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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동인, 『배따라기』
[2] 김동리, 『무녀도』
[3] 김동리, 『역마(驛馬)』
[4] 김동리, 『까치 소리』
[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그가 겨우 정신을 차린 때는 밤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그는 뭍 위에 올라와 있었고, 그를 말리느라고 새빨갛게 피워 놓은 불빛으로 자기를 간호하는 아우를 보았다.
그는 이상하게, 놀라지도 않고 천연히 물었다.
“너! 어떻게 여게 완!”
아우는 잠자코 한참 있다가 겨우 대답하였다.
㉠“형님, 그저 다 운명이외다.”
따뜻한 불기운에 잠이 들려 하던 그는 화닥닥 깨이면서 또 말하였다.
㉡“십 년 동안에 되게 파리했구나.”
“형님, 나두 변했거니와, 형님두 되게 변하셋쉐다!”
이 말을 꿈결같이 들으면서 그는 또 흔흔히 잠이 들었다.
(나) 이튿날 아무리 알아봐야 그의 아우는 종적이 없어지고, 알 수 없으므로, 그는 할 수 없이 다른 배를 얻어 타고 또 불길을 나섰다. 그리하여 그의 배가 해주에 이르렀을 때, 그는 해주 장에 들어가서 무엇을 사려다가, 저편 가게에 걸핏 그의 아우와 같은 사람이 있으므로 뛰어가서 보니 그는 벌써 없어졌다. 배가 해주에는 오래 머무르지 않으므로, 그는 마음을 해주에 남겨 두고 또다시 바닷길을 떠났다.
그 뒤에 삼 년을 이리저리 돌아다녀서도 아우는 다시 볼 수가 없었다.
(다) 말을 끝낸 그의 눈에는 저녁 해에 반사하여 ㉢몇 방울의 눈물이 번득인다.
나는 한참 있다가 겨우 물었다.
“노형의 데수는?”
“모르디요, 이십 년을 영우는 안 가 봤으니깐요.”
“노형은 이제 어디루 갈 테요?”
“것두 모르디요, ㉣덩처가 있나요. 바람 부는 대루 몰려 댕기지요.”
그는 다시 한 번 나를 위하여 ‘배따라기’를 불렀다.
아아! 그 속에 잠겨 있는 삭이지 못할 뉘우침! 바다에 대한 애처로운 그리움!
(라) 노래를 끝낸 다음에 그는 일어서서 ㉤시뻘건 저녁 해를 잔뜩 등으로 받고 을밀대로 향하여 더벅더벅 걸어간다. 나는 그를 말릴 힘이 없어서 눈이 멀거니 그의 등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마) 그 날 밤, 집에 돌아와서도 그 ‘배따라기’와 그의 숙명적 경험담이 귀에 쟁쟁 울리어 한잠도 못 이루고, 이튿날 아침 깨어서, 조반도 안 먹고 기자묘로 뛰어가서 또다시 그를 찾아보았다. 그가 어제 깔고 앉았던 풀은, 모두 한편으로 누워서 그가 다녀감을 기념하되, 그는 그 근처에 보이지 않았다.
1. 이 소설의 문예 사조상 성격은 무엇인가?
① 계몽주의 ② 민족주의 ③ 사실주의
④ 초현실주의 ⑤ 낭만주의(혹은 유미주의)
2. 이 소설의 구성상 특징으로 인해 시점의 혼용이 시작되는 것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3. 이 소설에 나오는 ‘그’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 운명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② 운명에 대항하여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③ 오랜 방랑 생활 때문에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
④ 언젠가는 영유에 돌아갈 것을 확신하고 있다.
⑤ 아우에 대한 죄 의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4. 이 소설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작자는 형제간의 진정한 우애가 형제의 방랑이라는 희생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② 1인칭 주인공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이 혼합되어 있다.
③ ‘바다’와 ‘유랑’은 낭만주의적 요소와 관련이 있다.
④ 오해가 빚은 형제간의 비극을 주제로 하고 있다.
⑤ 서술자는 ‘그’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5. ㉠~㉤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 - 아우의 체념적 운명관이 나타나 있다.
② ㉡ - 시간의 경과를 나타낸다.
③ ㉢ - ‘그’의 회한(悔恨)의 심리를 알 수 있다.
④ ㉣ - ‘그’의 체념적 운명관이 나타나 있다.
⑤ ㉤ - 형제간의 비극을 아름다운 것으로 미화하고 있다.
6. 이 소설의 내용으로 보아 ‘배따라기’의 곡조를 판소리의 장단으로 가창할 때, 가장 알맞은 가락은?
① 진양조 ② 중모리 ③ 중중모리
④ 자진모리 ⑤ 휘모리
【핵심 정리】
▷ 작자 : 김동인
▷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 구성 : 액자 소설 구성 ― 도입, 내부 이야기(발단 - 전개 - 전환 - 결말), 결말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 제재 : 민요 ‘배따라기’
▷ 주제 : 오해가 빚은 형제간의 비극적 운명
▷ 의의 : ① 김동인의 대표적 초기 단편 소설이다.
② 낭만적․유미적 성향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 출전 : <창조(創造)>(1921)
【작품의 이해와 감상】
김동인의 대표적 초기 단편 가운데 하나인 이 작품은 액자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액자 소설이란 이야기 속에 또 다른 내부 이야기가 들어 있는 소설을 말한다.
도입 부분에서 화자인 ‘나’는 배따라기를 부르고 있는 한 사내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사내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중심 내용을 이루며, 그 내용은 사내가 아름다운 아내와 동생의 사이를 의심해 모두 불행에 빠진다는 것이다.
