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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밀러 컬렉션·대표 연작·탄탄한 전시 이력까지 K옥션 8월 경매, 박수근 시장의 ‘선택적 회복’에 대한 시험 |
윤장섭 기자
[미술여행=윤장섭 기자]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박수근(1914~1965) 화백의 1950년대 작품 '나무와 여인'이 약 40년 만에 경매시장에 깜짝 등장한다. 오는 8월 26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리는 8월 경매의 핵심 출품작으로, 추정가는 4억~8억원이다. 이번 경매에는 총 102점, 낮은 추정가 기준 약 65억원 규모의 작품이 출품된다.
K옥션 8월 경매 출품작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박수근 작품이 경매에 나왔다'는 데 있지 않다. 박수근의 대표적인 도상인 고목과 여인, 확인 가능한 컬렉션 이력, 주요 전시와 문헌 수록 기록, 그리고 장기간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다는 희소성이 한 작품에 겹쳐 있기 때문이다.
박수근 작업을 압축해 놓은 ‘나무와 여인’
이번 작품은 메이소나이트에 유채, 26.5×18.5㎝ 크기로 1950년대 제작됐다. 화면 중앙에 잎을 떨군 고목을 세우고 그 아래 아이를 업은 여인과 함지를 이고 이동하는 여인을 배치했다. 케이옥션은 이와 같은 구도의 '나무와 여인'연작이 현재 10여 점 안팎 알려진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작품 크기만을 놓고 보면 대작은 아니다. 그러나 박수근의 그림에서는 크기보다 작가를 얼마나 대표하는 소재인가, 제작 시기가 언제인가, 작품의 출처와 전시 이력이 얼마나 명확한가가 가격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나무와 여인'은 박수근의 작품세계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두 소재다. 박수근은 1950년대 중반부터 타계한 1965년까지 이 주제를 반복적으로 다뤘다. 정적인 고목과 움직이는 인물, 수직으로 뻗은 나무와 수평적인 인물 배치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전후 한국 사회를 살아가던 서민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소재의 작품이 1956년 국전에 출품됐으며, 이 연작의 다른 작품은 박완서의 장편소설 『나목』 표지에도 사용됐다. 따라서 이번 작품은 박수근 작품 가운데 주변적인 소재가 아니라 작가의 정체성을 가장 쉽게 인식할 수 있는 핵심 도상군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가격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가격보다 중요한 ‘마가렛 밀러 컬렉션’
이번 경매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작품의 프로비넌스(Provenance·소장 이력)다. 케이옥션 공식 출품 기록에는 이 작품의 소장 이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Margaret Miller Collection → 서울의 Private Collection으로 기재돼 있다.
마가렛 밀러는 단순한 해외 소장자가 아니다. 박수근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수집했고 미국에서 그의 개인전을 추진하는 등 박수근을 해외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후원자이자 컬렉터다. 특히 〈나무와 여인〉 연작을 선호해 여러 작품을 자택에 걸어뒀으며, 당시 촬영된 자택 사진에서도 이번 출품작이 확인된다.
미술품 가격에서 이런 기록은 상당히 중요하다. '누가 가지고 있었는가' 자체가 작품의 예술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십 년에 걸친 작품의 이동 경로가 명확해지고 작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컬렉션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작품의 신뢰도와 역사성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전시 이력도 탄탄하다. 이 작품은 1983년 한국미술관 〈한국인상전〉, 1985년 현대화랑 〈박수근 20주기 기념전〉, 1995년 갤러리현대 〈박수근 30주기 기념전〉에 출품됐다. 1985년 열화당 『박수근 1914-1965』부터 1995년 시공사·갤러리현대의 『박수근』, 2008년 『한국 근대미술사 심층연구』, 2015년 박수근 50주기 특별전 관련 자료까지 여러 문헌에도 수록돼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할 부분이 있다. 언론에서 말하는 ‘40년 만의 등장’은 작품이 40년 동안 대중에게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기보다 경매 등 유통시장에 오랜 기간 등장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실제 작품은 1995년 기념전에 출품됐으며 이후 관련 문헌에도 계속 수록됐다. 일부 보도에서는 1980년대 국내 경매를 거쳐 개인 컬렉션에 들어간 이후 약 40년 만에 다시 시장에 나오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나무와 여인’, 추정가 4억~8억원...비싼가? 싼가?
이번 작품의 추정가 범위는 4억~8억원으로 상당히 넓다. 최근 박수근 작품의 거래 가격을 놓고 보면 완전히 공격적인 가격 설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박수근 작품은 2026년 상반기 7억5,000만원, 4억8,000만원, 2억7,000만원의 주요 낙찰 사례를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8억원과 6억5,000만원의 거래도 있었다. 따라서 4억~8억원이라는 밴드는 최근 박수근 시장에서 형성된 중고가 거래 범위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의 가격을 결정할 핵심은 크기보다 대표 소재와 프로비넌스에 시장이 얼마나 많은 프리미엄을 줄 것이냐다.
