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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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뽕나무가 세 그루 있다. 집 옆 전봇대에 붙어 난 수뽕나무와 철문기둥에 난 가새뽕나무와 작년 밖 텃밭정원에 사 심은 암뽕나무다. 수뽕나무는 잎도 많고 기세도 좋아 오디를 기대했지만 오디가 열리지 않아 궁금해하다가, 어제 어머니와 통화를 하다가 비로소 뽕나무도 암꽃이 피어 오디가 열리는 암뽕과 숫꽃만 피는 수뽕나무가 있는 줄 알았다. 일부러 사다 심은 암뽕나무를 제외하고 수뽕나무와 가새뽕나무는 잡목 대우를 받아 여기저기 잘려 수뽕나무는 관목처럼 보이고 가새뽕도 아직 수형이 안정적이지 않아 보인다. 텃밭정원의 암뽕나무도 작년 심은 것이라 키만 훌쩍 웃자란 느낌이다. 안타까운 것은 암나무와 수나무가 나란히 있었으면 하지만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이다.
어제는 집에서 지난 주 매실효소에 이어 개복숭아효소, 앵두효소를 담고, 안 텃밭정원의 완두콩을 거둔 뒤 무성한 덤불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비로소 오디를 따 오디효소를 담그려다가 막상 오디양이 많지 않아 그냥 샐러드로 먹을까 하다가 하나둘 먹기 시작한 게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유튜브와 책을 더 뒤져 뽕나무, 산뽕나무, 개뽕나무 구분법도 익혔다. 뽕나무잎은 효소를 담가도 좋고 차나 나물로도 좋다고 하니 수뽕나무잎은 그렇게 이용해봐야겠다.
그런데 확실히 오늘 텃밭정원 일을 하다보니 올해 달팽이가 풀밭에도 나무에도 돌에도 여기저기 대발생을 한 것처럼 많다. 얼추 몇 백 마리는 될 것이다. 시골살이를 해보니 해마다 어느 종이 대발생을 한 듯 많아졌다가 줄어들며 종이 바뀌는 경향이 있다. 농사와 개발 등 어쩔 수 없이 문명의 영향에 따른 환경의 영향과 천이와 천적 관계로 계속 달라진다. 내가 이 집에 든지 올해가 셋째해다. 그 과정에 벌써 사라진 종이 있고 대신 새로 잡은 종이 많다. 새깃유홍초의 경우 첫해 부추밭과 화초를 이리저리 넝쿨을 뻗으며 번식해 꽃은 너무나 앙증맞고 예쁘지만 몇 줄기 뽑으니 이듬해엔 나지 않았다. 가막살이, 개망초, 쇠무릎, 점나도나물, 환삼덩쿨, 소루쟁이, 쑥, 찔레는 계속 제거중이며, 왕고들빼기는 여기저기 나도 김치 담가먹으려 놔두는 편이다. 꽃이 예쁜 수레국화와 금계국도 여기저기 씨앗이 날려 피지만 그냥 놔둔다.
그렇게 모기에 물리며 하루를 보내니 새삼 마당 안팎 나무와 풀도 아직 모르는 게 많다. 뭐든 가까운 곳에서 찾지 않고 먼 데서 찾는데 익숙한 탓이다. 하루에 한 가지 씩이라도 나무와 풀을 공부해야겠다. 그리고 다양한 것들이 조화롭고 아름다운 것도 중요하지만 먹는 풀과 나무도 골고루 갖춰 가급적 채소반찬은 자급자족 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