[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강가 모래벌엔 큰 차일을 치고, 차일 속엔 마을 여인들이 자욱이 앉아 무당의 시나위 가락에 취해 있다. 그녀들의 얼굴 얼굴들은 분명히 슬픈 흥분과 새벽이 가까워 온 듯한 피곤에 젖어 있다. 무당은 바야흐로 청승에 자지러져 뼈도 살도 없는 혼령으로 화한 듯 가벼이 쾌잣자락을 날리며 돌아간다. 이 ㉠그림이 그려진 것은 아버지가 장가를 들던 해라 하니 나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기도 이전의 일이다.
(나) 이 마을 한구석에 모화(毛火)라는 ㉡무당이 살고 있었다. 모화서 들어온 사람이라 하여 모화라 부르는 것이었다. 그것은 한 머리 찌그러져 가는 묵은 기와집으로 지붕 위에는 기와버섯이 퍼렇게 뻗어 올라 역한 흙 냄새를 풍기고, 집 주위는 앙상한 돌담이 군데군데 헐리인 채 옛 성처럼 꼬불꼬불 에워싸고 있었다.
(다) 그러나 욱이는 며칠을 가지 않아 모화와 낭이에게 알 수 없는 이상한 수수께끼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는 음식을 받아 놓고나, 밤에 잠을 자려고 할 때나, 또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반드시 한참 동안씩 ㉢주문(呪文) 같은 것을 외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틈틈이 품 속에서 조그만 책 한 권을 꺼내어 읽곤 하는 것이었다.
(라) 욱이가 온 지 사흘째 되던 날, 아침밥을 받아 놓고 그가 ㉣기도를 드리려니까 모화는,
“너 불도에도 그런 법이 있나?”
이렇게 물었다. 모화는 욱이가 그 동안 절간에 가 있다 온 줄만 믿고 있으므로 그가 하는 짓은 모두 불도(佛道)에 관한 일인 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니오, 오마니, 난 불도가 아닙네다.”
(중략)
“나는 예수교올시다.”
“그래, 예수도온가 하는 데서는 밥 먹을 때마다 눈을 감고 주문을 외이나?”
“오마니, 그건 주문이 아니외다, 하나님 앞에 기도드리는 것이외다.”
“하나님 앞에?”
모화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네, 하나님께서 우리 사람을 내셨으니깐요.”
“야아, 너 잡귀가 들렸구나!”
모화의 얼굴빛은 순간 퍼렇게 질리었다. 그리고는 더 묻지 않았다.
(마) 모화는 넋대를 따라 점점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갔다. 옷이 물에 젖어 한 자락 몸에 휘감기고, 한 자락 물에 떠서 나부꼈다. 검은 물은 그녀의 허리를 잠그고, 가슴을 잠그고, 점점 부풀어 오른다…….
그녀는 차츰 목소리가 멀어지며 ㉤넋두리도 허황해지기 시작했다.
“가자시라 가자시라 이수중분 백로주로,
불러 주소 불러 주소 우리 성님 불러 주소,
봄철이라 이 강변에 복숭아꽃이 피그덜랑,
소복 단장 낭이 따님 이내 소식 물어 주소,
첫 가지에 안부 묻고, 둘째 가…….“
할 즈음, 모화의 몸은 넋두리와 함께 물 속에 아주 잠겨 버렸다.
1. (가)~(마) 중, 서술의 시점이 다른 하나는?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2. ㉠~㉤ 중, 이 소설의 구성적 특징을 알게 하는 장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3. (라)를 통해 알 수 있는 이 소설의 외적인 갈등의 양상은?
① 신앙과 모성애 ② 전통 문화와 외래 문화
③ 현실과 이상 ④ 세대간의 가치관
⑤ 종교적 신념과 현실
4. 이 글에 제시된 작가의 관심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 약자와 강자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② 모화의 죽음은 패배자의 자살로 볼 수 있다.
③ 종교적 대립의 문제가 관심의 초점을 이루고 있다.
④ 신비스럽고 운명적인 삶의 문제에 대하여 탐구하고 있다.
⑤ 문명론의 입장에서 볼 때, 비극적 죽음은 필연적 결과이다.
5. 이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외래 문화가 밀려오는 개화기 또는 그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② 토착적인 고유의 정신 세계를 지키려는 민족적 성격이 강하다.
③ 서구 문명과 한국 문명의 만남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④ 모화의 행동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은 샤머니즘이다.
⑤ 한국인의 숙명적 세계관을 형상화하고 있다.
【핵심 정리】
▷ 작자 : 김동리
▷ 갈래 : 단편 소설, 본격 소설, 액자 소설
▷ 제재 : 무녀도
▷ 주제 : 전통과 외래적 문화의 대립 및 비극적 인간의 운명
▷ 의의 : 한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전래적 샤머니즘의 문화와 외래적 기독교 문화 사이에 잠재하는 갈등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어 낸 작품이다.
▷ 출전 : <중앙>(1936. 5. ), 단편집 <무녀도>(1947년 개작)
【작품의 이해와 감상】
‘무녀도’는 전형적인 액자 소설이다. 액자의 기능은 '내부 이야기'에 대한 유인(誘引) 기능, 또는 동기화․목적의 진술이 될 수 있는데, 이 글은 그 유인 기능을 띠고 있는 도입 액자의 일부이다. 즉, 작중 화자(作中話者)인 '나'가 할아버지로부터 무녀도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 이야기를 다시 독자에게 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이라 한다'라는 글귀가 자주 사용된 것이나, 끝 부분에 '내가 할아버지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작품은 ‘내부 이야기’만으로도 훌륭한 소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내부 이야기'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줌으로써, 독자에게 이야기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흥미를 갖게 한다. 이것이 액자 소설의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성기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게 된 것은 이듬해 우수(雨水) 경칩(驚蟄)도 다 지나, 청명(淸明)이 되어 비가 질금거릴 무렵이었다. 주막 앞에 늘어선 버들가지는 다시 실같이 푸르러지고 살구, 복숭아, 진달래 들이 골목 사이로 산기슭으로 울긋불긋 피고지고 하는 날이었다.
