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228. 사리불과 존자 바기사, 참회, 몸과 입과 뜻에 허물이 없는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迦蘭陀) 죽림(竹林)정사에서 여름 안거(安居)를 하셨다.
당시 세존께서는 큰 비구 대중 5백 사람과 함께 하셨는데, 그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온갖 번뇌가 이미 다하고 할 일을 벌써 마쳤으며, 무거운 짐을 벗고 온갖 결박을 없애서 바른 지혜로 마음의 해탈을 얻은 이들이었다.
그리고 오직 한 사람만은 그렇지 못하였으나, 여래께서 그에게 현재의 몸으로 번뇌가 다할 것이라고 수기하신 이었다.
7월 15일 자자(自恣)할 때가 되자, 부처님께서는 스님들 앞에서 자리를 정하여 앉으셨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니, 나는 바라문으로서 열반에 드는 최후의 몸을 받았으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의원으로서 독의 화살을 뽑아 버렸다.
그대들은 모두 나의 자식으로서 나의 마음과 입으로부터 나왔으며, 바로 나의 법자(法子)로서 법으로부터 화생하였다.
나는 지금 자자(自恣)하려고 하노니, 나의 몸과 입과 뜻에 허물이 없는가?”
그때 존자 사리불이 대중 속에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고 합장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나는 바라문으로서 열반에 드는 최후의 몸을 받았으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의원으로서 독의 화살을 뽑아 버렸다.
그대들은 모두 나의 자식으로서 나의 마음과 입으로부터 나왔으며, 바로 나의 법자로서 법으로부터 화생하였다’라고 하신 것과 같습니다.
저희들은 여래의 몸과 입에 대하여 조금도 허물이 있다고 보지 않으니,
그 이유는 세존께서는 조복되지 못한 이를 능히 조복하시며,
고요함을 얻지 못한 이를 능히 고요함을 얻게 하시며,
괴로워하는 이를 능히 편안하게 하시며,
열반에 들지 못한 이를 열반에 들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바로 도를 아시는 분이며, 도를 보여 주시는 분이며, 도를 말씀하시는 분이며, 도에 이끌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미래의 세상에서도 제자가 끊임없이 이어져서 세존의 교법을 차례로 닦고 항상 서로 가르치며 익힐 것이며, 바른 법을 따르면서 언제나 착한 법을 옹호하며 친근하고 좋아할 것입니다.
저희들은 세존의 몸과 입과 뜻에 대하여 조그마한 허물이 있는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사리불이 또 말하였다.
“세존께서 자자(自恣)하여 말씀하셨으니, 저에 대해서도 몸과 입과 뜻에 허물이 있다면 불쌍히 여기셔서 가르쳐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에게 조그만한 허물이 있는 것도 보지 못했다.
왜냐 하면 너 사리불은 깨끗한 계율을 굳게 지니고 배움은 많으며,
욕심은 적고 만족을 알며,
시끄러운 데를 멀리하고 조용한 곳을 즐기며,
정진이 구족해서 선정의 마음과 지혜가 있으며,
빠른 지혜와 민첩한 지혜와 여기저기에 통하는 지혜가 있으며,
큰 종류의 지혜와 분별하는 지혜가 있나니,
오직 여래의 지혜를 제외하고는 그 밖의 모든 지혜들은 너의 심원한 지혜를 따를 이가 없기 때문이다.
진실한 지혜를 성취해서 남들에게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면서도 마음에 질투하는 것이 없고,
남이 능히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것을 보면 함께 기뻐하면서 칭찬하고,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의 4부 대중을 위하여 설법하는데도 지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는 지금 몸과 입과 뜻에 조그마한 허물도 없느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자못 5백의 비구에게 몸과 입과 뜻에도 조그마한 허물이 있는 것을 보시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5백 비구의 몸과 입과 뜻에도 조그마한 허물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왜냐 하면, 이 5백 비구는 모두 아라한으로서 온갖 번뇌가 이미 다하여 할 일을 벌써 끝냈으며, 무거운 짐을 벗고 자기 이익을 성취하였으며, 모든 결박을 없애고 바른 지혜로 마음의 해탈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5백 비구의 몸과 입과 뜻에도 조그마한 허물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느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또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끝내 저 조그마한 허물도 말씀하시지 않으셨으며, 또한 5백 비구의 몸과 입과 뜻에도 조그마한 허물이 있는 것을 보지 않으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5백 비구들 중에서 몇이나 3명(明)을 갖추었으며, 몇이나 구해탈(俱解脫)을 얻었으며, 몇이나 혜해탈(慧解脫)을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비구들 중에서 90명의 비구는 3명을 갖추었고, 180명의 비구는 구해탈을 얻었으며, 그 밖의 비구들은 모두 혜해탈을 얻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이 5백 사람은 모든 티끌과 때를 여의어서 부패한 것이 없으니, 모두가 진실하고 정숙한 사람들입니다.”
그때 바기사가 대중 속에 있다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께서 지금 자자(自恣)를 하시니, 나는 지금 자자를 찬탄하는 게송을 말해야겠다.’
바기사는 합장(合掌)한 채 부처님을 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디 제가 말하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바기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하는 것을 허락하노라.”
바기사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보름날 맑고 깨끗한 아침에
번뇌의 속박을 모두 다 끊으시고
후생에 받을 몸이 다한 부처님과
5백의 비구가 한 자리에 모이셨습니다.
모두들 진실한 마음으로 청정한 세존께 다가가는데
그들은 모두 해탈하여서 후유(後有)를 여의고
생사(生死)를 끊고서 할 일을 끝냈으며
온갖 번뇌가 다하고 들뜸과 후회를 소멸시켰고
탐욕과 교만과 결박을 끊어 없앴으며
애욕의 독한 화살을 뽑아서 애착을 두지 않으니
사람 중의 사자로서 온갖 취(取)를 여의고서
온갖 결박과 두려움을 없앤 이입니다.
마치 위대한 전륜성왕(轉輪聖王)에게
모든 신하가 둘러싸고 따르면서
온 대지(大地)와 바다까지 유행하면서
전투하여 큰 승리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더 이상 위가 없는 길잡이의 제자들이
모두 3명(明)을 갖추고 죽음을 멸했나니
그들은 모두 부처님의 참된 자식으로서
더러운 때를 여의고서 순수하고 청정하니
오래 친한 벗들이 지금 예배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