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만이 아니라 이 드라마 '봄밤'에 빠져있는 분들이 많데요.
보고 또 보는 사람들.
이제 어떤 대사만 봐도 어느 장면인지 아는 광팬들.
그런 분들을 위해 이렇게
마음 설레는 장면
미소 지어지는 장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장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장면
눈물나는 장면
이렇게 인상 깊은 장면들에 등장했던 대사들을
각 회마다 정리해봤습니다.
광팬들은 알지요. 이 대사들이 어느 장면에서 쓰였는지, 누가 말했는지.
그래서 읽으면
그 장면이
마음 속에 보일 겁니다.
자, 이제 그럴 수 있는 분들,
대사를 읽으면서
마음 속으로 이 드라마를 다시 한 번 더 볼까요? ^^
<1~2회>
계좌번호 왜 안보냈냐니까요?
이렇게 한 번 더 보려구요.
궁금했어요. 이정인이라는 여자는 어떤 사람인지.
여기서 처음 본 뒤로 자꾸 생각이 났어요.
누군가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구요.
그래도 한 번만, 한 번만 더
그게 여기까지 왔네요.
사과를 왜해요? 잠깐이지만 행복...했는데.
우리 친구해요. 이것도 인연이면 인연인데 그냥 편하게 알고 지낼 수 있지 않나?
음...미안해요. 난 편할 자신이 없어요.
코너 돌아서 있을게요.
나 너 누군지 알아, 은우지?
나 어떻게 알아요?
어떻게 알까? 맞혀봐.
아빠 누구야?
누구일 거 같애? 은우가 맞혀봐.
음...엄마?
<3회>
놀랬어요, 아주 많이.
지호씨가 못된 아빠라.
아, 우리 은우 가출하면 어떡하지?
은우에게 꼭 사과해요.
잘 노는데요. 뭐.
성격 비뚤어진 어른되면 좋겠어요?
누구처럼?
정인씨 전화 목소리가 이렇구나.
괜한 소리 했나봐요.
또 못들은 거로 하라구요?
그런 게 어딨냐며.
내 목소리가 어떤데요?
들어줄만 해요.
그쪽도 그닥 좋지는 않아요.
내 무덤을 팠네.
나 은근 재밌는데?
예전에는 그런 소리 꽤 들었어요.
지금은 변했다는 거예요? 아니면 일부러 바꾼 건가?
모르겠네요.
변했는지, 바뀐 건지, 보일 기회가 없는 건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
그런데 왜, 왜 잘 안됐어?
전화 목소리가 별로더라구.
아, 그래? 웬 개소리지?
친구인 거 알아요. 걱정 말아요, 그 이상 안 넘어가요. 이런 것도 부담되면 앞으로 안할게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얼마큼이 괜찮은 건지 어디부터는 안되는 건지...그래서 좀 답답해요.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뭘 해줄 수 있는데요?
건너오지 말아요, 그러면 안될 거같아.
누군지만 말해보라니까?
여자
그러니까 어떤 여자?
그냥 좋은 여자
이게 씨...그래 좋아. 아, 대체 뭐가 좋냐고?
그런 게 말로 설명이 되는 거냐?
어라? 어, 이거 진짜 전례없이 미쳤네.
미치기 전에 정리했다.
벌써? 왜?
그럼 계속해?
아이고 씨, 놀고 있네. 야, 그게 뭐, 정리한 거냐?
그래, 하고 있어, 그렇게 되게.
이유가 뭔데?
힘들 게 뻔하니까.
네가?
그 여자가.
현수야, 딱 한 번만, 진짜 딱 한 번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마음가는 대로 하면 ...벌 받을까?
<4회>
혹시?
봤어요.
그래서요. 왜 피하는데요? 우리가 뭘 했는데? 지호씨하고 내가 뭐라도 했냐고?
하자면 할래요? 할 자신 있어요?
처음부터 얘기했죠. 난 정인씨하고 친구할 자신 없다고.
지금 어디 있어요? 어디냐고. 잠깐 얼굴 보고 얘기해요. 어디 있냐구요?
지금 나한테 오면, 이정인 다시는 못돌아가.
차라리 뭘 해. 끙끙대지 말고.
여자지?
어떻게 일반적으로만 사니? 이런 인생, 저런 인생 있는 거지.
무턱대고 무조건 포기하는 것도 습관이야.
얘기했었지? 네 인생도 중요하다고.
후회하는 것도 네 자신한테 죄짓는 거다.
혹시 오늘 ...약국 열었어요?
열었어요.
(약) 안먹었어요?
약 먹는 거 원래 별로 안좋아해요. 아, 약국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도 책 읽는 거 별로 안좋아해요.
교양이 부족하겠어요.
