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5회를 맞는다는 전북역전마라톤대회를 벌써 12번째 연속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 역전마라톤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도 책이 한권 나올만큼 사연이 많은데 올해에도 그 보따리가 하나 더 늘어난다.
김제팀의 맴버는 기존에 있던 나종태, 강기상, 임문채, 최용준 등 넷은 변함이 없고 송기산 선수를 새롭게 영입해 전력을 크게 보강했다.
나머지 인원은 학생선수들로 채워졌는데 기존에 어설프던 김제고 하키선수들 중 두 명, 그리고 용지중에서 두 명을 보강했는데 오히려 중학생들이 더 뛰어난 기량을 가졌단다.
첫날 첫소구를 많이 뛰었었는데 이번엔 중학교 1학년으로 2000년생 최연소 참가자인 정다빈에게 물려주고 5소구로 옮겨가게 되었다.
5소구는 이제까지 3차례 달려봤기 때문에 코스 자체는 매우 익숙한데 길이가 8.5Km로 제법 빵빵하기 때문에 부담 또한 그것에 비례한다.
하긴 뭐 어느구간을 뛰어도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인게 바로 이 역전대회 아닌감?
소구간의 출발점은 예전 전군가도의 서해안고속도로 교차점에 조금 못미친 곳에 있는 광산 초등학교.
운동장에 천연잔디도 깔끔하게 깔아져 있고 교사의 규모도 빵빵한 이곳이 지금은 분교로 내려앉아 있고 학생이 없어서 조만간 폐교가 될지도 모른다니...
배차 버스를 타고 10시경에 도착해 1시간 남짓 양지바른 곳에서 움크리고 있다가 워밍업 런닝을 시작한다.
달려봐야 알겠지만 일단 어디 쑤시고 저린 곳이 없다는 것으로 봐선 나쁜 컨디션은 아닌 듯.
2004년엔 30:37를 기록했고 2005년 32:08, 2011년 32:21를 기록했는데 순위는 모두다 11위로 똑같다.
이번에는 32:50를 기록했는데 역시나 순위는 11위, 초반부터 줄기차게 혼자서만 달리게 되서 기록이 저조하다.
대야 시가지를 지난 다음엔 맞바람도 제법 쎘는데 감찰차량이 옆에서 코치는 못해줄망정 가끔씩 코빼기라도 들이밀어줘야 되는데 계속 뒤에서만 따라오고 있으니 전혀 도움이 안된다.
나중엔 살짝 화가 나기까지...
허허벌판에 선수 혼자서 뛰는 이런 판에 기록이 나오겠냐구
아무튼 부안과 무주 임실을 엄청난 차이로 뒤에다 세워놓고 달렸기에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는 컸나보다.
정수리에 도착하니 팀 감독인 정기형님이 아주 잘 뛰었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이거 참 쑥스러워서!
첫날의 성적은 작년보다 4분 남짓 땡겨져 3시간 14분대를 기록해 중간순위 11위를 차지했는데 놀랍게도 만년 꼴찌를 달리던 부안팀이 작년보다 8분을 땡겨 3시간12분대로 10위를 달리고 있다.
선수물을 먹은 에이스를 영입해 가장 긴구간인 2소구에 투입했던 것이 크게 효과를 본 것.
그런 반면에 우리팀의 3소구에 투입된 김제고 하키선수는 중간에 배가 아프다고 멈춰섰다고 한다.
혼자서 3분이나 까먹어 놓고도 전혀 잘못했다는 의식이 없으니...
남원에서 출발하는 둘쨋날은 한자리수로 등위를 올리려는 부안과 장수 김제의 삼파전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부안은 7소구에서 또다른 신병기를 투입해 전력을 보강한 반면 김제는 운동을 통 하지 못했다는 최용준이 가세하는 것이 전부.
난 작년에 이어 맨 마지막 구간인 8소구를 달리게 되었다.
모든 이들이 주목하고 지켜보는 마지막 구간이라 부담이 말할 나위도 없이 큰데 모두다 안뛰려고 하니...
작년에 맨 꼴찌로 달리다가 막판에 극적으로 앞주자를 따라잡아 공동 12위로 마쳤기 때문에 올해도 꼴찌를 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엄청나게...덜덜덜...
1소구를 달린 문채씨의 차를 대리운전 해주고 또 5소구에선 용준씨 차를 배달해준 뒤 8소구 출발지인 대성리 주유소로 이동.
맴버들을 둘러보니 작년에 끝까지 경쟁했던 이승현선수가 있고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게...큰일났다!
7소구의 맨 마지막 주자까지 들어온 뒤 5분 남짓 뜸을 들이고 14개 시군의 선수를 동시출발 시킨다.
그나마 따라갈만한 선수라고 찍어놨던 장수의 유정종과 부안의 이승현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지기는 커녕 점점 멀어지고 생각지도 않았던 남원의 여자선수는 옆에서 뻠쁘질을 좀 하는 것 같더니 한벽루 무렵부터 존재감이 없다.
그나마 뒤에 두 명을 놓고 달리니 다행이긴 하지만 부안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으니...달리는 자세로 봐선 금방 잡을것 같은데...이상하네?
시내구간에 들어서서 기린로를 달리는 동안 여기저기서 응원과 박수가 쏟아지지만 마음이 그리 편치가 않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수도 없이 자신을 독려해가며 가물가물 보이는 결승점을 향해 가쁜숨을 몰아쉰다.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있는 전북일보사 앞 도로에 청테잎으로 표시가 되어 있는 그 선을 넘어서며 이틀간의 숨가쁜 질주는 막을 내린다.
기록은 작년과 똑같이 25:02 (6.7Km), 순위는 12위.
경기를 마칠때면 늘 드는 생각이지만 단 몇초라도 더 땡길수는 없었을까?
내년에는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쬐끔이라도 더 잘 뛰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