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이규자의 세상사는 이야기 - 홍시 (10월18일 화)

[낚시러브]

 

                       ♡ 홍시 ♡ 


                                                                   글 / 이 규 자  
                  

가을이 깊었다. 감나무 가지가 휘어지며 감 한 개가 마당으로 툭 떨어졌다. 
감 떨어진 곳을 무심히 올려다보니 옆집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 감을 따고 
계셨다. 옆집 감나무가 우리 집으로 넘어와 할머니가 장대로 감을 따다 
떨어트린 것이다. 장마 때문에 많이 달리지는 않았지만 감 딸 때가 되었는데 
따질 않으셔서 궁금하던 차였다.

그동안 할머니가 보이지 않으셔서 궁금했는데 심장 수술을 하고 요새서야 
거동하신다며 이 층 베란다에서 웃고 계셨다. 평소 몸이 편찮으시다는 말은 
들었지만, 문병을 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께서 몇 해나 감을 더 따실 수 있을까 생각하니, 여름에 우리 집 이 층 
베란다로 넘어온 감나무를 잘라버린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다. 장마에 감잎과 
감이 떨어져 물구멍을 막아 이 층 베란다가 수영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방이 새서 꼼짝없이 수재민이 되어 양동이에 물을 받으며 지내야 했다. 
몇 해를 견디다 올해는 우리 집으로 넘어온 감나무를 싹둑 잘라버렸다. 
감 따는 할머니를 보니 죄지은 사람모양 숨고 싶었다. 긴 막대에 천을 씌워 
감을 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시부모님 살아 계실 때 정겨웠던 모습이 
아련히 떠올랐다.

시댁은 충남 강경이었다. 아래쪽이라 기후가 따듯하여 울안에는 감나무가 
몇 그루씩 있어 시골 가면 간식거리가 되어주던 감나무들이 눈에 선하다. 
아버님께서는 감 따는 일을 무척 싫어하셨다. 나뭇가지에 올라 긴 망태를 
나무 사이로 넣어 일일이 따야 하니 힘들어하셨다. 한번 따면 몇백 개나 
따셔야 했으니 얼마나 힘이 들으셨을까. 가끔 시골에 가서 재미삼아 감을 
따며 나뭇가지로 보이던 눈이 시리도록 푸른 던 하늘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며 참으로 아름다웠다.

어느 해 추석이었다. 송편을 한 말이나 하라고 내놓으시고 시어머님은 감을 
팔러 강경 시내로 나가셨다. 어린 딸 둘과 종일 송편을 빚어 가마솥에 쪄놓고 
저녁 무렵 어머니가 계신 시장으로 향했다. 시골 장은 푸짐하였다. 김이 
모락모락 송편이 쪄지고 각종 떡이 손님을 기다리는 떡집을 지나 어느 
정육점을 지나는데 어머니가 그곳에 앉아 계셨다. 몇 개가 남아 어머님을 
붙들고 있다. 어머님은 생각지도 않게 나타난 우릴 보시고 반가워하셨다. 
상기된 목소리로 두둑한 지갑을 주시며 세어보라고 하셨다. 천 원짜리를 
열 개씩 세어 한 묶음씩 가지런히 해 놓으시고 만 원짜리 합해서 삼십만 
원이 못되었다. 어머님은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이셨다.

추수 끝내기 전 감 판돈이 용돈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삼 일간 감 판 돈이 
칠십만 원이나 된다고 좋아하셨다. “에미야! 일찍 와서 혼자 떡 하느라 애썼다. 
팁이다.”라며 돈을 주셨다. 세어보니 만 오천 원이었다. 기분이 묘하며 큰 
선물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기분이 좋았다. 종일 쭈그리고 앉아 팔아 주신 
소중한 돈이라고 생각하니 그 돈을 쓸 수가 없었다. 그 후로 몇 년을 장롱 
속에 보관하다 아이들 적금 들 때 은행으로 보낸 일이 있다.
감을 팔아 며느리에게 쥐여 주셨던 그 돈의 가치를 어디에다 비기랴!
그 돈은 내 수중을 떠났지만, 가슴에 오래도록 이자가 불어 소중한 재산이 
되어줄 것이다.

재래시장을 자주 다니는 나는 감 파는 할머니 그릇을 자주 들여다본다.
그때의 그 기억 때문에…….
이젠 두 분이 세상을 다 뜨셨기에 시골에는 갈 일이 없다. 가을이 되면 잘 
익은 홍시를 볼 때마다 시댁 생각이 난다. 정겹게 감 따던 일과 맛있게 
생겼다고 하면 무뚝뚝하시던 아버님께서 얼른 따서 주시던 홍시 생각에 
가슴이 아리다. 겨울이면 까치들이 감나무에 앉아 울어대던 모습과 까치밥 
하라고 남겨 놓은 몇 개의 감들이 붙어 정겹던 모습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요새 내가 나이가 들어가는지 남편이 측은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과일가게에서 제일 먼저 골라 놓는 과일이 홍시다. 저녁 먹고 출출해하는 
남편에게 홍시를 주려는  마음에서다. 홍시를 먹으며 그리운 부모님 생각도 
하고 위안도 되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난히 홍시를 많이 
사서 먹었다. 홍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새 돌아가신 두 분 생각을 
많이 했음을 알았다. 

남편도 표현은 안했지만 홍시를 먹으며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혼잣말로 “전에 먹던 감보다 맛이 없다. 시골에서 어머니가 따 
주시던 감은 참 달았는데”라며 …….

방금 사온 홍시를 한입 물었다. 달콤한 홍시의 맛이 혀끝에 닿으니 
그리움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남편과 함께 그리움이 묻어 있는 홍시를 
먹으며 두 분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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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는 계절 
여기저기서 마음이 시리다고 아우성입니다.
아마도 살갗에 와 닿는 찬 공기가
마음을 흔들고 가나 봅니다.
단풍이 물들면 그다음은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미리 마음도 황량해지나 봅니다.
이유 없이 입맛이 없어 식사를 못한다는 
지인을 찾아뵙고 느낀 것이 대화였습니다.
종일 같이 있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 
밝은 모습으로 “오늘 하루 잘 지냈어! 고마워” 
배웅인사가 귓가에 맴도는군요.

도움을 받은 것은 바위에 새기고
준 것은 모래에 새기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에겐가 도움이 되고 또 받을 수도 있는
좋은 날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가을 들어 날씨가 제일 차다고 합니다.
단단히 준비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 이 규 자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