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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1. #요하네스-페르메이르 , ‘ #물주전자를든소녀’ ,
캔버스에 유화 채색.
작품1에서처럼 네덜란드 화가 페르메이르의 그림에는 늘 방 한쪽에 창문이 열려 있어요. 매일 아침 하녀가 페르메이르의 작업실에 들어와서 환기도 시키고 음료도 준비해두고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보면 맑은 바람을 마신 듯 머리가 환해지는 기분이 들지요.
바람을 화면에 담고 싶은 사람이 여기 또 있어요. 사진작가 배병우예요. 그는 제주도의 풍경을 찍으러 갈 때마다 무언가 빠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대요. 그게 바로 바람이었지요. 바람 많은 제주도가 제주도다워 보이려면 #풍경 속에 반드시 바람이 깃들어 있어야 했지요. '어떻게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사진에 담을 수 있을까' 그는 고민이 많았어요.
▲ 작품2. #배병우 , ‘ #PLT1A-033H ’.
작품2를 보세요. 바람은 직접 자기 모습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것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답니다.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오름(산 또는 언덕을 뜻하는 제주도말) 위에 불어올 때 풀은 일제히 한 방향으로 드러눕거든요. 이 풀의 결마다 바람이 스친 흔적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
작품3은 바다를 찍었네요. 바위에 부딪히는 크고 작은 파도에도 바람의 손길이 보입니다. 저 멀리서 바람이 불어 #파도 를 일으키고, 그 파도가 여기 해안까지 밀려 찾아온 것이지요. 사람은 날마다 움직이지만, 자연은 시간이 가도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알고 보면 자연도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자연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으니까요.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면서 생명을 지닌 세상의 모든 것을 어루만지는 존재가 바람이에요. 자연 속의 바람은 돌을 만진 손으로, 바닷물에 스친 손으로, 하늘을 날아다닌 날개 끄트머리로 우리의 뺨과 귓불과 머리카락을 어루만집니다. 그런 식으로 바람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숨은 감각을 일깨워주지요.
▲ 작품3. 배병우, ‘ #SEA1A-085H ’.
작품1.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바람이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일 거예요. 바람이 나뭇잎이나 물의 고요함을 흩어놓는 순간, 그 흔들리는 잎새나 울렁이는 물결이 비로소 우리의 마음까지 와닿게 되는 것입니다. 배병우의 작품 속 풍경들은 흑과 백, 뚜렷함과 흐릿함의 조화 안에서 풍부한 생명력을 지닌 듯 보여요. 그 이유는 바람이 돌 하나하나에 스며 있고, 물살 한 겹 한 겹마다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한한 하늘은 텅 비어 있지만 실은 바람으로 가득 채워진 셈이에요. 바다는 고요하지만 알고 보면 바람에 흔들리느라 바쁜 고요함이랍니다. 바람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멈추는 걸까요? 바다일까요, 하늘일까요, 아니면 구름일까요. 지금 곁에서 불고 있는 바람은 뭐라고 속삭이는 걸까요. 궁금한 게 있으면 지나가는 바람에게 물어봐요.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다 우리 앞에 찾아온 바람은 모르는 것이 없을 테니까요. 가나아트센터 (02)720-1020
[함께 해봐요]
여러분이 화가나 사진가라면 바람의 존재를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해보세요. 만화와 영화가 바람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각각의 특징을 비교해보세요. 바람을 의인화해서 그린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낼지 종이에 그려보세요.
이주은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