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기차 안에서 저녁을 때우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합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계룡산 자락,
미리 전화를 걸어놓은 탓에 별 걱정없이 떠나봅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관리인께서 안내해주신 대로 2층 야영지에 텐트를 치고
추워하는 아이를 위해 부랴부랴 난로를 피웁니다.
금방 따뜻해지자 아이는 금방 잠이 들고, 오늘밤도 한가로이 소줏잔 기울일 일만 남았네요....
얼핏 잠에서 깨니 딱따구리 소리가 정겹습니다.
또 아랫층에 자리잡은 외국인 텐트에서 아이들이 영어로 떠드는 소리가 들리네요...
시간을 보니 6시 30분. 참 고녀석들 일찍도 일어났네, 혼잣말을 하며 텐트 밖으로 나와봅니다.
새소리 너머 계룡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속으로 따져보니 이곳 공주 땅을 밟은 지도 15년은 되나 봅니다. 그간 뭘 하고 산 건지....^^
덩달아서 담이도, 담맘도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원래 이 모자가 늦잠을 잘 자는데 아무래도 시끄러웠던 모양이죠?
밤을 해서 먹고 커피 한 잔 마셨는데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오늘 하루는 꽤 길겠군요.
물을 사러 잠시 나갔다오다가 야영장 입구를 담아봤습니다.
이곳은 국립공원에서 민간에 위탁한 곳이라고 합니다.
관리하시는 내외분을 보니 어르신은 칠순이 넘은듯 했습니다.
너무 친절하셔서 나중에는 부담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갖다주신 물김치도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담이가 전에 하던 놀이가 생각났는지 갑자기 사방치기를 하자는군요.
엄마는 의무감에 하고 있지만 아이는 엄마의 실수가 즐겁기만 한 모양입니다.
놀이는 단순히 놀기 때문에 좋은 것만은 아닐 겁니다.
특히 이런 놀이는 규칙을 가르치는 것이어서 사회화 과정에서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너무 거창한가요?^^
동학사를 가자고 제가 졸랐습니다.
계룡산은 이런저런 이유로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여기저기 보면서 옛 생각에 잠겨보고도 싶었습니다.
환경운동을 하는 지인에게 들으니
숲 전문가들 중에서도 참나무 종류 다 꿰고 있는 분이 드물다는군요.
동학사 가는 길에 참나무들이 가득합니다.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등등....
캠퍼들에게는 오래 잘 타는 나무로, 열매는 묵으로 주고, 또 숯이 되기도 하고...
여러모로 고마운 나무들이죠...
봄 햇볕이 완연한데도 계곡 옆에는 아직도 눈이 녹지 않고 얼어 있습니다.
계절이 교차하는 때의 풍경이 딱 이렇겠지요...
이리저리 꾀를 부리는 담이를 데리고 한참을 올라와 드디어 동학사에 닿았습니다.
가만보니 아까 같이 매표소에 있었던 일행들은 벌써 구경 다 하고 내려가는 중이더군요.
사찰에 들르자마자 아담한 3층 석탑이 운치 있습니다.
절에 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에 더 머물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깔끔함, 화려함보다는 소박하면서도 꾸민듯 꾸미지 않은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이니까요.
대웅전의 문짝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색은 바랬지만 어느 미술품 못지 않은 문을 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아빠 2백원만 줘봐...."
또 무슨 떼를 쓰려고그러나 봤더니 인형 위에 동전들을 올려놓고 기도한 분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동글동글한 머리 위에 동전을 올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경내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캠핑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다음 주면 꽃이 활짝 피어있겠네요....
소식을 들으니 남녘에는 벌써 목련이 피었다지요....
굳이 산행이랄 것도 없는 산책을 했지만,
산 아래에서 할 건 해야겠죠.
커다란 파전에 조동동주를 마시니 마치 산 정상을 찍고 내려온 기분이 듭니다.
야영장에 돌아오니 텐트가 봄볕에 뽀송뽀송하게 말라 있습니다.
겨울 나느라고 고생한 텐트.....
아무래도 난로를 뺄 때쯤 이 텐트는 겨울용으로 임명할까 합니다.
오토캠핑 처음 시작할 때 누군가 리빙셸 두 동 있어야 한다는 말 이제야 실감합니다.
엄마, 아빠, 아이 셋이 머문 미국인의 텐트를 구경했습니다.(웨더라이트 거 같은데 맞나요?)
아이들 꼬질꼬질한 게 미국 애들이나 담이나 똑같더군요.
요 아이가 담이랑 놀았습니다.
말도 안통하는 아이들끼리 서로 자기네 말로 떠드니 서로 얼마나 답답했을까요....ㅎㅎ
담이는 저번 일본여행에서, 이번에 동생뻘인 아이와 손짓발짓하다 외국어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나봅니다.
