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도 노동자 소유 가능할까
현재 영국에는
‘종업원 소유권 신탁’이라고 하는
EOT(Employee Ownership Trust)를 통해
1000개 넘는 노동자 소유기업이 존재하죠.
우리사주제와 달리 영국의 EOT는
세제 혜택이 풍부할 뿐 아니라
노동자 대신 회사가 자금을 부담합니다.
다만 노동자 소유기업이
다른 나라로 진출할 땐 어떻게 할까요.
설마 종업원 소유권을 포기해야 할까요?
몇 개의 사례를 보죠.
1921년 영국에서 설립한
스콧 베이더(Scott Bader)는
고분자 화합물을 생하는 제조업체입니다.
프랑스, 스페인, 미국, 중국, 호주 등
10여 국에 사업장을 두었습니다.
연 매출은 2억 파운드(3300억원)입니다.
2014년에 EOT가 제도화되기 훨씬 전부터
스콧 베이더는 종업원 소유기업입니다.
“1951년부터 스콧 베이더는
800여 명의 직원이 자선 신탁을 통해
회사를 간접 소유합니다.
연간 이익의 60%는 사내 적립,
최대 40%는 종업원 소유주 배당과
자선기금으로 균등 배분하죠.
직원들의 의결권은
1주 1표가 아니라 1인 1표입니다.
우리 모델은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노동이 자본을 고용합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다른 나라 직원들의 목소리도 반영합니다.
“우리는 글로벌 이사회(GMB)를 통해
전 세계 직원의 목소리에 따라 행동합니다.
영국 본사 위주로 의결권이 정해지지 않도록
해외 사업장의 직원이
지역 대표로 GMB에 참여합니다.
또 50명 이상이 직원이 있는 나라는
현지 종업원 위원회를 운영하죠.”
참, 다른 나라의 스콧 베이더 노동자들도
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나요?
“전 세계에 있는(영국 포함)
스콧 베이더의 모든 직원은
12개월 근무 후에 자선 신탁에 가입합니다.
(나라마다 경제력이 달라)
배당금 지급이 문제인데
‘어른스러운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우리는 ‘빅맥(네, 그 햄버거^^) 지수’를 통해
각국의 종업원 소유주들이
동일한 구매력을 갖도록 배당금을 나눕니다.”
1994년부터 100% 노동자 소유인
영국 제조기업 그리플(Gripple)에는
프랑스, 폴란드, 미국, 인도, 호주 등에서
1100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리플 외에 몇 개 회사가 더 있고
글라이드(Glide)라는
(‘성장·혁신 주도 종업원 유한회사’의 약자)
노동자 소유 지주회사가 있죠.
우리 (협)소통의 관련 글: 그리플, ‘2022 올해의 영국 제조업체’
그리플(글라이드) 역시 노동자 소유주들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가지며
이사회 임원을 직접 선출합니다.
스콧 베이더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선임한 지역 대표를
본사 이사회에 참여시키며,
지사가 설립될 때마다
종업원 소유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죠.
특히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둔다고 합니다.
“항상 등장하는 주제로
정보 공유는 매우 중요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내용과 방법이
전 세계적으로 일관되도록 힘쓰는데
특히 종업원 소유권과 결부시키죠.
우리는 모든 직원이
종업원 소유권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바이오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아버(Aber Instruments)의 종업원들은
지분의 55%를 신탁을 통해 간접 소유하며
나머지는 직접 소유합니다.
직원 수는 80명으로 비교적 소수인데
이중 5명은 미국 자회사를 따로 만들었죠.
미국도 ESOP(이솝. 종업원 주식 소유제) 같은
노동자 소유권이 발달했습니다만,
영국과는 법률과 고용시장의 차이가 존재하죠.
아버 사가 지배구조를 통해 운영하는
복리후생 제도가
미국법과는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제도의 차이로 미국 직원들에게는
우리 지배구조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미국 직원들은
일정한 기간 뒤 1000주를 증여받고,
배당금을 지급받으며,
신탁을 통해 (적립되는) 이익을 공유합니다.
복리후생 패키지를 따로 운영하지는 못하지만
미국에서 제공되는
완전한 의료 서비스를 받습니다.”
나라와 지역마다
법제도, 문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르지만
노동자 소유기업도 충분히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종업원 소유권도 계속 유지할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더 큰 발전의 원동력이 되죠.
더욱 중요한 건 위의 사례들이 증명하듯이
종업원 소유기업 특유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노력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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