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나친 대통령-여당 대표 불화 지금 풀리지 않으면 공멸뿐이다=한국 / 10/6(일) / 중앙일보 일본어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불화가 첨예해지고 있다. 한 대표는 최근 두 차례나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으나 모두 일축됐다.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한 매체의 창간 기념식에 함께 참석하기로 했으나 30분 전 한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2일에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만 빼고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불러 저녁식사를 했다. 분위기는 좋았다고 한다. "한 대표가 없어서"라는 말이 나오니 기가 막힌다. 한 대표는 한 대표대 "(대통령실 출신) 정부투자금융기관 감사가 좌파 유튜버에게 나를 공격하라고 부추겼다"고 공개 비난에 나섰다. 대통령실 출신이 유튜버에게 여당 대표 공격을 주문한 것 자체가 잘못이지만 여당 대표가 대통령실을 겨냥해 노골적인 비난전에 나선 것도 보기 흉하기는 마찬가지다.
192석의 거대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거침없이 추진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지율 20%대의 대통령과 108석의 최약체 여당 대표가 사사건건 부딪힐 뿐 아니라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더 급락해 정권 출범 후 최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에게 절박함 따위는 보이지 않고 진흙탕 싸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당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금정, 인천 강화 같은 우세지역에서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이유다.
윤 대통령이 여당 원내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해 "우리는 하나"라고 건배사를 한 것은 4일 김건희 특검법 최해병 특검법 재표결에 부쳐진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재표결 결과 국민의힘이 부결 폐기를 당론으로 정한 2개 특검법은 각각 찬성 194표, 반대 104표로 모두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이로써 김 여사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필두로 전당대회 개입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방조 혐의 등 김 여사의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누군가를 원망하기보다 먼저 김 여사와 측근들이 의혹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특검법이 나쁘다고 김 여사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김재섭 의원), "야당에 끌려가 사과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입장 발표가 있어야 한다"(김용태 의원)는 여당 의원들의 지적을 대통령실은 성찰하고 국민이 납득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4일 재표결에서 여당에서도 4표의 이탈표가 나오지 않았나.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4명의 연임안을 한 달 넘게 재가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오동운 처장 임명 때 추천 58일 만에 재가할 정도로 늦춘 대통령실이 이대환 수사4부 부장검사 등 인사검증이 끝난 현직 검사의 연임까지 결재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26일까지 연임을 재가하지 않으면 이들은 임기가 만료돼 업무에서 배제된다. 공수처 주요 사건 수사를 이끈 검사들만큼 공수처 운영의 불안정성을 가중하는 방식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부적당해도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홀대하면 국정을 풀어갈 수 없다. 대통령은 적대국 지도자나 야당 대표와도 대화해야 하는 자리인데 하물며 여당 대표를 안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 대표 역시 대통령실에 할 말은 해야 마땅하지만 미디어 플레이나 대통령과의 감정싸움은 자제해야 한다. 주도권 다툼에 매몰되지 않고 국정 난맥을 풀기 위해 진심 어린 설득에 나설 때다. 의료대란과 내수부진에 심상치 않은 중동정세 등 난제가 넘치지만 정권의 두 기둥이 골육싸움만 벌이니 국민은 비탄에 빠진다. 하루빨리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만나 갈등을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