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앞으로는 제주도로 출장을 갈 일이 없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한라산을 오르기로 했다. 그러데 여름이라 한라산에는 볼 것도 없을 것 같아 가보지 못했던 추자도를 다녀오기로 계획을 바꿨다.7월 4일 출장 일정을 마치고 7월 5일 추자도로 갈 일만 남았다. 약간 설레는 맘으로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한 뒤 호텔로비로 내려가 컴퓨터로 오늘 날씨를 점검한다. 다행히 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다. 호텔 식당에서 죽을 오늘 점심으로 챙긴 뒤, 방으로 올라가 짐을 꾸려서 호텔을 나서는데, 이런! 비가 조금씩 온다. 아니, 어찌 이럴 수가 있나? 이제 와서 산행을 취소할 수도 없고! 추자도에는 비가 오지 않기를 빌면서 제주항연안여객터미널로 걸어서 간다. 9시 30분에 쾌속선이 출발한다. 처음에는 비가 오지 않더니 배 유리창에 빗방울이 맺히면서 나의 기대를 산산히 부수고 만다. 멀미를 할까 걱정을 했더랬는데, 바다가 조용해서 그런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배에는 많은 좌석이 비어있다.
10시 40분에 도착하기로 한 배는 15분 정도 연착을 하여 11시가 다되어서야 추자도에 도착한다. 오늘 일정은 상추자도를 다돌고 난 뒤, 하추자도는 시간을 봐서 부분적으로 걷기로 한다. 올레길을 다 걸으려면 6~8시간 걸리지만, 배편상 나 한테 주어진 시간은 점심시간 포함해서 5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추자도는 돈대산과 신대산전망대, 예초리기정길, 신대해안길을 우선적으로 걷기로 한다.
주민에게 길을 물어 최영사당으로 향한다. 최영사당은 조그마한 사당으로 별로 볼품이 없다. 봉골레산으로 가기 위해 능선으로 올라서는데, 시야가 확 트이며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추포도, 횡간도 등이 얼굴을 내민다. 왼쪽으로는 3개의 암봉이 보이는데, 아마도 나바론절벽 정상인 것 같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올레길을 걷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봉골레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목수련이 나를 반가이 맞아준다. 길가에는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시간만 많이 있으면 산딸기를 다 따먹고 가련만, 시간이 없어서 한두 개 따서 맛만 본다. 봉골레산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뒤에서 두런두런 사람 소리가 들린다. 남자 4명이 뒤따라 온다. 후포에 이르니 대서리쪽에서도 올레꾼들이 모습을 보인다. 12시가 약간 지나서 용등봉 전망대에 도착해서 나바론절벽을 감상하는데, 장관이다. 거대한 암벽이 해안을 따라 높다랗게 펼쳐져 있다. 용등봉 전망대에서 되돌아나와서 나바론절벽 정상을 향한다. 나바론절벽 정상으로 가는 길은 "공사중"이라는 푯말이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 다들 나바론절벽 정상으로 가지 않고 지나쳐 간다. 나는 통행금지를 무시하고 그냥 나바론절벽 정상으로 향한다.
절벽으로 올라가는 길이어서 그런지 길은 매우 가파르다. 절벽 정상부에 도착하니 길 옆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거기다 바람까지 분다. 비도 오락가락한다. 절벽 위에 서서 절벽을 감상하노라니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금까지 봐온 해안절벽 중에서 최고이지 않나 싶다. 나바론절벽의 절경은 추자도 관광의 백미라 할 수 있으리라. 올라오길 정말 잘했다. 하지만 깎아지른 절벽 옆으로 길이 나있어서 많이 위험하다. 길 옆에 가느다란 로프를 설치해놓았지만 상당히 부실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길에는 온갖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서 길을 막는다. 나무가지들도 길로 머리를 내밀어 길을 막는다. 지나가다보니 다리가 따끔하다. 풀쐐기에 쏘였나 해서 자세히 보니 가시가 달려있는 나무가지가 내가 반갑다고 인사를 한 것이었다. 바지가랑이는 풀 잎사귀에 맺혀있는 물방울로 인해 다 젖었고, 고어텍스 신발임에도 발가락은 물에 젖어 불었다. 혹시 뱀이 나올까 해서 나무가지를 하나 주워 풀을 치거나 헛기침을 하면서 나아간다. 절경을 감상하면서 나바론절벽 정상에 도착하니 12시 38분경이다. 추자항, 후포, 하추자도가 조망되고, 군부대 시설도 보인다. 나바론 절벽 하산길은 완전히 릿지길이다. 로프를 잡고 내려와야만 하는 곳도 있다.
