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곡 주테카, 교회 또는 제국을 배신한 자들이 벌을 받는 지역
이곳은 지옥의 맨 밑바닥인 주테카입니다. 교회와 제국을 배신한 자들이 벌을 받는 곳입니다. 주테카는 예수님을 배신한 가롯 유다와 연관된 이름입니다.
어느덧 망령들이 떼를 지어 얼음에 갇혀
유리 속의 볏짚처럼 투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곳. (지옥의 맨 밑바닥 주테카)
두려움을 품고 이를 시에 담고자 한다.
이놈들은 누워있거나 서 있는데 누구는 머리를 밑으로 누구는 발을 밑으로 하였고 누구는 활처럼 몸을 구부려 얼굴이 발에 닿아 있었습니다.
길잡이는 한참 더 앞으로 나아가다
이전에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던
피조물을 보여주시는 것이 즐거웠던지
내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
“여기에 디스가 있다.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거다“ (디스 - 죄인들이 살고있는 곳, 여기서는 루키페르)
이 말을 듣고 얼마나 몸이 얼어붙어 기진맥진 해졌는지, 여기에 쓰지 않는 것은 말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왕국의 황제가 제 몸의 상반신을
가슴부터 얼음 밖에 내놓고 있었다.
전에 본 거인들은 그의 팔뚝에도 비교할 수 없었다.
오히려 거인들을 나와 견주는 것이 더 나을 지경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한참을 더 앞으로 나아가다 루키페르를 보게 해 주었습니다. 지옥의 왕 루키페르는 하느님을 배반하기 전에는 용모가 뛰어난 천사였습니다.
피터 브뤼겔의 '반역한 천사의 추락 The Fall of the Rebel Angels'입니다.
반역한 천사의 추락 The Fall of the Rebel Angels, 피터 브뤼겔 1, 벨기에 왕립 미술관에서, 2019년 여행에서
대천사 미카엘과 그를 돕는 천사들이 반역한 천사 루키페르와 그를 따르는 천사들을 응징하는 내용입니다.
루키페르의 어원(Lucifer)은 빛을 나누는 자, 또는 빛나는 새벽별이라는 뜻으로(천사를 통솔하는, 천계의 천사를 이끄는 우두머리 천사) 천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위대하며 신에게 가장 사랑을 받던 존재였습니다. 이름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그는 하느님의 은총을 한 몸에 받아 자만하게 되어 많은 천사를 이끌고(천사의 1/3) 신의 자리를 뺏으려고 하다가 대천사 미카엘(최상급 대천사, 최고 지휘관)로부터 추방당하여 지옥으로 내던져 졌습니다.
반역한 천사의 추락 확대 피터 브뤼겔 1
반역 천사 루키페르(라틴어, 영어로는 '루시퍼')를 응징하는 미카엘은 황금 갑옷을 입고 칼을 휘두릅니다. 미카엘의 천사들은 흰색 가먼트를 입고 담청색 하늘 주변에 있는 괴물들을 제압하고 있습니다. 루시퍼와 그의 일당들은 모두 괴상망칙한 모습으로 변해서 이상한 형태의 괴물들이 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은 색상이 좋아서, 아름다운 색상에 반한 그림입니다.
루키페르는 주데카에서 세 개의 얼굴과 여섯 개의 날개가 박쥐 날개처럼 된 괴물로 나옵니다.
선생님과 루키페르를 보러 가는데 온 몸이 얼어붙어 기진맥진 해져 넋이 나가는 듯했습니다.
그는 이전에 아름다웠던 만큼 지금은 추한 모습인데
자기를 만들어 준 분께 눈썹을 치켜세웠으니,
모든 악과 고통은 분명 그놈에게서 나왔다.
그놈은 세 개의 얼굴이었습니다. 앞쪽 얼굴은 진홍색으로 증오를 상징하고, 다른 두 얼굴인 오른쪽 얼굴은 하얀색과 노란색 사이의 색으로 무기력을 상징하고, 왼쪽 얼굴은 흑인으로 무지를 상징합니다. 그 세 얼굴 아래로 거대한 두 날개가 뻗어 나왔는데 그 날개가 퍼덕이면 코키토스(지하의 세계에 강이 다섯 개가 있는데 코키토스는 탄식의 강, 아케론은 슬픔의 강, 플레케톤은 불의 강, 레테는 망각의 강, 스틱스는 증오의 강입니다.) 구석구석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세 개의 입은 죄인 하나씩 물고 이빨로 찢고 있는데 등껍질이 벗겨지면 다시 생겨나곤 했습니다. 이들은 영원히 루키페르에게 물어뜯기는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가운데서 제일 큰 벌을 받는 망령은 가롯 유다이고, 아래쪽으로 매달린 두 망령 중 검은 색 얼굴에 매달린 놈은 브루투스이고, 몸이 더 커 보이는 놈이 카시우스입니다. 은화 30냥에 그리스도를 배반하여 신성한 권력(교회)을 배반한 유다는 가장 큰 벌을 받고,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는 세속의 권력(로마제국)에 대한 배반으로 벌을 받고 있습니다.
교회와 제국을 배신한 자들이 벌을 받는 곳이 주데카입니다.
브루투스와 카시우스가 교회와 제국을 배신한 자들이 벌을 받는 곳인 주데카에 있는 것은 현대 시각으로 그들의 억울함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신곡에서는 단테가 살았던 중세 유럽의 도덕관념에서는 용서를 받기가 어려웠음을 이해하고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셰익스피어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서는 브루투스는 카이사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에 공화정을 지키기 위해 죽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셰익스피어가 창작한 연설에서 말합니다. 이 시대에는(1600년 쯤) 브루투스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볼 수 있습니다. 안토니우스가 반대 명연설을 하지만.
선생님이 이제 볼 것을 다 봤으니 떠나야할 시간이라고 합니다. 나는 선생님의 목을 껴안고 루키페르 날개가 알맞게 펴졌을 때 털이 무성한 겨드랑이에 달라붙어 긴 털을 타고 무성한 털 사이로 내려왔습니다.
엉덩이의 곡선, 정확히 넓적다리가
시작하는 곳에 이르렀을 때
길잡이는 지쳐 헐떡거리며
그놈의 정강이 쪽으로 머리를 돌리면서 위로 다시 오르려는 듯 털을 움켜쥐었습니다. 선생님은 이 사다리로 끔찍한 악의 세계를 빠져나가야 한다며 바위 사이의 거대한 틈으로 빠져나가 나를 그 가장자리에 앉히고 나서 내 곁으로 올라섰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천연 동굴이었습니다.
길잡이와 나는 밝은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거친 길로 들어갔다.
쉴 겨를도 없었다.
그가 앞서고 내가 뒤를 따르며 위로 올라갔다.
마침내 우리는 둥글게 열린 틈을 통해
하늘이 실어 나르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
그렇게 해서 밖으로 나와 별들을 다시 보았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 모두 별들(stelle)을 보는 문장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 별들은 전체의 주제가 '하느님을 향해 오르는 것'임을 강조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