아들의 미음 상을 차려 들고 들어온 옥화는 성기가 미음 그릇을 비우는 것을 보자 이렇게 물었다.
“아직도, 너, 강원도쪽으로 가 보고 싶으냐?”
“…….”
성기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장가 들어 나랑 같이 살겠냐?”
“…….”
성기는 역시 고개를 돌렸다.
(나) ―그 해 아직 봄이 오기 전, 보는 사람마다 성기의 회춘을 거의 다 단념하곤 하였을 때, 옥화는 이왕 죽고 말 것이라면 어미의 맘 속이나 알고 가라고, 그래, 그 체장수 영감은 서른여섯 해 전 남사당을 꾸며 와 이 화개 장터에 하룻밤을 놀고 갔다는 자기의 아버지임에 틀림이 없었다는 것과, 계연은 그 왼쪽 귓바퀴 위의 사마귀로 보아 자기 동생임이 분명하더라는 것을 통정하노라면서 자기의 같은 왼쪽 귓바퀴 위의 감장 사마귀까지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다) 그 불타는 듯한 형형한 두 눈으로 천장을 한참 바라보고 있던 성기는 무슨 새로운 결심이나 하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었다.
아버지를 찾아 강원도쪽으로 가 볼 생각도 없다, 집에서 장가들어 살림을 할 생각도 없다 하는 아들에게, 그러나 옥화는 이제 전과 같이 고지식한 미련을 두는 것도 아니었다.
(라) “어머니, 나 엿판 하나만 맞춰 주.”
하였다.
“…….”
옥화는 갑자기 무엇으로 머리를 얻어 맞은 듯이 성기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지도 다시 한 보름이나 지나, 뻐꾸기는 또 다시 산울림처럼 건드러지게 울고, 늘어진 버들가지엔 햇볕이 젖어 흐르는 아침이었다.
(중략)
(마) 그의 발 앞에는, 물과 함께 갈리어 길도 세 갈래로 나 있었으나, 화갯골 쪽엔 처음부터 등을 지고 있었고, 동남으로 난 길은 하동, 서남으로 난 길이 구례, 작년 이맘때도 지나 그녀가 울음 섞인 하직을 남기고 체장수 영감과 함께 넘어간 산모퉁이 고갯길은 퍼붓는 햇볕 속에 지금도 환히 장터 위를 굽이 돌아 구례 쪽을 향했으나, 성기는 한참 뒤 몸을 돌렸다. 그리하여 그의 발은 구례 쪽을 등지고 하동 쪽을 향해 천천히 옮겨졌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겨 놓을수록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서, 멀리 버드나무 사이에서 그의 뒷모양을 바라보고 서 있을 무렵이 되어서는 육자배기 가락으로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었다.
1. 이 글의 표현상의 특징을 설명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자연적인 배경을 통하여 일어날 사건을 암시하였다.
② 상징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주제를 압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③ 복선(underplot)을 이용하여 사건 전개에 필연성을 부여하였다.
④ 향토적인 배경과 전통적 소재들이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 기여했다.
⑤ 화자가 등장 인물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건을 전달하고 있다.
2. (가)~(마)를 사건이 일어난 순서에 따라 재배열한 것은?
① (가) - (다) - (나) - (마) - (라)
② (가) - (나) - (다) - (라) - (마)
③ (나) - (가) - (다) - (라) - (마)
④ (나) - (다) - (가) - (라) - (마)
⑤ (다) - (나) - (가) - (라) - (마)
3. 이 글의 분위기를 가장 잘 지적한 것은?
① 어둡고 침울하다. ② 무겁고 장중하다.
③ 밝고 희망적이다. ④ 신비스럽고 슬프다.
⑤ 애상적이나 밝다.
4. 성기와 옥화 사이에 나타난 갈등의 양상을 바르게 지적한 것은?
① 유랑과 정착 ② 이상과 현실 ③ 진보와 보수
④ 이성과 감정 ⑤ 개인과 전체
5. 다음 밑줄 친 인물 중, (마)에 나타난 성기와 유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① 나두야 간다./나의 이 젊은 나이를/눈물로야 보낼거냐/나두야 가련다
② 강나루 건너서/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남도 삼백 리,//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 놀
③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④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⑤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대/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핵심 정리】
▷ 작자 : 김동리
▷ 갈래 : 단편 소설, 본격 소설
▷ 성격 : 무속적(巫俗的), 운명론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 지역인 화개 장터
▷ 주제 : 운명에의 순응과 그에 따른 인간의 구원
▷ 출전 : <백민(白民)>(1948)
【작품의 이해와 감상】
1948년에 발표된 김동리의 단편 소설로서, 역마살로 대표되는 한국적 운명 의식과 그에 순응하는 인간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운명에 이끌려 결국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순응함으로써 인간 구원에 도달한다는 작가의 독특한 사상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주인공들의 삶은 자신의 주체적 의지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되지 아니하고 선험적(先驗的)으로 운명에 의해 주어진 채로 나타난다.
[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나는 또 한 번 같은 말을 되풀이해 물으려다 간신히 참고, 그 대신, ㉠그가 따라 놓은 술잔을 들어 한숨에 내었다.