영양이 부족하겠네요.
잘난 척도 할 줄 아네요.
못난 척을 더 잘하죠. 많이 혼내 놓고?
그 게 혼낸 거예요?
때려야 혼내는 거예요?
물어봤었죠.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해달랬어요? 택시 타고 가면 돼요.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 무슨 말하는 건지 알잖아. 가지 말라고 잡아줘요?
나만 나쁜 사람되주기를 바래요? 겨우 이럴 거면서 도서관은 왜 찾아왔어?
보고싶어서.
나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난 정인씨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안 그래. 나 지호씨를 알게 되서 참 좋아요. 좋은 사람이잖아.
아닌데. 나 지금 나쁜 맘 먹고 있는데.
어떤것도 바라지 않을 테니까 정인씨만 볼 수 있게 허락해줘요. 절 대 안들킬게요. 정인 씨한테 안들킨다구요.
<5회>
말했죠? 보고 싶어서 갔었다고.
내 마음만 커서 무작정 갔던 건데, 기석이 형을 보는 순간,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는 거라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같았어요.
그래서 나한테도 안들키면서 날 몰래 보겠다고?
허락해주면. 안된다고 하면...
당연히 안되지. 그렇게는 못해.
아, 말도 안되는 소리지. 정인씨 입장에서는.
내 입장이 뭔데?
누가 자신을 몰래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그러든 말든. 안 들키겠다며? 그럼, 내가 알아채지 못한다는 건데 상관없지.
문제는 나야. 그래.
지호씨는 원할 때 언제든 날 보면 되는데... 그럼 난 어떡하냐고.
나도 ...허락받고 지호씨 몰래 훔쳐보러 다닐까요?
왜 지호씨 생각만해? 당신만 좋으면 돼? 내 속은 어떻든 말든 상관없고?
지호씨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요?
정말 이기적으로 해볼까요?
아니.
이제 그만해야겠어요.
오는 내내 생각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정인씨도 한순간 때문에 많은 걸 잃게되고 그보다 훨씬 많은 고통이 따라올 거예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하는 말 아니예요. 내 이기심이야.
더 솔직히 말하면 다시는 없을 줄알았던 감정들에 내가 취했었어요.
앞 뒤 없었어.
갈수록 못나고 못된 생각만 커져. 더하면 꼴만 우스워질 거 같아.
뭐가 되든, 어쨌든 그럼 난 어떡하냐니까?
몰라, 내가 죽겠는데.
그런 거짓말에 내가 지금 넘어갈 거 같아요?
넘어가줘요. 부탁하는 거야. 나 좀 도와줘요.
너 진짜 결혼하기 싫어?
오빠 집에서 뭐라시는데?
아, 그것만 해결되면 되는 거야? 그럼 무조건 하는거야?
오기 부릴 일이야? 이런 거로도 지기는 싫지?
넌 나한테 다 양보했었니?
오빠.
됐어, 딴 얘기 해.
내가 이래서 오빠 얼굴 는 게 이제 겁부터 나. 말만 나오면 부딪치고, 어?
싸우다 싸우다 결국 내 성질 못된 탓만 하게 되고, 진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어쩌자고? 어떻게 해줘?
아니야, 됐어, 가.
결혼 안하면 될 거 아니야. 어? 아, 네가 원하는 게 그 거 아냐? 결혼 얘기 안꺼낸다고 됐지? 아유, 씨.
뭐가 되는데? 그동안 암말 않고 모른 척했더니 내가 진짜 바보인 줄아니?
오빠 집에서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 내가 진짜 모를 거 같아?
내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어떤 심정인지 오빠가 알기나 해?
날 원치 않는 걸 뻔히 알면서 결혼 얘기에 신나 하면 그게 제정신이니?
넌 그렇게 할 수 있어?
치사스럽고구차해서 내가 지금껏 말 안했어.
근데 기어이 내 입으로 꺼내게 해서 사람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야겠어?
어쩜 이렇게 고약하게 굴어? 그러고도 네가 나랑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야?
정말 그럴 마음이 있기는 하니?
한순간이라도.나한테 미안했던 적이 있긴 하니?
내가 사랑을 해달라고 애원을 했어? 결혼해달라고 매달리기를 했어?
이 마음 하나만 알아주길 , 그거 하나 바랐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알았어, 알았어. 내가 이제야 알겠어.
아니, 오빠는 처음부터 알았고, 끝까지 묵인하면서 태연하게 지금까지 왔어.
날 제일 아프게 하는 게 그 부분이야.
만나는 여자도 은우 있는 거 알아?
만나긴 누굴 만나?
귀신을 속여라. 응?
속일 게 있어야 속이지.
누구 있는 거 같더니만 그새 아니야?
내가 너무 아까워.
