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지사 까페에 글을 쓰려면 뭐 이런 이런것을 해야 돈 번다... 이렇게 하는 길이 이국에서
현명하게 사는 길이다... 등등의 영양가 있는 것을 써야 되건만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는 삶을
살고 있지 못한 관계로 매일 이런 글만 쓰는군요.
엄마의 말이 곧 길이요, 진리요 법이던 시절을 지나 아이가 자기의 생각을 꼿꼿이 밝히고
자기에게도 마이 웨이가 있다고 외치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 날이 오리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제가 당하니 갑자기 견딜 수 없이 힘이 들고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가끔씩 외로움이나 고독을 감정의 사치로 느끼며 은근히 즐기기까지 했었지만
인맥이 취약한 외국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고독은 거의 치명적이었습니다.
우연히 어떤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말씀하시는 분위기로 보아서 평범하지는 않다고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누구에게 물어보니
그분의 신상명세가 좌르륵 펼쳐졌습니다. 아직 미혼인 물리학 박사 아들과 단둘이 살고 계시는
분인데 일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자세가 꼿꼿해서 생물학적인 나이가 그다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분이죠.
그 옛날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광주 중앙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셨다는군요.
송강 정철의 자손이고 삼촌이 대한민국 건국초기의 그 유명하신 대쪽 판사인 가인 김병로.
중소기업을 경영하던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남편의 사업실패로 신촌의 와이대에
다니던 아들 손을 이끌고 그 당시만해도 한국인들에게 불모지이던 에들레이드까지 오시게 된 사연.
아들을 던져 놓고 다시 한국으로 나가 마지막 남은 재산을 남편의 사업재기 자금으로 투자했으나
그것마저 모두 달아나고 급기야는 남편이 사망을 했다는군요. 처음에는 남편의 죽음이 너무나
애틋하고 가슴이 아려서 고통스러웠으나 지금은 원망만이 남았다고 하시면서 얼마전에 보여주신
그분의 사진을 보니 인물이 무척 수려하신 분이셨습니다.
내 인생도 내 마음데로 못하는데 아무리 자식이라도 자식인생을 부모맘대로 재단하기는 힘이
드나봅니다. 불혹의 나이인 박사 아드님은 아직 미혼이고 또 조만간 결혼을 할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집과 학교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고 이 할머님은 친구도 없이 매일 매일
아드님 뒷 바라지에 하루 하루를 투자하십니다. 그러다보니 누군가를 만나서 조금 소통의 기미가
보인다 싶으시면 많이 의지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의지한다는 사실이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까봐 고민을 하십니다.
요즘 이 할머니랑 친구하고 있습니다.
영화도 보고 밥도 같이 먹고 그리고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국에도 외로운 노년을 보내는 분들이 많이 있고 그 분들도 나름 아픔이 있고 어렵겠지만
남의 나라에서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나이드신 분들의 고통은 더욱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댓글 대체적으로 한국 어르신들.....머..사실은 교민 거의다 외로움을 타고 있겠죠..그래서 한국에서 새로이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말을 시키려 들곤합니다...........한가지 문제는............한국이 호주보다 더 발전을 했다는 ...호주가 후지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는 것..
뉴질에 머레이스베이라는 아름다운 해변에 위치한 동네가 있습니다. 한동안 그곳에서 살았었는데 애들이랑 해변가를 쭉 따라 올라가다 바위위에 앉아 힘없는 눈으로 지평선을 바라보고 계시는 할머니 한분이 아무래도 한국분이신것 같아 인사를 드려보았답니다. 안녕하세요? ....... 이 한마디에 내 손을 부여잡고 하시는 말씀이 "이런곳에 뭐하러 와, 이곳은 너무 심심해 ... 나는 꼭 귀향온것 같아" 하시더군요. .... 이민도 자기가 필요해서 주체적으로 온 것과 가족들에 의해 이끌려 온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거라 여겨져요.
아 ~ 그리고 애들 문제 ....... 어떤 영화에 보니 이런 대사가 ...... 내가 애들 등뒤에 쫙 달라붙은 문어는 아닌지.... 내 기준에 맞춘 여러개의 발과 빨판으로 꽉 옥죄고 있는 ........ 아마도 제가 거기 해당되지는 않은지...... 이곳 서양애들의 애들 존중..........영화를 보며 매번 느끼고 그래 줘야지 하면서도 머리로만 인식되고 애들하고 부딪칠땐 내 틀에서 벚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봅니다. 내가 만약 낚지나 문어라면 애들 입장에서는 끔직할 것 같습니다.
쓸쓸 한것이 인생인 가 봐요 .. 자식이 있어도 남편이 있어도 아내가 있어도 문득 문득 느껴지는 그 기분..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 "우리네 인생" 발레리아님 글은 항상 잔잔한 생각을 가지게 하는 글들 입니다.
평생 아웅다웅 다투기를 더 많이 하시던 친정부모님..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엄마를 생각할때.. 많은 생각이 오갑니다. 자식인생 부모가 어찌할 수 없듯.. 부모의 외로움.. 자식도 어찌 채워드릴수 없는듯 합니다. 평생의 반려자.. 짝꿍이 자식보다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더욱 듭니다.
그런 이유로 외로우셨군요... 직설적으로 이유를 여쭤보지도 못하고 발레리아님 신상에 큰 이상이 있으신 걸까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걱정했어요. 아직도 살짝 사치로 생각하고 즐기셔도 될만큼 여유있고 우아해 보이세요.
함께 있어도 마음이 같지않고 서로 다른 마음으로 산다면 그것두 몇배로 힘든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울 시어머님 아들넷만 키우셔서 도통 여자의 심리를 모르시던 분이 제가 자꾸 호주간다고하니 이젠 "내가 너없으면 누구한테 하소연 한다니?" 속으로...있을때 잘 좀 해주시지...하면서도 참 안타까웠어요. 외롭다는거....영원한 숙제입니다
리아님., 저도 그 할머님을 소개 좀 시켜주세요., 저야말로 큰 어른께 의지하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답니다.ㅠㅠ
발레리아님 전직이 작가셨나요? 정말 마음에 와 닿는 글들입니다. 흑흑 우리도 조금씩 늙어 가고 있는데.....있을 때 잘 해 주라구요? 네 항상 까먹고 있어요. 있을 때 잘 해 줘 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