"도대체 뭐라는 거야?" 답답했던지 약간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는군요...
동동주 기운에 낮잠을 잡니다.
발코니 창 위로 하늘이 곱습니다. zzz~~
관리건물 옆에서 담이가 올라가 보겠다고 용(!)을 씁니다.
저 나이면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많을 때니 오죽할라구요...
시범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아시다시피 제가 그럴 처지가 아니라서요....ㅎㅎ
맨 위 야영지에 티에라 한 동이 쳐져 있다길래 올라가봤습니다.
대전에서 오신 노매드님이더군요.
커피 한잔 마시고 내려왔는데 직접 찾아오셔서
밤 늦도록 캠핑 얘기, 세상사는 얘기 두런두런 참 많은 얘기 하룻밤에 나눴습니다.
여기서 잠시 담이네 텐트 구별법,
스텐레스 연통 말고도 라운지 앞쪽의 환한 구멍 보이시죠...
바로 찾아오실 수 있습니다.....^^
이번에 담맘이랑 간편모드 구성을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간편장비를 따로 해서 짐 다 싸들고 다니는 수고로움을 좀 덜기로 했습니다.
그 대열에 동참해줄 르카프 버너....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만 화력도 좋아서 봄여름가을 쓰기는 괜찮겠더군요.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암벽 하시는 분들이 여럿 오셨더군요...
1인용 텐트를 치는데 특이한 것은 이곳 관리인께서 갖다놓으신 매트리스입니다.
1인용 침대 매트리스 깔고 그 위에 텐트를 치니 다른 야외용 매트가 필요없겠더군요...
저희 집 앞으로 수십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시산제를 올리려는 산악인들입니다.
마침 철수하는 일요일이라 크게 불편하진 않았는데,
떡과 과일을 자꾸 갖다주셔서 민망했습니다.
호기심 많은 우리 부자야 구경 한번 잘한 일인데 말입니다.
아침부터 쉬엄쉬엄 짐을 꾸려서 점심 먹고나니 얼추 다 싸졌네요.
담이는 쌓아놓은 짐들 사이에서 낫또를 먹겠다고 여기저기 묻히고 있습니다.
청국장, 된장 다 좋아하는 아이라 먹을 거로는 걱정이 없군요...
오랫만에 찾은 계룡산 자락에서 늘어지게 쉬다 온 캠핑이었습니다.
다음 주엔 많은 분들 만나뵙겠군요... 밀린 얘기는 그때 두고두고 나누시죠....
마지막으로 새로운 패션 제안입니다.
더치오븐과 포타포티 커버의 결합입니다....
동학사 야영장에서 담이네 드림
첫댓글 계룡산에 잘 모르는 도사님 알고 있는데 못보셨는지요 ^^ 아산으루 가시드만 여기저기 마이 다니시네... 저도 이참에 아산으루 이사가볼까요? ^^
철학원 있길래 살짝 구경하고 왔지... 혹시 머리 묶은 그 분이 그 분? ㅎㅎ
동학사 이야기가 나오니 오래전 비구승과의 연분도 생각나고 이래저래 풀려가는 날씨속에 세상사도 잘 풀려야 할텐데 말입니다.
샤이안님 여자관계가 심히 복잡한듯 합니다. 스쳐간 인연이 왜 그리 많은지....^^
언제 함 동학사 야영장에 가 봐야 겠군요. 동학사도 들려보고...
상급 캠핑장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조용히 쉬다 올 수는 있겠더군요... 정보 올려놓겠습니다....^^
아주 옛날.....울 아부지랑 갔던곳이네요.........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아부지께서 좋은 곳 많이 데리고 다니셨나봅니다.... 전 계룡산에서 무쟈게 고생한 기억이 몇 번 있습니다...^^
활동반경이 훨 넓어지셨군요 ㅎㅎ 부럽습니다.
활동반경 좀 더 넓혀봐야죠... 충청도내에서...^^
아~ 이곳 조용하다고 소식 들었습니다. 한번 가보고 싶네요. 다음 기회에~~~
이번 주에는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시산제한다고 몇 십명이 몰려드는 통에....^^
대전에서 집사람만나 82년도 결혼했답니다...유성,동학사...참 좋은곳입니다..
유성에 온천이 새로 생긴 모양입니다. 좋다고 하던데 산 내려 오셔서 한번 가보시죠...^^
좋은곳 다녀오셨네요. 부럽습니다.^^
파란꿈님은 요새 어디 다니시나요... 옆동네 사시는데 한번 놀러오시죠....^^
좋겠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네요... 부럽습니다... 이사가고 싶다..
