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주전(鑄錢)골과 설악 오색석사(雪岳五色石寺)
설악산 만경대 코스가 생태 보존을 위하여 폐쇄되었다가 2016년, 46년 만에 개방되었는데 11월 15일까지 개방하고 다시 폐쇄된다고 하여 나는 카메라 둘러메고 설악 단풍도 감상할 겸 서둘러 다녀왔다.
만경대는 흘림골 코스가 낙석(落石)으로 폐쇄되는 바람에 오색리 상인들이 생활에 타격이 심하다 하여 임시로 개방하는 것이라고 한다.
양양에서 설악계곡을 들어가는 골짜기로 흘림골과 주전골(鑄錢谷)이 있는데 주전골로 들어가면 한계령(寒溪嶺), 선녀탕(仙女湯), 용소(龍沼), 사자암(獅子巖) 등의 산악경관과 오색온천(五色溫泉)과 오색약수(五色藥水), 갈천약수(葛川藥水) 등 볼거리가 사방에 널려있다.
오색약수 / 설악산 만경대(萬景臺) / 만물상(萬物相) 능선 / 주전골 계곡
만경대 등산코스는 오색에서 출발하여 주전골을 오르면 용소삼거리에서 왼쪽 흘림골과 오른쪽 용소폭포로 길이 나뉘는데 흘림골 코스가 폐쇄되는 바람에 오른쪽으로 올라야 했다. 용소폭포를 지나면 용소폭포 탐사 지원센터 부근에서 한계령 자동차 도로와 만난다.
오색약수에서 시작되는 탐방로는 주전골 절경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도록 잘 설치된 나무로 만든 탐방로와 계곡을 건너다니는 여러 개의 아름다운 다리 등 잘 정비되어 있어 너무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그러나 새로 개방된 가파른 만경대 봉우리를 오르는 등산로는 준비도 없이 서둘러 임시로 개방하는 바람에 등산로라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열악하기 그지없다. 3~40도가 넘는 가파른 산등성이에 임시로 좁은 오솔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계단이나 중간 쉼터, 또는 임시로 다리쉼을 할 만한 공간조차 확보되지 않아서 국립공원 등산로라는 말이 어색할 지경이다.
정상 전망대 격인 만경대(萬景臺)는 계곡 건너로 보이는 경관(만물상/萬物相)은 기가 막힌 장관인데 정작 만경대는 10여 명이 편히 설 자리조차 없는 좁고 비탈진 바위로 사람들이 굴러떨어지지 않게 겨우 철책을 쳐 놓은 것이 전부이다. 사진이라도 찍으려면 바위 절벽이라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나무로 전망대라도 제대로 설치했더라면....
일만(一萬) 가지 형상을 하고 있다는 만물상(萬物相)이고 만 가지 경치를 관망할 수 있다는, 다시 말하면 만물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장소가 만경대(萬景臺)이다.
만경대에서 내려오는 길도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산길인데 온통 흙과 돌 부스러기들로 미끄러워 위험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고, 벌써 여러 명이 굴러 다쳤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주전골 계곡과 만경대에서 바라보는 경관(景觀)만은 금강산에 비견(比肩)되는 압권이었다.
또 주전골과 흘림골 어름에 있는 등선폭포는 30m 정도의 높이로 수량도 그다지 많지 않지만, 신선(神仙)이 이곳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옆에 있는 등선대(登仙臺)에 올랐다는 고사(故事)도 전해오는 곳이다.
주전골로 들어가 오색리를 지나면 남설악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 계곡 가는 곳마다 눈을 뗄 수 없는 절경의 연속이다. 주전골을 오르면서 왼편으로 보이는 만물상(萬物相) 암봉(巖峰)들도 멋있지만, 오른쪽 가파른 산비탈 오솔길을 올라 만경대(萬景臺)에 오르면 만물상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에서 보는 풍광(風光) 또한 장관(壯觀)이다. 나는 금강산(金剛山) 만물상도 가 보았는데 물론 그곳에 비할 수야 없겠다.
근처의 오색약수(五色藥水)도 유명한데 인근 숙박업소에서 계곡물과 지하수를 다량으로 끌어쓴 탓인지 오색약수가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단다. 오색약수는 탄산수처럼 톡쏘는 맛에 약간의 철분 냄새도 난다.
오색약수에서 조금 오르면 성국사(城國寺), 혹은 오색석사(五色石寺)라 부르는 절이 있는데 신라 말에 창건되었다고 하는 고찰로 소실(燒失) 되었다가 근래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오색석사 삼층석탑 / 독주암 / 주전(鑄錢) 바위
전해오는 일설(一說)로, 사찰 경내에 다섯 가지 색깔의 꽃이 피는 나무가 있어 오색석사(五色石寺)라 하였고, 스님이 아래 계곡에서 약수를 발견하여 오색약수(五色藥水)라고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리고 석탑도 성국사지(城國寺址)가 아니고 오색석사지(五色石寺址)가 맞을 것이라는 설(說)도 있는데 어느 것이 진실일지....
석탑은 특별한 조각이나 문양도 없는 단조로운 석탑인데 신라(新羅) 때 세운 탑으로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 주전골(鑄錢谷)은 옛날 산적들이 이 골짜기에서 불법(不法)으로 엽전(葉錢)을 만들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주전골 골짜기를 오르다 보면 정말 엽전을 쌓아 놓은 모습의 주전(鑄錢) 바위도 있다.
전하는 이야기로, 위조 엽전을 주조하던 산적들이 절을 차지하고 승려 행세를 하여 절이 폐사(閉寺)되었다고 하며, 절 마당에 있는 보물 제497호로 지정된 삼층석탑(높이 4.1m)도 유명한데 통일신라 때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는데 훼손되고 무너져 주위에 흩어져 있던 것을 주워 모아 1971년에 복원하였다고 한다.
이곳 비경(秘景) 중의 하나로 독주암(獨走巖)이 있는데 우뚝 솟은 바위가 장관인 이 봉우리는 맨 꼭대기에 겨우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다 하여 독좌암(獨座巖)이라 부르다가 독주암이 되었다고 한다.
선녀탕(仙女湯) / 금강문(金剛門) / 용소폭포(龍沼瀑布)
또, 독주암을 지나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선녀탕(仙女湯)이라 부르는 소(沼)가 있는데 물이 너무 깨끗하고 주변 경치가 너무나 아름답다. 과연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날개옷을 바위에 벗어 놓고 목욕을 했을 것 같기도 하기는 한데 좀 작아서.... 용소삼거리에 오면 금강문(金剛門)으로 불리는 바위 틈새가 있다. 불교에서 금강역사(金剛力士)가 지키는 이 문을 통과하면 온갖 세상의 번뇌가 없어지고, 모든 악귀(惡鬼)를 물리친다는 문인데 너무 초라하고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용소폭포(龍沼瀑布)는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폭포로, 수컷은 용이 되었지만, 암컷은 폭포 옆의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