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되자 돌천지와 윗집 아저씨가 같이 낫을 들고 나가더니 뽕잎가지를 지게로 한 짐 지어다가 뒷마당에 부려 놓았다.
집안에서 커다란 양푼들을 내와 각자 하나씩 옆에 두고서 두집 부부가 둘러 앉아 좋은 뽕잎을 가려 따 담았다.
뽕잎 한 지게라야 얼마 안 되는 양이었든지, 주맥 꼭지를 떼어 내고 따서 써는 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도마가 하나뿐인지라 혼자서 차지하고 뽕잎을 3mm 정도로 썰다 보니 칼자루를 쥔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말았다.
뽕잎차 만드는 세 가지 방법
1. 뽕잎을 따서 찻잎처럼 무쇠솥에 불을 지펴 덖으면 향이 좋은 차가 되고, 철판이 두꺼울수록 향이 살아나며 불내가 나지 않게 된다.
2. 끓는 물에 넣어서 살짝 데쳐 산나물 말리듯 한다.
3. 증기로 쪄서 소금을 약간 쪄서 슬슬 비벼 그늘에 말린다.
뽕잎차 먹는 또 다른 요령
[방법1]
재료 : 뽕잎 100g, 꿀 25g
1. 뽕잎은 깨끗이 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2. 솥에 뽕잎을 넣고 꿀과 끓는 물을 약간 부은 후 잘 섞는다.
약한 불로 줄여 손으로 만져 끈적하지 않을 정도로 고은 후 꺼내어 식힌다.
3. 냉장고에 보관해 둔다.
4. 뽕잎 10g을 찻잔에 담는다.
5. 끓는 물을 부어 2∼3분 우려낸 후 마신다
[방법2]
뽕잎 40g을 1.5리터의 물에 끓여 0.5리터가 되게 졸여서 소금과 꿀을 간하여 먹는다.
직접 만들면서…
인터넷을 뒤져서 위와 같은 레시피를 가지고 두 가지 방법으로 뽕잎차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뽕잎을 따는 시기는 5월경 뽕잎이 연할 때 좋은 성분이 많다기도 하고,
또 가을 서리내릴 때가 약성으로는 제일 좋다고도 하는데,
뽕잎이 세어도 관계없다 하기에 모처럼 벼르다가 이제야 하게 된 것이다.
처음 방법은, 무쇠솥에다 녹차를 덖듯이 덖는 방법이다. 맛으로는 기대가 가지만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조금만 해보고, 나머지는 모두 증기로 쪄서 말리기로 하였다. 그래서 두 가지 방법 중 맛이 제일 잘 나오는 방법을 선택하여 앞으로 그 방법으로만 만들 작정이었다.
드디어 가마솥에 불이 지펴지고 솥이 달궈졌다.
그래도 녹차를 직접 덖어 본 일이 있는 윗집 아저씨가 면장갑 두 개를 겹쳐 끼고 뽕잎 일부를 덜어 솥에 넣고 덖기 시작했다.
아궁이 주변에서 연기는 올라와 눈물 콧물 나는 지경에다 가마솥 열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땀이 비오듯 한다.
윗집 아저씨가 열이 오른 가마솥 안의 뽕잎을 손으로 여러 차례 돌려 뒤집듯이 볶아서 소쿠리에 담아 내고 다시 새 잎으로 덖을 준비를 하는 사이에, 우리 부부는 덖어 낸 뽕잎 위에 고운 소금(죽염)가루를 조금 흩뿌린 다음 재빨리 설설 휘저어 고루 섞어서 식기 전에 두 손으로 마주 비벼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들한 초록빛 뽕잎이 약간 검푸르게 변색되며 뽕즙이 스며 나오기 시작한다. 그것을 다시 솥에 넣고 덖어 비벼 내기를 네 번 반복하니 영락없는 녹차 모양새가 되어갔다.
차를 그렇게 덖어 주는 이유는, 잎 속 성분을 표면으로 끌어 내어 물에 우러나기 좋게 하기 위함이라는 윗집 아저씨의 설명이다.
일정 분량을 네 차례씩 덖기를 네 번 반복하는 사이에 전신은 땀으로 목욕하고 팔이 무지 아팠다. 평소에 품질 떨어지는 녹차는 차라리 안 마시고 말지, 질 좋은 녹차는 마시고 싶어도 비싸서 못 먹겠더니만 그 공정이 이렇게 힘들고 까다로울 줄이야….
