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주군은 전체 9700여 농가 중 1㏊미만을 경작하는 농가가 6200여 농가에 이른다. 농가의 72.8%가 소농인 것이다. 이렇다보니 농가들은 안정적인 판로를 갖추기 어려웠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농이 36.5%에 달하고 이들 중 68%가 판로가 없어 자가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소농들의 유통판로를 확대해 보다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도록 하기 위해 당시 완주군의 회심의 히든카드가 로컬푸드였다.
완주군은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로컬푸드 운동 정책을 도입했다. 완주로컬푸드는 군이 5억원을, 10개 농·축협이 7억9500만원을 출자해 농업회사법인 완주로컬푸드(주)를 출범했다.
완주로컬푸드(주)는 가족농, 소농의 안정적 소득보장을 위한 생산적 복지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에 맞는 유통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유통시스템으로는 농가들도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저렴하게 믿고 살 수 있도록 하는 직매장 개설을 목표로 했다.
직매장을 개장하는데 가장 신경 쓴 점은 가족농민과 소농들이 많이 참여토록 하는 것이었다. 특히 소비자들이 매일 찾을 수 있도록 밥상에 오르는 300여 품목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필수 품목을 확보하기 위해 1년 전부터 농가 교육을 하며 다품종 소량생산의 체계를 잡아갔다. 부족한 품목은 농가들과의 협의를 통해 재배하도록 설득했다.
다양한 품목을 납품할 수 있다 보니 양하·곰보배추·쇠비름나물 등 토종농산물도 다시 재배하기 시작해 지금은 일반 매장과의 차별화를 꾀하며 틈새시장를 노리고 있다.
농가는 안정적 납품으로 수익을 올리는 한편 소비자는 다양한 제철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체계를 갖춘 것이다. 현재는 780여 농가가 매월 평균 480여 가지 품목을 내고 있다. 780여 출하농가 중 60~69세가 484농가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50~59세 146농가, 70세 이상 99농가, 40~49세 42농가, 40세 이하 9농가 순이다.
마을의 소득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업과 연계해 가공식품을 생산토록 하고 로컬푸드직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내아마을에서는 칡즙을 생산해 직매장에 공급하는 등 완주군 가공창업 아카데미, 고용노동부 지역 맞춤형 일자리, 마을기업 등의 사업을 통해 샐러드용 야채소스·육류용 소스·제빵용 소스 등 드레싱소스류와 건포도·다시마 육수·멸치 육수 등 천연조미료, 콩고기·콩소시지·곡류 혼합두유 등 콩 가공품 등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완주군 구이면 화원마을 주민 한분은 "로컬푸드 직매장에 출하하면서부터 일거리가 많아졌다. 그동안 판로가 없어 고민하던 것과 달리 이젠 몸은 고되지만 소득이 안정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현재 완주로컬푸드(주)는 생산자와 직원이 출자하는 협동조합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12월 완주군과 지역 농축협에 출자금을 전액 돌려주고 새롭게 1044여명의 지역소농과 마을공동체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지난 1월 로컬푸드협동조합 창립총회를 가졌다.
완주로컬푸드는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모든 출하 농산물의 잔류 농약검사를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결과는 매장 한켠에 붙여놔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농산물 이력 라벨지를 부착해 생산농가와 이름, 출하된 일자 등을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했으며 매장안의 진열된 농산물 위에는 출하농가의 사진을 배치해 생산자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이 출하한 농산물의 효능과 요리법 등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데도 노력한다. 출하농가는 매일 새벽 당일 판매할 농산물을 매장에 진열하고 재고를 스스로 확인하거나 매장 관리자가 긴급히 출하를 요청할 경우 보충해 주고 있다. 수수료는 10%정도다.
최대한 농산물이 남지 않도록 신경 쓰지만 그래도 남는 농산물은 농가의 이름으로 푸드뱅크에 기증, 이웃 사랑 운동도 펼친다. 농산물의 신선도를 위해 기존 소매장까지 납품하는데 최소 3일이 걸리던 유통기간을 하루로 단축, 수확 후 직매장까지 1일 만에 오는 1일1유통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엽채류는 1일, 과채류는 1~2일, 근채류는 1~3일, 버섯류는 1~2일, 건물류는 7일의 판매기간을 설정해 놨다.
완주군 로컬푸드직매장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전주라는 도시를 배후에 두고 있다는 입지적 특성 때문이다.
2014년 4월 우리나라 최초로 직매장을 오픈한 용진농협의 경우 직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80% 이상이 전주시민이라고 한다.
때문에 완주 로컬푸드는 처음부터 직매장 위치를 전주시민과 관광객을 염두해 두고 선정했다. 효자점(2012년 10월)은 전주시 아파트단지 인근에, 모악점(2013년 7월)은 모악산도립공원내에, 하기점(2014년 1월) 또한 전주시내에 개장함으로써 인근 대도시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
효자점은 직매장을 오픈한 첫달의 매출액은 2700만원이었지만 1년 후인 지난해 8월에는 7억8400만원으로 27배 성장했다. 1일 평균 방문객 수도 326명에서 1025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하나로마트 건물을 리모델링해 1층을 로컬푸드직매장으로 꾸며 개장한 용진농협도 직매장 개장 이후 매출액이 증가했다. 지난 2013년 2월 직매장과 하나로마트의 총 매출액은 9억4000만원으로 직매장을 오픈한 지난 2012년 4월 이후 월평균 9.4% 증가했다고 한다. 총매출액의 80%가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한 매출이다. 고객수 또한 월평균 4.2% 증가했다.
전주 평화동의 주민또한 "집 가까운 곳에 마트가 있기는 하지만 로컬푸드직매장에는 신선한 농산물이 많고 가격도 저렴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모악점은 최근 2층에 농가레스토랑을 개장, 1층에서 남은 농산물을 2층에서 소진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농가레스토랑을 운영하기 위해 요리연구회를 조직하고 조리인력과 전문 매니저를 양성했다. 농가레스토랑은 제철나물 등 건강 뷔페 식단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농교류를 강화하고자 매주 800여 소비자가 참석하는 농촌체험 투어버스도 운영하며 소비자와 생산자간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완주 로컬푸드는 지난해 7월부터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학교급식, 공공급식, 복지급식을 통한 급식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완주로컬푸드는 앞으로 농식품·음식·체험이 결합된 복합문화교류 공간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과 농가레스토랑, 농촌체험팸투어 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