무리 투수 부문에서 김용수가 최고로 인정받았다. 전문가들은 마무리투수의 최고 덕목인 카리스마에 있어 김용수를 최고로 쳤다. 특히 팀을 두차례(90, 9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시킨 승부사 기질을 높게 평가했다. 하위원은 "구질은 비교적 단순했지만 순간순간의 판단력과 볼배합으로는 비교할 선수가 없다"며 "무엇보다 마무리의 첫번째 조건인 강한 정신력이 돋보였던 선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