“자네야 동네가 다 아는 수재 아닌가? 지금이라도 서울만 가면 일등 대학에 돈 한 푼 내지 않고 공부시켜 주는 거 뭐라더라? 장학상이라던가? 그거 돼서 집에다 도루 돈을 부쳐 보내 가며 공부할 거 아닌가? 머리 좋고 인물 좋겠다. 군수 하나쯤야 떼논 당상이지. 대통령이 부럽겠나 장관이 부럽겠나. 그까진 시골 처녀 하나가 문젠가? 자네 같은 사람한테 딸 안 주고 누굴 주겠나. 응? 우리 정순이 같은 게 문젠가? 그보다 몇 곱절 으리으리한 서울 처녀들이 자네한테 시집오고 싶어서 목을 매달 겐데……. 그렇잖나? 내 말이 틀렸는가?”
나는 그의 느닷없이 지루하기만 한 말을 더 듣고 있을 수가 없어,
“그런데 정순이는 어떻게 된 겁니까?”
먼저와 같은 질문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정순이는 상호한테 갔지. 갔어. 상호 같은 자야 정순이한테나 어울리지. 그렇잖나? 자네는 다르지. 자네야 그 때부터 이 고을 어떤 처녀든지 골라 잡을 만치 머리 좋고, 인물 좋고 행실 착하고…… 유명한 사람이 아닌가?”
“그게 아니잖아요?”
나는 상반신을 부르르 떨며 겨우 이렇게 항의를 했다.
(나) 내 목소리가 여느 때와 다른 것을 깨달았는지 그도 이번엔 말을 그치고 나를 잠깐 바라보고 있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자네가 전사를 했다기에 그렇게 된 걸세. 지나간 일 가지고 자꾸 말하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참게, 자네가 이렇게 살아 올 줄 알았으면……. 다 팔자라고 생각해 주게.
“그렇지만 정순이가 그렇게 쉽사리 속아 넘어가진 않았을 텐데…….”
“여부가 있나. 정순이야 끝까지 버텼지만 상호가 재주껏 했겠지. 나도 권했고……. 헐 수 있나? 하루바삐 잊어버리는 편이 차라리 날 줄 알았지. 저도 그렇게 알구 간 거고…….”
“알겠습니다.”
나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이 사람아, 그러지 말고 좀 앉게. 천천히 술이라도 들며 얘기라도 더 나누다 가세.”
나는 그의 간곡한 만류도 듣지 않고 그대로 돌아오고 말았다.
(중략)
그녀는 그 때 이미 실신상태에 빠져 있었는지도 몰랐다. 아니 그보다도 역시 자기의 모든 것을, 생명을, 내가 그렇게 원통하다고 울어대던 것의 대가로, 치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때 까치가 울었던 것이다. 까작 까작 까작 까작 하는, 어머니가 가장 모진 기침을 터뜨리기 마련인 그 저녁 까치 소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나의 팔다리와 가슴 속과 머리끝까지 새로운 전류(電流) 같은 것이 흘러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까작 까작 까작, 까작 그것은 그대로 나의 가슴 속에서 울려 오는 소리였다. 나는 실신한 것같이 누워 있는 영숙이를 안아 일으키기라도 하려는 듯 천천히 그녀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하여 다음 순간 내 손은 그녀의 가느단 목을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1. 다음 중 소설 문학의 전단계로 볼 수 없는 것은?
① 전설 ② 신화 ③ 민담
④ 패관 문학 ⑤ 향가
2. 이 작품의 성격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비극적 ② 토속적 ③ 원형적
④ 역설적 ⑤ 속신적
3. ㉠에 투영된 ‘나’의 심리는?
① 공포감 ② 궁금증 ③ 불안함
④ 답답함 ⑤ 안타까움
4. 이 글의 내용으로 미루어, ㉡의 역할을 바르게 말한 것은?
① 흉조의 예감
② 시간적 배경 제시
③ 길조의 예시
④ 주인공의 정신 상황 제시
⑤ 과거 회상의 매개체
5. ㉢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지 10자 내외로 쓰라.
6. ㉣에서와 같이 ‘나’가 영숙의 목을 누르기까지는 몇 가지 중첩된 원인이 있다. 그것을 순서대로 쓰라.
【핵심 정리】
▷ 작자 : 김동리
▷ 갈래 : 단편 소설, 본격 소설, 액자 소설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성격 : 토속적, 속신적(俗信的), 원형 상징적, 신비적
▷ 배경 : 한국 전쟁 무렵, 어느 시골 마을
▷ 주제 : 인간의 삶에 내재하는 운명의 힘과 그로 인한 비극적 절망
▷ 출전 : <현대 문학>(1966)
【작품의 이해와 감상】
‘까치 소리’는 전쟁에서 돌아온 ‘나’를 중심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나’가 죽음이 마련된 장소인 전쟁터에서 가족(특히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돌아오는 부분과, 전쟁터에서 돌아와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 가지 절망적인 상황과 살인 행위 부분이다. 이 때, ‘나’의 돌아옴은 까치 소리 가운데 길조(吉兆)와 결부시킬 수 있고, 돌아온 고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살인까지 하게 되는 것은 흉조(凶兆)와 결부시킬 수 있다. 이렇게 까치 소리가 가지고 있는 속신, 즉 “아침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오고, 저녁 까치가 울면 초상이 난다.”는 속신이 곧바로 이 작품의 구조와 일치함을 볼 수 있다.
