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주의 나라 이 땅에 펴주소서
2역대 24,18-22; 로마 5,1-5; 마태 10,17-22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미사; 2023.7.5.; 이기우 신부
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로 공경받으시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축일입니다. 김대건은 어린 나이에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마카오에서 십 년 동안 준비한 끝에 1845년에 상해에서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고 우르술라가 살던 경기도 은이 고을에서 머물면서 교우촌에서 숨어 지내는 신자들을 찾아 사목하기도 하고, 선교사를 안내할 뱃길을 개척하려다가 체포되어 1846년 9월 16일에 반역죄로 군문효수형을 선고받아 새남터에서 참수되었습니다.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로 사제가 되어 불과 일 년 만에 치명한 셈입니다. 그 후 1857년에 가경자로 선포되었고, 1925년에 복자품에 올랐으며, 1984년에 성인품에 올랐습니다. 7월 5일은 그분이 복자품에 오른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축일로 정해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이르시기를, “너희가 열두 옥좌에 앉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하게 될 것”(루카 22,30)이라고 말씀하신 바가 있는데, 교회가 어떤 인물을 가경자나 복자나 성인으로 선포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가 살던 시대에 하느님의 뜻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이를 가로막았던 악이 무엇이었는지를 명백하게 밝히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대건의 시대에는 신앙을 박해하는 조선 왕조의 천주교 금교령이 교회를 죽이고 나라도 망치는 명백한 악이었습니다. 김대건을 비롯한 조선 천주교회 신앙 선조들은 이 악에 대해 치명하기를 각오하고 저항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루빨리 조선에 신앙의 자유를 누리는 날이 다가올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이 땅에 거룩한 주의 나라가 세워지기를 학수고대하였습니다.
조선 천주교회의 수많은 신앙 선조들이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켰고, 무명의 치명자들만 해도 2만여 명을 헤아릴 정도이며, 기록이 확인되어 시복·시성되신 순교자들만 해도 124위와 103위에 이르릅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사표(師表)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입니다. 김대건 신부가 이러한 삶을 살아오기까지 밑거름이 되어 준 인물들이 한국 천주교회사에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 조선에 파견된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 모방 신부는 최방제, 최양업과 함께 소년 김대건을 신학생으로 발탁하였습니다. 그 다음, 페레올 주교는 사제품을 주었습니다. 김 신부가 남긴 25통의 서한들 중 대부분은 마카오와 페낭 신학교에서 신학과 언어와 학문을 가르쳐주신 교수 신부들에게 존경의 안부를 전하는 한편 선교활동을 보고하느라 보낸 것들입니다. 김 신부의 집안은 충청도에서 4대째 천주교를 신봉하는 가문이었고, 그 증조부되는 김진후 비오가 내포의 사도로 불리우는 이존창 루도비꼬로부터 복음을 전해 받았습니다. 이존창은 천진암 강학회의 일원이었던 권일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에게서 교리를 배우고 이승훈 베드로로부터 세례를 받아 입교하였으므로, 김 신부의 신앙은 초기 신앙 선조들에까지 그 뿌리가 닿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증조부로부터 신앙을 물려받은 최 신부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김대건 안드레아와 최양업 토마스의 신앙은 초기 신앙 선조들이 복음의 진리를 들여온 노력을 한 뿌리로 하고 맺은 열매요, 그 두 분의 사제직은 신앙의 불모지 아시아에서 방인 사제 양성을 목표로 설립되었던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의 노력을 또 다른 한 뿌리로 하고 맺은 열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민순 신부가 짓고 이문근 신부가 곡을 붙인 김대건 신부 노래의 가사 5절이 이렇습니다. “가신 님 자국자국 남긴 피 뒤를 따라 싸우며 끊임없이 이기며 가오리니 김대건 수선탁덕 양떼를 돌보소서 거룩한 주의 나라 이 땅에 펴주소서.” 그렇게 ‘거룩한 주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우고자’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뒤를 이어 전국에 세워진 교우들을 순방하며 실제로 ‘주의 나라’를 교우촌에서 실현하고자 12년 동안 사목한 목자가 최양업 신부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해서 그도 역시 신학교 교수 신부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고하였습니다. 이렇게 김대건 신부는 비록 짦은 생애였지만 순교함으로써 교회의 주춧돌을 놓았고, 최양업 신부는 순교하는 대신 김 신부가 떠난 조선을 두루 다니며 사목함으로써 조선 천주교회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최민순 신부가 작사한 가사에 따르면, 민족의 복음화를 위하여 그 뒤를 따라야 할 우리에게 빛나는 모범이 된 것입니다.
