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나, 우리, 그리고 한국
1995년7월30일부터
1995년8월 6일까지
북아메리카 연수 소감
한양대학교
정밀기계공학과 4년
김종주 씀
----- 떴다 떴다 비행기 ----
‘아메리카의 꿈’이라는 말까지 있듯이 미국은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주도권을 지켜왔다. 비록 ‘연수’라는 의미로서 여행을 하는 것이지만 설레임을 감출 길이 없었다. 공항까지 여자친구가 따라와 마음이 조금 놓이기는 했지만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설레임과 함께 긴장감은 더해갔다. 드디어 시작이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처음 만든 이후로 이렇게 큰 새를 만들 줄 꿈이나 꿨을까 ? 400명에 달하는 인원을 수용하고 수많은 화물을 신고 하늘을 날으려면 얼마나 많은 연료와 동역과 속도가 필요할까 ? 실지로 드럼통으로 1100여 통을 주유하여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논스톱으로 15시간 이상을 날 수 있다. 로케트를 쏘아 올리는 시절에 비행기는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있겠지만 실지로 비행기 안에 있으면 화려한 문명에 입이 딱 벌어질 것이다.
----- 다양함, 세계의 모습 -----
한정된 공간에서 십 여 시간을 앉아 있자면 정말 지루하고 피곤하다. 할 수 있는 일이란 자고, 먹고, 음악 듣고, 화장실 가는 게 전부이다. 그 동안 못 다했던 생각을 정리하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본다. 시야에 들어오는 백 명 안팎의 사람들의 하는 일은 가지각색이다. 모든 사람이 제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 시간에도 어떤 사람은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을 터이고 어떤 사람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것이다. 세계의 모습 ! 그것은 수많은 인종과 사람들이 자기 나름의 사고와 행동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
----- 첫날밤에 -----
시카고를 경유하여 디트로이트에서 첫날밤을 보내게 되었다. 기내에서 잠을 자두긴 했지만 긴 여정에 피곤하긴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괜찮은 호텔에서 그것도 근사한 침대에서 잠을 자려 하는 데 이불이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뒤져봐도 이불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에 가서 말할까 하다가 깔개 밑으로 들어가 잣다. 아침에 알고 보니 침대 커버를 덮고 잔게 아닌가 ! 그 밑에 담요와 시트가 또 있는데.... 으..촌띠기 !
----- 자동차의 왕국, 디트로이트 -----
디트로이트 하면 생각나는 게 자동차이듯이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의 왕국이라 할 만하다. 도시 전체가 다운타운을 제외하고 자동차 회사와 공장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거리의 차들도 똑같은 차종을 보기 힘들 정도로 모두 다르다. 가끔 우리나라 제품도 눈에 띈다.
언젠가는 항공기 사업에 밀려 자동차 문화가 쇠퇴하겠지만 전기자동차의 개발과 각종 편의시설 및 자동 안전시설의 개발로 자동차 시장은 앞으로 100 년 이상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에 발맞춰 우리회사도 머지않아 ‘한라자동차주식회사’로 성장하지 않을까 ?
----- 관찰하라 그리고 생각하라 -----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측과 캐나다측, 두개가 있다. 미국 폭포를 보면 별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배를 타고 캐나다측 폭포 밑에 닿으면 정말로 웅대하다. 크기도 클 뿐아니라 낙수의 물보라가 바람따라 수 km까지 퍼지니 맑은 날에도 우산을 많이 볼 수 있고 자동차들은 와이퍼를 작동해야 한다.
폭포 하류에는 소용돌이 치는 곳이 있는데 이 소용돌이를 보고 세탁기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자연의 현상을 잘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 포도주 이야기 -----
토론토의 서울여행사 사장님이 한라공조 장학생들이라고 손수 안내를 맡으셨다. 여행사 가이드라기 보다는 아버지나 선생님처럼 너무도 자상하게 많은 것을 말씀해 주셨다. 그 중에 wine에 관한 이야기다. 포도주에는 적포도주와 백포도주가 있다. 백포도주는 색깔을 없애기 위해 약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순수한 적포도주가 더 좋다고 볼 수 있다. 적포도주는 상온에서 제맛을 내며 향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잔이 오물아 든 것을 사용한다. 백포도주는 차갑게 마시며 잔 입구가 벌어져 있고 냉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두세 손가락으로 잔의 하단부를 잡는다. 코르크를 딴 후 잔에 조그만 딸아 산소와 접촉할 시간을 두면서 살살 흔들어 주고 입 속 전체로 맛을 느낀다. 약간 떨떠름 한 것이 최고다. 그리고 여자친구나 부인과 함께 있을때 분위기 잡는데 포도주가 최고라 하니 오늘 저녁 포도주로 분위기 한 번 잡아보는 게 어떨지.......
----- 자랑스런 HCC, HCI -----
이번 연수를 계기로 HCC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자긍심도 생겼다. 세계 일류 기업인 FORD사와의 단단한 신뢰 관계 뿐아니라 세계 공조 시장에서는 한라공조가 상당히 유명하였다.
캐나다 벨빌( Belleville)에 있는 현지공장( HCI, Halla Climate Control Inc )은 작지만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HCC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원들은 HCI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또 여기저기에서 ‘한라공조 최고’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뿌듯하였다.
이제 우리도 멀지않아 FORD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날을 위해, 한라공조 화이팅 !
----- 미국과 캐나다 ------
캐나다는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사회 보장 제도가 잘되어 있다. 병원을 비롯하여 고속도로 이용료 및 대부분의 시설이용이 공짜다. 그만큼 세금을 많이 걷기 때문에 대부분 맞벌이를 한다. 살기 좋은 선진국으로서 스웨덴이나 스위스 못지않게 캐나다 또한 우리가 본받아야할 부분이 많다. 더우기 물가까지 싸서 관광이나 휴양에는 더할나위 없었다.
이러한 캐나다의 이미지와는 달리 미국은 안좋은 점이 몇 가지 보인다.여행자들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안전’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특히 뉴욕이나 시카고같은 대도시는 지저분하고 위험하다.
미국은 어디를 가나 ‘자유’라는 낱말이 곳곳에 장식처럼 사용되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이를 추구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자유라는 말을내세워 마약과 범죄가 성행하는 방종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비록 대단한 나라이며 우리나라 보다 잘 살고 강한 나라이긴 하지만 안전하고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우리나라가 훨씬 인간적이지 아니한가.
----- 여행에 관하여 -----
젊은 여행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관광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관광은 나이 들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생도 하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배낭 여행이 바람직하다. 쉽게 얻은 것이 쉽게 잃듯이, 팩키지 여행과 같은 것은 많이 보고 많이 배우는 것 같아도 실지로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여행에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목적을 세우는 것이다. 우리와는 다른 문화,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일반 여행자들에게는 가장 좋다. 이것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자 큰 잇점이다. 다르면 다를수록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게끔 만든다. 독서에서 다상량이 중요하듯 여행에 있어서도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 그리고 -----
비행기를 타보면 우리나라 수준이 아직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좁은 기내에서 특히 식사 시간에 움직이는 사람이 많다. 또 귀국할 때 보면 웬 선물을 그렣게 많이 사는 지 모르겠다.
이번 해외 연수를 계기로 우리가 본받을 게 무엇인지, 우리가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엔 너무 호강하는 듯하여 몸 둘 곳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 회사에서 학생들에게까지 해외연수를 시키는 이유는 그만큼 역량이 있고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만큼 급성장하는 모습의 증거이다.
짧은 동안이였지만 보고 들은 것들은 피가 되고 살이 되어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마련해주신 회사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입사후 열심히 일할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