나가, 나가, 나가!
지호한테는 이상한 장난 같은 거 하지마.
왜 하지마?
그냥.
여자친구 있어?
어, 아니. 좋아하는 여자 있어. 엄청 좋아해.
어떤 여자길래?
나도 아직은 잘 모르는데 아무튼 돼게 좋아해. 나 지호 걔가 그러는 거는 진짜 처음 봤어.
약사 여친 있대. 엄~청 좋아한대.
원래 여자 안만나나봐. 근데
이번에 완전 폭 빠졌대.
왜 전화 안받아요? 이제 전화도 안 받기로 했어요?
진동으로 해놔서 전화오는지 몰랐어요. 무슨 일 있어요?
나만 있어요? 지호씨는 아무 일도 없고. 아무렇지도 않은가봐요.
미치겠네. 진짜.
내가 귀찮아요? 짜증나냐고.
짜증나. 잘못찾아왔어. 차라리 오지를 말지. 그냥 모르던 사람으로 살지.
이제서 내 앞에 나타나서 뭘 어떻게 하자고...
밥 먹었어요? 밥 먹으러 갈래요?
뭐 사줄 건데요.
내가 사줘야 돼?
당연하지. 내가 택시비까지 쓰면서 왔는데.
무슨 계산법이야, 내가 오랬어?
그래서 싫어? 그럼 도로 가고
하, 진짜 멋대로야.
되게 속 편한가보다. 밥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이정인 때문에 식음 전폐라도 해야 돼?
안했으면서 뭘.
연락하는 것도 많이 부담스러워요?
엄청나지. 잘못 엮었어.
미저리 같애?
더해.
집에 안가요?
안가면 뭐, 재워줄 거예요?
진짜 큰일 날 여자야.
진짜 나 많이 부담돼요?
도와달랬더니 아예 쫒아오는데 당연히 부담되지.
당장의 감정에 빠져서 무작정 가다보면 정인씨보다 내가 더 멈추지 못할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정인씨가 나보다 백배, 천배 더 힘들어져.
지금까지 나를 위해 참고 있다는 거네.
안그랬으면 내 입을 막으면서 우는 여자를 안아주지도 못하는 머저리가 됐겠어요?
나는 미저리인데 머저리네.
앞으로 울지 말아요.
지호씨 때문에 운 거 아니예요.
승부욕 강한 거 아는데, 나에 관해서는 오기 부리지마. 정인씨만 손해야.
그래서 앞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친구해준다니까. 정인씨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이렇게 가끔, 가끔 밥 먹고, 또 차 마시고, 사이사이 안부 묻고. 그 정도만.
이제는 내가 자신 없는데.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고.
너무 쌀쌀맞다.
얼마나 기를 쓰면서 하는 얘기인지는 안느껴지나?
알게뭐야. 내가.
또 나왔다. 못된 이정인.
앞으로 계속 나올거야. 나 원래 말 안든 거 전문이거든.
도와줘요, 나 좀. 진심이야. 정인씨가 도와줘야해.
못하겠다면 어쩔 건데?
억지로라도 해요.
싫어.
해.
정인 씨가 너무...아까워.
여보세요.
할 얘기가 뭐야? 할 말 있다며.
우리...헤어져.
<6>
우리...헤어져.
아, 너 진짜 왜 이래?
예상했으면서 뭘. 그만 헤어지자.
정말 끝내자고?
정말.
진짜 헤어지자고?
몇번을 물어?
너 할 수 있어?
내가 우습니?
이유가 뭐야? 이유가 뭐냐고?
헤어지자는 말을 내가 한 게 분해? 나는 그 동안 오빠한테 수도 없이 듣던 말인데.
걱정마 혹시라도 누가 물으면 내가 채인 거라고 해줄께.
어떤 여자길래 그렇게 좋아요? 그분 매력이 뭐예요?
되게... 바보 같애요.
계획한 대로 굴러가는 인생 없어.
예상치 못한 궤도에도 들어가고 남의 일로 알던 일이 나한테 일어나기도 하고.
네가 은우를 키우지만
반대로 은우가 널 성장시키기도 했어.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나하고는 상황이 좀 달라요.
그런데다가 앞을 막는 거 같은 일들이 자꾸 생겨. 더 나가면 안된다는 신호인가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
그 여자 놓쳐도 후회 안할 수 있을 거 같애?
난 견딜 수 있는데 나때문에 그 사람이 힘들 게 뻔하니까.
착각하지마 사랑이 무슨 봉사활동이니? 혼자 희생해 주는 건 어리석은 내 만족이지, 사랑 아니야.
이만큼 했으면 됐어. 너 자신한테 충분히 벌 주고 살았다니까. 옛날에 패기 넘치던 유지호 좀 보자.
