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6월 26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628토] 전작권 전환 연기,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2012년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하는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27일 오바마 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천안함 사태에 따른 안보와 동맹 강화를 논의한다. 이 때 전작권 문제를 다룰 계획이라고 한다. 전후 맥락에 비춰, 전환 연기를 구체적으로 못박지는 않더라도 그리 가닥이 잡힌 듯하다.
한미 양국이 북한을 향해 강력한 동맹과 연대를 과시하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은 언뜻 자연스럽다. 전작권 전환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당연한 귀결로 반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안보와 동맹뿐 아니라 군사주권과 정권의 정체성 등에 관한 국민 인식이 복잡하게 얽힌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국가 차원이든 정부 차원이든, 얻고 잃을 명분과 실리를 지혜롭게 가늠할 일이다.
2007년 이뤄진 전작권 전환 합의는 동맹 재조정과 대미 자주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의 요구를 미국이 마지못해 수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작전통제권은 이미 박정희 정부 때 논란이 됐고,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 이 환수됐다. 미국도 1989년 넌ㆍ워너 법안에 따라 1996년 이후 전작권 전환을 계획했다가 북핵 문제로 중단했으나, 부시 행정부의 국방변환 정책과 연계해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노무현 정부는'자주'명분을 얻는 대신 군이 요구하는 전력 강화 부담을 껴안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명분보다 실리를 좇는 듯하다. 보수계층의 안보 우려를 돌보는 모습이지만, 전력 강화에 드는 막대한 국방예산을 줄이는 게 더 큰 목적으로 비친다. 전작권 전환에 따른 안보 우려가 과장된 사실은 미국이 동맹 수호를 다짐하며 전작권 전환을 고수한 데서도 확인된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 연기로 여러 가지 효과와 소득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전환을 1ㆍ2년 늦춘다고 안보태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의 정체성을 시비하는 거센 논쟁에 휘말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연기는 이래저래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626토] 권력형 불법사찰, 어물쩍 넘어갈 순 없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상대로 벌인 불법 사찰의 내막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블로그에 올린 이명박 대통령 비난 동영상은 하나의 꼬투리였을 뿐, 총리실의 주 표적은 옛 여권 정치인에 대한 옭아매기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총리실이 동원한 각종 무리수는 탈법이나 위법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법과 절차 따위는 깡그리 무시한 초법적 행태의 연속이었다.
피해자 김아무개씨의 말을 종합하면, 총리실은 그가 같은 고향 출신 정치인(이광재 당시 민주당 의원)과 촛불집회 등에 후원금을 제공했으리라는 의혹을 갖고 내사를 시작했다. 이 전 의원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총리실은 김씨의 회사를 불법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으로도 모자라 회사 직원들까지 불러 조사를 벌였다. “정치자금을 밝히지 않으면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들이 스스로 수사기관 행세를 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수사기법’마저도 저질스럽기 이를 데 없다.
총리실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방식도 통상적인 절차와는 거리가 멀다. 경찰청이나 서울경찰청 등을 경유하지 않고 곧바로 일선 경찰서와 직거래를 했다. 이 수사가 권력형 ‘청부수사’였음을 드러내는 방증이다.
이번 사건의 파문이 날로 커지는데도 총리실은 문제의 공직윤리지원관에 대해 대기발령만 냈을 뿐 아직 조사도 착수하지 않았다. 당사자인 총리실이 조사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이런 미적지근한 태도로 진상규명이 될 리 없다. 게다가 문제의 공직윤리지원관은 현 정부 최대 실세 그룹들이 포진한 지역 출신이다. 애초 내사가 시작된 게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사정이 시작될 무렵인 점을 고려하면, 사건의 의미와 파장은 더욱 커진다. 과연 공직윤리지원관이 독단적으로 내사를 결정했는지, 당시 총리실장을 포함한 윗선은 보고를 받지 않았는지, 청와대 등 정권 핵심 실세들의 묵인·방조는 없었는지 등 밝혀야 할 내용이 수없이 많다.
이번 사건이 소름끼치는 이유는 어느 누구나 이와 같은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표적을 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권력, 개인의 삶이야 망가지건 말건 나몰라라 하는 정부, 그들 밑에서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고통스럽고 절망스럽다.
