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A to Z]
‘홈스쿨링’ 요즘 들어 더 익숙해진 말이다. 나도 홈스쿨링을 하고 있고 내가 주로 참여하는 수업 등에 점점 홈스쿨러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홈스쿨링이 더욱더 보편화되는 중인 것 같다. 홈스쿨링에 관심은 많지만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반면 홈스쿨링을 시작해 난관을 얻고 있는 사람도 있다.
‘왜 홈스쿨링을 시작하지 못할까?’ 질문을 바꿔서, ‘우리는 왜 학원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고 느낄까?’ 불안 때문이다.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불안감일 수밖에 없다. 불안감이 생긴 궁극적인 이유는 제쳐두고 가시적이고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 보면, 학교에서 믿을만한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일타강사 뺨치는 양질의 강의를 제공해주었다고 치자. 숙제까지 꼼꼼하게 챙겨주고 입시상담도 정성스럽게 해준다. 학생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까지 살펴준다. 모든 면에서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켜준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정말 학교가 그렇다면, 우리는 학원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고 홈스쿨링을 고려해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 학교는 오지 않는다. 초를 치는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완벽한 개혁을 통한 이상적인 사회, 즉 학교의 구현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개개인에게는 이 사회로부터의 도피가 가장 큰 유익. 좋은 것만 먹고 튀자는 인식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 편하고 추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공식이 하나 적용된다. ‘도피자=실패자’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또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모두가 바라보는 큰 틀에서의 성공은 변하지 않지만, 그 성공에 다다르기 위해 여러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밑거름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멀리해야 할 것은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정부에서 부르는 ‘의무 교육’(사실 의무 교육이라는 표현 자체가 참 재밌다. 하하.)이며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홈스쿨링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같이 홈스쿨링을 했다 치자. 이상적인 야망과 포부를 품고 시작했다면 1주일도 채 안가 그 열정이 식어버린다는 것에 내 아이패드(나는 아이패드로 인터넷 강의를 듣기 때문에 아이패드를 내놓으면 홈스쿨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보면 된다.)를 걸겠다.
홈스쿨링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이지만, 그 의지가 과연 강할까? 그렇지 않다. 내가 즐겨보는 미미미누라는 유튜버와 홈스쿨링을 하며 성악 입시를 준비하는 도예님(엉엉 도예님… my love)이 최근 N 수의 신을 찍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하길 바란다. 요약해보면, 홈스쿨러 본인이 스스로 계획형 인간처럼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이를 의지박약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좀 복잡하다. 공부하는 이유, 목적 등을 못 찾는다고 해야 할까. 학교에서는 경쟁자들과 붙어 지내고 경쟁 체제로 이루어져 있어서 원하지 않아도 눈앞에 목표가 떡하니 주어진다. 하지만, 홈스쿨링을 하며 목표를 바로바로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없다. 하루를 계획함으로 동기부여를 얻는다느니 하는 멍멍이 소리는 집어치우길 바란다. 그런 거로 동기부여가 됐다면, 목표가 생겼다면 길 가다 아무개에게 공부 잘하냐고 물어봐도 모두 ‘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시기가 있는데 책에서 나온 대로 ‘번아웃 증후군’ 때문인 것 같다. 로고스서원 글쓰기 학교의 준비과정에 비유해 보면, 우선 읽을 책부터 신나게 정한다. 책을 꼼꼼히 정독하고 메모도 하며 이번엔 그래도 수요일까지는 읽고 목요일부터 글을 쓰리라 다짐한다. 실상은 금요일 밤에 몰아쳐서 쓰고 오전에는 글을 쓰는 척하며 시간을 날리기 일쑤다. 또는 아예 그 책을 가지고 글을 못 쓰기도 한다.
힘을 빼야 할 때도 있고 줘야 할 때도 있는데 정작 힘을 빼야 할 때 다 써버리니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지 않는다. 그러면 왜 잘 알고 있는데 실천을 안 한다고 물어본다면, 그만한 멍멍이 소리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왜 성경 말씀 아는데 안 지켜?’라는 순진무구한 질문과 다를 바가 없다. 몰라서 안 지키는 사람은 드물다. 아는데도 못 지키는 거다.
그런데도 이제 알았으니 실천할 일만 남았고 이는 가장 큰 관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실현할 수 있는 목표를 짜려고 노력한다. 무지성으로 구체적이기만 한 계획을 늘어놓지 말고 내가 실천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진짜로 조금씩 공부 분량을 늘리려고 노력한다. (이러다 또 계획 세우기에만 힘을 잔뜩 빼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
홈스쿨링을 안 해도 문제와 고민은 존재하고, 한다고 해도 홈스쿨링의 이상적인 모습이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가 약간의 도움을 주어도 좋겠지만, 이미 짬이 찬 중딩쯤부터는 아이를 믿고 온전히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홈스쿨링을 시작하기 두려운 사람도 없지 않아 있으리라 생각한다. ‘홈스쿨링 하루 5시간이면 충분하다’라는 책을 읽고 홈스쿨링을 시작할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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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 하루 5시간이면 충분하다’ : 홈스쿨러는 무조건 읽어야 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홈스쿨링에 관심이 있거나 적어도 대한민국의 학생이라면 읽어야 한다. 학생도 읽고 부모도 읽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읽어야 한다. 홈스쿨링에 대한 인식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공부법에 대한 책도 이거 하나면 충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공부에 관한 책을 처음 읽어봐서 그럴지도…?) 물론 모든 말에 동의가 가지 않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얻어갈 점이 꽤 많았다.
[N 수의 신]: 요즘 내가 즐겨보는 콘텐츠인데, 보면서 그래도 나는 잘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geHVWdZIhM&t=1045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