진짜 사고 쳐요?
실망했어?
했지. 언니 남친한테.
유지호씨 많이 아팠겠더라. 언니가 잘 위로해줘.
오히려 위로는 내가 받고 있었어.
미안해요. 좋아해서.
좋은 아침이네.
오늘 농구했는데.
기석오빠랑 같이 있었어요?
그랬지.
혹시 지금도?
응.
끊을 께요.
왜?
지호씨.
끊지마.
<7>
도와달랬잖아. 마음 좀 접게 도와달라고 몇번을 얘기했어?
내가 왜 그래줘야되는데?
그쪽 마음이 접히든 펼쳐지든 내가 알 게 뭐야?
시도 때도 없이 펄럭거리는 내 맘 잡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유지호의 마음이 찢어지든 발겨지는 내가 알게 뭐냐고.
내가 먼저야.
나부터 살고 볼래. 유지호가 돌든 말든 몰라.
많이 좋아해요.
붙잡을 염치는 없고
내칠 용기는 더 없는데
갈수록, 하루하루 이정인이라는 여자가 더 좋아져서 큰일났다 싶어요.
아주 오래오래 시간이 지나서 그 때도 혹시 지금 같은 마음이면
나한테 와요.
막 쭈글쭈글한 할머니가 돼도?
그래도.
뒤돌아보지 말아요. 돌아보면 쫒아가서 못가게 붙잡을 거야.
정말 오래오래 지나서 지호씨한테 가도 진짜 나 받아줄 거예요?
안받아 준대도 우기고 버틸 거면서.
그 때까지 다른 사람 만나지마.
나 못됐잖아, 내멋대로잖아. 실컷 원망해도 돼요. 그런 것 아무래도 상관없어.
다른 사람만 만나지 말아줘요.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못됐다고 했잖아. 대신 내가 지호씨한테 갈 때는 누구도 지호씨 문제로 상처주지 않도록 만들고 나서 갈게요.
사실 오늘 이 말하려고 했던 거예요.
다시는 지호씨 상처 안줄께.
나 꼭 기다려야 돼.
천천히 와도 돼요.
오기만 해.
얼마든지 기다릴 테니까.
하고 많은 여자 중에 왜 하필이면 왜 권기석 여자야?
질 거같냐?
그래서 지금 그냥 친구인 거야?
아니. 이성으로 좋아하지.
그러면 그 여자는?
나하고 같은 생각이지. 나 혼자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게 나아?
아니, 그건 또 아니지. 그렇잖아?
그 여자 되게 웃기다. 남자 있는 여자가 뭐, 그래도 돼?
난 애도 있는데 뭐.
이 게 오빠가 말하는 사랑이니? 매번 이런 식으로 반복하는 거에 지쳤다고.
마지못해서 억지로 뭔가 대단한 걸 해주는 양하는 거.
내가 왜 연애를 구걸하면서 해야되는데?
그래 집에 가 있어. 금방 갈 거니까. 됐지?
와도 달라질 거 없어. 어차피 할려고 했던 말은.
얘기했지? 우리가 어떻게 헤어지냐고?
그 막연함 때문에 그나마 여기까지 온 거야.
지호씨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말했죠?
상처주지 않고 가겠다고. 한숨 쉬는 일도 없게 할게.
나보다 정인씨가 힘들지 않아야지.
유지호가 속만 안썩이면 뭐.
잘할게요.
같이.
우리 ...같이 잘해봐요.
신기해.
뭐가?
정인씨하고 내가 이제 '우리'잖아.
<8>
자신이 없어? 후회할 거 같다며.
은우를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어서.
너도 부모 되려면 멀었다. 아주.
부모님 말씀 중에 자식들이 듣기 싫어하는 하나가 너 때문에 다 포기했다, 희생했다야.
은우가 커서 저때문에 아빠가 연애도 포기했다 그러면 '감사합니다' 할 거 같니?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아닌데 왜 은우 핑게를 대냐고 유치하고 졸렬하게? 너 유치해.
심지어 엄마는 꿈도 꾸지 말래. 나랑 처지 다른 사람하고는 .
쟤 웃기네. 그래서 네가 지금 엄마 말씀 때문에 갈등 중이라고?
사고친다매, 쳐, 내가 다 책임질게.
후회하느니 해봐.
해봤다 아니면 말고지 뭐.
그럴 수 있는 여자 아니야.
어휴, 재수 없어. 잘 안되라고 빌 거야, 내가.
시간만 죽이고 있을 거야? 벌여 놓은 일은 해결을 해야지.
해야지. 근데 웃긴게
지호씨는 전화를 안 받을까봐 무섭고
기석 오빠는 받을까봐 겁이 나.
