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양재동 현대기아그룹 본사 앞은 대형버스가 인도 위로 빼곡히 세워져있었다. 개미 한 마리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듯 촘촘히 버스를 세워두고 그 앞을 경찰과 용역 경비들이 2중 3중으로 보호막을 치고 있었다. “인도 위에 주차하면 누구는 딱지 끊고 누구는 앞에 서서 지켜주냐”. 그 앞을 금속노동자들이 조롱하며 지나간다. 무엇이 그리 무서운지. 노동자들을 막겠다고 정권과 자본이 함께 만든 ‘몽구산성’에서 광화문을 가로 막았던 명박산성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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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9일 밤 양재동 현대기아그룹 본사 앞에서 ‘2010 임단투 승리, 노조탄압 분쇄 금속노조 투쟁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신동준 |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9일 밤 양재동 현대기아그룹 본사앞에서 ‘2010 임단투 승리, 노조탄압 분쇄’ 투쟁문화제를 진행했다. 현대기아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금속노조 간부 3백 여명이 모여 현대기아자본을 향해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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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9일 밤 양재동 현대기아그룹 본사 앞은 버스와 용역 경찰 등 3중으로 막혀 있었다. 노동자들은 즉석에서 '몽구산성'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신동준 |
현대기아그룹 계열사들은 모두 올 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교섭 해태, 전임자 무급휴직 처리, 노조에 지급하던 각종 물품 지급 중단 등 회사가 자행하는 노조탄압의 양상도 똑같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기아자동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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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9일 밤 투쟁문화제에서 김성락 기아차지부장이 투쟁 결의 발언을 하고 있다. 신동준 |
김성락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장은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죄송합니다. 이번 투쟁은 반성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아직 조합원들이 지금의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결국 그 책임은 감동을 주는 집행을 하지 못한 집행부의 탓이다. 앞서 제대로 투쟁해왔다면 지금 조합원들은 전국의 들불로 일어났을 것”이라고 반성의 말을 전했다. 이어 “기아차지부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고용과 미래를 지키는 것이고, 민주노총을 지키고 금속노조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정말 양재동을 무너뜨리는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투쟁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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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9일 밤 양재동 현대기아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2010 임단투 승리, 노조탄압 분쇄 투쟁문화제'에서 현대기아차그룹 각 계열사 지회장들이 투쟁 결의 발언을 하고 있다. 신동준 |
이 날 문화제에는 기아차지부 5개 지회를 비롯해 케피코, 메티아,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모비스, 엠시트 등 전국의 현대기아계열사 지회도 참석해 투쟁의 결의를 모았다.
충남지부 엠시트지회는 9일 현재, 25일동안 간부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일 회사는 농성을 철회하지 않으면 물량을 빼겠다며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용 지회장은 “생존권을 걸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우리 지회 조합원끼리만 싸워서는 장기간 투쟁이 쉽지않다”며 노조를 중심으로 공동 투쟁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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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9일 밤 양재동 현대기아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투쟁문화제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한 민중가수의 공연을 보며 박수치고 있다. 신동준 |
경기지부 케피코지회 장명권 지회장도 “올 해 들어 회사 건물을 모두 철조망으로 둘러싸고, 정문 출입자를 감시하기 위해 CCTV 설치, 용역경비 배치, 심지어 지회가 투쟁에 돌입하자 자물쇠로 문을 걸어잠그고 관리자들을 동원해 생산을 하고 있다”고 회사의 악랄한 탄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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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9일 밤 투쟁문화제에서 박유기 위원장이 하루 종일 강행군을 한 조합원들을 격려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신동준 |
문화제에 참석한 모든 지회는 “현재의 사태가 현대기아자본을 중심으로 노조를 무력화하고 결국 노동자의 생존권 자체를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금속노동자의 단결투쟁으로 반드시 타임오프 자체를 박살내자”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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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9일 밤 양재동 현대기아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2010 임단투 승리, 노조탄압 분쇄 금속노조 투쟁문화제'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2010년 임단투 승리를 기원하는 불꽃을 쏘고 있다. 신동준 |
노조 박유기 위원장도 조합원들을 격려하며 “금속노조의 힘은 현장 조합원에게서 나온다. 오늘은 비록 적은 대오지만 오늘 여기서부터 시작해 양재동 현대기아자본의 바리케이트를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제에는 오수빈, 김성만, 문예창작단 들꽃 등 문예노동자들도 노래와 몸짓 공연으로 조합원들에게 투쟁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조합원들은 2시간 넘는 문화제 동안 ‘금속노조가’에 맞춰 율동도 하고 ‘민주노조 사수 결사 투쟁’의 힘찬 구호도 외쳤다.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까지 양재동은 금속노동자들의 함성으로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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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10일 새벽, 투쟁문화제를 마친 기아차지부 조합원들이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신동준 |
문화제를 마치고 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은 그 자리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다음 날 양재동 시민들을 만나 현대기아자본의 불법적 행태와 악랄한 노조탄압을 알리는 선전전도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