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산 지나면서 바라본 옥마산(玉馬山, 597m)
溪柳風搖綠(시냇가 버들은 바람에 흔들리고)
山花雨綻紅(산의 꽃은 비에 봉오리를 터뜨리네)
曉天煙霧暗(새벽에 안개 자욱하니)
春色有無中(봄빛이 있는 듯 없는 듯)
--- 김덕형(金德炯),「春曉」
▶ 산행일시 : 2011년 4월 9일(토), 바람 불고, 해무 낌
▶ 산행인원 : 17명(영희언니, 버들, 스틸영, 숙이, 드류, 김전무, 대간거사, 감악산, 송주,
상고대, 산울림, 해마, 인샬라, 산소리, 가은, 우보, 메아리)
▶ 산행시간 : 7시간 41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6.3㎞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38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9 : 30 - 보령시 화성면 산정리 공덕재, 산행시작
10 : 22 - 백월산(白月山, 570m)
10 : 54 - 월치(月峙), 임도 지나는 안부
11 : 33 - 성태산(星台山, 623.7m)
12 : 08 ~ 12 : 34 - 안부, 임도, 점심식사
13 : 07 - 문봉산(文奉山, 633m)
13 : 27 - ┤자 갈림길 안부
13 : 56 - 677m봉
14 : 04 - 성주산(聖住山, △680m)
14 : 40 - 583m봉
15 : 10 - 521m봉
15 : 28 - 519m봉(향천봉)
15 : 52 - 안부
16 : 18 - 성주산(聖住山, 왕자봉, 515m)
17 : 11 - 바래기재(望峙), 보령시 성주면 성주리, 산행종료
20 : 52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매화
▶ 백월산(白月山, 550m)
산행 후 서해에서 주꾸미를 먹자고 보령의 산을 골랐다. 그래서다. 산행에 참가하겠다고 한
회원 17명이 모처럼 빠짐없이 나왔다. 주꾸미는 문어과의 연체동물로 낙지와 비슷한데 몸의
길이는 다리를 포함하여 12㎝ 전후로 짧다. 주꾸미는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꽉 들어찬 것은
특히 맛이 좋기 때문에 3 ~ 4월이 제철이라고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질겨서 먹을 수 없다고
한다.
주꾸미를 맛있게 먹는 방법. 넓고 약간 깊은 그릇에 야채와 바지락 등을 넣고 팔팔 끓인다. 한
테이블에 네 사람이면 주꾸미 네 마리를 넣고 약 10초 후 꺼낸다. 가위로 몸통과 다리를 자른
다. 몸통은 끓인 물에 다시 넣어 더 익히고 자른 다리는 먹기 알맞은 크기로 나눈다. 초장이나
겨자 친 간장에 찍어 먹는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주꾸미를 끓는 물에 너무 오래 넣어두면 다
리가 오그라들고 질겨져서 맛이 없다.
산 주꾸미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먹물이 뿜어져 나오는데 이는 먹통이 터져서가 아니라 주꾸
미가 살길을 도모하느라 먹물을 뿜어서 그런다. 다리를 다 먹었으면 몸통을 꺼내서 충분히 식
힌 다음에 먹어야 한다. 막 먹으려다가 입안에서 뜨거운 몸통이 터지면 생난리 난다. 빨리 식
히려면 몸통을 가위로 흠집을 내서 더운 김이 나가게 하는 것이 좋다. 주꾸미를 다 먹고 후 검
은 국물에 끓여 먹는 칼국수나 라면사리가 또한 별미다. 산 주꾸미 가격은 1㎏에 4만원. 15마
리 정도다. 4명이 먹기에 넉넉하다. 칼국수까지 먹으면 배부르다.
공덕재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진입하기가 아주 어렵다. 한남대교부터 차량행렬이 길게 이
어지더니 의왕 부근에서는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막고 공사한다. 주꾸미를 맛있게 먹게
하려고 그러리라 여긴다. 보령시를 관통하고 청라면(靑蘿面)을 지난다. ‘청라’라고 하니 문득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 하는 가곡이 생각난다.
그 가곡의 제목이 무엇이더라. 아무도 기억해내지 못하다가 우보 님의 스마트폰 뒤져서 알아
낸다. 동무생각. 1922년 이은상 시, 박태준 곡. 원래는 ‘사우(思友)’였으나 나중에 쉽게 풀어쓰
게 되어 ‘동무생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청라’는 세 가지 뜻이 있다. 청라(靑螺),『북한어』
「1」푸른색의 소라,「2」푸른 산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청라(靑羅), 푸른색의 가볍고 얇
은 비단. 청라(靑蘿), 푸른 담쟁이덩굴.