노매드님 말씀으로는 생각보다 충청권 캠핑할 곳 많지 않다고 합니다. 부지런히 다녀야 한두 곳 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담이님은 참 부지런도 하십니다...^^ 피츠로이 텐트가 보이네요.. 꾼들이 여기서 야영을 하는가 봅니다.
사실 이곳은 꾼들이 많이 야영하는 곳이랍니다. 이곳에 텐트 달랑 쳐놓고 갔다오는 시스템으로요... 저는 그 분들 부러워하고, 그 분들 중 몇몇은 오토캠핑이 부럽다고 하시더군요...^^
가족들의 오붓한 저녁시간을 방해할까봐 망설이다가, 잠깐 인사차 들린다는 것이 그만...^^. 간결하고 깊이 있는 후기에서의 느낌을 실제 캠핑하는 모습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구쟁이로만 비쳐지던 담이의 생각 깊은 스케치들이 인상적이었구요. 건강한 가족캠핑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의미 있는 캠핑이 계속 이어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오며가며 만나는 이런 만남도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마치 서너 번은 뵌 정도로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충청권 다니다보면 또 뵐 수 있을 겁니다. 참, 연어 맛있게 먹었다는 말씀도 못드렸네요.... 착한 따님들과 함께 하는 노매드님의 가족캠핑도 쭉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
군대시절, 수요일 전투체력시간이면 동학사로 매번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그때는 동학사 자락에 야영장이 있는지도, 야영장이 이런 계절에 쓸모가 있을거라는 생각도 안해봤는데...이제는 한번 민간 캠퍼로서 다녀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동학사 가는 길 유난히도 일병, 이병 군인들이 부모와 많이 거닐더군요... 처음에는 외박, 외출 나와서 왜 절에 오나 싶었는데... 이유가 있겠지요...? ㅎㅎ
ㅋㅋㅋ 그 주변엔 갈 곳이 그곳밖에 없답니다...군인 아들 데리고, 대전시내 나가서 맥주를 마실수도 없고....ㅎㅎ
여전 하십니다^^ 따스한 햇살 쪼이러 함 나가봐야지..ㅎㅎ
허참, 언제 나오시는 겁니까? 대간님이 있어야 든든한데... 나무할 때....^^
고2방학때 담임선생님과 다녀온곳 이네요 몇년전인지는 세고 싶지 않습니다~~ㅠㅠ 좋은구경 했습니다~~
그냥 몇 년 전인지만 세세요... 지금 나이는 까먹으시고....ㅎㅎ 이번 주 뵙겠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그냥 담이의 모습에서 웃음만 .... 너무 귀엽게 자라고 있네요. 저희도 요즘 집보러 다니는데 만만치가 않네요. 이른새벽에 잠을 깨서리 정신이 없네요.
이사하시려구요? 이사도 정말 일입니다.... 정리하는 데 몇 주는 걸리더군요... 좋은 집 구하시길...^^
멋진사이트를 또하나 개발했구만...즐감...^0^
충청권에서 한두 팀 가족캠핑 하고 싶을 때 찾으면 될듯.... 얼굴 뽀송뽀송해졌겠네, 해물 많이 먹어서....ㅎㅎ
사진의 봄 햇살 느낌이 좋네요. 주말에 뵈요~~
따뜻한 봄볕 쬐고 있으면 졸음이 스스로 옵니다... 나이 먹었나 진짜? ㅎㅎ
처가가 대전이라 동학사를 자주 가봤지만 야영장이 있는지는 몰랐네요. 잘 지내시죠.... 캠핑장에서 녹차 한잔 대접해야 하느디.... 혹 천안캠핑시 방문 모드 가능한지요?
방문하시는데 누가 막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간현에서는 제가 몸이 좀 안좋아서 두루두루 챙겨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가있겠습니다....^^
사진만으로도 따뜻합니다 ^^ 또 부럽기도 하고,,ㅋㅋ 그리고 서울 촌놈인 저는 언제쯤 참나무 구별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즐캠하시길~
저도 서울에서 오래도록 자란 촌놈입니다... 참나무 몇 가지만 이제 압니다. 그리고 동학사 가는 길에 나무 아래 다 써있습니다...^^ 보라블루님댁도 늘 즐캠하시길....^^
그쪽으로 가시더만,더 재미있게 다니시는군요....은근히 쓸쓸하게 보내실것 같아 제가 지원갈려 했는데...전혀~~제가 필요없네요!!.인제 그쪽 안갑니다!!(삐침)... 늘 보는 담이네님 가족과 또다른장소에서의 풍경사진 감사드립니다.
아~ 쓸쓸해.... 엔진톱 갖고 내려와~ 맛있는 거 사줄게....ㅎㅎ
사진과 글...그리고 닉네임 담이네.....좋네요.....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