비교 사례로 2021년 케이옥션에서 박수근의 1964년작 **〈두 나무와 두 여인〉**이 3억1,000만원에 낙찰된 기록이 있다. 해당 작품은 13×22.5㎝ 크기의 메소나이트 유화다.
이번 작품에는 여기에 마가렛 밀러 컬렉션이라는 명확한 초기 소장 이력과 다수의 미술관·화랑 전시 및 문헌 수록 기록이 추가된다. 때문에 4억원은 시장의 진입가격에 가깝고, 실제 평가는 6억~8억원 구간에서 형성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8억원을 넘어선다면 단순히 박수근이라는 작가 이름에 대한 가격이라기보다, 대표 연작 + 역사성 있는 컬렉션 + 장기간 미출품이라는 희소성에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신호가 된다. 반대로 4억~5억원대에서 경쟁이 제한된다면 최근 미술시장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컬렉터들이 작품의 질과 가격을 여전히 상당히 선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박수근 作, 최고가 45억2,000만원… 단순 비교 어려워
박수근의 국내 경매 최고가 기록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이 1950년대 후반의 '빨래터'다. 이 작품은 2007년 서울옥션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되며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작품 크기도 약 37×72㎝로 이번 '나무와 여인'보다 훨씬 크고,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대표작급 작품이었다. 따라서 45억원이라는 최고가와 이번 4억~8억원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박수근 시장은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크기, 인물 수, 제작 시기, 대표 소재 여부, 마티에르의 완성도, 전시 기록, 소장 이력 등에 따라 가격 격차가 매우 크게 발생하는 시장이다.
이번 '나무와 여인'의 핵심은 최고가 도전이 아니라 소품급 크기의 대표 연작 작품에 시장이 어느 정도까지 역사적 프리미엄을 인정할 것인가에 있다. 지금 경매에 나온 시점도 절묘하다. 출품 시점도 흥미롭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국내 주요 7개 경매사의 낙찰총액은 약 1,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556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출품작 수는 오히려 약 11% 감소했다. 즉 시장 전체가 동시에 좋아졌다기보다 소수의 고가·우량 작품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박수근처럼 이미 미술사적 평가가 확립된 작가이면서 소장 이력이 명확한 작품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더욱이 경매가 열리는 8월 26일은 서울 미술시장의 최대 행사 가운데 하나인 Frieze Seoul과 Kiaf SEOUL 개막을 불과 일주일가량 앞둔 시점이다. Frieze Seoul은 9월 2~5일, Kiaf SEOUL은 9월 2~6일 코엑스에서 열린다.
국내외 컬렉터와 갤러리 관계자들의 관심이 서울로 집중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경매사 입장에서도 박수근과 같은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을 전면에 내세우기 좋은 타이밍이다. 그리고 이번 경매에서 보여줄 것은 ‘박수근의 가격’보다 ‘좋은 작품의 가격’이다. 결국 이번 '나무와 여인' 경매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히 몇 억원에 낙찰되느냐가 아니다.
2026년 미술시장은 거래총액만 보면 분명 회복하고 있지만 그 회복은 모든 작가와 모든 작품에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거래량은 늘지 않은 상태에서 검증된 작가와 희소 작품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현재 시장이 선호하는 조건을 상당수 갖추고 있다.
박수근이라는 브랜드, 1950년대라는 제작 시기, ‘나무와 여인’이라는 대표적인 소재, 10여 점 안팎으로 알려진 연작의 희소성, 마가렛 밀러 컬렉션이라는 명확한 프로비넌스, 그리고 1980~1990년대 주요 기념전과 문헌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기록이다.
다만 작품 크기가 작은 만큼 가격 상승에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따라서 6억원 안팎은 최근 박수근 시장을 확인하는 가격, 7억~8억원대는 대표 소재와 프로비넌스 프리미엄이 인정된 가격, 8억원을 크게 넘어설 경우에는 예상 이상의 경합이 발생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K옥션 8월 경매에서 박수근의 '나무와'여인'은 새로운 낙찰가가 정해지지만, 단순히 한 점의 낙찰가로 보기보다는 숫자가 주는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 한국 미술시장에서 컬렉터들이 무엇에 돈을 지불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무와 여인’이 40년 만의 등장이라는 희소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40년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에 있다. 박수근 화백의 '나무와 여인'의 진짜 경쟁력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AI 참고자료 발췌)
사진: 박수근의 1950년대 작품 '나무와 여인'( 이미지: 케이옥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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