[1] 박태원,「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2] 김동리, 「광화사」
[3] 이청준, 「줄」
[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오전 두 시의
종로 네 거리 ― 가는 비 내리고 있어도, 사람들은 그 곳에 끊임없다. 그들은 그렇게도 밤을 사랑하여 마지않았는지 모른다. 그들은 그렇게도 용이하게 이 밤에 즐거움을 구하여 얻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일순, 자기가 가장 행복된 것같이 느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 그들의 걸음걸이에 역시 피로가 있었다. 그들은 결코 위안받지 못한 슬픔을, 고달픔을 그대로 지닌 채, 그들이 잠시 잊었던 혹은 잊으려 노력하였던 그들의 집으로 그들의 방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밤늦게 어머니는 또 잠자지 않고 아들을 기다릴 게다. 우산을 가지고 나가지 않은 아들에게 어머니는 또 한 가지의 근심을 가질 게다. 구보는 어머니의 조그만, 외로운, 슬픈 얼굴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제 자신 외로움과 또 슬픔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된다. 구보는 거의 외로운 어머니를 잊고 있었던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아들을 응당, 온 하루, 생각하고 염려하고, 또 걱정하였을 게다. 오오, 한없이 크고 또 슬픈 어머니의 사랑이여, 어버이에게서 남편에게로, 그리고 다시 자식에게로, 옮겨 가는 여인의 사랑 ― 그러나 그 사랑은 자식에게로 옮겨 간 까닭에 그렇게도 힘있고 또 거룩한 것이 아니었을까.
구보는 벗이, 그럼 또 내일 만납시다. 그렇게 말하였어도, 거의 그것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이제 나는 생활을 가지리라. 생활을 가지리라. 내게는 한 개의 생활을, 어머니에게는 편안한 잠을, 평안(平安)히 가 주무시요. 벗이 또 한 번 말했다. 구보는 비로소 그를 돌아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다. 내일 밤에 또 만납시다. 그러나 구보는 잠깐 주저하고, 내일부터, 내 집에 있겠소, 창작하겠소―
“㉠좋은 소설을 쓰시오.”
벗은 진정으로 말하고,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참말 좋은 소설을 쓰리라. 번(番) 드는 순사가 모멸을 가져 그를 훑어보았어도, 그는 거의 그것에서 불쾌를 느끼는 일도 없이, 오직 그 생각에 조그만 한 개의 행복을 갖는다.
“구보―.”
문득, 벗이 다시 그를 찾았다. 참, 그 수첩에다 무슨 표를 질렀나 좀 보우. 구보는, 안주머니에서 꺼낸 수첩 속에서, 크고 또 정확한 ×표를 찾아 내었다. 쓰디쓰게 웃고, 벗에게 향하여, 아마 내일 정오에 화신 상회 옥상으로 갈 필요는 없을까 보오. 그러나 구보는 적어도 실망을 갖지 않았다. 설혹 그것이 ○표라 하였더라도 구보는 결코 기쁨을 느낄 수는 없었을 게다. 구보는 지금 제 자신의 행복보다도 어머니의 행복을 생각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그렇게 바빴을지도 모른다. 구보는 좀더 빠른 걸음걸이로 은근히 비 내리는 거리를 ㉡집으로 향한다.
『어쩌면, 어머니가 이제 혼인 얘기를 꺼내더라도, 구보는 쉽게 어머니의 욕망을 물리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1. 이 글의 서술 방법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주관적․객관적 시점을 동시에 사용하여 인물의 심리를 드러낸다.
② 서술자가 등장 인물이 되어 사건과 인물을 주관적으로 서술한다.
③ 서술자가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각으로 등장 인물의 언행을 묘사한다.
④ 주인공이 아닌 인물을 서술자로 내세워 주인공을 제한적으로 관찰한다.
⑤ 작품 외부의 서술자가 등장 인물의 내면 의식의 변화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2. ㉠의 성격을 추리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일상적인 가족의 삶을 소재로 할 것이다.
② 종로를 오가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을 것이다.
③ 어머니의 희생적 삶을 주된 내용으로 할 것이다.
④ 결혼 문제로 야기된 사회적 문제를 다룰 것이다.
⑤ 사회와 개인의 갈등이 나타나도록 전개할 것이다.
3. ㉡의 함축적 의미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세계가 넓다 하나, 나에게 내 집같이 아늑한 곳은 없다. 그것은 아무 간섭이 없고 구속이 없는 절대의 안락경이기 때문이다.
② 맘을이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 손손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 관자도 갖지 못했다.
③ 옛날에는 집에 대한 소유 의식이 강했으나 지금은 소유 의식이 희박해지고, 이용 의식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다.
④ 저 가는 저 사람아, 너의 집은 어디인가? 나는 정처없이 간 데마다 집이로다. 옷 벗어 술 받은 집은 다 내 집인가 한다.
⑤ 인간은 집이라는 따뜻하고도 안락한 장소를 구했던 것인데, 첫째는 육신의 따뜻함을, 둘째는 사랑의 따뜻함을 구했던 것이다.
4. 『』와 같이 생각한 이유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새로운 소설을 쓰려고 결심했기 때문에
② 수첩에 ○표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③ 벗이 진심으로 한 충고가 고마웠기 때문에
④ 자신의 행복보다 어머니의 행복을 생각했기 때문에
⑤ 종로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고독을 깨달았기 때문에
【핵심 정리】
▷ 작자 : 박태원
▷ 갈래 : 중편 소설, 심리 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1930년대의 서울의 어느 하루
▷ 제재 : 한 소설가의 하루 일과
▷ 주제 : 한 지식인이 느끼는 일상 속의 외로움과 이상 실현을 위한 심리적 갈등
▷ 의의 : 의식의 흐름과 몽타주 기법 등을 활용한 모더니즘 계열의 소설이다.
