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 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보며 앉아 해바라기 하던 금간 담벼락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옛사랑의 집
술에 취해 마구 주먹질을 해대던 옛 자취방의 바람벽
그리고
며칠 전 비우고 문 걸어둔 낡은 옛집
빈 집들...
그 곳에 사랑이, 추억들이 갇혔구나.
잘 있거라,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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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힌 삶
빈 집
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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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3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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