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선상근 작. 생명의 근원 갯벌 중에서)
생명의 근원 갯벌
(글 :사진평론가 장한기)
우리나라 서남해의 갯벌은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바다의 허파이자 생명의 근원인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바다의 지형은 동해는 태평양 연안에 접해있어서 수심이 깊고 물이 차가운 반면 해수가 맑고 깨끗하여 다양한 해저 수산물이 생산됨은 물론, 하절기의 자연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반면에 서해는 중국대륙과 연해 있어서 황하강 유역의 황토 흙이 유입되어 물이 황색을 띠고 있으며, 흔히 황해라고도 부른다. 특히 서해지역은 해수면이 낮고 따뜻한 수온을 유지하고 있어서 강 하류를 비롯한 해변이 리아스식 지형을 이루며 수백 년에 걸쳐 기름진 갯벌이 조성되어 있다.
이들 해변의 갯벌은 자연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지만 서남해의 어촌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어획자원을 제공 해주는 생활의 터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이들 지역의 해변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여, 간조시에는 수십km 밖으로 바닷물이 밀려나, 갯벌의 어획물을 거둘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는 시간대에는 자연의 신비스러움을 체험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이러한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갯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일상으로 바라보며, 그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갯벌의 소중함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선상근 작가의 "생명의 근원 갯벌" 사진전이 서울 사간동 소재 '아트사간 갤러리'에서 개최되었다.
전남 보성에서 활동하는 선상근 작가의 5년여 기간 동안의 힘겨운 노력으로 완성된 "생명의 근원 갯벌" 사진은 현재까지는 국내에서 수많은 사진가들이 갯벌사진을 촬영하고 전시를 하였으나, 이번에 전시하는 선상근 작가의 갯벌 사진전처럼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촬영된 스펙터클한 사진전은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선상근 작가의 갯벌 사진전은 국내에서는 그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어 보이는, 순수 항공촬영에 의한 사진전이기 때문이다. 그는 U. L. M. 이라는 초경량 항공기를 이용하여 전남 보성에서 부터 순천만을 거쳐 장흥, 광양, 부안에 이르는 서남해 일대를 5년여 간에 걸쳐 갯벌의 다양한 모습과 풍광을 촬영하였다.
특히 그의 사진촬영의 포인트는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시간대에 타이밍을 맞추어 촬영을 하여야 했으므로, 한 달 중에서도 오전 10시경이나 오후 4시경에 빛의 각도가 사광으로 떨어지는 시간대에, 조수의 차가 심한 날짜를 선택하지 않으면 촬영이 어려운 환경을 고려하여, 항공기의 탑승을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극한의 조건을 극복해야만 했다. 그러나 수년간을 작가와 촬영타임을 함께 맞추어 온 항공사가 있었기에 이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전시를 오픈하던 당일도 멀리서 전시장을 찾아준 항공사 '정종기 조종사' 를 하늘의 바디(BODY) 라며 특별히 소개 하였다.
선상근 작가가 갯벌사진에서 특별히 관심을 쏟았던 부분은 갯벌의 워터라인의 매력에 심취하여, 물길을 따라 이루어진 갯벌을 촬영할 때 였으며, 특히 이 사진을 촬영할 때면 언제나 갯벌 나무의 중요성에 대한 무언가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부터 메시지를 받는다고 하였다. 예술작품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여기서도 증명되는 것 같았다. 어떤 분야든 한 분야에 지극히 심취하여 몰두하게 되면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무언의 영감을 받게 되는 것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선상근 작가의 갯벌사진은 점과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갯벌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춰주는 태양빛에 따라, 청색과 갈색과 회색의 빛을 발하며 보물처럼 숨겨진 바다의 보고를 아름답게 들어내 보이고 있었다.
선상근 작가는 스스로 "나의 갯벌 사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출발 선상에 오른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갯벌과 인간의 공존" 그리고 "갯벌의 아름다움" 이란 주제로 갯벌을 좀 더 예술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제2, 제3의 전시를 기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우리나라 생태계의 보고이자 어촌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인 갯벌이 좀 더 슬기롭게 보존되고 가꾸어지기를 바라며, 또 이를 사진작품으로 창작하여 그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동시에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