[동아일보 사설-20100626토] ‘KAIST 개혁’ 徐총장 쫓아내기의 추한 막후
서남표(徐南杓) KAIST 총장은 2006년 7월 취임 이후 교수 정년보장(테뉴어) 심사 강화, 학부 전 과목 100% 영어 강의, 성적부진 학생 장학금 미지급 같은 조치로 ‘철밥통’ 대학사회에 개혁을 몰고 왔다. 2008학년도 입시부터는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학생들을 교수들이 일일이 찾아다니는 인성면접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뽑는 입학사정관제의 선도적 역할을 한 것이다. 서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한국 대학에 경쟁력 키우기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서 총장 취임 이후 KAIST는 2005년 세계 232위였던 영국 더타임스의 세계대학평가에서 2009년 69위로 급상승했다. 작년엔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가 KAIST의 개혁에 감동했다며 300억 원 상당의 임야를 기부했다. 전국의 독지가 3224명이 과학인재 육성을 위해 4년간 KAIST에 기부한 돈이 1350억 원이다.
서 총장이 첫 4년 임기를 내달에 끝내면 연임되지 못할 처지에 몰리고 있다. 최근 열린 총장선임 소위원회와 총장선임 이사회는 후보추천 합의를 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서 총장을 밀어내기 위해 이사회를 계속 무산시켜 총장 대행체제로 끌고 가려 한다는 관측이 있다. 사실이 그렇다면 교육당국과 대학의 전근대적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과부는 공식적으로는 KAIST가 정부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모바일 하버’와 ‘온라인 전기자동차’가 1980년대 미국에서 실패한 프로젝트임에도 500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서 총장을 쫓아내려는 움직임의 막후에는 해외파와 국내파, 경기고 인맥, 서울대 공대 대(對) KAIST 등 학맥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지난날 외국인 총장을 몰아낸 일부 인사들이 이번에는 특정 학교 학맥의 총리, 교과부 장관까지 동원해 서 총장을 축출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식정보 사회에서 한 나라의 경쟁력은 대학이 이끈다. 작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대학교육 관련 지표는 57개국 중 50위권이었다. 4년 만에 대학경쟁력을 163계단이나 올려놓은 서 총장을 연임시키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총장을, 무엇을 보고 뽑겠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만일 교과부가 정부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총장을 몰아내려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런 교과부를 구조조정하는 것이 교육과학기술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평소 서 총장은 “한국 대학이 발전하려면 교과부의 시스템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입바른 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KAIST를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서 총장 같은 교육개혁가가 많이 나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626토] 中, 6·25의 역사적 사실 인정조차 그렇게 힘드나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발행하는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는 24일 6·25 발발 60년 특집 기사에서 "1950년 6월 25일 북한군대가 38선을 넘어 공격을 시작해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 영문판도 최근 냉전(冷戰)의 역사를 연구해 온 선즈화(沈志華) 화둥사범대 교수 인터뷰 기사에서 "6·25는 김일성의 남침 계획을 소련의 스탈린이 승인하면서 일어났다"고 전했다.
6·25에 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6·25는 남·북한 간에 일어난 내전(內戰)"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와 공산당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들이 잇달아 수십년 전부터 세계에 공인(公認)된 사실을 이제야 보도한 것도 눈길을 끄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6·25 관련 공식 입장이 당장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국제선구도보 특집 기사 중 "북한이 공격을 시작했다"는 구절은 6·25 일지(日誌)에 단 한 번 들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기사가 관심을 끌자 국제선구도보와 신화통신 홈페이지, 중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 기사들을 일제히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6·25전쟁은 지금의 중국·북한 관계를 낳은 모태(母胎)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지난해 10월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이 묻혀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를 참배했듯이 중국 주요 인사들은 방북 때면 6·25 때 전사한 중공군 묘소를 찾곤 한다. 중국은 지금도 6·25 때 70만 중공군이 개입한 것이 "미국에 대항하는 북한을 도와서 사회주의 대(大)가정과 국가를 보위하기 위한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 保家衛國)'"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은 과거 북의 '6·25 북침설'을 받아 되풀이하다가 1990년대 초 소련 극비문서가 공개되고 관계자 증언이 속속 나오자, 수정주의 사관에 따른 '6·25 내전설'로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지금껏 그 입장을 지켜오고 있고, 학생용 교과서에도 "6·25는 남·북 간 내전"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중국 역시 한국 내 좌파들처럼 자신들의 정치적·이념적 잣대에 따라 6·25 관련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는 오류에 빠져 있다. 중국이 북한 권력의 온갖 기행(奇行)과 주민 탄압, 핵개발, 천안함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두둔해 온 것도 바로 '6·25에 관한 조작된 기억(記憶)'이 중국의 정책 결정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동북아와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한 이상 냉전적 사고(思考)에 사로잡힌 6·25에 관한 잘못된 기억도 정정당당하게 바로잡을 때가 됐다.