연애는 서로 몰랐던 민낯의 바닥을 봐야 끝나.
상처 줬는데 만나서 사과는 해야지.
그게 마지막이 될까봐.
무슨 얘기 할 거예요?
특별히 할 얘기 있어서 온 거 아닌데.
그러면?
보고 싶어서. 왜?
그냥 솔직하게 말해요. 사람 놀리지 말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나한테 화났잖아.
났지. 근데 아무래도 이정인이 그거 핑계로 도망갈 거 같아서.
계속 말장난할래요? 내가 진짜 바보인줄 알아?
아닌 줄 알았는데 진짜 바보네. 진심을 얘기하는데 왜 화를 내지?
정말 그 게 다라고? 나 보고 싶어서 온 게 다라고?
아, 확 다른 여자나 만날까보다.
어떻게 이런 말은 바로 믿어?
못됐어.
못된 건 빨리 배우게 되더라고.
내가 정인씨를 붙잡을 자격이 있는지, 그래도 되는지 생각 안하기로 했어요.
나한테 언제 오든, 설령 오지 않든, 사랑만 하면서 살려고.
유지호가 이정인을 사랑하더라고.
또 눈물로 때우려고 한다.
<9>
맞아요. 나한테 아이가 있다는 거.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지는지 다 알아.
근데 나한테 아이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자신감이기도 해.
그러니까 다시는 건들지 말아요.
두번째부터는 선배고 뭐고 없어.
더 할 얘기 없죠?
오빠한테 미안한 건딱 한 가지야.
이미 사랑이 아닌데 사랑인 척했던 거.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해.
더 이상 '우리'라고 하지마.
일부러 그러는 거야, 아니면 진짜인 거야? 왜이렇게 여유가 넘쳐?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흥분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웬만해서는 크게 놀라는 편도 아니고.
어른이네.
일찍 세게 놀래봐서.
우리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두 사람 지나온 시간만큼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누가 잘했건, 잘못했건 상처잖아.
그만큼 아플 거고.
어쩜 그런 생각을 해?
나도 아파봤으니까. 기억하죠?
천천히 와도 돼.
나 어디 안 가.
무슨 바람이 분 거예요?
봄바람.
나 지호씨가 편해요, 꼭 맞는 베개 같아.
나만 믿어라 그런 뜬구름 같은 약속 못해.
대신 좋을 때든 힘들 때든 괜찮아. 언제든 오늘처럼 와요.
방문 서비스는 없나?
누구처럼 하는 거 봐서.
치, 못된 거는 진짜 빨리 배워.
매일매일 달려가고 싶지.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그러고 싶은 마음 또 얼마나 큰 데?
근데?
함부로 까불다가 이정인 잃어버리면 어떡해? 다시는 없을 사람인데.
이러다가 실망하면 어떻할라고? 나에대해서 다 모르잖아.
더 알게 있나?
있지.
뭐?
사실은...나 큰일 났어요.
왜요? 뭔데, 얘기해봐요.
후...내가...지호씨 사랑한다.
지금 운다고? 어? 운다. 운다.
아니 안우는데. 눈에 뭐가 들어가서.
눈물 많은 남자였구나.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어? 우선 연애만?
마지막이지. 내 인생에서 마지막 여자라고.
그런 건 단정 짓는 거 아니야.
두고봐요. 어떻게 되나.
무슨 생각해요?
이 손을 왜 더 빨리 잡지 못했을까하는 생각.
우리가 어떻게 될 거 같아요?
어떻게 되고 싶어요? 되고 싶은 대로 되게 해줄께.
뭐든 다?
다.
아니, 지금이 딱 좋아.
나는 아닌데.
한 번 안아줬더니 손 잡고 뽀뽀하고, 진짜 웃겨.
그러게 누가 안으래?
<10>
그 사람도 무슨 이유가 있었을텐데,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뭔가로 힘들었을 수도 있는데...
다 이해를 못해도 그 정도만이라도 인정하고 나니까 내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우리한테 시간이 필요할 것같다고 한 것은
내가 관대하거나, 한없이 선량해서가 아니예요. 기석 선배가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자는 거지.
속은 뒤집히는데 겉으로는 의연한 척하는 거 못해.
내 감정, 내 선택이 무턱대고 밟히는 건 못 견뎌.
깨지든 까발리든 부딪치고 말지, 피하고 참는 거 안해.
처음에는 상상조차 안했어. 기석오빠하고 헤어지건 말건, 그 사람하고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꿈도 안꿨어.
근데 자꾸만 그 사람을 찾고 있더라고.
오지 말라고, 저리 가라는데도, 더 달라붙었어. 내가.
은우야. 이름이.
이 감정이 그 사람이 좋아서인지, 그냥 아이라서 느끼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음...나는 은우가 예뻐.
