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
최용현(수필가)
중년부인 에블린(캐시 베이츠 扮)은 퇴근하면 마누라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스포츠 중계만 보는 남편과 함께 자주 양로원에 가있는 괴팍한 성미의 시숙모를 찾아가 뒷바라지하면서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다. 에블린은 그 양로원에서 우연히 만난 82세 할머니 니니(제시카 텐디 扮)가 들려주는 50년 전의 ‘휘슬 스탑’ 카페에 관한 이야기에 빠져든다.
천방지축 소녀 잇지의 언니 결혼식 날, 잇지는 자신을 가장 아껴주는 오빠 버디와 그의 연인 루스(메리 루이스 파커 扮)와 셋이서 동네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바람에 날려가는 루스의 모자를 주우러 간 오빠가 철로(鐵路)에 발목이 끼인 채 열차에 치여 죽자, 잇지와 루스는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숙녀가 되어서도 선머슴처럼 행동하는 잇지(메리 스튜어트 매스터슨 扮)를 길들이기 위해 루스가 찾아오지만, 오히려 잇지의 자유분방함에 빠져든다. 밤에 잇지를 따라 기차 짐칸에 몰래 올라탔다가 차안에 있는 구호물품들을 밖에 있는 아이들에게 던져주기도 하고, 고목나무 벌집에서 잇지가 꿀을 따오기도 한다. 또, 술을 마시고 야구를 하던 루스가 홈런을 치며 평생 잊지 못할 생일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루스가 부모의 뜻대로 결혼을 해버리자, 실망한 잇지는 다시는 루스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리움을 참지 못한 잇지가 루스의 집을 찾았다가 루스가 남편에게 구타당하며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잇지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흑인 빅 조지와 함께 차를 타고 가서 루스의 옷가방과 함께 루스를 집으로 데려온다. 임신한 루스가 아들을 낳자, 잇지는 루스와 함께 기차역 부근에 ‘휘슬 스탑’이라는 카페를 차리는데,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이 카페의 특별메뉴이다. 카페는 나날이 성황을 이룬다.
그런데, 흑인 식구들과 함께 카페에서 일하는 것 때문에 남부 백인들의 저항조직인 KKK단원들이 찾아와 빅 조지를 위협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루스의 망나니 남편 프랭크가 찾아와 어린 아들 버디를 강제로 데려가다가 차와 함께 실종된다. 아이를 찾아온 잇지와 빅 조지가 조사를 받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다.
한편, 넘치는 식욕을 주체하지 못한 에블린은 편의점에서 초콜릿이랑 과자 등 간식거리를 잔뜩 사오다가 젊은이들한테 ‘뚱땡이’ 소리를 듣고 의기 소침한다. 이 얘기를 들은 니니가 과다식욕은 갱년기의 증상이라며 병원에서 호르몬 처방을 받으라고 얘기해주자, 그때서야 에블린의 기분이 풀어진다.
며칠 후, 편의점 주차장에서 에블린이 주차하려는 자리에 젊은 아가씨들이 ‘젊고 잽싼 사람이 임자야.’ 하면서 먼저 주차를 해버리자, 에블린은 예전에 잇지가 용기를 필요로 할 때마다 주문(呪文)처럼 했다는 ‘토완다!’를 외치며 그 차를 여섯 번이나 들이받아 버린다. 젊은 아가씨들이 뛰어나오자 ‘나이가 많으면 보험금을 더 탈 수 있지.’ 하고 쏘아붙인다. 에블린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루스의 다섯 살 아들 버디가 기차 사고로 한쪽 팔을 잃는다. 그 무렵, 보안관의 집요한 추적 끝에 실종된 루스의 남편 차가 5년 만에 강의 진흙구덩이에서 발견되고, 잇지와 빅 조지는 살인혐의로 재판정에 서게 된다. 판사가 루스에게 ‘왜 남편을 두고 저 여자를 따라나섰느냐?’고 묻자, 루스는 ‘잇지는 저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한다.
결국, 마을 목사가 그 시간에 잇지와 빅 조지가 사흘간 계속되는 교회 부흥회에 와있었다고 거짓증언을 해준 덕분에 프랭크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사로 처리되고, 두 사람은 무죄판정을 받는다. 마을 목사가 잇지와 빅 조지를 교회에 나오게 하려고 일부러 소설책에 성경 표지를 씌워서 거기에 손을 대고 증인선서를 했던 것이다.
얼마 후, 루스가 식욕을 잃고 점점 쇠약해지더니 진단결과 암이 온몸에 퍼져서 2주밖에 살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는다. 결국 루스는 잇지에게 부탁한 연못이야기를 다시 들으면서 숨을 거둔다. 연못이야기는 잇지의 죽은 오빠 버디가 잇지를 달랠 때 해주던 이야기로, 버디와 잇지, 그리고 잇지와 루스를 연결해주는 암호 같은 것이다.
“마을 앞에 연못이 있었어. 낚시와 수영을 즐기던 연못이었지. 어느 늦가을에 오리 떼가 날아와 앉았는데,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서 연못이 얼어붙어버렸어. 그러자 오리 떼들이 얼어붙은 연못을 매달고 날아가 버렸는데, 그 연못은 지금 조지아 주 어딘가에 있어.”
에블린은 루스의 무덤 앞에 놓인 메모지를 보고 니니 할머니가 바로 잇지 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83세 생일을 맞은 니니가 양로원을 나오게 되었는데, 니니의 집이 너무 낡아 헐려서 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에블린은 니니를 집에 모셔오려고 하는데, 남편이 반대를 한다. 그러나 별 문제는 없다. 이제 에블린에게는 잇지한테서 배운 ‘토완다!’가 있지 않은가.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 1992년)’는 레즈비언으로 알려진 패니 플래그의 동명소설을 존 애브넷 감독이 영화화한 것이다. 중년부인 에블린과 니니 할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니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속의 잇지와 루스의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전개된다. 네 명의 여주인공은 유명배우들은 아니지만, 모두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어 이 영화를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삶이다. 물질적인 것은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은 계속 남아서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니니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는 에블린에게 삶의 의욕과 자신감을 불러일으켜주는데, 특히 잇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그러하다. 이 영화는 인종차별과 가정폭력, 그리고 갱년기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잔잔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놀랍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첫댓글 꼭 한번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꼭 한번 다시 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