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위 패밀리....

[호박]

시나위 패밀리-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이룬 혁신가들

시나위는 80년대 이후 한국 록음악을 이끌어간 중추적인 밴드로도 명성이 높지만, 90년대 한국대중음악계 전체를 뒤흔든 뛰어난 인물들을 다수 배출한 것으로도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세웠다. '헤비메탈'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지만, 시나위의 품을 벗어난 이후 이들이 펼친 활약은 한국 대중음악 지형도의 전체를 이룰 수 있을 만큼 다채롭다



임재범 - 미스테리한 '소울맨'

시나위의 실질적인 첫 보컬리스트로 활동한 임재범은 데이빗 커버데일과 로니 제임스 디오를 떠올리게 하는 중저음역대의 강력한 보컬을 구사했다.

80년대 중,후반 한국 헤비메탈의 본격적인 시대를 연 기념비적인 보컬리스트로 의의가 크지만, 막상 '인기' 면에서는 부활의 이승철이나 백두산의 유현상에 비해 다소 처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다른 멤버들도 대개 그러했지만) 시나위에서의 활동기간이 짧았던데다, 당시만 해도 '카리스마'의 측면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나위 탈퇴 이후, 임재범은 외인부대와 아시아나 등의 밴드를 결성해 활동한다. 외인부대는 부활 출신의 기타리스트 이지웅과 훗날 작곡가로 성가를 높이는 손무현 등이 있었던 밴드로 '컬트'적 인기를 얻었고, 또한 이들의 첫 음반 <외인부대>(1988)에는 임재범의 대표곡 중 하나인 '쥴리'의 오리지널이 수록되어 있다. 아시아나는 임재범이 백두산의 명기타리스트 김도균과 의기투합하여 결성한 일종의 '수퍼밴드'. 록의 본고장 영국 진출을 모색하며 음반 (1990)까지 내놓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밴드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임재범의 밴드생활은 여기까지다. 1991년에 발매된 첫 솔로앨범 는 여태까지 그를 알았던 이들의 뒤통수를 치는 '대전환'적인 음악 세계가 담겨있다. 즉 '메탈러'로서의 임재범이 아닌, 소울풀 한 창법을 극대화시킨 발라드 전문 싱어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헤비 메탈 보컬리스트로 맹활약을 펼치던 시절, '그대 앞의 난 촛불이어라'나 '쥴리', 'Dancing All Alone' 등의 주옥같은 록발라드 넘버들이 있지만, 솔로로 접어들며 임재범의 발라드에는 '록'적인 색채는 대폭 줄어든 대신 '알앤비'의 향취가 도드라졌다.

하지만 90년대 내내 임재범의 활동 상은 갖고있는 재능에 비해 활발한 편은 못되었다. 아무래도 '변신'이라는 상황을 견뎌내기엔 '록 뮤지션'으로서의 그의 정체성이 크게 갈등했나 보다. 잠적과 은둔을 되풀이하며 사망설? 이민설 등으로 많은 이들을 궁금하게 했던 임재범. '소울 가수'에서 벗어나 모처럼 자신의 고향 록으로 돌아가려는 의지가 돋보인 <고해>(1998)와 한국을 대표하는 싱어로서의 변함없는 건재함을 과시한 (2000) 등이 뒤를 이었지만, 한동안 이렇다 할 소식이 없어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코코엔터프라이즈와 (주)비젼이엔씨가 공동으로 임재범의 공연계약을 체결, '임재범 퍼스트 공연'을 주최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공연은 10월 중,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1일 1회씩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김종서 - 1990년대 한국 록 대중화의 첨병

날카로운 고음역의 보컬로 시나위의 최전성기를 이끌며 '한국의 로버트 플랜트'라는 칭호를 얻은 김종서.

그의 카랑카랑한 보이스는 중후한 음역대를 커버하던 전임 보컬리스트 임재범과 매우 극적인 대비를 이루었다. 이는 시나위에게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음악적 의미를 띤다.

즉 임재범 시절의 시나위가 70년대 묵직한 하드록 스타일의 '정통적'인 색깔을 띄고 있었다면, 김종서 시절의 시나위는 당대 주류 록이었던 'LA 메탈'의 경쾌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머틀리 크루나 래트, 도켄 등 아메리칸 라이트 메탈과 아이언 메이든으로 대표되는 브리티쉬 뉴웨이브 메탈에 마음을 빼앗겼던 당시 메탈 키드들에겐, '김종서의 시나위'는 퍽 '트렌디'했던 것이다.

멤버들의 탈퇴와 가입이 잦은 편인 시나위의 상황으로는 이례적으로, 김종서가 시나위에서 활동한 기간은 짧은 편이 아니다. 이로써 90년대의 김바다와 더불어, 김종서는 80년대 시나위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90년대 초반 김종서의 최종 탈퇴 이후, 시나위가 95년 컴백할 때까지 실질적인 해체를 맞이했던 것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시나위 이후 김종서 또한 임재범과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솔로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시나위 시절만큼이나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임재범의 경우 냉정히 말하자면 그동안 견지해오던 자신의 음악 세계를 '시류'에 맞게 상당 부분 변경시킨 반면, 김종서는 '록커'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은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접근방식을 보였던 것이다.

