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거리 인접한 광주 호남동본당, ‘카페 헤세드’ 운영
향긋한 커피 한 잔 사이로 성당과 지역사회 소통한다
커피와 우리농산물 판매
개업 1년 반만에 손님 늘어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잡아
판매수익으로 소외층 도와
광주 호남동본당(주임 임호준 신부)의 담 한 쪽은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높은 담이었던 자리에 카페 헤세드(HESED)가 문을 열었고, 성당과 거리가 카페를 통해 소통한다.
성당은 청소년들이 몰려드는 대표적인 지역인 광주시 충장로와 인접해 있다. 덕분에 성당 앞은 몰려오고 밀려가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문제는 텅 빈 성당 마당. 주임 임호준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2층에서 밖을 내다보는데, 서로 다른 두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밖에는 청소년들이 가득한데, 성당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겁니다.”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담장을 트고 꽃나무들을 심은 것이 이미 10여 년 전이다. 담을 허무니 사람들의 출입이 늘었다. 이쪽 길에서 저쪽 길로, 횡단보도 건너듯 사람들이 성당 마당을 가로질러 다녔다.
특히 본당은 지난해 5월 카페 ‘헤세드’를 열었다. 주임 임호준 신부의 사목적 의지 덕분에 이룬 결실이었다. 하느님의 자비 혹은 사랑을 뜻하는 ‘헤세드’(HESED)의 문을 열자, 성당과 충장로 거리 사이에 보다 활발한 소통이 이어졌다.
광주 호남동본당 카페 헤세드(HESED)는 성당과 지역 사회를 소통하게 해주는 열린 문이다. 헤세드 운영위원들이 카페 운영에 관해 의논하는 월례회의를 하고 있다.
한때 북적이던 광주 원도심인 충장로와 금남로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인구와 상권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함에 따라 사람들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충장로만 유독 젊은이들이 여전히 몰리는 상황이다. 본당에도 전입 들어오는 신자는 거의 없고, 기존 공동체도 고령화됐다. 그래서 본당 신자들과 동네를 오가는 젊은이들은 서로 다른 연령대였다.
하지만 카페 헤세드가 문을 연 지 1년 반, 입소문을 통해 성당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인테리어와 음료 맛은 다른 카페 못지않은 수준을 보이지만 가격은 반도 안 된다. 커피 한 잔 1000원, 자리 잡고 마시면 1500원이다. 과일청들은 신자들이 유기농 재료를 활용해 직접 만들어 맛과 향은 물론 몸에도 좋다. 카페 한켠에는 우리농산물과 성물 판매 코너도 갖췄다.
이제 카페는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오가는 주민들도 부담 없이 들른다. 성당 사람들과 세상 사람들이 카페에서 만나는 것이다.
음료 값은 워낙 싸서 매출에 비해 수익은 적다. 하지만 팍팍한 본당 예산만으로는 실천하기 어려운 각종 후원과 자선모임, 음악회들을 카페 수익금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본당은 현재 인근 여성인권센터, 가출청소년센터, 장애인재활프로그램, 가톨릭 청소년 모임 등도 지원한다. 성당 마당을 열어 야외음악회도 마련했고, 카페 내에서는 ‘하우스콘서트’도 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성삼의 딸들 수녀회 돕기 찻집을 열어 1400여 만원의 수익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 본당은 젊은이들이 몰리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구상을 진행 중이다. 지역 내 대안학교 학생들을 위해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청소년 이동 상담소 설치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봉사자들이 부족해 카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헤세드 운영위원회 위원장 이기범(율리오·66)씨는 “청소년들이 많은 동네라는 입지 조건을 활용한다면 청소년·청년사목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카페를 구심점으로 각종 공연과 음악회, 복지, 나눔 등 다양한 문화사목 프로그램들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의 062-223-7211 호남동본당 사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