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해명산에서 봄기운을 품다.(2)
지금시간이 15시25분이다. 11시26분에 전득이 고개를 올라 이곳 방가고개를 지나는데 까지 약4시간이 소요 되었다. 물론 점심시간과 여유롭게 걸어온 탓에 시간이 흘렀지만 하여튼 적은 시간은 아니다. 아기자기한 산세에 바다를 함께 조망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온 것이 피로감을 덜해 준 것은 사실이다.
산행은 초봄이 좋다, 여름이면 무성하게 자란 나뭇잎 때문에 산의 속살을 볼 수가 없으며 먼 곳의 조망도 어려울 때가 있지만 초봄은 잎이 피기 전이라 다르다.
< 능선을 따라 가다 보면 괴석들이 나타나 잠시 피로를 덜게 해준다 >
낙가산을 오르는 능선 길에는 괴이한 괴석들이 뛰엄뛰엄 보인다. 그 모습들이 조금이나마 우수꽝스럽기도하여 피로를 덜어 주는 듯 했다.
그 낙가산을 오르기 전에 새가리고개에 대한 전설이 재미있다. 새가리고개는 옛날에는 산새가 하도 험악하여 사람들이 감히 넘을 수가 없을 정도 였는데 오직 날으는 새만이 이 고개를 넘었다하여 새가리고개라 부른다고 한다.
실제로 새가리고개에는 매음리와 석모리를 잇는 고개의 이정표는 있으나 고개길을 다니는 사람의 흔적이 없어 보였다.
< 낙가산에서 본 지나온 길 , 끝트머리가 해명산
다음이 방개고개, 그리고 새사리고개이다 >
< 내건너 마을 먼바다 >
걸어 온길 되 돌아 보니 꾀나 멀리 왔다. 그런 자신이 뿌듯함이 전해오는 감정에 스스로 감동해 본다, 자연이 이토록 위대하고 인간을 순응토록 하는 힘에 새삼 놀라워 해본다.
내건너 마을 먼 바다는 흐린 날씨에 운무가 겹쳐 멀리는 볼 수가 없었으나
신비감이 가져다주는 상상의 날래는 더 멀리멀리 날아가 우리를 즐겁게 한다.
< 낙가산에서 자연을 찬양하며 >
< 낙가산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
먼 수평선에 아스라이 보이는 섬들 넘어는 무엇이 기다릴까?
내 님이 계실까? 나의 안착지가 기다릴까?
끝없는 바다로 향하는 마음은, 육십 중반을 넘는 우리들에게는 왠지 공허함을 가져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제까지 잘 견디고 여기까지 왔으나 앞으로 남은 여정이 공허함을 채우기에는 벅찬 감이 먼저 앞을 가린다.
< 낙가산의 이름 모를 바위 앞에서 >
< 아래쪽에 보문사가 보인다 >
< 이바위 암벽아래 “눈섭바위가 있다 ”.>
< 저 멀리 있는 봉우리가 마지막 능선봉우리인 상봉산이다 >
눈썹바위 능선의 넓은 바위에는 전에 없었던 철책이 있었는데 이것은 아래쪽으로 돌이 굴러가는 것을 막기위한 안전 철책인 것 같았다. 자연 풍광에는 거슬리지만 아래쪽 눈썹바위 사람들에게는 안전이 우선이니 이해가 된다.
낙가산(落袈山)은 관세음보살이 살았던 인도 남부에 있는 산이라고 하는데
금강산 보덕암에서 수도하던 회정스님이 이곳을 보고서는 봉황이 날아와 집을 짓는 형국의 명당 이라고 하여 보문사를 짓고 평소에 흠모하던 관세음보살을 회정스님이 관세음보살의 고향 산 이름을 이곳 산 이름으로 명명하여 낙가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 낙가산에서 보문사로 내려가는 길>
원래 해명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상봉산까지 가서 보문사로 와야 제코스를 밟는 것이나 우리는 이곳 낙가산에서 바로 보문사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통상 이곳에서 보문사로 간다고 한다.
내려가는 길은 다소 경사가 높아 무릅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한발 한발 내 디디며 내려 가야한다.
내려가다 보면 좌측으로 가는 길이 나 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눈썹바위 암자로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전번에 왔을 때는 없었던 길인데 하고서는 바로 내려왔는데 지나치고 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기왕이면 이정표라도 세워두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멀리 눈썹 바위와 암자가 보인다. >
< 줌으로 확대한 눈섭바위 모습 >
전에 없었던 기단도 만들어져 있다. 중간에서 들어가지 못하도록 철책이 둘러져 있었는데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정문(일주문)으로 들어오라는 뜻이다.
물론 보문사는 입장료가 있기 때문이다.
씁쓸한 기분이 든다.
< 멀리 보문사로 들어가는 일주문이 보인다.>
16시 43분이다.
우리들은 많이 지쳐 있었다. 그리고 씁쓸했던 마음이 가시질 않아 보문사를 포기 하고 바로 우리들이 처음 전득이 고개를 오르는 입구로 버스를 타고 되돌아가기로 하였다.
석모도 해명산 능선길 산행이 끝났다.
나는 두 번째지만 다른 친구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을 터인데 막상 산행하는데 넘고 또 넘는 봉우리가 무척 힘들었고 내심 놀랐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스는 길어도 아기자기한 맛과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조망과 1박2일이라는 여유가 힘을 덜어 주었으리라.
