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제105회]오공의 적정황제 구출작전[1]
팔계는 용왕을 만나고 오공에게 심통을 부리다.
오공이 잠이 든 바보 팔계를 깨워
무언가 일을 벌리려고 궁리를 했다.
"이봐, 돈벌이가 짭짤한 일이 있는데, 우리 둘이
한번 해볼래? 태자가 하는 말 넌 못들었니?"
"에이~! 난 태잔지 뭔지 그를 보지도 못했고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도 못했어."
"오계국 태자 관조가 이렇게 말했어.
그 요괴란 놈이 보물을 하나 가지고 있대
그리고 만명이 덤벼도 당해낼 만큼 힘이 쎄대.
우리가 내일 조정에 가면
싸우게 될텐데 그때 만약 요괴가 그 보물로
우리를 때려 눕히면 낭패란 말아.
우리가 먼저 그 보물을 훔쳐내면 되잖아."
"형은 날 시켜서 도둑질을 하려 하는군,
그런 돈벌이라면 가서 조수노릇은 할 수 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보배를 손에 넣고 요정의 항복을 받고 난 후엔
그 보물이란 것을 나한테 줬으면 해."
"어디다 쓰려구?"
"형은 꾀도 많고 말도 잘하니까 끼니 때마다
밥을 척척 구해오지만 난 우둔하고
말씨도 거친대다가 독경도 할 수 없어
그러니까 만약에 경우에
그걸로 밥을 바꿔먹으려고 그래."
"난 명예만 얻으면 돼, 그 까짓것은 네가 다 가져."
욕심많은 먹보 팔계는 그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옷을 입고
오공과 함께 길을 나섰다.
맑은 술은 사람의 낯을 붉게 만들고
황금은 도둑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말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둘은 가만히 문을 열고 삼장 곁을 떠나
구름을 잡아 타고 오계국 성을 향해 길을 재촉했다.
잠시후 성에 도착해서 구름을 낮추니 고루에서
이경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둘은 정양문으로 가지 않고 후재문으로 왔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야경을 도는 순라꾼의
딱딱이 소리가 가끔 들릴 뿐이었다.
"팔계야, 앞 뒤 분이 다 닫혀있는데 어디로 들어간담."
"헤헤헤, 도둑이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거 봤어?
그냥 담을 넘어 가지 뭐."
팔계의 말이 옮다고 생각한 오공은 몸을 솟구쳐 성벽을
넘어 들어갔다. 팔계도 뛰어 넘었다.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화원을 찾았다.
잠시 두리번 거리는데 한 곳에 처마가 셋달린
다락문이 있고 그 위에 '어화원'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있는데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오공이 가서 자세히 보니 봉지가 몇겹이나 붙어있고
자물쇠는 몇해나 사용않했는지 녹이 잔뜩 슬었다.
팔계가 자물쇠를 부수려고 쇠 갈퀴로 쾅하고 내리쳐서
문짝이 산산조각으로 흩어졌다.
바짝 긴장하여 앞장서서 들어간 오공은
아아'하고 탄식을 했다.
팔계는 그 소리에 기겁을 했다.
그는 오공의 오공의 옷깃을 잡고 엄살을 했다.
"형 누굴 놀래 죽이려고 그래?
도둑질하러 와서 큰 소리를 지르는 바보가 어딨어?
사람들이 깨서 우리를 잡아다가 관가에 끌고 가봐.
모가지가 달아나지를 않으면 수자리를 살아."
"팔계야, 저기를 봐라. 화려했던 정자와 건물은 기울어지고
기화요초가 만발했던 화원은 쑥밭이 되었구나.
연못에는 물고기도 없고 화원의 모습이
너무도 처참해서 탄식이 나온거야."
"형 탄식은 뭘해? 얼른 돈벌이나 하고 나가자."
오공은 파초 아래 우물이 있다는 말을 상기하고 찾아보니
과연 한 포기 파초가 있었다.
다른 꽃과 나무들은 다 시들었지만
그 한 포기 파초만은 잎이 무성하고 매우 싱싱했다.
"팔계야, 네가 먼저 시작해라.
보물은 이 파초아래 묻혀있어."
팔계가 쇠갈퀴로 파초를 넘기고
주둥이로 뒤지니 서너자 깊이로
구덩이가 생기고 그 아래 한장의 반석이 드러났다.
팔계는 기뻐서 어쩔줄 몰라했다.
"형 운이 텃어 정말로 보물이었어, 반석으로 덮어놨네,
분명 단지나 상자에 넣었을거야."
"그 뚜껑을 벗겨라."
팔계가 다시 주둥이로 반석을 밀어 젖치니
그 속에서 환히 빛이 뿜어 나았다.
팔계는 싱글벙글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허, 보물이 빛을 뿜고 있다."
잔뜩 기대를 하며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보물이 아니라 커다란 우물이었다.
우물밑에 별빛과 달빛이 비쳐 반사되어 반짝이는 것이었다.
"형. 이런일을 하면서 왜, 미리 준비가 없었어?"
"준비라니, 뭘 준비한다는 말이냐?"
"이건 우물이야, 우물밑에 보물이 있다고 미리 말했으면
밧줄을 가져왔을거 아냐?
아무것도 없으니 어떻게 우물안에서 보물을 건져오겠어?"
"네가 내려가게?"
"응 그런데 밧줄이 없어 곤란한걸."
오공은 껄껄껄 웃었다.
"그럼 옷을 벗어라, 내게 방법이 있다."
오공은 여의봉을 꺼내서 양끝을 잡아당기며 외쳤다.
"뻗어나라."
다음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