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은 지난 9월 11일 둘째 화요일에 있었어요. 함께 하시겠다고 말씀하셨던 벗들은 일곱 명. 당일 점심부터 어렵게 되었다고 소식을 주신 벗들은 다섯 명. 그래도 참석하신 벗들은 저까지 세 명. ^^
만나서 여름 연수 때 뵈었던 분들과 반가움도 나누고, 새로운 모임에서 함께 고민을 나누고 즐거움도 풀어내며 공감할 수 있기를 꿈꾸었죠.
남원에서 오신 위양자 선생님, 김제에서 오신 고영주 선생님 그리고 전주에 살고 있는 저. 문규현신부님께서 꾸리신 [그래도 희망입니다] 카페에서 도란도란 조곤조곤 나누었답니다.
정말 반갑고 놀라웠어요. 낯선 분들이 낯설지 않고 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첫모임! 제가 핸드폰 고리를 몇 년째 같은 것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똑같은 것을 달고 있는 분이 계셨죠! 대추리 평화의 씨앗, 쌀 한 톨! 인간사에는 보이지 않는 인력과 척력이 있는 것인가, 그래서 꿈을 꾼다면 결국 함께 모이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전북권은 jbedu 메신저를 씁니다. 요것은 네이트온처럼 친구맺기를 해야 쪽지를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이름 검색 가능하고, 자신이 메신저 사용하기 편하게 임의로 그룹화해둘 수 있어요. 전북교육포털 하나로 통합되어 학교 홈페이지 로그인, 교육청 홈페이지 글쓰기 모두 연결됩니다. 처음엔 엄청 놀라고 화났어요. 저의 동의도 없이 저의 로그인/아웃을 누군가가 확인할 수 있고, 제가 장학사와 동명이인이라 모르는 쪽지도 엄청 오고 중고차를 팔겠다거나 뭘 해달라는 스팸성 쪽지를 모르는 교사로부터 받고, 수업 중에 도교육청 공보담당에서 보내는 전체 쪽지를 받는다는 게 불쾌했어요. 그래서 [교육감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진보교육감으로서 이 비인권적인 시스템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질문을 꼭 하고 싶었죠. 그러다가 사건에 치이고 학교에서 쿨메신저를 끊고 이 메신저를 사용하는 바람에 건의 한번 못하고 어영부영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가 모임 소식을 jbedu 메신저로 두드리고 있답니다. ;;;;; 사생활과 정보인권 침해를 거부하는 뜻으로 메신저 사용을 하지 않는 위양자선생님께서 먼저 오셨어요. 교사가 학생에게 쉽게 쓰는 어휘에 내포된 폭력성, 무감해지는 우리의 위험성에 대한 놀라움을 나누었어요.
그리고 고3 학생들의 수시 원서 마감일이어서 마지막 한 아이의 원서를 살피시고 늦게 귀한 걸음을 해주신 고영주선생님. 메신저 닉네임이 '오덕후언더그라운드샘'인데요, '달빛요정'이야기를 하시면서 교육계의 오덕후언더그라운드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해주셨지요. 인문학 동아리에서 만난 아이들이 대학 원서 쓰면서 부모와 한국사회에서 요구되는 취업생존적 전공선택이 아니라 학생이 대학(大學)을 공부하고 싶어서 선택하는 경우도 나눠주셨습니다.
첫모임은 가볍게 서로 알아가기를 하되, '오늘의 교육' 이야기 말고 가을의 시작이기도 하니까 각자 시 한편 들고 와서 읽고 나누면, 첫대면에 대한 어색함을 털고 모임에 대한 애착을 키울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요. 그렇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맘이 따뜻했습니다. 벗이잖아요.^^
다음 모임은 10월 둘째 또는 셋째 화요일에 같은 장소에서 만날 겁니다. 미리 많은 것을 결정하거나 많은 것을 장담하거나 확신하지 말자, 함께 천천히 걷자는 뜻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부담이 덜어졌어요. 한 사람만이 수고하고 몇몇이 동조하는 그런 식이 아니라 함께 결정하고 함께 조금씩조금씩 밑그림 그려가는 모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린 그럴 수 있을 거예요.^^
첫모임 후기는 뒤늦게 제가 올렸으나, 둘째 모임 후기는 누군가가 올려보기를 바라요. 이는 제가 하기 싫고 귀찮아서가 아니라 가능하면 한사람이 아니라 여러 벗들이 주체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걸어가기를 꿈꾸기 때문입니다. ^^
[녹색평론] 뒷편 지역 독자모임 소개를 보면 아홉쪽이나 되요. 큰 지역군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마을 사랑방처럼 꾸려진 모습에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벗 책읽기 모임도 홀씨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건강하게 크는 버섯처럼 그렇게 숲을 일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첫댓글 짝짝짝...수학여행 이야기 막 올려놓고 나니 반가운 제목이 보이네요. 제목을 보자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나온 말 "궁금하다마다요!"세 분이 오셨지만 남원에서 김제에서 전주에서 오셨네요. '낯선 분들이 낯설지 않고 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첫모임!' 맞아요. 벗이니까요!! 다음 모임도 기대할게요.^^
돌아오면서 여름연수 생각이 났습니다. 모두들 한학기 잘 보내고 계시겠지요? 일상이 순조롭지 않더라도 혹.. 아픈 일이 있더라도 너무 아파하지 않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요? ^^
이희옥 샘, 애쓰셨습니다. 몇 개 일이 얽혀 못 가고 말았네요. 다음을 기약하지요. 메신저 오가는 과정에 샘의 살뜰함에 감동했답니다.^^
선생님, ^^ 다음엔 같이 해요.^^ 안 계시니까 허전하였어요. 헤헤헤~
맞다! 모임이 사랑방 같음 좋겠어요.^^
오손도손 시끌벅적 도란도란 화기애애 난상토론.. 그리고.. 후루룩 쩝쩝^^
jb메신저에 대해 이런 생각도 가능할 수 있군요. 저는 그려려니 했습니다만...
앗! 전북에 사시는지요? ^^ 모임에 나오시면 참말로 좋은데요..^^ 히히히...
남원에서 자취하고 있습니다. 원집은 전주구요. 오랜만에 들어와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아, 그러신가요? 남원에서 책모임 오시는 선생님도 계셔요. ^^ 오시고 싶어지지요?? ^^
추카추카~~모임에 열정가지시고 잘 이어나가시길~~
히히히.. 고맙습니다.^^
와.. 드디어 하셨군요. 축하드려요.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작년에 동네에서 지금은 <이런저런>이라는 이름을 가진 읽기모임을 시작할 때
2개월동안 단 둘이서 했습니다. 매번 둘이서 술만 마셨지요. 2주에 한번 모였는데 4번을 둘이서 하고 나니,
그동안 오기로 하고 못하던분 한 명, 두명 더 모이더니 몇달사이 8명이 모입니다.
이제는 너무 많아 고민입니다. 또한 우리 책읽기말고 뭐 더 해야하는거 아니야.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창대한 결실을 맺으시라 믿습니다.
<그래도 희망입니다>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네, '함께, 천천히' 그렇게, 강요하지 않되 끌리는 모임을 이어가고 싶어요.
ㅎㅎ 선생님 모임 분위기가 머릿속에 그려지네요. 마감 끝나고 지역 읽기 모임 순회 하면 좋겠는ㅠㅠ
그러면 저희 집에 묵으셔도 좋은데요..^^ 바쁘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