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의 섬, 비크(Vic)를 방문하다"
스페인 카탈루냐주의 비크(Vic)는 인근에 수없이 많은 작은 양돈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소도시이다. 비크 인근 지역에는 스페인 양돈장 중 소규모에 속하는 모돈 200~300두 규모의 농장들이 수십년 간 돼지를 키워오고 있으며, 농장에서 직접 차량을 운전해 인근 도축장으로 비육돈을 출하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비크는 ‘고기의 섬(Meat Island)’라는 재미있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면적 30km2(서울시 관악구와 비슷한 크기), 인구 약 5만명 정도의 작은 지역에서 주간 도축하는 돼지의 수가 3만두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대형 육가공 업체 Montronill을 방문해 보았다.
1980년 육가공 사업을 시작한 Montronill은 지난 45년간 비크 지역의 많은 도축량을 소화하는 큰 축으로 성장했다. 직접 40여 개의 농장을 운영하며 종돈과 사료 프로그램을 엄격히 관리해온 것이 빠른 성장의 배경으로 여겨진다.
냉장육 및 냉동육 포장·운송 기술에 대해서도 꾸준히 연구한 결과, 생산 제품들의 유통 가능 기간이 길어지고 수출을 통한 판매도 많아졌다. 현재 Montronill에서 생산되는 육가공 제품은 하루 30만kg에 이르는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50개 이상의 국가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수출 사업을 위해 각 수입국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BRC, IFS, CALITAX 및 SAE (level 3), ISO 14001 등 다양한 인증도 갖췄다.
주요 돈육 수출국 스페인의 ASF 발생
Montronill의 활발한 육가공 및 수출 사업은 스페인 전체 양돈 사업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인은 전 세계 104개국에 연간 88억 유로(현재 환율 기준 15조원) 규모의 돼지고기를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올해 18.6만 톤) 다음으로 스페인(올해 11.5만 톤)에서 가장 많은 돼지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2020년 유럽형 고병원성 PRRS 로살리아 바이러스의 출현은 오랫동안 유럽 최대의 양돈 생산국 스페인의 발목을 잡았다. 로살리아 바이러스로부터 한숨 돌리게 된 최근 지난 11월 26일에는 야생멧돼지 폐사체 2두에서 스페인에서는 1994년에 마지막으로 검출되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멧돼지 사체의 바이러스가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ASF와 다르게 실험 목적으로 활용되는 2007 조지아 변이주와 유전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밝혀지고, 인근의 다른 멧돼지들에서도 바이러스 감염이 추가적으로 확인되는 등(현재까지 11두 감염 확인)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12월 12일 현재까지 사육돼지로의 ASF 확산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초 검출 지역 야생멧돼지의 분포 밀도, 사람의 주거 지역 밀도, 숲의 분포 밀도 등이 ‘중간 정도’이고 사육돼지가 비교적 많지 않다(발견 지점과 반경 10km 이내 농장 5개, 가장 가까운 농장과의 거리 5km)는 점 등이 천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검출 지점과 ‘고기의 섬’ 비크와의 거리는 차로 1시간 정도에 불과하며, 다른 양돈 밀집 지역과의 거리도 멀지 않다.
이렇듯 스페인에서도 돼지를 가장 많이 키우는 카탈루냐 지역의 ASF 발생으로 사육돼지에서의 발생과 무관하게 12월 초 스페인의 돈가는 15% 이상 급감했다(생체 기준 kg당 1.30유로→1.10 유로).
수출 중심 생산국인 스페인에서는 각 무역 대상국들의 수입 제한 및 중단, 유통 위축 등의 조치로 ASF 발생의 타격을 더 빠르고 크게 받게 되는 것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경우 각각 스페인과의 직접 협정, 유럽연합 14개 회원국의 ASF 지역화(regionalization) 관리 정책에 따라 비발생지역의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은 스페인 돼지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유럽의 ASF 백신 개발 현황은?
벨기에, 독일 등의 유럽 내 최근 ASF 발생지점과 한참 떨어진 스페인에서의 ASF 발생이다 보니 백신 개발 현황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2년 전 유럽연합은 이미 ASF 백신 개발 프로젝트 ‘VAX4ASF’를 개시한 바 있다.
유럽연합은 백신 설계, 대량 생산, 품질 검사, 질병에 대한 연구, 허가 등록 등 중추적인 역할을 백신 제조 회사 히프라에 일임하고, 이외 각국의 16개 연구팀도 연구에 참여시켜 면역 메커니즘 등 ASF의 불명확한 부분을 더 깊이 연구하여 효과적인 통제 전략을 수립하고자 애쓰고 있다.
150개 이상의 유전자를 가진 ASF바이러스(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경우 11개)의 백신 개발은 매우 복잡하다.
VAX4ASF 프로젝트는 △각국에 순환하는 ASF바이러스 변이주에 방어력이 확보되고 △기존 약독화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개선하며 △야외주와 백신주의 구별이 가능한 (DIVA)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현재까지 각 연구 단계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6년에는 동물시험이 수행될 예정이다.
출처 : 한돈뉴스(http://www.pignpork.com)
(사)한국수입육협회 www.korm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