동무생각에서 나오는 청라는 청라(靑蘿), 즉 푸른 담쟁이덩굴이다. 박태준(朴泰俊)이 태어난
대구 동산동이 푸른 담쟁이덩굴이 있는 언덕이었다고 한다. 박태준은 1921년 ~ 1923년 마산
창신학교에서 이은상과 함께 교사생활을 하였으며 두 분은 퍽 친했다고 한다.
동무생각 흥얼거리며 공덕재에 왔다(이후 산길에서도 오래도록 반복해서 흥얼거렸다). 오봉
산(455m) 넘어온 금북정맥으로 고갯마루 양옆에는 여러 산행표지기가 펄럭인다. 길은 신작
로로 났다. 오늘 산행 내내 그랬다. 명색이 오지산행인데 어째 타락해버린 느낌이 든다. 공덕
재 절개지 위의 통신중계탑 바로 옆에 방위표시만 새긴 지적삼각점이 있다.
282m봉 내린 안부는 임도가 지나는 간티(艮峙)다. 이제 긴 오름길이 이어진다. 등로 옆에는
드물게 핀 노루귀와 제비꽃이 다소곳하다. 293m봉 오르자 백월산이 제법 높아 보인다. 361m
봉 넘고 가파를만하면 밧줄이 매어있다. 좀 더 가파르자 통나무 계단을 설치하였다. 계단 수
142개. ┳자 능선에 진입한다. 백월산 정상은 높낮이 없이 오른쪽 500m 지점이다. 등로 주변
에는 역암(礫巖)인 바위가 흔하다. 마이산에서 보던 바위다.
백월산 정상. 공덕제에서 단숨에 올랐다. 이 산 위로 달이 뜬다고 월산이라 하였다. 소나무 드
리운 암봉이다. 넓적넓적한 바위가 많다. 정상표지석이 두 개나 있다. 정상주 분음한다.
2. 서해대교
3. 오리나무 꽃
4. 가은 님, 백월산 정상에서
5. 성태산에서 남서쪽 조망
6. 성태산 내린 안부에서 점심을 마치고
7. 복수초
8. 노루귀
▶ 성태산(星台山, 623.7m), 문봉산(文奉山, 633m)
이곳 소나무도 하나같이 송진채취자국을 안고 있다. 소나무숲길. 등로 곳곳에 장의자 놓여있
다. 동네 뒷산 돌아다니는 기분이다. 더욱 그럴 것이 맨몸에 운동화 차림한 등산객들을 만난
다. 목에 건 나침반과 손에 든 지도 감춘다. 금북정맥을 오른쪽 스무재로 보내고 우리는 직진
하다 485m봉 넘어 왼쪽으로 꺾는다.
뚝 떨어진 안부는 월치로 임도가 지난다. 고갯마루에는 승용차가 올라와 있다. 379m봉을 산
허리 돌아 올랐다가 살짝 내리고는 꾸준히 오른다. 땀난다. 고개 들어 정상표지석이 있고 평
상이 있어 성태산 정상인가 했더니 성태산 천세봉(千歲峰)이란다. 오른쪽으로 100m 떨어진
봉우리가 더 높아 보인다. 내쳐간다.
커다란 오석의 정상 표지석은 앞면에 성태산 만세봉이라 새겼고, 뒷면에는 산의 이력을 새겼
다. 부여군내에서 가장 높은 산이란다. 일제 때 3.1운동 당시 인근 부여, 보령, 청양 주민이 이
곳에서 모여 봉화를 올리고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만세운동을 하였다 한다. 조망 좋다.
성태산에서부터 성주지맥이 시작된다. 성주지맥은 문봉산 성주산 옥마산 통달산 넘고 웅천
천으로 떨어지는 33.3㎞의 산줄기다. 우리는 그 하이라이트를 가는 셈이다. 문봉산을 일구려
뚝뚝 떨어진다. 안부는 임도와 닿았다. 임도로 내려 길바닥소나무 그늘아래 점심자리 편다.
볕에 들면 덥고 그늘에 들면 춥다.
문봉산 가는 길에서 올해 처음 복수초(福壽草)를 본다. 다른 이름으로 꽃이 황금색 잔처럼 생
겼다고 측금잔화(側金盞花)라고도 부르고, 설날에 핀다고 원일초(元日草),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고 설연화(雪蓮花),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면 그 주위가 동그랗게 녹아 구멍이 난다
고 눈색이꽃, 얼음새꽃이라도 부르는데 옛말인 듯. 꽃이 게을러서 눈 다 녹은 따뜻한 봄날에
본다.