언제부터였는지도 잘몰라. 이미 예뻐하고 있더라고.
<11>
누구시냐구요?
이정인씨 남자친구인데요.
잘못 찾아왔는데. 나는 남친 없고 애인만 있는데.
찔러. 죽어도 할 거야?
뭘?
아, 진짜 찌르냐?
사랑에 빠질 때 그 것을 이룰 가능성을 미리 헤아려야하는 걸까?
이 문제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는 안되겠지. 어떤 계산도 있을 수 없지.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니까.
우리가 사랑에 빠졌다면
그냥 사랑에 빠진 것이고 그 게 전부 아니겠니.
그러니 실의에 빠지거나, 감정을 억제하거나, 불빛을 꺼버리지 말고
맑은 머리를 유지하도록 하자.
그리고 '신이여, 고맙습니다. 나는 사랑에 빠졌습니다.'라고 말하자.
지호씨한테 상처주지 않겠다고 했던 말 바꿀래.
힘들 거예요. 상처도 많이 받을 거고. 날 미워하게 만들 수도 있어.
또?
지호씨를 제일 아프게 하는 게 내가 될지도 몰라요.
하나라도 나중에 핑계로만 삼지마.
무슨 핑계?
날 위해서니 어쩌니 하면서 도망갈 이유로 쓰지 말라고.
왜? 들켰어?
그래 들켰다.
지호씨하고 나, 꽤 잘 맞는 거 같애.
성격이 많이 달라서 그런가?
내가 더럽다 이거지?
그렇다고는 안했는데.
치, 늦었어.
근데 왠지 우리 잘 해낼 것 같지 않아요?
'네' 해야지, 지호야.
어? 네 해!
어, 끝까지 안하네?
언제 같이 가요.
하는 거 봐서.
가자고만 해봐, 죽어도 안 가.
버텨 보시든가.
진짜 깡패야, 깡패.
'됐어, 싫어, 괜찮다' 하지 말고 모조건 '좋아'라고 해요.
들어보고
그냥하라고.
진짜 깡패네, 알았어요, 뭔데?
우리...은우 데리고 놀러가요.
또 감동 먹었네. 진짜 너무 쉬워.
쉽게 기죽으면 안 만난다고 했을텐데
차라리 까바려졌으면 좋겠어. 어차피 아셔야 되는데 뭐.
난 싫은데.
뭐가?
내 얘기잖아. 내가 하고 싶어서.
부모님한테 나 빨리 소개시키라고 독촉하는 말 아니예요. 누가 됐든 나를 보이는 일에 망설이지 않는다는 뜻이야.
씩씩해서 좋네.
내가 또 이정인 말은 기가 막히게 잘 듣지.
어디예요? 혼자 사고 칠까봐.
같이 치자고?
당연히 그래야지.
나 보기보다 맘 먹으면 잘해.
어딘데요? 어디든 내가 갈께.
아니 그냥 있어도 돼. 내가 갈거야, 지호씨한테.
딴 여자만 안 만나고 있으면 되죠?
만나. 어차피 내가 끼어들어서 찢어 놓을 거니까.
무슨 일이 있든 혹시 나 필요하면 전화해요.
유지호 카드는 언제든 꺼내 쓰지.
말로만 그러지 말고.
그렇게 지호씨를 믿고 있다고.
<12>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해서 급하게 쫒아가고 싶지 앟아요. 이대로도 충분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해.
나는 아니야. 유지호가 욕심나.
와...살맛 난다.
건방 떨래?
더 건방져볼까요?
야, 네가 겁대가리가 없구나.
선배는 겁이 너무 많구요.
너 정인이네서 너를 당연히 받아줄 거라고 믿는 거같다.
이정인이 받아들였다는 게 더 큰 거 아닌가?
포기할께요.
너무 쉽게 접는 거 아니야?
선배요.
오늘까지 말이 안 통하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나온 거예요.
그 동안 내 나름대로 했던 존중 앞으로는 없습니다.
쉽지 않았을텐데 많이 고민했겠다.
지호씨한테 배운 거야. 내 안에는 그런 훌륭한 인격 같은 거 없어.
이제는 유지호 닮아가면서 살 거야.
눈물 나게 닮기 싫은 거 같은데?
이정인 여전히 바보야.
꼬투리 잡아서 용돈 뜯어내야지.
재인아, 너 너무 양아치다.
꼭 거지들이 품격 따져요.
<13>
더 설명이 필요해요?
이정인 다시 만나요. 우리가 헤어진 다음에.
그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후져지지 않으면서도 그나마 가능성 있는 방법이라 알려주는 거예요.
좀 있으면 창문 열 거예요.
누가 겁나?
