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현풍 도동서원 주변의 순례를 마치고 봄잔치로 흥에 겨운 비슬산자락에서 관옥목사님과 사모님을 뵈었습니다.
대구, 밀양, 부산등지에서 오신 단촐한 식구들과 사랑방같은 황토방에 모여 도담도담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관옥목사님 말씀과 일부목사님의 순례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며 하하 호호 웃음가득한 밤이었어요.
(본디 비하인드 스토린 재미나지만 회자되면 안되니 재방송은 어럽겠네요-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
여러말씀들 중 제겐 테야르 드 샤르댕신부님의 오메가포인트에 관한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세상을 원뿔기둥에 비교하여 수백수천만년전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는 돌도끼 하나 사용하기위해서 수십만년이 걸릴정도로 그 변화가 더뎠다면 지금은 사람들의 과학적 지식에 따른 인식의 변화를 순간순간 느낄 수 있을만큼 빨리 변화고 있으므로 거의 원뿔의 꼭지점인 오메가포인트에 도달한 듯 한데 샤르댕신부님은 그 꼭지점을 그리스도로 표현하셨고 그 다음 세상부턴 하나님의 세상이라고 하셨다네요.
죄지은 사람과 착한사람이 심판받는 세상이 아닌 나와 너가 둘이 아닌 하나,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세상.
제가 느끼기에도 진리의 발걸음들이 조금씩 피어나고 있으며 그러한 눈뜸(깨어남)이 예수님의 부활이고 하나님의 나라가 아닐까 했지요.
또 사람들은 다리를 절룩이는 사람은 그 모습대로 봐주면서 상처로 인해 마음이 불구자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잘 봐내지 못하신다며 눈에 보이는 육체의 불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불구는 같은것이니 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여러 말씀끝에 제 마음속에 귀하게 남아있는 말씀으로 성직자는(제생각엔 성직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못먹고 가난하여도 스스로 그것을 오히려 감사하며 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신 말씀에 사랑이니, 진리를 이야기하며 조금이라도 더 귀한대우를 받고싶어하고, 더 빛나고 싶어하는 제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했어요.
일부목사님께서 말씀하신 운하를 바라보는 견해를 이제는 더이상 찬, 반의 문제가 아닌 현시대 사람들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근원적 성찰의 좋은 시기라는 말씀도 잘 사유해야겠다 싶었어요.
여러 좋은 말씀과 즐거운 이야기들은 부활절 전야의 밤을 축하하듯 내리시는 비님과 더불어 마감하였어요.
부활절 예배의 시작은 빗속 순례의 발걸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모두가 비옷을 입고 경건히 기도하듯 한걸음 한걸음 부활절을 맞이하였어요.
초보교인인 저에겐 부활절은 그리 익숙한 날은 아니예요. 그저 예쁘게 장식된 달걀을 주위 친구나 교회에서 나눠받아 맛나게 달걀 먹던날 정도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래서 걸음내내 예수님 부활의 의미가 뭘까하는 생각을 하게하셨어요.
수천년전 부활하신 예수님은 저에게만은 불과 2,3년전 아니 제게 거하시는 그분을 제가 느끼는 그 순간에 부활하신거란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제 손을 잡고 걷고 있던 어진이가 다리가 아프다며 짜증을 내기 시작하였어요.
처음엔 묵묵히 받아주던 제가 어느 순간 아이를 타박하며 채근하고 있었어요.
제 마음에서 부활하신 그분의 뜻과 의지가 아닌 순간순간 그분을 무시하고 부정하며 오히려 다시금 그분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일상의 저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아차 싶었어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았어요.
산과 강, 나무, 밭에서 자라는 작물과 풀들은 그분의 뜻대로 섭리대로 순종하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평화로운 기쁨이 역력한 듯 보였지요. 나도 저들처럼 그렇게 살고싶다란 염원이 마음에 담겼어요.
저들에게 거하시는 그분이 공히 내게도 거하시고 저들은 내 생명의 의지처이니 저들과 나는 이미 둘이 아닌 하나이므로 이미 내겐 그분의 평화가 거하고 있으며, 이 사실만을 제가 잊지않고 머리와 손,발이 겸허히 배우고 연습하면 그런날이 절로 가능하리란 희망도 덤으로 담아왔어요.
순례마무리길에 둥글게 모여 손을 잡고 우리들 마음엔 빛이 있다면...노래를 부르고 관옥목사님의 기도로 조촐한 부활절이자 드림실험교회와 더불어교회의 생일을 마무리하였어요.
그리고 재미나게도 이날은 같은 집에서 점심은 짬뽕, 저녁은 자장면으로 사주셔서 우리 어진인 걸으러가면 어련히 자장면먹는날로 기억하고 또 가고싶어 한답니다^^
낙동강을 걷는 동안이라도 함께 하고싶었던 마음은 있었으나 도무지 저 혼자라면 쉽지않았을 것을 그때마다 뜻하지않은 길벗들이 동행하게 해주셔서 평화의 시간을 주심에, 도무지 제가 의지를 앞세워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배우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이 모든것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첫댓글 원뿔 꼭지점 위에서 저도 아멘. 소용돌이치는 나팔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하늘 끝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꿈을 꾸었어요. 어릴 때. 몸이 몹시 아파서 오래 앓았었는데 어느 날 큰 회오리 바람이 진공청소기 처럼 저를 빨아 올려서 회전하면서 하늘위로 오르락 내리락. 어머니가 엉엉 울어서 왜 울까 나는 이렇게 좋은데 왜 울까 했던 기억이 나네요.
현빈님 글로 다시 1박2일의 부활절나들이가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고맙습니다.^^ 앎의 시간이 더욱 새겨지라고 며칠동안 그랬는가 봅니다. 주말에 봅시다
부활절 달걀을 예쁜 봉지에 넣어 두루 나누어 주신 명덕교회(전진택 목사)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