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저귀' 착용하는 어르신 - '속옷' 입는 어르신
노인요양시설에서 케어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면 누구나 배우게 되는 것이
바로 '기저귀'를 교체하는 것입니다.
저도 노인전문요양시설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어르신들의 '기저귀'를 교체하는 일을
하게 되었고 불과 3개월여 만에 '기저귀'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제게 큰 일이 있었습니다.
여느때 처럼 '기저귀'를 교체하기 위해 누워계신 한 치매어르신께 다가갔습니다.
케어자: "ㅇㅇㅇ어르신 기저귀 교체해 드릴까요?"
어르신: "뭐?? 기저귀? 내가무슨 애도 아니고 기저귀야!! 저리 가!!"
케어자: "......"
저는 순간 어찌해야 할 지 당황했고 잠시 뒤로 물러나 어르신이 진정될 때 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기저귀'말고 다른 표현은 없을까... 그래서 '속옷'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어르신께 다가갔습니다.
케어자: "ㅇㅇㅇ어르신 속옷이 조금 지저분해 졌는데 새 옷으로 갈아 입으시겠어요?"
어르신: "그래요...새 옷 있으면 좀 주세요."
'기저귀'는 분명 어르신의 대,소변으로 부터 침대, 옷, 그리고 냄새를 잘 막아주는 방패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저귀'를 착용하는 순간 어르신의 자존감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 3개월 정도 일을 하고 있는 저에게 '기저귀'로 부터 떨어지는 어르신의 자존감을
조금이나마 회복시켜 드릴 수 있는 표현은 '속옷' 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가 '속옷'이라는 표현을 하니 어르신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물론 저의 생각입니다.)
혹, 다른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조언해 주십시오.
# '기저귀' 떼기
'기저귀'를 착용하는 어르신의 대부분은 중증의 와상 어르신이거나 중증의 치매로 인해
화장실 이용을 할 수 없는 분들입니다.
저희 센터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의 대부분은 '기저귀'를 착용하고 계십니다.
(저희 센터에서는 '접착식 기저귀'와 '팬티형 기저귀' 두 종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접착식 기저귀'는 중증의 와상 어르신들과 중증의 치매 어르신들이 사용하고 계시며
'팬티형 기저귀'는 치매는 있지만 활동성이 좋으신 분들이 사용하고 계십니다.
'팬티형 기저귀'를 사용하게 되면 우리들 처럼 입었다 벗었다 하면서 화장실을 왕래할 수
있으며 본인이 갈아입고 싶으실 때 갈아입으시면 됩니다.
처음에 '접착식 기저귀'를 사용하시다 '팬티형 기저귀'를 사용하게되어 실수를 하게 되면 팬티 사이로
대,소변이 새어 나오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꾸준한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어르신에 대한 관심으로 '팬티형 기저귀'를 사용하는
어르신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조금 더 노력하면 우리들이 입는 '속옷'을 입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그 과정을 경험하고 본 것은 아니지만 분명 '기저귀 떼기'는
케어하는 분의 마음과 어르신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노력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진척은 더딜지어도 상호간에 진심으로 대한다면.. 무엇이든지 가능하겠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 '속옷' 아주 좋은 표현같아요. 괜찮은데요. 열심이시군요. /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어르신 자신도 포기하지 않으신 것을 옆에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더 빨리 포기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일하기 좀 편해지도록 빨리 포기 해 주세요.' 재촉하는 것 같아요.
자기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한다는 관점에서 비교해 볼 때, 아기가 기저귀 떼는 데 18개월~24개월정도 예비기간이 있듯이 어르신들의 기저귀 뗄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좋겠어요. 힘드시겠지만...
고마워요 원진, 속옷이라는 단어에 담긴 원진이의 마음, 그 마음이 참 귀해요. 고마워요.
속옷 갈아입기. 아주 좋은 표현이네요~* 저도 자원봉사활동 하러 가면 꼭 이 말을 사용해 봐야 겠어요. "할머니, 속옷 갈아 입으실래요?" 앞으로는 꼭 이렇게 이야기할게요~* 노인요양시설에서 봉사활동하는 카페로 스크랩 해 갑니다. 봉사자들과 기저귀가 아닌 속옷이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노력할게요.. ^ㅡ^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음은 고려하지 않고 그냥, '기저귀'라는 용어를 썼던 저를 뒤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스크랩 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