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 생닭→1만5천원 치킨 유통추적
통큰치킨 생닭 값(4180원)이 더 비싸… 대형체인점 "마진율 공개할 것"
1만5000원이 넘는 치킨값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대형 치킨 체인..
"나도 치킨값 비싸다 생각" 이대통령도 가세
청와대 "동네 닭집 말도 맞고, '통 큰 치킨' 말도 맞고…"
[프랜차이즈 1만5000원 치킨]
절임무·콜라·소스 1000원, 임차료·배달비만 5000원 "원가 완전히 공개하겠다"
[롯데마트 5000원 치킨]
영업 인프라 잘 되어있고 유통경로 대폭 단순화
[전문가]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해 좋은 제품 싸게 공급해야
1만5000원이 넘는 치킨값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대형 치킨 체인 본사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계육협회가 16일 조사한 생닭 한 마리(9~10호·851~1050g) 가격은 2831원. 이 닭이 튀김닭이 되는 과정 전반을 추적해봤더니 롯데마트에서 팔았던 '5000원 통큰 치킨'과 '1만5000원 치킨'의 유통 경로의 차이가 드러났다. 롯데마트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하는 일을 생략하고, 유통 경로를 단순화해 싼값에 치킨을 공급한 것이다.
◆생닭값은 3000원 내외, 튀김닭은 1만5000원… 타당한가
16일 기준으로 마리당 2831원인 생닭은 하림· 마니커 같은 닭고기 가공회사에서 부위별로 자르고 갈무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들 가공공장으로부터 공급받는 '치킨용 닭' 가격은 3200~3500원 선으로 추정된다. 이 닭이 동네 가맹점에 공급되는 가격은 4300~4400원 정도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 닭 공급가에서 마리당 1000원 내외, 20~30% 마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에 사용된 치킨용 닭의 가격은 4180원이었다. 롯데마트측은 "대량 구매로 원재료 값을 낮췄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잘못된 설명이었다. 롯데마트가 올품이라는 닭고기 가공업체로부터 구입한 이 가격은 체인 가맹점주들이 체인본사로부터 공급받는 가격(4300~4400원)보다 쌌을 뿐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공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가격(3200~3500원 선)보다는 훨씬 비싼 것이다.
하루 2만4000여마리를 소비하는 롯데마트가 20만마리까지 소비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들보다 싼 값에 치킨용 닭을 공급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량 구매는 롯데마트가 아니라 치킨 체인 본사들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치킨 체인 본사 임원은 "연육제와 양념 첨가 과정 등에 운송비 등이 더 들어가는데 닭고기 공급가를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관점에서 좋은 제품 싸게 공급할 방법 찾아야"
튀김옷과 튀김기름도 치킨 원가의 중요한 부분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A사의 체인점을 운영하는 류모씨는 "두 가지 튀김옷을 쓰는데 자세히 계산해보니 한 마리에 680원 정도가 든다"고 말했다.
닭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은 대두유·혼합유(대두유·채종유·팜유 등)·해바라기유·올리브유 등을 쓴다. 대두유가 가장 싸고, 올리브유가 가장 비싸다. 혼합유를 사용하는 B사의 가맹점주 류모씨는 "15L(리터)짜리가 4만3000원 정도인데 장사가 잘되면 40~50마리까지 튀길 수 있다"고 말했다. 40마리를 튀긴다고 보면 식용유 가격은 마리당 1000원 수준이다. 대두유를 쓸 경우 마리당 750원 정도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포장비용이 350~600원(박스·비닐) 정도 든다.
체인 가맹점주들이 사용하는 튀김옷, 튀김기름, 포장박스 등도 모두 체인 본사로부터 공급받는다. 체인 본사는 이들 공급품에서도 15% 정도의 마진을 남긴다. 한 치킨 체인 본사 임원은 이에 대해 "치킨 체인 본사가 브랜드를 관리하고 마케팅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계산해 보면 치킨 체인점들이 튀긴 닭을 포장하는 데까지 6800원 내외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이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바로 판매하는 롯데마트 치킨보다는 원가가 훨씬 많이 드는 셈이다.
치킨 체인점들은 롯데마트의 '5000원 치킨'을 자신들의 제품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우선 절임무·콜라·소스값 1000원 정도에 임차료·수도광열비·감가상각비·배달비·인건비 등 고정비용 5000원이 추가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치킨 체인점들은 롯데마트가 이런 비용을 하나도 원가에 산정하지 않고 체인점들이 마치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불만이 높다. 프랜차이즈 치킨업체 모임인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는 16일, "본사가 생닭 등 원재료를 구매하는 실제 가격과 마진율도 모두 공개하겠다"며, "치킨 원가처럼 계산한다면 롯데제과의 빼빼로는 원가가 30원이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콜라 같은 것 필요 없고, 배달을 시키지 않고 직접 찾아가서 싼 롯데마트 치킨을 먹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연세대 경영학과 오세조 교수는 "5000원 치킨은 프랜차이즈 본사를 거치지 않고 가공업체와 직접 거래한 데다 영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형마트여서 가능했다"며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소비자 관점에서 좋은 제품을 싸게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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