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8개월이 흘렀다. 참사 직후부터 지금까지 가톨릭 교회의 발걸음은 숨가빴다. 4월 20일 광주대교구가 진도 팽목항에 사제단과 수도자를 파견해 매일 미사를 봉헌하며 유가족을 보살폈고, 군종교구를 제외한 14개 교구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로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미사와 기도회를 열었다. 또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단식 기도회, 광화문 광장을 지키며 기도와 미사를 이어가는 평신도 단체의 활동이 이어지는 한편,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중심으로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이 벌어져 13만여 명에 이르는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참여했다. | | |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김학일 씨, 현우석 신부, 안선영 수녀, 김혜진 씨, 김재욱 씨.ⓒ정현진 기자 |
무엇보다 전 국민 차원에서 주목받은 것은 지난 8월 방한한 교황 프란치스코의 행보였다. 교황은 4박 5일간의 일정 동안 세월호 유가족을 직접 만나 위로하고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 없다”는 메시지를 통해 세월호참사 앞에 신앙인을 비롯한 온 국민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보여 줬다. 그러나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가톨릭 교회가 긍정적 평가만 받은 것은 아니다. 염수정 추기경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유가족들도 양보해야 한다”고 밝힌 입장은 세간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교회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톨릭교회가 일치되고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8개월 간 이어진 한국 가톨릭 교회의 움직임은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를 여전히 겪고 있는 한국 사회 안에서 교회는 어떤 의미였으며, 앞으로 교회는 무엇을 성찰하고 또 어떻게 복음을 실천할 것인가.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고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내년 1월로 예정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첫걸음이 시작된다. 진상규명을 위한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되면서, 앞으로도 시민 사회와 각계 각층의 노력은 지금껏 해 왔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가운데 가톨릭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 | | ▲ 7월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이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매일 미사를 진행했다.ⓒ조지혜 기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지난 교회의 역할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8개월 간 세월호참사를 둘러싼 상황 안팎에서 동참하고 지켜봤던 사제, 수도자, 평신도는 물론,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통해 가톨릭 교회가 무엇을 해 왔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모색했다. 좌담회에는 현우석 신부(의정부교구 병원사목), 안선영 수녀(예수수도회), 김재욱 사무국장(수원교구 공동선실현 사제연대), 김학일 루도비코(김웅기 군 아버지), 김혜진 위원장(세월호참사 국민대책위원회 존엄과 안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우선 가톨릭 교회의 행보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활동에 활발하고 꾸준하게 동참한 것에 대해서는 중요한 성과와 의미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전체 교회 차원에서 일치되고 강력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또 앞으로의 여정에 가톨릭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세월호참사가 잘못된 가치를 지향한 결과였던 만큼 신앙인들이 추구해야 할 복음과 삶의 가치에 대해 근본적으로 묻고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무엇보다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면서, 각 성당과 성당이 속한 지역 사회 안에서 참사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세월호 참사를 교회 안팎에서 함께 겪은 이들은 과연 가톨릭 교회를 어떻게 느끼고 바라봤을까.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미사에 참여하고 팽목항을 찾아 유가족들과 함께 지내기도 했던 현우석 신부는 “팽목항에서 만난 교회는 가족들의 고통을 같이 느끼고 아파하며,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줄 수 있는 존재였다”고 말했다. 현 신부는 지속적으로 가족들과 개별 만남을 이어 가고 매일 가족은 물론 봉사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함께 있어 준다는 것은 결코 작지 않은 역할이었다면서, “사실 그것은 세월호참사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한 움직임이기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우석 신부는 또, 주교회의 정평위가 특별위원회를 통해 세월호 가족을 지원한다거나, 특별법 제정 서명에 유례 없이 주교들이 참여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봤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며, 미사와 기도를 통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영적인 방향과 에너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들, 꾸준히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었어요” “좁은 광화문 광장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리면서, 수많은 사건이 있었어요. 외부의 공격도 있었고 내부적인 의견 차이도 있었죠. 그 모든 민원을 해결하려니 당시에 너무 힘이 들었어요. 하지만 종교인 천막을 지키는 분들은 달랐어요. 아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먼저 나서서 조율하고 정리도 해줬죠.” 김혜진 위원장은 참사 이후, 가톨릭 교회와 신앙인들의 행동을 보면서 가장 많이 가졌던 생각은 “일희일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이라면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쉽게 반응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자리를 지키는 이들을 보면서, 많은 신뢰감을 가졌고 든든한 배경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특별법 제정이 끝난 후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느끼지만, 가족들이 각 지역으로 간담회를 조직해서 다니는데 교회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필요한 역할을 해 주고 있다고 감사했다. 그는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거리 미사’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신앙이 아닌 시민사회운동 차원에서 바라봤던 미사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였다면, 어떤 문제에 대해 종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 온 힘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김혜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일부 사제나 수도자, 신자가 아니라 교회 전체가 바닥으로부터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종교가 함께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알았다고 말했다. | | | ▲ 7월 25일 오전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장을 찾은 강우일 주교.ⓒ한상욱 |
평신도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움직임에 감사
“내가 그 현장에 있지 못해도 누군가는 내 자리를 채워주고 있을 것이라는 든든감과 고마움이 내 안에 크게 자리 잡게 됐어요.” 동료 수도자가 조카를 잃은 까닭에 세월호참사는 바로 자신의 일이었다는 안선영 수녀는 이번 참사를 통해 가톨릭 신앙과 거리 미사의 힘, 그리고 평신도들의 힘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안 수녀는 “이 일은 모두 다 함께 해야 하는 일이 됐고, 무엇보다 각자의 생계와 생활이 있음에도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더 많은 이들의 동참을 이끌 수 있었다. 평신도들이 존경스럽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현우석 신부도 평신도들의 활동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탰다. 대한문과 국회 앞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광화문 천막을 꾸준히 지키는 모습을 통해 “유가족들과 맞닿아 있다는 유대감이 더 깊이 형성됐고, 더 많은 수도자들과 사제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교회 전체가 함께 움직이지 못했다는 아쉬움 남아 김재욱 사무국장은 참사 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예산으로 진행된 세월호 가족 반찬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 가족들에게 매일 반찬을 배달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김재욱 사무국장은 우선 4월 19일 팽목항에서 만난 교회는 무척 헌신적인 모습이었다고 떠올리면서, “한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광주대교구 사제와 신자들은 그 와중에서도 서둘러 천막을 치고 가족들을 위한 미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록 전체 교회 차원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참사 지역인 광주와 수원교구 등 교구 차원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본다며, “다만 지역 교회의 노력이 신자들 개개인 차원에서 공유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재욱 사무국장은 현재 각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진행되는 미사도 단순히 ‘위령 미사’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의 배경이 된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확인하고 다짐하는 기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