[서울신문 사설-20100626토] 흥청망청 지자체 교부금 불이익 꼭 주라
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 출범을 앞두고 단체장들의 서울 나들이가 잦아졌다고 한다. 내년도 예산계획을 짜는 시기여서 중앙부처의 관계자들을 만나 국비(國費)를 조금이라도 더 따내야 하기 때문이다. 단체장들이 당적과 인맥을 총동원해서 예산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역주민을 위한 공익사업에 대해서는 중앙정부도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히 단체장 개인의 당적이나 영향력과는 무관하게 사업의 공익성과 타당성 등을 공정하게 따진 뒤 국비를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낙후지역을 배려해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정부가 지자체에 주는 교부금 가운데 ‘특별교부금’은 늘 논란이 되었다. 한 해에 1조원에 이르는 특별교부금은 지자체에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을 때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돈은 실제로 정권 실세들에게 혜택을 주는 사례가 많았다. 야당 출신이거나 중앙에 인맥이 약한 단체장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중앙정부가 특별교부금을 당근 삼아 지자체를 길들이는 악습을 이젠 털어내야 한다.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지자체들은 수입 테두리에서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재정자립도가 20%도 안 되는 지자체들이 호화청사나 짓고 과도한 축제를 벌이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일부 기초단체들이 수백억~수천억원을 들여 호화청사를 지었다가 재정이 거덜나자 빚을 내서 공무원 월급을 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4년전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시는 관광산업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파산했다. 최근 미국 LA 인근의 메이우드시는 재정파탄으로 행정담당관, 검사, 선출직 공무원만 빼고 나머지 공무원 전원을 해고했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 지자체들도 흥청망청하다가는 머잖아 그런 꼴을 당할 수 있다.
정부는 단체장의 치적용 사업은 물론이고 호화·낭비성 지역행사를 철저히 가려내서 규제해야 한다. 지자체 감사와 경영평가 등을 엄정하게 시행해서 예산낭비 지자체엔 반드시 교부금에 불이익을 주도록 제도화하기 바란다. 국민이 언제까지나 지자체의 혈세낭비에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626토] 경영계, 타임오프 원칙 결코 물러서면 안된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타임오프(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둘러싸고 노사간 힘겨루기가 최고조에 이른 양상이다. 민주노총은 주요 기업들의 단체협상이 이달 중 타결돼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을 가하고 있고, 재계는 타임오프 제도의 원칙을 엄수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해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타임오프 제도를 흔들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돼선 안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주요 대기업 대표들이 어제 이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노동계의 요구에 단호히 대처키로 의견을 모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타임오프 제도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동계의 현실을 감안해 일정 인력에 대해 예외적으로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노동계는 물론 재계와 공익위원들까지 참여해 장기간 논의를 거친 끝에 간신히 만들어낸 타협안이다. 그런데도 이것마저 지키지 못하겠다고 떼를 쓰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된다.
