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4년 4월 12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권총 자결을 결심했다. 시종이 탄약 파우더를 빼놓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 권총을 포함해 보나파르트가 생전에 소장했던 피스톨 권총 두 정이 경매를 통해 169만 유로(약 25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고 영국 BBC가 7일 전했다.
파리의 총기 제조업자 루이마랭 고셋이 제작한 권총들이었다. 경매를 앞두고 120만~150만 유로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날 오세낫 경매하우스에서 진행된 경매 결과 낙찰가는 더 높았다. 오세낫 경매하우스는 퐁텐블로 궁전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데 이 궁전은 나폴레옹이 자결을 시도했던 곳이라 더욱 눈길이 갔다.
이번 경매는 또 프랑스 문화부가 이 권총들을 국보로 분류하고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힌 뒤 진행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낙찰자 이름과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프랑스 정부는 2년 6개월 안에 새 주인에게 구매 제안을 하게 된다. 아울러 권총들은 일시적으로만 프랑스 밖으로 반출될 수 있다.
금과 은으로 장식된 권총들은 옆쪽에 나폴레옹 자신의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그가 자결하려고 마음먹은 날은 그의 군대가 외국 군들에게 격퇴당해 퇴위를 결심한 날이었다. 다행히 황제 치하 외무장관을 지냈던 사복시 장관이며 중요한 전투마다 그의 곁을 지킨 아르망 드 콜랭쿠르가 탄약 파우더를 제거하는 바람에 나폴레옹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나중에 문제의 권총을 콜랭쿠르에게 건넸고, 그의 후손들이 대대로 물려받았다.
권총의 오리지널 박스와 파우더 혼 같은 여러 액세서리, 다양한 파우더 정비 장비 등이 함께 경매됐다. 경매사 대표 잔피에르 오세낫은 경매 물품뿐만 아니라 "가장 궁색했던 나폴레옹의 이미지"도 덩달아 팔려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나폴레옹 유물기념관은 그만큼 절박하게 소장 물품들을 경매에 내놓고 있다. 그의 브랜드가 된 것 중 하나가 삼각뿔 모자(tricorne)인데 지난해 11월 190만 유로(약 28억 원)에 새 주인에게 안겼다.
나폴레옹은 지중해의 엘바 섬을 탈출, 이듬해 권좌로 돌아왔지만 또다시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그는 두 번째 사라진 뒤 1821년 세상을 떠났는데 남대서양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였다.