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112. 혼배 미사
토요일 열한 시에 아주 예쁜 결혼식이 있었다.
그날이 그날 같던 일상에 청량제 같은 이벤트였다. 꿈꾸어 보지도 못했던 정말 아름다운 예식이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돈보스코 박사가 늦은 장가를 갔다. 영국의 세계적 명문대학에서 공부를 한 사람이 그렇게도 순수하고 겸손해서 누구나 그를 좋아한다. 평소에 우리에게도 늘 마음 써 주어서 언제나 고맙던 젊은이다.
우리 부부는 이제 나이가 들어 이것 저것 둔해지고 매사에 어정어정 하다. 그래서 사소한 도움을 받아도 그 고마움이 크다.
그가 사는 South Ridge의 Village 안에 아주 작고 아담한 그림같은 성당이 있다.
카비테 수도원 성당의 우리 신부님이 그곳에 가서 혼배 미사를 집전하고. 모든 지인들이 그곳에 모였다.
시골 성당의 필리핀 성가대가 한국 노래말과 라틴 성가, 필리핀 성가를 연습해서 아주 아름다운 천상 음악을 들려 준다.
양가 부모님과 친지들은 각각 열 분씩 비행기를 타고 오셨다고 한다.
식 후의 피로연을 위해 화려하게 꾸며진 연회석이 마련되고 백 여 명의 뷔페가 준비 되어 있다. 축의금도 받지 않는다.
한복 바지 저고리 위에 소매 없는 옥색 두루마기를 입은 신랑은 귀티가난다.
하늘거리는 한복에다 면사포를 쓰고 족두리를 얹은 신부는 천사 같다.
혼배 미사가 진행되는 내내 온 마음으로 축하하며 예쁜 한 쌍의 부부가 늘 행복하기를 가슴 깊이 기도하게 된다.
혼배 미사 중 사제의 주례사 또한 독특하다.
"신랑 신부는 살아가는 동안 계산을 잘 하십시오. 계산할 때 되도록이면 내 몫에 많은 값을 매기십시오."
어찌 들으면 이기적으로 따져가며 살라는 말 같지만 그 반대의 의미다.
"얼마만큼 사랑할 것인가? 얼마나 이해를 할 것인가? 얼마나 용서할 것인가? 얼마만큼 희생할 것인가? "
계산된 각자의 값이 클수록 서로의 결합은 견고해 진다고 강조한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도 마음 속에 씨앗을 심으십시오. 기쁨의 씨앗, 감사의 씨앗, 웃음의 씨앗, 그리고 사랑의 씨앗을 심으십시오."
그 분은 미리 준비 해 온 Box 안에서 아주 작은 동물 모양의 인형을 모두에게 나누어 준다. 그 속에 여러 종류의 씨앗이 들어 있다.
상징적이긴 한데 어쩌면 좀 장난스럽기도 하고 유모러스 하다.
그런데 이 뜻하지 않은 조그만 도자기 동물을 하나씩 받아 들은 어른들은 모두 어린애처럼 천진한 표정들이 되어 입이 함박만큼 벌어져 있다.
聖人처럼, 수도승처럼, 낮은 자세로, 너무나 청렴하게 이 나라의 행려자와 병든 노인들과 함께 기거하며 살고 계시는 그 분을 잘 알기에 그의 축복은 더 마음에 닿는다.
이 날의 이런 혼인식은 모두가 진심으로 축복을 하게 된 경건하고 아름답고 뜻 깊은 예식이었다.
신랑 신부는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몇 주간 신혼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행복한 출발의 여행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우리에겐 이제 미혼의 자녀가 없지만 이런 예식을 한 번 보여주고 싶다.
혼인 서약을 하는 신랑 신부
작은 성당의 전경
하얀색의 작고 아름다운 성당
성가대
식 중의 한 장면
신랑 신부
하객들
피로연 전의 뷔폐 연회장
첫댓글 아름다운 결혼식 이었나봐요.
행복한 부부가 탄생........................
모두가 즐거운 따뜻한 결혼식 같구먼여
결혼한 부부에게 하늘의 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