민노총은 "노조전임자 수와 전임자에 대한 처우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단체협상을 이달 말까지 마무리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는 데 그치지 않고,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사업장은 7월 중 따로 전면파업을 벌이겠다는 협박까지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의 단체협상 갱신 대상 사업장이 전체의 4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민노총의 주장은 타임오프 시행 자체를 저지하려는 의도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파업 협박에 굴복해 타임오프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 결코 있어선 안된다. 민노총의 이번 파업은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 아니라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관철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불법임이 명백하다. 게다가 이런 무리한 요구는 사용자 측에 불법행위를 저지르도록 강요하는 것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개정 노동법은 사용자가 법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 전임자 임금을 지원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타임오프 제도는 낙후된 우리 노사문화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키 위해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게 되면 노사문화 선진화는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정 처벌함으로써 새로운 노사관계 구축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626토] 공적자금 투입 책임 반드시 물어야
부실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처리대책이 확정됨에 따라 부실정리를 위한 구조조정에 탄력이 붙게 됐다. 은행권은 25일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 가운데 건설 및 해운을 중심으로 총 65개사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하거나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공적자금위원회는 구조조정기금 등을 통해 저축은행의 부실PF채권 2조8,000억원어치를 사주기로 했다.
우리 경제가 거의 정상궤도에 들어섰지만 건설ㆍ해운 등 일부 경기민감 업종의 경우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의 경우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등으로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PF대출 부실화는 동전의 다른 한 면이다.
부동산경기가 단기간에 살아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부실기업 정리는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역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이 경영난에 빠질 때마다 국민혈세로 지원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난해에도 자산관리공사가 1조7,000억원의 저축은행 부실채권을 인수해줬지만 부실PF채권은 되레 더 늘어났다. 건설경기 부진이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사고가 터지면 정부가 해결해주다 보니 도덕적 해이가 조장된 측면도 없지 않다.
구조조정 내용에 있어서도 당초 계획보다 대상업체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래기업이 워크아웃되거나 퇴출될 경우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은행들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단 이번 구조조정만이라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처럼 한꺼번에 많은 기업을 상대로 구조조정을 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때 언제라도 부실기업을 정리해나가는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저축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국은 이번에도 경영정상화 노력이 미흡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인수합병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주주의 책임을 확실히 묻는 것은 물론 건전성 대책이 겉돌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철저하게 추진해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구희령(사회부문 기자)-20100626토] 고문의 망령
‘고문을 당해보면/인간이 인간이 아님을 알게 된다/고문하는 자도/고문당하는 자도/깊은 밤 지하 2층 그 방에서’(고은의 시 ‘고문’ 전문)
고대에 고문이 횡행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노예도 여성도 외국인도 하층민도 ‘인간’이 아니었으니 고문쯤 한들 뭐가 대수였으랴. 로마의 티베리우스 황제는 죄수들에게 엄청난 양의 포도주를 마시게 하고는 손발을 악기의 현으로 묶는 고문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소변을 보고 싶어 몸부림칠 때마다 살 속으로 현이 파고들도록 한 것이다.
스파르타의 폭군 나비스는 ‘인간’인 시민들을 대상으로도 고문을 일삼았다. 거액을 내놓으라는 그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내 아내 아게파는 당신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성 인형 속에 온통 철침이 숨어있는 고문 기구를 들이댔다.
모든 사람이 천부인권을 보장받는 현대에도 고문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시한폭탄 이론’이다.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에 찾아내려면 폭탄을 설치한 범인을 고문해서라도 자백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1956년 11월 알제리의 수도 알제의 지방장관 폴 타이트겐이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 타이트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숱한 고문을 이겨낸 영웅이었다. 그런 그에게 경찰 책임자가 고문 허가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 알제리의 독립운동가가 폭탄을 숨겨놓은 장소를 자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천 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타이트겐은 경찰의 요청을 거절했다. “한 번 고문하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고문은 30개의 폭탄을 발견함으로써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문은 또 다른 50명의 테러리스트들을 만들어 더 많은 무고한 죽음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브라이언 이니스, 『고문의 역사』)
지난 23일 서울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이 피의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같은 현대사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피의자에게 자백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프랑스의 문호 볼테르가 이미 이렇게 쏘아붙이지 않았던가.