김종서의 유연한 어프로치는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하는데 성공, 그가 90년대를 대표하는 인기 싱어로 자리매김 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다. '대답 없는 너', '겨울비', '아름다운 구속' 등의 대표곡들은 현재까지도 인기 있는 대중적 록 넘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90년대 '록 뮤지션'으로서의 김종서의 활약상은 후예들이라 할 수 있는 김경호와 윤도현 등이 '인기 록커'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방향을 앞서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는 예전같은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보컬리스트로서 변함없는 위상을 지키고 있다.



강기영 - '작가주의 대중음악'의 화신

'시나위 패밀리'는 임재범이나 김종서 등 보컬리스트 출신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진면목은 베이시스트들에게 있다.

강기영은 서태지와 더불어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 커다란 획을 그은 인물이다. 서태지가 '오버그라운드'에서 불세출의 활약상과 영향력을 펼쳤다면, 강기영은 '언더그라운드', 특히 '모던 록'이라 불리는 분야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드리웠다.

강기영의 진정한 전성기는 H2O 해체 이후 펼쳐진다.
박현준과 함께 보컬리스트 이윤정을 영입하여 삐삐밴드를 결성한 것. '안녕하세요?'와 '딸기'가 수록된 1집 <문화혁명>(1995)과 '유쾌한 씨의 껌 씹는 방법'이 담긴 2집 <불가능한 작전>(1996) 등은, 한국 대중음악에 '아방가르드'라는 묘한 바람을 몰고 왔다.

토킹 헤즈를 연상시키는 한없이 가볍고 흥겨운 듯 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강한 삐삐밴드의 음악은, 한국 록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들의 비극은, '아방가르드의 오버그라운드화'에 있었다. 1집이 나올 무렵 이들은 발랄하고 튀는 '비주얼'에 혹한 매스컴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으나, 2집을 통해 보다 난해하고 진지해진 음악이 등장했을 때 이른바 '주류 매체'는 당혹감을 느꼈다. 당혹은 삐삐밴드에게 악재로 작용되었다. 이윤정의 탈퇴 이후 강기영과 박현준은 새로운 보컬리스트 고구마를 영입하여 삐삐롱스타킹을 결성했지만, 방송 출연 중 이른바 '침뱉기 사건'으로 '매장' 당하고 말았다.

록에 대한 끝간데 없는 회의인가, 아니면 '시대의 흐름'에 대한 민감한 반응 때문이었던가. 삐삐프로젝트의 와해 이후, 강기영은 '달파란'이라는 예명으로 테크노 DJ라는 극적인 변신을 이룬다. 메탈로 시작하여 아방가르드 펑크와 모던 록을 거쳐 테크노의 영역까지, 강기영의 음악적 행보는 90년대 한국 대중음악 장르의 수용 및 전개 과정을 체현한 희귀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서태지 -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풍운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서태지가 한국 대중음악에 끼친 지대한 영향이야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잘 알려지지도 않은 시나위의 '일개' 베이시스트가 순식간에 '풍운아'가 될 줄 그 누가 짐작했겠는가.

서태지가 오해받는 부분 중 가장 큰 것은, 그가 '댄스뮤직으로 가요계를 말아먹었다'는 부정적인 평가.

하지만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서태지는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록음악의 이디엄을 다양하게 실험한 '혁신가'적인 면모가 물씬하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내놓는 음반마다 스타일을 달리하며, 그는 척박했던 한국 대중음악계에 '다양성'의 기틀을 다져놓았다.

하지만 그의 '진심'과는 달리, 대중들은 서태지가 현란하게 풀어놓는 '겉모습'을 주목했고, 후예와 아류들도 그가 고육지책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댄스뮤직'이라는 겉껍데기만을 답습하기에 급급했다.

이로써 '말아먹었다'라는 오명이 굳게 자리잡기에 이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90년대 내내 서태지가 자임했던 '장르보따리상'의 역할은, '금지곡'이 판을 치고 라이센스 음반이 아니면 제대로 접할 길이 없었던 한국 록음악 시장의 취약점을 절묘하게 활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화가 본격화되고, 더구나 인터넷과 mp3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수입상'으로서의 서태지의 역할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신기해하던 그의 '새로운 음악'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파괴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진정한 혁신가나 천재라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불행히도 서태지의 재능은 여기까지 다다르지는 않는 듯 싶다. 오늘날 서태지는 존재 그 자체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에 만족하는 듯 하다.



김바다,정한종 - 21세기 한국 록을 떠맡은 기대주

90년대 시나위를 든든하게 떠받쳤던 김바다(보컬)와 정한종(베이스)은 시나위 탈퇴 이후 나비효과라는 밴드를 결성했다.강렬한 하드록을 구사하며 시나위 시절에 갈고 닦았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나비효과는 올 가을 일본 진출을 활발히 추진 중에 있다.


오공훈 / 대중음악 칼럼니스트 aura508@unitel.co.kr

[랜디 헬로윈]

구구절절 다 옳은 말입니다. 맞구요. ^^ 다른 카페에 혹시 퍼 가도 될려는지..근데 맨 나중에 가서야 이게 호박님 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요. 헉....ㅠㅠ 호박님이 쓰신건줄 알았음.

[jai1560]

시나위 1,2집 강춥니다.그때 멤버들이 팀웍두 좋구 곡두 짜임새 있구.갠적으룬 명반임...!

[호박]

후후 저도 퍼온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