▷ 출전 : <조선 중앙 일보> (1934. 8. 1. ~9. 19. )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구성은 일반적인 소설들처럼 어떤 극적 갈등이나 혹은 그 갈등의 해소를 통한 대단원이라는 짜임새를 지니고 있지 않다. 이 작품은 소설가 구보가 집을 나서는 정오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새벽 두 시까지의 이야기 서술이 중심이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 구보는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사건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며, 주인공의 내면 세계의 표출이나 특정한 장면을 편집한 것처럼 제시하는 몽타주 기법 등이 주목의 대상이 된다.
[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자 용궁을 생각해 봐!”
“생각이나 하면 뭘 합니까? 어서 이 눈으로 보아야지.”
“생각이라도 해 보란 말이야.”
“짐작이 가야 생각도 하지요.”
㉠“어제 생각하던 대로 생각을 해 봐!”
“네…….”
화공은 드디어 역정을 내었다.
“자, 용궁! 용궁!”
“네…….”
“용궁을 생각해 봐! 그래 용궁이 어때?”
“칠색이 영롱하구요.”
“그래, 또?”
“또 황금 기둥, 아니 비단으로 짠 기둥이 있구요. 또 푸른 진주가!”
“푸른 진주가 아냐! 푸른 비취지.”
“비취 추녀든가 문이든가?”
“에익! 바보!”
(나) 화공은 커다란 양손으로 칵 소경의 어깨를 잡았다. 잡고 흔들었다.
“자, 다시 곰곰이…… 용궁은?”
“용궁은 바닷속에…….”
겁에 질려서 어릿거리는 소경의 양에 ㉡화공은 손으로 소경의 따귀를 갈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보!”
이런 바보가 어디 있으랴! 보매 그 병신 눈은 깜박일 줄도 모르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 천치(天痴) 같은 눈을 보매 화공의 노염은 더욱 커졌다. 화공은 양손으로 소경의 멱을 잡았다.
“에이 바보야. 천치야. 병신아!”
생각나는 저주의 말을 연하여 퍼부으면서 소경의 멱을 잡고 흔들었다. 그리고, 병신다이 멀겋게 띄운 눈자위에 원망(怨望)의 빛깔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더욱 힘있게 흔들었다. 흔들다가 화공은 탁 그 손을 놓았다. 소경의 몸이 너무도 무거워졌으므로…….
(다) 화공의 손에서 놓인 소경의 몸은 뒤솟은 채 번뜻 나가넘어졌다. 넘어지는 서슬에 벼루가 전복되었다. 뒤집어진 벼루에서 튀어난 먹방울이 소경의 얼굴에 덮였다.
깜짝 놀라서 흔들어 보매 소경은 벌써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었다.
(라) 화공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망지 소조(罔知所遭)하여 허든거리던 화공은 눈을 뜻없이 자기의 그림 위에 던지다가 악! 소리를 내며 자빠졌다.
그 그림의 얼굴에는 어느덧 동자가 찍히었다. 자빠졌던 화공이 좀 정신을 가다듬어 가지고 몸을 일으켜서 다시 그림을 보매, 두 눈에는 완전히 동자가 그려진 것이었다.
그 동자의 모양이 또한 화공으로 하여금 다시 덜썩 엉덩이를 붙이게 하였다. 아까 소경 처녀가 화공에게 멱을 잡혔을 때에 그의 얼굴에 나타났던 원망의 눈!
그림의 동자는 완연히 그것이었다.
1. 이 글에서 완성된 그림 속이 눈동자는 어떤 표정을 띠고 있었는지 5자 내외로 쓰라.
2. (가)의 문체에 관한 설명으로 가장 적합한 것은?
① 느린 속도의 대화체이다.
② 빠른 속도의 대화체이다.
③ 느린 속도의 토론체이다.
④ 빠른 속도의 토론체이다.
⑤ 빠른 속도의 설명체이다.
3. (라)에 들어 있는 사건의 성격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필연 ② 계획 ③ 운명 ④ 숙명 ⑤ 우연
4. 앞 뒤 문맥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의미하는 내용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어제 생각하던 여러 가지 사실들을 다시 떠올려 보라.
② 어제 직접 본 것을 오늘은 생각만 해 보라.
③ 어제처럼 상상력을 발휘해 보라.
④ 짐작이 가지 않는 일이라도 고심해서 생각해 보라.
⑤ 어제처럼 직접 눈을 뜨고 보라.
5. ㉡과 같은 행동의 근본적 원인은?
① 소경이 전혀 말을 듣지 않으므로
② 소경이 지나치게 겁먹은 행동을 하므로
③ 소경이 매우 바보 같은 행동을 하므로
④ 화공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우므로
⑤ 화공에게 더 이상 설명한 시간이 없으므로
【핵심 정리】
▷ 작자 : 김동인
▷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 배경 : 조선 세종 때 한양의 백악(인왕산)
▷ 제재 : 화공과 미녀도
▷ 주제 : 현실 세계와 이상적 예술 세계 사이의 거리
▷ 의의 : 순수 예술의 세계를 지향하는 유미주의 계열의 대표적 작품이다.
▷ 출전 : <야담>(1935. 12.)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김동인의 예술 지상주의적 취향이 작중 인물인 ‘솔거’를 통해 짙게 표출되고 있는 작품이다.
