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에 눈이 내리고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제와는
딴판으로 오늘은 날씨가 좋아졌다.
바람도 없고 햇살도 따스하다.
오늘은 선달님이 농장에 초대하는 날이라 주인
장의 심성을 닮았나보다.
가시리 오거리에 모였다.
운공네 차가 사정이 있어 조금 늦게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먼저 온 다섯 명만 가까운 소소름으
로 향했다.
수망리 쪽으로 약 2 km 떨어진 길가에 자리한
나즈막한 오름이다.
가까이 가 보았더니 소나무가 유난히 많다.
그래서 솔오름 쇠오름 송악이라고 한단다.
잠시 후 운공네가 도착하자 8명이 되었다.
해비치cc 쪽으로 가는 길에 여쩌리오름으로 향
했다.
비고가 50m인 낮은 오름이나 관리가 잘 되어있
는 오름이다. 신흥리의 유일한 오름으로 제주지역
난방공사와 자매결연을 맺어 팔각정과 조각상들
이 세워져 있고 풀을 말끔하게 베어 전망이 기가
막히게 좋은 오름이다.
먼훗날 우리가 힘이 딸려 높은 오름을 오르지 못
할 때 이런 오름을 찾아도 좋을 것이다.
점심때에 맞춰 남원에 있는 선달네 농장에 도착
했다. 귤을 따던 선달네 부부가 반갑게 맞아 주었
다.
햇볕 따스한 농장 양지쪽에 앉아 즐거운 점심시
간을 가졌다.
평소와는 다른 풍성한 먹거리에 절로 군침이 돈
다. 오랫만에 같이 한 친구들이 있어서 분위기가
더욱 화기애애하다.
점심 후에는 쉴 틈도 없이 귤 따기가 시작되었
다.
한 두 차례 땄다지만 아직도 많이 달려있는 귤
나무에 매달려 귤 따기에 바쁘다.
한 시간 정도 따니 한 사람당 두 마대 정도를 땄
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은 귤을 먼저 따서 따
기 좋은 상품을 우리를 위하여 남겨 놓은 주인의
배려다.
트렁크에 뒷좌석에 선달부부의 정성을 가득 싣
고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돌이켜 보면 선달네 농장 귤 따가기 행사는 우
리가 오름을 다니기 시작한 2005년부터 시작되
었다.
처음에는 위미리에 있는 농장에 초대해서 귤 뿐
만 아니라 점심까지 풍성히 대접을 받아 오히려
심적으로 부담을 느꼈을 정도다.
거의 매년 몇년 전부터는 남원 농장에서 이 행
사를 이어오고 있다.
거의 매일 저녁 8시에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이 농장에 와서 남의 힘 빌리지 않고 오직 두 부
부의 힘으로 맺은 결실이다.
우리는 잠시 들려 떠들다가 이곳저곳 어질러
놓기만 하고 떠나버리는 무정한 사람들이다.
그저 고맙고 두 부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내년에도 귤을 따러 갈 수 있을 테
니까. 2013.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