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성탄밤미사 강론 :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마태 1,1-25) >(12.24.일.19:30)
1. 구세주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 미사가 성탄밤미사이니, 성탄 밤과 관련된 실화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제 1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어느 추운 겨울 밤, 독일의 최전선에는 불과 2-30미터 앞에 적을 두고, 독일군과 연합군 병사들 간의 긴장된 대치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잠시 총격이 멈춘 사이, 흰 눈이 쌓인 참호에 웅크리고 앉은 병사들 중의 1명이 휘파람으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휘파람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연합군의 한 병사가 벌떡 일어나서 적진을 향해 크게 외쳤습니다. “여러분, 오늘 밤은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우리 모두 총과 무기를 놓고, 내일 자정까지 휴전하고 성탄을 축하합시다!”하고 제의했습니다.
잠시 긴장된 침묵이 흐른 뒤, 독일군 진지에서 장교 1명이 일어나 말했습니다. “좋소! 찬성입니다. 지금부터 내일까지 거룩한 성탄을 지내기 위해 휴전합시다.” 그러고는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서로 악수를 하며, 성탄 캐럴을 합창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구세주 예수님의 구원의 손길이 닿아, 군인들의 마음이 잠시나마 착해지고 순해졌던 순간이었습니다. 성탄을 맞아, 우리에게도 그런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의 엄청난 은총에 우리를 맡겨, 마음속에 쌓인 시기와 질투, 미움과 갈등, 냉소와 비관적인 생각을 말끔하게 씻어버리고, 서로를 더욱더 너그럽게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2. 어떤 집이 새벽부터 들썩였습니다. 신이 난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써주신 선물을 손에 들고, 안방으로 달려갔다. 부모님에게 신나게 자랑한 후에 선물들을 꺼내 보니 포장지도 똑같고, 산타할아버지가 주었다는 카드는 엄마 필체이고, 선물상자 안에 있던 간식도 같았습니다. 4남매를 키우느라 학비나 식비로 집안 사정이 풍족할 리 없었습니다. 선물상자에 멋진 ‘인형의 집’이 들어있기를 꿈꿨지만,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은 머리끈이나 작은 인형이었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부모님은 선물을 몰래 골라 포장하고, 집에 두면 아이들이 찾을 게 뻔하니, 아빠 자동차 트렁크에 숨겼고, 산타할아버지 필체가 엄마랑 똑같다는 제보에, 내년엔 할아버지가 해주는 말을 엄마가 대신 써드린다는 선의의 거짓말도 덧붙여야 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아이들의 머리맡에 선물을 두고 가는 거었는데, 성탄 전날 아이들은 쉽게 잠들지 않았습니다. 산타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조용히 들어와서 살짝 선물을 두고 가셨겠지!
성탄절 새벽에 행복한 함성을 지르던 아이들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합니다.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대해 어린이들과 어른들의 생각이 다르지만, 동심을 깨트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성탄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자선과 사랑을 베풀 기회이고, 아이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입니다. 2023년 전의 오늘 밤, 베들레헴 마굿간에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구세주 예수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