조선 세종 때 한 화공(솔거)이 있었는데, 그는 천하의 추물로 두 번이나 장가를 들었지만, 번번이 색시가 도망하여 버린다. 그는 세상이 주지 않는 아내보다 더 아름다운 미인을 자기의 붓끝으로 그려 세상을 비웃어 줄 결심을 한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소경 미녀를 만나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림에서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리기 위해서 용궁 이야기를 하며 아름다운 환상의 표정을 담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이미 자기와 부부가 된 소경의 눈동자는 애욕의 빛만 띠고 있을 뿐이다. 화가 난 화공이 멱을 잡고 흔들자 소경은 그만 쓰러져 죽는다. 그녀가 넘어지는 서슬에 먹물이 튀겨 그림에 눈동자가 찍힌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 화공을 원망하는 눈동자였다. 그 후, 화공은 광인이 되어 수년간 방황하다가 눈보라 치는 어느 날, 소경을 그린 족자를 품에 안고 운명한다.
[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중략) 갑자기 운이 여자를 끌어안고서,
―난 이제 줄을 탈 수가 없다. 넌 나하고 같이 살아야 한다.
㉠운은 마치 줄에서 내려왔을 때처럼 땀을 흘리고 있더랍니다. 그런데 여자는 운이 그렇게 가까이만 있으면 언제나 무서워서 말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해요.
―전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아요.
―그럼? 그럼?
운은 미친 사람처럼 여자를 안은 팔에 바싹 힘을 주었습니다.
―줄을 타고 계실 때, 그 땐 그런 것 같았는데, 이렇게 옆에만 오시면…… 무서워요.
―아아, 이젠 난 줄을 탈 수가 없는데…….
그러고는 두 사람은 한 동안 말이 없었는데, 운의 손이 천천히 여자의 목으로 올라오더니 조금 있다가 그 손은 경련이 난 듯 여자의 가는 목을 조르기 시작하더랍니다.
(중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고 다시 줄을 탈 수 있었지만, 아아…… 나는…….
그러다가 운은 산을 내려가 버렸답니다.“
사내는 그것이 자기 자신에 관한 일이었던 것처럼 열심히, 그리고 상상으로는 미치지 못할 자세한 부분까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기침을 하지 않으려고 몸을 오그라뜨리고 힘을 주었다. 그러나 끝까지 이야기를 못하고 기어이 발작을 시작하고 말았다. ㉡나는 사내가 발작을 멎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이으려고 하는 것을 보자, 갑자기 웃음이 터지려고 했다. 이제 사내에게 혼자는 더 말을 시킬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운은 처음부터 자기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두 번째 줄로 올라간 거로군요.”
“그렇습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왜 운을 사랑할 수가 없었을까요?”
“글쎄 그게 이상합니다만…… 참 이걸 말씀드릴 걸 잊었군요. 그 여자는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어요. 절름발이였단 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난 자꾸 그 여자가 좋아한 것은 운이 아니라 운의 다리가 아니었나 해요. 여자는 줄 위의 운이 하늘을 날고 있는 학(鶴)으로 생각했더랍니다. 어떻든 그렇게 운이 죽고 나서 얼마가 지나니까, 이 곳 사람들은 광대가 승천을 했다고들 말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 단장의 말을 빌려서 한 비웃음이었겠지요. 그러나 오랜 시일이 지나다 보니 운은 정말로 승천을 했다고 믿어 버리게 되었어요. 아닌게아니라 나도 아직 운이 줄을 타는 그 곧고 유연한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데…… 아마 그게 명인(名人)의 풍모가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어요.”
1. 이 글로 미루어 알 수 없는 것은?
① 운의 죽음은 여자를 사랑하게 된 것에서 비롯되었다.
② 운이 다시 줄을 탈 수 있으려면 여자를 죽여야 했다.
③ 사내는 운이나 여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④ 운은 자신의 죽음을 짐작했으면서도 줄을 탔을 것이다.
⑤ 여자는 자신의 신체적 불구 때문에 운의 사랑을 거부했다.
2. 이 글로 보아, ‘운의 아버지’의 성격으로 가장 타당한 것은?
① 체념적 ② 의지적 ③ 위선적
④ 즉흥적 ⑤ 현실적
3. ‘운’의 죽음이 가지는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세속에 대한 집착의 허무함
② 인간적 고뇌와 갈등의 승화
③ 물질 만능 풍조에 대한 경고
④ 극단적 외길 인생의 비극적 결말
⑤ 사랑의 완성을 위한 고귀한 희생
4. ㉠에 담겨 있는 ‘운’의 심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흥분과 기대 ② 체념과 좌절 ③ 불안과 긴장
④ 기대와 확신 ⑤ 염려와 미련
5. ㉡을 통해 알 수 있는 ‘나’의 인간형은?
① 매사에 실리만을 추구하는 계산적인 사람
② 무책임하게 가벼운 것만을 지향하는 사람
③ 내면적 가치보다 현실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
④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인내가 부족한 사람
⑤ 상대의 처지에 상관 없이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는 사람
【핵심 정리】
▷ 작자 : 이청준
▷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 인물 : 운 허 노인의 아들로 사랑에 실패하여 스스로 죽음을 택함
나 냉소적이고 가벼운 것만을 추구하는 전형적 현대인
나팔수 노인 운의 친구로 나의 취재에 응하여 허노인과 운의 이야기를 들려 줌
▷ 시점 : 외부 액자 1인칭 주인공 시점 / 내부 액자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장인 정신의 상실에 대한 아쉬움과 현대인의 가치 상실 고발
▷ 특징 :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대조시킴으로써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음
【작품의 이해와 감상】
운이 줄타기에 실패하고 죽음에 이른 것은 허 노인의 당부를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허 노인의 당부는 줄을 탈 때에는 오로지 줄타기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투철한 장인 정신이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운은 이를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사랑에 실패하자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 죽음은 지상에서 자신의 삶의 영토를 상실하고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사람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길이었다. 그는 죽음으로써 진정한 승천을 이룩한 셈이다.
