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텔 칩의 ‘마침표’ 찍는 말레이시아 페낭 공장… 세계 최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진화
동남아의 ‘작은 실리콘밸리’ 페낭, 50년 전 인텔이 공장 설립
하루에도 수백만개씩 조립·테스트… 양품만 골라 전세계로
“최첨단 패키징 공장도 설립중… 인텔 IDM 2.0 이끈다”
페낭(말레이시아)=황민규 기자
입력 2023.08.22 10:07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페낭 공장에서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가 발열 테스트 공정을 거치고 있는 모습. /인텔 제공
한때 ‘동양의 진주’라고 불리기도 했던 말레이시아의 섬 페낭(Penang)은 인텔을 비롯해 브로드컴, 웨스턴디지털, 아날로그디바이스(ADI), 도시바, 르네사스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이 핵심 생산·연구시설을 두고 있는 ‘작은 실리콘밸리’다. 이 중에서도 인텔은 지난 1972년 첫 해외 생산시설인 A1 공장을 설립한 이후 51년간 꾸준한 투자를 통해 페낭을 세계적인 반도체 패키징 기지로 만들었다.
21일(현지시각) 인텔은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사상 페낭 공장과 쿨림(Kulim) 공장 내부, 인텔 칩의 패키징 과정을 소개하는 ‘인텔 테크놀로지 투어’ 행사를 진행했다. 인텔이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페낭, 쿨림 공장 내부를 공개하는 건 이번 행사가 처음이다.
에이케이 총(Chong) 인텔 말레이시아 부사장은 “인텔이 페낭에 조립 공장을 설립한 이후 51년 동안 약 400개의 다국적 기업이 페낭, 쿨림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두게 됐다”며 “현재 두 지역에 인텔 직원 1만5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조립, 테스트뿐 아니라 설계팀도 자리를 잡아 FPGA(프로그래머블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더 많은 기능을 맡게 됐다”고 강조했다.
◇ ‘양품 중의 양품’을 찾아라
인텔의 칩이 전 세계로 뿌려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미국에서 설계, 미세공정을 거친 반제품 상태의 웨이퍼가 말레이시아 페낭에 도착하고 이후 다이 프렙(Die Prep·반도체 패키징을 및 테스트를 위해 웨이퍼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친 뒤 조립(Assembly) 라인으로 넘어간다. 이후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 뒤 소비자에게 출하되는 방식이다.
이날 인텔이 취재진에 가장 먼저 공개한 생산라인은 하루에 수백만개의 인텔 코어 프로세서, 제온 등 최첨단 제품을 조립하고 테스트하는 PGAT(Penang Assembly and Test) 공장이었다. 인텔은 취재진에 사진 촬영, 녹음뿐만 아니라 노트 필기마저도 금지할 정도로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칩 어태치(Chip Attach) 공정의 경우 실리콘 다이(die)를 반도체 패키지의 리드프레임 구조에 고정 시키는 공정이다. 이 공정이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 다이 사이에 틈이 생기거나 접착 과정에서 오염이 된 경우 칩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든 공정이 철저하게 자동화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페낭 공장에서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칩 어태치 공정을 거치고 있는 모습. /인텔 제공
칩이 고정된 이후에는 에폭시(열경화성 접착제)를 젤 상태로 녹인 뒤 일정 압력(Plunging)을 강제로 가해 좁은 통로로 이동하게 만든다. 반도체 다이 전체에 응력이 균일하게 분산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응력이란 재료에 압축 등의 하중을 가했을 때 재료 내에 생기는 저항력을 뜻한다.
그리고 반도체 다이에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발열 효율성을 높이는 리드 어태치(Lid Attach) 공정을 거친 다음 뚜껑을 장착한 후 CPU의 번인(Burn In) 테스트를 위한 장소로 이동한다. 번인 테스트는 높은 온도와 전압으로 스트레스를 가해 결함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번인 테스트까지 거친 칩은 또 한 번 전기 테스트를 수행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제품만을 선별한다. 이 과정에서는 일정한 전기 신호를 받은 칩이 제대로 기능하는 것에 대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모든 전기적 흔적을 포괄적으로 분석해 양품만을 골라내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
반도체 칩 구조가 전통적인 평면 구조에서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등장으로 2.5D, 3D로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텔은 칩 성능을 테스트하는 방식도 고도화하고 있다. 이날 인텔은 칩을 물에 담가 초음파를 탐지 방식으로 칩을 미세하게 들여다보는 테스트 기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초음파로 태아의 성별을 구분하는 기술에서 착안해 도입됐다고 현장의 인텔 관계자는 설명했다.
◇ 첨단 패키징 ‘포베로스’ 도입… ”업계 게임 체인저 된다”
인텔이 말레이시아 페낭에 건설 중인 펠리칸 패키징 공장./페낭=황민규 기자
인텔이 말레이시아 페낭에 건설 중인 펠리칸 패키징 공장./페낭=황민규 기자
인텔이 올해 하반기 최신 기술의 집합체로 불리는 ‘메테오레이크(개발코드명)’를 내놓으면서 페낭 공장의 입지는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메테오레이크는 인텔이 최첨단 패키징 기술을 바탕으로 칩렛(Chipet) 구조를 구현한 첫 소비자용 제품이다.
칩렛은 하나의 칩에 여러 기능을 담은 반도체를 레고처럼 붙이는 기술로, 에너지 효율이 높을뿐 아니라 고성능 칩을 구현하기 쉽다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메테오레이크의 경우 ‘포베로스’라는 3D 방식 패키징 방식이 적용될 예정인데, 현재 한창 건설 중인 페낭의 펠리칸(Pelikan) 공장에서 이 첨단 후공정을 담당할 예정이다.
앞서 2021년 인텔은 말레이시아 페낭 지역에 300억링깃(약 8조4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추가로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총 부사장은 “인텔이 페낭에 공장을 설립한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이번 패키징 설비 투자로 인해 새로운 시작을 맞게 됐다”며 “말레이시아는 거의 모든 인텔의 조직을 갖춘 ‘미니 인텔’로 IDM 2.0을 주도하는 새로운 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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