김대건과 최양업의 빛나는 모범에 이어 순교자의 신앙을 꽃피운 후예가 안중근 토마스입니다. 안중근의 시대에는 그 끔찍했던 박해가 종식되어 모처럼 신앙의 자유를 얻기는 했으나 이번에는 일본 제국주의가 침략해 와서 민족을 노예로 삼고자 광분하고 있었습니다. 조선 왕조의 박해에 이어 일본제국주의가 또 다른 시대적 악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박해 시대에 조선 왕조에 대하여 치명으로 저항하던 가톨릭 신앙은 하느님의 뜻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이 침략 시대에 일본제국주의 세력에 대해서도 목숨을 걸고 저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안중근 토마스는 황해도 지방에서 천주교를 널리 전하는 선교사로 활동하다가 조국이 풍전등화의 운명처럼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을 당하여 국운이 기울자 독립의병이 되어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응징했고, 감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침략의 부당함을 국제여론에 호소하는 한편 일본의 군사력을 내세운 이토의 극동평화론이 부당함을 밝히고 한중일 세 나라가 이룩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를 동양평화론에 담아 후대에 남겼습니다. 그는 당시 조선 교구장 뮈텔 주교가 판단했듯이 살인행위를 저지른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국제범죄를 저지르던 일본 제국주의를 회개시켜서 한중일 삼국이 공존번영하는 동북 아시아의 참다운 평화를 꿈꾸었던 평화주의자였습니다. 안중근 토마스의 이러한 꿈은 백 년 후인 지금 아직도 유효한 현재진행형으로 살아있습니다. 민족 화해와 통일을 내다보는 이 시기에 동양평화의 꿈을 꾸었던 안중근 토마스는 남과 북은 물론 한중일 모두가 존중해야 할 동북아시아 복음화의 아이콘입니다.
김대건 신부가 꿈꾸었고 최양업 신부가 가꾸었던 거룩한 주의 나라를 일제의 침략 속에서도 안중근은 지키고자 했습니다. 이제 가까스로 일제로부터 해방은 되었지만 나라는 남북으로 갈리어 민족은 전쟁까지 치른 끝에 70년만의 화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녘 땅에 복음을 전하는 일은 물론, 통일 코리아가 중국이나 일본과도 공존·번영하는 동북 아시아의 균형자로서 평화의 사도가 되게 하는 일도 남은 몫입니다. 그러자면 남녘 땅에서 복음적으로 미래를 바라보기는커녕 상식 이하의 수준으로 민족의 미래와 평화를 사사건건 발목잡고 있는 일부 시대착오적 여론을 정상화시키는 일도 필요합니다. 어쩌면 이 일이야말로 두 분 사제의 전구를 청해서 더욱 도움받아야 할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북녘 동포와 화해하는 일이나 일본 및 중국과 공존번영하려는 일만큼이나 이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극복하는 일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먼저 해야 합니다. 시대를 달리하는 또 다른 악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그래서 오늘의 이 축일을 지내며 두 사제의 전구를 청하는 일은, 북한 선교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종교적인 몫만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서 민족의 새로운 운명을 그야말로 복음적으로 개척하는 민족 복음화와 동북아시아 복음화의 몫까지를 포함해야 하고, 이를 가로막는 새로운 악에 대해서도 저항해야 한다고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메시아를 따르는 길에 있어서 우리 민족의 파스카를 위하여 우리 교회가 겨레 사랑으로 하느님 사랑을 드러내어야 할 바가 여기에 있습니다.
첫댓글 오늘은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님축일로
성무일도2독서를 읽으면서 넘 감동이 밀려와 이 글을 씁니다.
어린나이에 중국으로 건너가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도
고국에 와 신자들을 가르칠 깊은 뜻으로 참고 인내하였으나 끝내 문초를 당하여 피를 흘리신 분
신유박해를 시작으로 순교의 당한 평신도를 뒤이어 사제로서의 첫 순교도 모범을 보이신분
"내가 공경하는 천주는 사람과 만물을 조성하신 이요.
착한이를 상 주시고 악한이를 벌하시는분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다 그를 공경해야합니다"
관장의 문초에도 당당함과 의연함은 천주를 주인으로 모시는 믿음에서 기여한다고 봅니다.
교우들을 이실지고하기 바라지만 애덕의 의무를 지키는것은 천주께서 사람을 사랑하라는 명령을 내리신 까닭이라는 말씀도 깊이 와 닿습니다.
문초를 당하면서도 천주의 교리를 당당하게 설파하신 안드레아 신부님을 기리며
현대의 불확실한 신앙으로 살아가는 저희들에게 큰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시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순교자의 피로 세워진 이 땅에 주님의 빛이 뜨겁게 내리시길 기도드리는 오늘입니다.
김대건 신부님!
저희를 위해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