정답 및 해설
◎ 운명을 주제로 한 소설
[1] 「배따라기」- 김동인
1. ⑤
→ 순수 예술 지상주의적 경향을 말한다.
2. ③
→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진 소설임에 유의한다.
3. ①
→ 운명의 힘을 거역하지 못하는 인간의 비애를 그리고 있다.
4. ②
→ 이 소설은 1인칭 관찰자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이 혼용되어 있다.
5. ⑤
→ ㉤은 색채 이미지를 통해 비극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배경이다.
6. ①
→ 구슬픈 가락에 알맞는 장단을 찾는다.
[2] 「무녀도」- 김동리
1. ①
→ (가)는 도입 액자로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2. ①
→ 무녀의 그림 ― 내부 서사에 대한 흥미 유발, 신뢰성 확보
3. ②
→ 무속과 기독교의 종교적 갈등이 이 소설의 기본 골격이다.
4. ④
→ 모화의 주술적 세계관과 근친 살상이라는 행동은 그 자체로 불합리하지만, 그 불합리한 것이 바로 인간의 본원적 존재성이라고 보고 있다.
5. ②
→ 작가 김동리는 순수 문학을 옹호하여 역사성을 배제하였고, 무속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신비스럽고 운명적인 삶의 문제에 대하여 탐구하고 있다.
[3] 「역마」- 김동리
1. ③
→ 복선은 다음에 전개될 사건의 단서를 미리 제공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자연적 배경이 전개될 사건을 암시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사건의 동기로 작용하지는 않으므로 복선으로 볼 수 없다.
2. ④
→ ‘소생하게 된 계기→소생 과정→유랑’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나), (다),에서는 병에서 회복되는 성기의 모습이, (가), (라), (마)에는 유랑의 길을 떠나는 과정이 차례대로 그려졌다.
3. ⑤
→ 슬픈 이야기가 밝고 생동감 넘치는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성기와 옥화의 갈등과 성기의 떠남이라는 애상적 사연이 밝고 경쾌한 봄의 자연과 어우러져 ‘운명에의 순종을 통한 구원’이라는 주제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4. ①
→ 성기는 떠돌아다니는 삶을 추구하나, 옥화는 자신의 곁에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5. ②
→ 성기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거리낌없이 떠난다. (마)에 나타난 성기의 태도는 체념적 달관으로 유유자적하는 나그네의 모습과 유사하다.
[4] 「까치 소리」- 김동리
1. ⑤
→ 설화(신화․전설․민담)→패관 문학(가전체)→판소리 사설→고대 소설→신소설→근․현대 소설
2. ④
3. ②
4. ①
5. 영숙에 대한 살의(殺意)
→ 결말을 자세히 본다
6. 저녁 까치 소리 → 의식 변화(살의) → 목을 조름
◎ 예술가, 지식인을 주제로 한 소설
[1]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박태원
1. ①
→ 이 소설은 ‘관찰’과 ‘내면 의식’의 흐름으로 서술되고 있는데, ‘관찰’ 부분에서는 객관적 시점이, ‘내면 의식’의 묘사 부분에서는 주관적 시점을 사용하여 일상성의 회복을 꿈꾸는 지식인의 고뇌를 드러내고 있다.
2. ①
→ 이제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 소설을 쓰겠다는 진술과 어머니에 대한 구보의 생각으로 미루어, 그 ‘좋은 소설’은 일상적인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 ⑤
→ 구보는 개인적인 삶에 충실하고자 한다. 이 때 ‘집’은 편안하고 행복과 인정이 흐르는 공간인 ⑤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①은 세계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 ②는 지식적 의미로서의 공간, ③은 재산 개념으로서의 공간, ④는 어디든 머무는 공간을 의미한다.
4. ④
→ 구보는 새벽 두 시가 되도록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를 생각하고 이해하게 된다. 이는 ‘제 자신보다 어머니의 행복을 생각하고 싶었었는지도 모른다’라는 진술에서 확인된다.
[2] 「광화사」- 김동인
1. 원망의 표정
→ (라)에 ‘원망의 눈’이라는 구절이 있다.
2. ②
→ 말을 주고받는 속도감이 느껴지는 문체이다.
3. ⑤
→ 그림의 얼굴에 동자가 찍힌 것은 우연한 일이다.
4. ③
→ 아름다운 꿈을 꾸어 보라는 말이다.
5. ④
→ 화공의 예술적 욕구 충족을 위한 행동이다.
[3] 「줄」- 이청준
1. ⑤
→ ‘사내’의 말로 미루어 여인이 좋아한 것은 ‘운’이 아니라 줄을 타는 ‘운’의 모습이었다. 이로 보아 ‘운’의 죽음은 여인이 자신의 사랑을 거부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운’이 여인을 죽이려 했던 것은 어머니를 죽이고 다시 줄을 타서 장인(匠人)이 되었던 아버지의 과거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2. ②
→ ‘운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고 다시 줄을 탈 정도로 강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다.
3. ②
→ 여인과의 사랑에 실패하자 다시 줄을 탈 수 없으리라는 갈등과 고뇌에 휩싸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보아, ‘운’의 죽음은 결국 갈등을 승화시키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4. ③
→ ‘운’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땀을 흘리고 있다. 이는 여인의 답이 어떨지에 대한 불안과 긴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5. ②
→ ‘사내’는 기침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서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기어이 발작을 일으키고 만다. 그리고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사내’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려 하고 있다. 이는 ‘사내’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려 하고 있다. 이는 ‘사내’의 모습과는 대조되는 것으로 ‘나’라는 인물은 사물과 타자(他者)에 대해 가볍고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