난 겁나요. 한 때 만났던 사람의 실체를 정인씨가 자꾸 알게 되는 게.
같잖은 잘난척 하지 말고 빨리 올라가서 정인이나 내려오라 그래.
재주 있으면 데리고 가봐.
맞먹냐?
대접 받고 싶으면 먼저 똑바로 하든가.
알았어. 앞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해. 하게 해줄게.
우리 가족, 친구, 내 주변 누구든 만나.
나한테 밤낮없이 전화를 해대도 좋고, 만나자고 하든, 찾아오든 다 해. 얼마든지 상대해줄 께
뭐하자는 거냐?
나 괴롭히라고.
오빠한테 상처준 대가라고 생각할테니까 풀릴 때까지 해.
원망도 안하고 짜증도 안 낼게. 지겨워질 때까지 하고 싶은 대로 해.
대신 유지호는 안돼.
이 사람 힘들게 하면 무슨 짓이든 할 거야.
그게 누구든 상관없이.
침대에 있는 사진 그걸로 바꿔줘요.
1차 실패.
선생님이 은우 엄마 되고 싶은 데 어때? 그랬어.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
좋아요.
잘했어. 잘했다고 .
그래요, 나 존심 없어. 프로포즈 1차 실패한 것쯤이야 뭐.
이정인
나 못된 거 이미 알고 있죠? 아, 잠자리 험한 것도 알고. 또 뭐 있지?
진짜, 정말 우리한테 오는 거예요?
응. 할머니 될 때까지 내가 못기다리겠어.
미리 말하는데 나 악처 될거야.
알고 있어.
내가 지금 피곤하겠어요? 잠도 안올 것 같은데.
잠은 내가 안오지. 1차 프로포즈 거절 당했는데.
그런...감은 왔었다니까.
됐어 은우 아니었으면 시집도 못갈 뻔했어.
야, 내 아들 장하다.
진짜 혼자 도망이라도 가게?
나부터 살고 봐야지. 잘 쫓아와요. 한눈 팔다 놓치지 말고.
죽을 각오는 이미 했어.
설명해봐. 그 사진에 있는 곡절이 뭔지 설명해보라고.
보신 그대로예요. 그 사람한테 아이가 있어요. 결혼할 거예요.
허락해주세요도 아니고 할 거다?
다시 말씀 드리면 허락해주실 거예요?
'절대 안된다'만 있잖아. 이미 정해놨잖아 그게 무슨 고민이야.
그래요. 말도 안돼.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어요. 어떤 때는 멍해지기도 해. 내가 어쩌다 어떻게 하다...
근 데 단 한 번도 후회는 안했어요. 그래서 내가 먼저 결혼하자고 했어요.
데리고 와봐.
싫어요.
왜 싫어? 결혼하겠다며?
그 사람 불러다 온갖 모욕 줘서 나가떨어지게 하려는 거 다 알아.
저한테 하세요. 맞다 죽는 한이 있어도 그 사람 못 데려와.
기석이 안 만나도 좋아. 퇴임하고 재단일도 포기할께. 아빠도 깔끔하게 포기한다고.
죄송해요. 저는 포기 못해요.
무슨 생각을 해? 이건 무조건 안되는 거야. 가능성 제로, 영이라고!
상처드리는 거 알아요. 너무 죄송해요.
엄마, 아빠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데, 정말 너무너무 미안한데,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되요.
하지마!
내가 지호씨를 만나서 감사한 게 뭔지 알아요?
나자신보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거, 그리고 용기.
원래 용감하잖아.
그런줄 알았는데 용감한 척 위장한 객기였더라고.
반대로 나를 만나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고 있지.
자기가 말했어. 널 위해 떠나 주겠다 따위의 핑계 댈 생각 말라고.
하, 또 내 무덤 팠네.
용기도 좋고 용감한 것도 좋은데, 지금처럼 몸 만 말고 마음도 기대요. 정인씨한테 그래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엄청 기대야지 나중에 딴 소리하기만 해.
집에서 상처 많이 받았지요? 오히려 내가 상처주는 사람이 됐네.
힘들어하면 안돼. 누가 뭐래도 이정인은 유지호인데 힘들어하면 웃긴 거야.
그러게 웃기네.
웃기다니까.
안아줄께
지금은 내가 안아줄래.
신여사님 속도 좋아 뭐 이쁘다고 반찬까지 싸줘?
둘이 좋다는데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라 그래
넌 부모되지 마.
큰언니 얼마 안있으면 애 혼자 키워야돼. 사람들이 큰언니 삐딱하게 보면 엄마 참을 수 있어?
아휴, 몰라, 아휴
'너를 생각해서 참았다'보다는,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했다'가 후회 없지 않겠니?
