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일 위령의 날 둘째 미사
- 반영억 신부
복음; 마태11,25-30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26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7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28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30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우리는 천상을 희망한다」
위령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이들이 하느님의 자비로 영원한 생명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언젠가 맞이할 죽음에 두려워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믿는 이들에게는 영원한 천상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그의 ‘사주’를 믿었습니다. 청년 시절에 한번 위험한 고비를 넘길 것이라는 사실과 얼굴이 곱상한 여인과 결혼할 것이라는 말이 용케 들어맞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사주에 의하면 그한테는 삼십 대에 재물복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것을 믿고 어디 가서든 큰소리를 쳤습니다. ‘두고 봐라. 내 나이 마흔을 넘기 전에 너희와 앉은 자리가 달라질 것이다.’ 서른 고개를 막 넘었을 때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그는‘내가 어떤 사주를 지닌 사람인데 남의 밑에 가서 일을 하겠느냐’ 하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몇 년 후에는 친구가 동업하자고 했습니다. 그는 웃으며 거절했습니다. ‘이 사람아, 내가 그런 시시한 장사를 할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또 몇 년이 흘렀습니다. 해외로 갈 기회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나에게는 돈복이 터지게 되어 있다구.’ 하면서 밑이 터지게 가난하게 살다가 그만 일찍 죽게 되었답니다.
그는 저승사자에게 항의했답니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나한테는 재물복이 예정돼 있었잖습니까?’ 그러자 저승사자가 한심스럽다는 얼굴로 대꾸했습니다. ‘우리는 기회만을 제공할 뿐이다. 직장 운 한번, 장사 운 한번, 무역 운 한번, 이 세 번의 기회를 다 주었었네’ 우리에게는 끊임없이 기회가 주어집니다. 하느님을 섬기고 주님의 뜻대로 살면서 주님께서 원하는 것을 할 기회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욕심을 부리거나 요행을 바란다면 그 기회는 그저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11,28).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편한 쉼이 아니라 자기 힘에 알맞으면서도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쉼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힘들고 어려운 모든 이에게 그 쉼을 약속하십니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11,30). 하시는 예수님의 위로를 받는 것은 하루의 생활을 봉헌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가능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 계명을 지키려고 노력하면 주님의 멍에는 틀림없이 우리에게 위로와 기쁨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성 엘리지오는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주님이 정하신 때에 죽기를 원한다. 이는 죽음으로써 만이 하늘에 계신 그리운 아버지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당당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지금 나에게 주어지는 순간순간의 기회들에 충실해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편히 쉬게 하신다.’고 약속하심이 우리에게는 큰 위로요, 희망입니다. “죽음은 고통스러운 길이지만 보이지 않는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길입니다”(성 안눈시아따). 그러므로 죽음을 결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오직 주님의 뜻대로 그분이 원하시는 것을 찾아 최선을 다할 수 있음을 기뻐하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언짢은 죽음을 두려워하나 언짢은 삶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말씀이 새롭습니다. 더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신을 벗어라 : 청주교구 반영억 raphael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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