“법이 유죄라고 판결하지 않았으면 아직 그들의 죄는 불확실한 것인데, 당신은 그들이 유죄로 확정되었을 때 받게 될 고통보다 훨씬 더 끔찍한 형벌을 가하고 있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0626토] 월드컵 패러디
“히딩크는 송종국이라는 나라의 설기현에 살고 있다. 직업은 축구감독으로 하는 일은 김남일이다. 그의 집에 가려면 박달재 같은 이운재를 넘어야 한다. 재를 넘으면 박지성이라는 거대한 성이 있는데, 유상철이라는 합금으로 만들어져 있다. 박지성 옆에는 성이 두 개 더 있는데 이민성과 최은성이다.” 2002년 월드컵 때 화제를 모았던 패러디다. 4강신화에 고무돼 당시 인터넷에는 태극전사 관련 패러디가 봇물을 이뤘다. “속이 거북하면 히딩크제약의 안정환과 이천수를 함께 복용하시라.” 지금 봐도 대한민국의 누리꾼들은 기발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도 사이버공간은 웃음바다였다. 이을용 선수가 성난 표정으로 서 있고 그 앞에는 심판이 얼굴을 감싼 채 쓰러져 있다. 이름하여 ‘2006 을용타’. 스위스전에서 오심을 한 주심에게 한방 먹인 것이다. 2003년 동아시아대회에서 몰래 반칙을 해대던 중국선수를 가격해 쓰러뜨린 것을 패러디했다. 지단의 저 유명한 ‘박치기 사건’은 여기서 영감을 얻었다는 설(?)도 있다. 아이스바를 치켜든 탤런트 임채무의 모레노 심판 패러디, 군인들의 꼭짓점 댄스 등도 배꼽을 잡았다. 인기만화를 패러디한 ‘박주영의 조삼모사’도 빼놓을 수 없다. “골 넣고 기도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낸다. “그럼 넣지 말까” 하고 돌아서니 원숭이들이 비굴한 표정으로 합창한다. “할렐루야.”
조삼모사 시리즈는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2010버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만 소개하면, “한국, 나이지리아에 져서 16강 탈락.” 원숭이들이 펄쩍 뛰자 주인이 돌아서며 중얼거린다. “내 이름은 펠레.” 말하면 반대로 된다는 펠레의 저주를 패러디했다. 나이지리아전 때 이정수의 동점골은 ‘동방예의지국 슛’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헤딩하려고 고개를 숙였는데 발에 맞았기 때문이다. 기성용의 크로스는 ‘택배 크로스’로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이번 월드컵 패러디 중의 압권은 단연 ‘차두리 로봇설’이다. 차두리가 항상 웃는 얼굴인 것은 그렇게 세팅돼서이고, 차범근 해설위원은 두리가 볼을 잡으면 조종하느라고 조용해진단다. 차두리 설계도까지 나돌며 로봇설은 무슨 의혹설처럼 계속 번지고 있다. 원래 인터넷은 설설(說說) 끓어야 정상이다. 이런 말에 속이 불편해지는가. ‘이천수’는 없어도 ‘이정수’는 있으니 드시라.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한홍택(KIST 원장)-20100626토] 창조적 연구환경
우리나라 경제가 이토록 빠르게 성장해 온 것은 그동안 추격형 연구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입증된 선진기술을 따라가는 추격형 연구는 시행착오가 적기 때문에 그 효율 면에서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려는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오늘날에는 창조적 연구에 몰두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우리 출연연구소의 환경을 보면 아직까지는 창조적 연구를 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이 아닌 연공서열에 따른 처우는 열심히 일해야 할 필요를 무색하게 하고, 열심히 하려고 해도 제도상 규제가 많은 것 같다. 과거의 추격형 연구는 이런 경직된 제도하에서도 충분히 가능했지만, 오늘날의 선도형 창조적 연구는 이 같은 분위기에서는 도전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제도적 문제를 바꾸는 데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은 자율성이다. 가을 하늘에 높이 떠다니는 흰구름처럼 아무런 장애물 없이 연구자의 생각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할 때 뜻하지 않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경우 연구자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KIST와 같은 출연연구원은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한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연구를 해야 하고, 기업 연구소의 경우에는 이익이 남는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기대하는 성과는 정해졌다 하더라도 그러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연구원들에게 맡겨두는 것이 창조적 연구를 위한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직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실제로 개선하려 들면 큰 저항을 받게 된다. 새 제도가 이제껏 해오던 관행의 장점을 무시한다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인데, 그 저변에는 개개인에게 유리하면 새 제도가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과거 관행대로 해야 한다는 기득권의 뿌리 깊은 이기심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변화라도 변화는 많은 진통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진통을 겪으며 창조적 연구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창조적 연구를 위해 선결해야 할 우리 과학계의 중요한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