군부대를 옆으로 돌아 1시 22분경에 추자등대에 도착하니 선객이 1명 있다. 점심을 먹으려니 마땅한 곳이 없다. 시간도 많지 않고 해서 더 진행하기로 한다. 먼저 온 선객은 추자항 방향으로 내려가고 나는 추자교로 향한다. 추자교에 도착하니 1시 40분 정도가 되었다. 마침 하추자도에서 오는 올레꾼이 있어서 길을 물었다. 묵리에서 걸어왔는데 2시간 정도가 걸렸단다. 호텔에서 조달해온 전복죽으로 늦은 점심을 먹으며 하추자도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점심을 다먹고 후식으로 사과까지 먹었음에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우선 걷기로 한다. 추자교를 거의 다 건너가는데 예초리 쪽에서 올레꾼 1명이 온다. 예초리까지 얼마 걸리는지를 물었더니 1시간 정도 걸어왔단다. 예초리까지 걸어가면 배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아 버스를 타고 예초리로 가서 예초리기정길과 신대산전망대를 가기로 한다.
추자교를 다 건너니 마침 버스가 온다. 버스에는 일군의 남자들이 타고 있는데, 상당히 시끄럽다. 종점에 도착할 때까지 떠들어댄다. 자기들 간에 무슨 논쟁이 붙었는지 목소리들이 꽤 격앙되어 있다. 2시 20분경에 종점인 예초리포구에 도착했는데, 이들은 버스에서 내리질 않는다. 기사에게 여기가 종점이 맞느냐고 물으니 맞다고 한다. 주민에게 예초리기정길을 물으니 잘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물으니 그 사람도 예초리기정길은 모르고 신대산전망대로 가는 길을 가르켜주면서 왕복 1시간 정도 걸린단다. 그런데 실제로 걸어보니 그렇게 걸리지 않는다. 2시 33분경에 해안가에 도착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신대해변이었다. 황경헌의 묘로 가는 길을 버리고 전망대로 보이는 쪽으로 향한다. 올레길 표식기가 나무가지에 걸려있다. 오르막길을 걸어서 2시 40분경에 정상에 도착하니 신대산전망대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추자도 앞 바다를 조망하고 예초리기정길로 향한다. 기정길은 절벽길을 뜻한다. 하기에 기암절벽이 즐비하여 눈이 상당히 호사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초리기정길은 절벽길이라 하기에는 너무 소박하고 아담하다. 예초리포구에 도착하니 3시다. 아직 버스가 오기에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해서 엄바위장승을 구경하기 위해 비를 맞으며 걸어간다. 엄바위장승은 나무로 만드는 일반적인 장승과는 달리 돌로 만들었는데, 커다란 바위 절벽 밑에 세워져 있다.
3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추자항에 도착하니 올레길에는 없던 사람들이 어디에서 몰려나왔는지, 상당히 복잡하다. 슈퍼에 들러 추자도의 명물인 굴비 20미를 샀다. 처음에는 알이 배긴 참조기를 샀다가 알에 온갖 공해물질이 쌓여있다는 말이 떠올라 굴비로 바꿨다. 시간이 되었는데도 배가 오지 않는다. 20분이나 지나서 배가 왔다. 하지만 배가 출항한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배는 만원이다. 제주항으로 가는 배는 추자도로 갈 때와는 달리 상당히 울렁인다. 파도가 있는 모양이다. 6시가 넘어서 제주항에 도착했다. 이로써 추자도 여행을 큰 무리없이 마감한다.
<추자항에서 봉골레산을 거쳐 후포 가는 길>
제주항에서 추자항으로 가는 길
배 위에서 바라본 추자도. 하추자도와 추자교가 보인다.
최영사당
봉골레산 올라가면서 바라본 추포도
봉골레산 올라가는 길
목수국
나바론절벽 정상
나바론절벽 정상
후포 전경과 용등봉
오른쪽으로 추자항이 보인다
추자항과 하추자도
달팽이
<후포에서 용등봉을 거쳐 나바론절벽 정상 가는 길>
후포
후포. 왼쪽으로 직구도가 보인다.
용등봉쪽에서 바라본 나바론절벽
용등봉쪽에서 바라본 후포
용등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바론절벽
나바론절벽 정상부에서 바라본 나바론절벽
나바론절벽 정상부에서 바라본 후포
나바론절벽 정상부에서 바라본 추자항
나바론절벽 정상부에서 바라본 용등봉과 후포
나바론절벽 정상부에서 바라본 나바론절벽
<나바론 정상에서 추자교 가는 긺>
나바론절벽 정상에서 바라본 용등봉
앞으로 가야 할 길
앞으로 가야 할 길. 왼쪽으로 추자항이 보인다.
뒤돌아본 나바론절벽 정상
추자등대
추자등대에서 바라본 하추자도와 추자교
뒤돌아본 추자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