덖는다기에 그저 한 차례 볶고 비비고 하면 그뿐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하다보니 욕심이 자꾸 생겨서 할 수만 있다면 아홉 번이라도 덖을 판이었다.
그러나 처음 해 보는 일, 일단은 이쯤에서 끝내고 말려서 차맛을 본 다음에 몇 번을 덖으면 좋을지, 아니면 찌는 방법이 좋을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가마솥에 물을 붓고 끓인 다음 뽕가지를 얼기설기 얹어 놓은 위에 면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뽕잎을 얹어 쪄 내는 방법은 훨씬 수월했다.
잠깐 김을 올리는 사이에 쪄진 뽕잎은 벌써 제법 차 빛깔이 나고 있었다.
그것에 소금을 약간 뿌려 준 다음, 슬슬 비벼 주는 데도 덖은 잎보다는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녹차라면 살살 비벼 줘도 되지만 뽕잎이 좀 억세어서 힘이 들어가는 모양이다.
증기로 찌는 방법은 한 번씩만 하면 되니까 덖은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을 쉽게 끝내고 말리기에 들어갔다.
뽕잎을 쪄 낸 솥 안에 진액이 떨어져 뽕물이 고여 있었다.
그 물에 닭 세 마리를 잡아 넣고, 인삼·황기·작약·밤·대추 등을 넣어 푸욱 고아서 닭백숙 잔치로 일을 끝냈다.
시음 결과
뽕잎이 어느 정도 마른 월요일 저녁, 덖은 잎과 찐 잎을 각기 따로따로 우려서 맛을 보았다.
예상대로 찐 잎은 풋 비린내가 약간 나는 듯한 맑고 단조로운 맛이라면, 덖은 잎은 한결 은은하고 부드럽고 깊은 맛이라는 데에 전원 의견이 같았다.
첫댓글 그것 참, 조금만 더 가까이 사셨더라면, 오늘처럼 큰 비가 와도 찾아가 차맛을 보여주십사 졸라보았을 겁니다. ^^* 차를 덖다...덖어진 차를 보며 뿌듯해 하고 계신 거 맞지요? ^^*
그저 문자로 적힌 레시피 몇 줄로는 무척 간단하고 쉬워 보이는 일도 직접 해보는 것과는 또 다르더군요. 정말 무지 뿌듯했답니다. 힘들기는 해도 결과물은 매우 신기하고 보람되어요. 마실 때도 누가 어떤 마음으로 만드는지 모를 공장 인스턴트 음료보다 훨씬 애정과 감사를 가지고 먹게 되고요...^^
참 많이 해 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차를 덖어보는 거랍니다. 좋은 이들과 편히 둘러앉아 차 나누는 귀한 행복을 하루 빨리 얻어보고 싶은 욕심이 새삼스레 생깁니다.^^* 언제, 꼭 그 차맛을 우리 오두막 식구들에게도 풀어놓아 주세요.^^*
아, 그것 참... 오두막 언니야들과 차도 함께 덖어 말려보고, 마셔보고, 또 모여앉아 바느질도 해 보아 가면서, 긴 시간 살아가는 얘기로 수다해 보는 날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히히~ 그 옆에 앉아 군고구마 까먹으며 수다떠는 것 듣고 싶다..^^
그저 상상만 해도 행복에 젖게 합니다. 이처럼 비님 오시는 날 ....
차를 만드는 방법이 생각보다 어려운것 같아요..비싼차는 그만한 이유가 있군요..다음에 기회가 되면 잘 적어 놓았다가 해볼께요
8월 28-29일 해인사에서 차문화수련회가 있습니다. 좋은 행사입니다. 차에 관심있으신 분들 참여하심 참 좋겠다 싶습니다. 저도 만사 제치고 가볼까 합니다. 다음카페 '다로경권'이라는 곳에 가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지요.
저도 요즘 차를 한번 덖어보고 싶어 고물상에 가서 낡은 가마솥을 구해 놓았습니다. 요즘 뽕잎으로도 차를 만들 수 있다니 당장 한번 만들어 보아야 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