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자매
윤민희
주말에 이은 크리스마스로 3일 연휴인데 첫날부터 외톨이가 되었다.
며칠간 영하 15도로 맹추위를 몰고 왔던 날씨도 오늘은 기온을 끌어올리면서 하얀 눈을 펑펑 쏟아붓는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얀 세상은 기쁨과 축복으로 가득 차올라 환호성의 폭죽이 연이어 터질 듯 반짝반짝 빛났다.
나를 감싼 거실은 적막한 세상의 깊은 구덩이에 고립된 듯 덩그러니 서 있을 때였다.
나의 외로운 벽을 두드리는 윤자매 단톡방이 카톡이기 시작이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에 혼자 있을 것 같다는 내 카톡을 본 언니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수원으로 가고 있다” 부천에 사는 둘째 언니가 우리 집으로 오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연말이라고 조카가 언니를 오라고 했는데 우리 집부터 들렀다가 아들네로 갈 생각이다. 조카는 우리 집 가까이에 산다. 그래서 아들네 갈 때마다 우리 집이 정거장이다. 언니는 정거장에 팥죽, 갈비찜, 꽃게무침, 시금치나물을 내려놓았다. 음식이 아직도 따뜻한 걸 보니 새벽부터 만들었던 모양이다. 언니는 아들네서 점심만 먹고 다시 우리 집으로 왔다.
“나도 출발~” 괴산에 사는 넷째 언니가 출발하면서 올린 카톡이다.
정년퇴직하고 귀농하여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솔치재 아래에 사는 언니는 산에서 나는 것으로 만든 음식과 재료들을 풀어놓는데 도토리묵, 오디, 꾸지뽕, 개복숭아, 고사리, 취나물,..괴산 오일장을 트렁크에 싣고 온 것 같다.
“나는 신갈이야.” 이 말은 잠실에 사는 셋째 언니가 시간에 맞춰서 전철역으로 데리러 나오라는 소리다. 카톡을 보는 즉시 나는 손수레를 끌고 망포역으로 나가서 언니와 함께 집으로 왔다. 언니 배낭에서는 치즈, 초콜릿, 참치통조림, 신제품 과자 등이 줄줄이 나왔다.
언니들이 가져온 것들을 식탁 위에 펼쳐놓으니 수북하게 쌓인 것이 잔칫집 수준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지지고, 볶고, 튀기고, 끓이며 요리하는 언니들, 중간중간 간을 보라며 숟가락이 왔다 갔다 하고, 말이 오다가다 뒤섞이고, 웃음이 솥뚜껑을 들락 말락 붕붕거리다 보면 어느새 뷔페 상이 차려진다.
세 언니는 분주하지만 늘 그렇듯이 막내인 나는 서성거리다 받아먹는 것으로 한몫한다.
한바탕 먹고, 웃고, 떠들다 보니 저녁 뉴스가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회비를 걷기 위해 게임할 시간이다.
식탁에 담요가 덮이고 그 위에 48장의 그림이 엎어졌다 뒤집혔다 하면서 들락거린다. 뽕이야!, 뽕 떡이다. 민강이가 제 동생을 끔찍이 챙겨, 언니 이거 쏠 거야? 미안하지만 내가 먼저 왔네요. 지아가 벌써 졸업이야?, 아이쿠, 바가지다. ㅎㅎㅎ~
게임은 한 판씩 점수를 기록해서 20판까지 마치면 총점을 계산하여 등수를 먹이고 회비를 걷는다. 그런데 1등이나 꼴등이나 회비는 똑같다. 이렇게 모은 회비는 윤자매 통장으로 들어갔다가 여행 경비로 쓴다. 눈과 손은 게임 하느라고 바쁘고, 입은 그동안의 밀린 수다로 바쁘다.
게임을 마치고 넷이 나란히 누우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밤이 된다.
언니들과 있으면 나는 언제나 무장무애 상태로 천하태평을 누린다.
- 2023. 12. 23.(토) -
첫댓글 막내를 생각하는 정 많은 언니들의 마음이 잘 느껴집니다*^^*
저도 무장해제가 된 듯 힐링되는 수필 한 편 즐감했어요~~
상다리가 휘어질 것만 같은 만찬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나란히 누운 네 자매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언니들은 부모맞잡이라서 일까요?
늘 동생들을 아끼고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더라고요
그런 반면 동생들 특히 막내들은 언니가 많을수록 든든하고 참 좋은 것 같아요ㅎㅎ
저에게 언니들은 하느님이 보내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언니들과 있으면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사라지고
그저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지니 말입니다.
큰 복입니다.
자매의 우애가 아름답습니다.
부러운 가장 행복입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자식보다도 형제자매가 더 편하고 의지하게 됩니다.
제가 인복이 많아서 언니도 많고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감사한 일이지요.
부럽습니다
언니도 여동생도 없는 난 늘 부럽습니다
함께한다는 거
기쁜일 슬픈일을 함께 나눈다는 거
복입니다
큰 복을 타고 나셨습니다
다시 봐도 부럽습니다
혈연이 아니어도 마음 나눌 수 있는 친구나 이웃 사촌도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이 제일 큰 힘이라는 걸
나이에게 배웠습니다.
세상에 더없는 행복입니다.
사람으로 얻은 기쁨이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습니다.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