문봉산도 봉봉을 넘어서 간다. 임진왜란 때 문씨가 피란하여 거주하였다 하여 문봉산이라 한
다(국토지리정보원). 정상에는 나무숲 둘러 조망할 수 없고, ‘성주지맥, 문봉산 632m, 준희'
라 쓴 표지판이 나무에 걸려있다.
9. 노루귀꽃
10. 멀리는 옥마산(597m)
11. 앞 능선은 문봉산에서 만수산으로 이어진다
12. 백월산
13. 만수산
▶ 성주산(聖住山, △680m)
여전히 길 좋다. 문봉산을 완만하게 내린다. 왼쪽 사면은 소나무만 남겨두고 벌목하였다. 멀
리 옥마산이 사뭇 준봉으로 보여 오서산으로만 여겼는데 산행 끝날 때쯤인 515m봉(왕자봉)
에서 안내도 보고 잘못 안 줄 알았다. 헬기장 지나고 쭈욱 내려 ┤자 갈림길 안부. 왼쪽은 심
연동 가는 길. 암릉을 지난다. 밧줄은 괜히 매달아 놓았다.
677m봉. 힘들게 오른다. 이때 탁주는 넥타. 먹을 복 있으려고 인샬라 님과 발걸음 맞춘다. 인
샬라 님이 얼려 온 탁주가 알맞게 녹았다. 우선 둘이 몰래 한잔씩 마신다. 오장육부가 다 시원
하다. 그리고 바위 절벽에 다가가 온길 살핀다. 조망 좋다. 여태 둔해 보이던 백월산이 여기에
서는 성깔 있어 보인다.
다시 숲속으로 들었다가 5억 8천만년 되었다는 커다란 역암 앞의 안내판 읽어 그 생성과 조
산활동을 익히고 슬랩 올라 성주산 정상에 선다. 삼각점은 1등 삼각점이다. 대천 11, 1986 복
구. 옛날에 성현이 많이 은거하였다 하여 성주산이라 불린단다. 이 근방 산중 맹주이기도 하
다. 정상 표지석 뒷면에 도선국사의 시 ‘聖住山’을 새겼다.
行行聖住山前路(가며가며 길 트인 깊은 성주산)
雲霧重重不暫開(구름 안개 겹겹이 쌓여있는 곳)
看取牧丹何處所(모란 줄기 어디에 꺾여 진건가)
靑山萬疊水千回(푸른 산 첩첩이 물 천 번 도네)
성주산에서 바래기재 가는 길도 완만하다. 이정표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의 표기와는 달
리 성주산 정상을 장군봉이라 한다. 지형도의 장군봉은 성주산 내렸다가 잠깐 솟은 봉우리로
석축이 쌓여있다. 소나무 울창한 봉우리 세 개를 연속해서 오르내린다. 임도 가까이 떨어졌다
가 헥헥거리고 오르면 521m봉이다.
바위사이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을 간다. 519m봉은 향천봉. 길게 내린 끝 ┤자 갈림길 안부는
왼쪽으로 임도가 닿을 듯하다. 돌무더기 쌓여있는 444m봉에서 왕자봉까지 0.6㎞. 헬기장 2개
지나고 ┤자 갈림길, 왕자봉까지 0.1㎞. 이윽고 무지 큰 돌탑이 있는 515m봉(왕자봉)이다. 빙
둘러 장의자 설치하였다. 보령시와 그 앞바다가 바로 아래다. 여기서 보는 일몰이 참으로 가
경이라고 한다.
왕자봉에서 길은 ┣자로 갈린다. 직진은 울퉁불퉁하지만 대로다. 아껴 걷고 싶은 소나무 숲길
이다. 소나무 숲 사이 사광의 빛살이 보기 좋다. 금세 바래기재다. 보령시내 사우나탕에 들려
물광 내고서 주꾸미 먹으러 해무 뚫고 승용차가 200대 몰려 있다는 홍성 남당항으로 간다.
14. 김전무 님
15. 오서산(790.7m)
16. 왕자봉에서 조망
17. 왕자봉에서 조망
18. 바래기재 가는 길
19. 바래기재 가는 길
첫댓글 마지막의 소나무 갈비길을 걷는 맛이 좋더라구요..빨리 가기에 아깝지만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모처럼 많은 사람들과 왕래한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