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도서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토로하는 불자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이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사찰 도서실 설립 붐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불교신문이 올 한해 동안 ‘우리절에 도서실을 만듭시다’ 연중 캠페인을 통해 얻은 결실 중 하나다. 불교계가 다른 종교에 비해 독서에 대한 열의가 저조한 상황에서 이러한 흐름이 조성됐다는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중의 하나라 할 만하다.
가장 빠른 반응을 보인 것은 일반 불자들이다. “내가 다니는 사찰에 작은 도서실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에서부터 “불서를 구입해서라도 돕겠다”는 강한 의지까지 폭넓은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그동안 소장하고 있는 불서를 모두 기증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밖에도 전국 각지 불자들이 독려와 동참의사를 전해왔다. 사찰과 신행단체의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신행단체로는 동산반야회가, 사찰은 대구 망월사가 캠페인에 동참,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동산반야회는 사무실에 쌓여 있는 도서를 정리하는 한편 재학생과 동문들을 대상으로 법공양운동을 전개해 불서를 모으고 있다. 불교대학 학인들의 교재와 참고도서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또 동산반야회는 군법당과 교도소, 미국 시애틀 등지에 불서보내기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대구 망월사는 본지 캠페인을 보고 기존 문고형을 도서실 형태로 확장, 신도뿐 아니라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불서읽기 운동을 전개해 귀감이 됐다.
특히 정병조 한국불교연구원장의 소장 도서 기증은 캠페인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중 하나다. 승가대학 도서관 활성화에 한몫을 했기 때문이다. 학인들이 공부하는 승가대학(강원)에 도서실은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한 정 원장은 논문, 학술서 등 소장불서를 아낌없이 내놓았다. 정 원장은 쌍계사 승가대학에 110종 221권을 1차분으로 전달하고, 후속적인 불서 기증과 전문사서를 통한 도서관리 지도도 약속했다. 쌍계사는 정 원장을 비롯 신도들이 기증한 도서로 내년초 도서실을 개관할 예정이다.
이처럼 본지의 연중캠페인으로 인해 도서실을 개관하고 있는 기존 사찰은 도서실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였고, 도서실이 없는 사찰의 경우 필요성을 인식하는 등 불서읽기 확산의 토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하지만 실제로 도서실을 연 경우는 기대 이하였다. 대부분 사찰들이 취지에는 동감했지만 막상 도서실을 여는 데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첫째 원인이 예산부족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이유는 정직하지 못하다. 그동안 지면을 통해 강조했듯이 도서실의 마련은 예산보다는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사찰들이 예산이나 공간부족 등을 탓하지 말고 미래불교를 위한 인재불사 일환으로 도서실 만들기 불사에 나서길 바란다.
사찰도서실은 독서활동을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사찰도서관은 단순히 독서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초심불자들의 소양함양에서부터 신행 포교를 위한 기반 시설이다. 책을 대여해주고 읽는 곳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자들의 신행과 삶에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평생 교육의 장이돼야 하기 때문이다.
올 한해동안 도서관 만들기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사찰 전체가 책 읽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독후감대회, 독서퀴즈대회, 독경대회, 도서전시회, 헌책 바꿔읽기, 바자회 등이 그 대안중 하나가 될 것이다.
미래의 신행패턴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다양해 질 것이다. 따라서 사회와 신도들의 욕구 또한 더 이상 법당에만 안주하길 꺼려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불서읽기’는 바른 신행의 으뜸 길잡이라 할 수 있다. 사찰 도서실은 불자들의 깊이 있는 신행생활과 다양한 지적욕구를 충족시켜줌은 물론 21세기를 힘차게 내달을 수 있는 ‘준비도량’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