이해해주는 거 아니었어?
대신 마지막이예요.
뭐가?
우리일이잖아. 앞으로 혼자하지 말라고.
알았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씩씩한 여자를 만났어.
벌써 슬슬 후회하는 눈치인데. 이러다 나 차이는 거 아니야?
도망갈 궁리하지 말랬지?
내가 도망을 왜 가? 기대라며. 진저리 나게 달라붙어 있을 거야.
제발.
나 지호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안힘들어요. 얼마든 견딜 수 있어.
나야말로.
그러면 우리 내기할까? 누가 더 잘 버티나?
내가 이길껄.
승부욕 확 올라오네.
해요.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소원 먼저 말해도 되죠?
치, 벌써 이긴 것처럼. 뭔데요?
죽을 때까지 상대방 기억해주기.
건너편에 정인씨가 없어서 참 좋다.
건너편에 지호씨가 있어서 참 좋다.
이번에도 건너오지 말아요. 내가 갈 게.
자존심이 바닥을 치는 데 뭐를 못해
내가 오빠를 잘 모르고 만났던 거야, 아니면 이렇게 만든 거야?
자책은 나중에 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너랑 나뿐만 아니라 너희집, 우리 집까지 다 평온해질지 그걸 먼저 고민해봐.
고민은 무슨. 내가 오빠를 배신하고 다른 사람 만났다는 것을 아셨는데 아버님이 나를 반기시겠어?
우리 아빠는 무슨 낯으로 재단일을 하시고.
핑계대지 말고 . 아버님은 우리 재단 들어오실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거거든.
나랑 다시 잘해보고 싶은 거 맞아? 나는 아빠가 선생님으로 계신 학교도 못 다닌 사람이야. 대답이 됐지?
<15>
내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도 알겠네.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도 알겠고.
이정인.
맨 정신에 정확하게 다시 말할게.
우리... 버리지마.
아예 사표 쓰고 나가라.
처음으로 내 직업이 싫어지긴 해.
처음 듣는 사람은 꼭 다시 한 번은 되묻고,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이 박힌 틀을 쉽게 벗어날 수도 없고.
그냥 딱 내 인생같애.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누가 너 막은 사람은 없어. 네가 막고 있는 거지.
어떻게 하면 이정인 인생에서 완전히 없어질래요?
반복되면 선배고 뭐고 없다고 얘기 했던 것같은데 잊어버렸어요?
진심어린 내 걱정이면 감사하게 받을게요.
지금부터 할 얘기는 경고 아냐, 협박이야.
얘기하러 온 거 아니예요.
그럼 왜 왔어?
약 사러.
무슨 약?
한 대 콱 쥐어박고 싶고, 속이 바싹바싹 타고, 섭섭해서 죽을 거 같을 때 먹는 약 줘요.
<16>
잘했어요. 은우도 그렇지만 지호씨 자신한테도 위로하고 싶었겠지.
고마워요.
내가 고맙지. 서운했을 텐데 오히려 내 마음까지 이해해줘서.
네가 어떤 사람인지 보실라는 건데 은우까지 부산스럽지 않겠냐?
은우가 있어야 내 전부를 보시는 거지.
난 너 같은 아빠는 아니었던 거 같다. 내 자식이지만 참 장하고 대견해.
한가지만 궁금해요. 어떤 마음으로 견뎠는지.
아이는 저만 바라보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데 무너질 수 없죠.
정인씨도 마찬가지예요. 저라는 사람 하나만 믿고 왔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지요.
나 잘할 수 있어. 잘 이겨낼 거예요.
아빠 마음 최대한 기다릴 거고, 엄마가 해준 말 잘 명심하고 있어.
앞으로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겨날 수 있고
후회하는 순간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
근데 그래도 괜찮아.
내 옆에는 지호씨가 있을 테니까 지호 씨한테 다 퍼붓고 위로받으면서
다시 금방 행복해질 거야.
내가 잘할께요.
아니, 우리 셋이 잘 해낼 거예요.
난 엄마아빠한테 화려하게 사는 모습보다 마음 아프게 봐야하는 자식이 안 되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
당장이야 날 보는게 만족스럽지 않고 불안한 거 다 아는데, 조금만 참고 기다려줘요.
꼭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드릴 게요. 믿어 주세요.
나한테 와줘서 고마워요.
어느 봄이 지호씨를 데려온 거예요.
**********************************************************
참...제가 별나긴 하지요? 이렇게 많은 대사들을 받아 적다니. ㅎㅎ
아마 젊어서 이런 사랑을 못해봐서 그런가봅니다.ㅋ
참으로 예쁜 사람들의 예쁜 사랑.
봄밤이 그래서 그렇게 좋네요.
대신 해주는 사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