바다와 봄기운이 온 몸으로 느끼며 제대로 흘린 땀으로 하여금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시키고 나니 힘이 들고 지쳐도 마음만은 가볍게 하늘을 날아 갈 뜻한 기분이다.
버스에 몸을 싣고 어류정지를 돌아 전득이 고개 부근에서 내려 우리는 다시 걸어서 처음 왔던 곳에 세워둔 차를 타고 일단 석모도를 벋어 나기로 하였다.
< 막걸리로 하세 >
< 나도 한잔 >
석모도를 벋어난 우리들은 외포리에서 동막해수욕장으로 가기 전 팬션 촌에서 멋진 1박의 추억 쌓기에 들어갔다.
우선 간단한 샤워를 한 다음 준비해간 먹걸이를 풀고 놓고 막걸리를 시작으로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이 밤을 위해 즐거움만 생각하기로 하였다.
< 우리는 소주파 >
한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 잔 되니 낮 동안 강행군의 피로가 한꺼번에 가시는듯하였다.
훈제 오리고기에다 우럭, 광어회 안주가 술과 어우러지니 고조되는 기분을 억누를 수가 없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일어나 박수 치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일상의 일탈이 주는 쾌감을 한껏 누리고 있다. 노년의 꽃 할배들이 오늘은 우리 세상이다 하고 맘껏 회포를 풀어 본다.
육십의 중반을 넘기는 꽃할배들은 죽마고우나 마찬가지다. 47년 전에 까까머리로 cj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우정을 나누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지난날들이 실타래 풀리듯 풀리는 가운데 벅찬 환희와 아쉬움이 함께 어우러져 긴 여운을 남긴다.
아~ 지금이 너무 좋아라!
< 야식은 라면이 최고야 >
< 마지막 국물 맛도 일품이지 >
한바탕 놀다보니 배가 고프다, 야식으로 저녁겸 라면으로 해결하면서
오늘을 마무리하는 꽃 할배들은 스스로 만족 하였다.
< 라면에는 소주도 어울린다, 찬찬 부라보!>
< 좋아요~ 좋아!>
라면덕분에 소주 한 병을 더 비우고 나서야 우리는 기분 좋은 하루를 마감 하였다.
< 설거지는 종석이가 >
< 굳 나이트~ >
강행군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버린 회포는 우리들을 깊은 숙면으로 다음날 아침에 가뿐히 일어날 수가 있었다.
< 아침은 꼭 먹어야재 >
팬션 베란다로 나가니 바로 바닷가였다. 이름 모를 섬들이 바다를 둘러싸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보이는 바다의 풍경은 의외였다.
아침은 김치볶음밥으로 배를 채우고 우리는 일찍 팬션을 나왔다.
동막 해수욕장을 거처 인천으로 갈 것이다.
해안선 도로 양 옆으로 펼쳐지는 팬션 촌락은 다소 낯 설은 풍경들이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에 놀라기도 하지만 변하는 세월에 오히려 자신의 무딘 감각에 더 놀라게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썰물에 바닷물이 밀려난 동막 겟 펄 해수욕장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고요한 아침에 외로운 갈매기 한 마리가 끝없이 펼쳐지는 해수욕장을 날고 있다.
외로운 갈매기를 보니 갑자기 젊은 시절 겟 펄을 헤집고 몸을 딩굴리며 희희낙락 게리며 젊음을 불태우던 시절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그래도 내 옆에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 본다.
< 동막 해수욕장 >
함께하는 친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서로의 배려와 이해로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우리들의 인연은 지금까지 40여년을 이어온 것이 소중함을 말해준다.
동막 해수욕장에서 폼 잡는 사나이 꽃 할배여 힘내자!
이제 끝내야 할 시간이다.
마치 인생의 남은 여백과도 같은 저 넓은 빈 공간에 우리 인우회 회원들은 멋진 그림으로 남은 인생의 여정을 채워 나갈 것이다.
감사합니다. 2015.5.18. 씀
끝.
첫댓글 인후회 회원님들 반갑습니다. 인터넷 화면이지만 오래간만 입니다. 해명산 등반 모습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산은 해발327m면 별로 높지않은 야산에 속하나 10:00 에 상봉하여 16:43분능선 걷기운동 장장7시간이면
대단히 힘겨운 산행이라 무리가 안될가 합니다.이제 하산하여 등반 운동은 끝나고 하루밤 묵고갈 안식처 내부
기타 시설이 매우 깨끗하며 여러가지 동영 모습들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보입니다.잘 슀다 오시고 60대 인후회
회원들 산악 낚시 즐기면서 건강 관리 귀감이 되겠습니다.감사합니다.
건강하시지요?
슈가클럽때 제대로 인사도 못드려 죄송하구요
항상 선배님들을 존경 하고 있습니다.
인우회가 찾아간 강화도 해명산 1-2펀
산행중의 기행을 기술한 수준급 이상으로 멋들어 지게 표현하여 쓴 기행문과
아름다운 풍경들의 멋있는 사진들을 보고 나 자신도 즐겁게 산행을 잘 하였습니다,
건강하시지요?
슈가클럽때 제대로 인사도 못드려 죄송하구요
항상 선배님들을 존경 하고 있습니다.
함께 할수있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지요 ...
참 보기 좋아요 언제나 글 사진 잘 보구 있습니다
반갑군요
누구나 관심을 갖는다는것, 관심을 보인다는것 모두가 삶의 소중함이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